![[방탄소년단/민윤기] 리시안셔스(:변치 않는 사랑)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1/3/712c9963df265ce2462b28ea78abfb03.jpg)
"이거 새로 나온 고구마 맛 아이스크림이야!"
"고구마 맛? 별의별 게 다 나오네."
"그러지 말고 한입만 먹어 봐."
"......"
"어때?"
"이걸 돈 주고 사 먹는 네가 이상해."
"실은 나도 지금 후회 중이야. 그냥 메로나 먹을걸."
"솔직히 오빠 점자 읽는 거 신기해."
"신기해?"
"응. 나는 만져도 모르겠거든."
"내가 지금 뭐 읽고 있는 것 같아?"
"무슨 책인데?"
"오만과 편견."
"음, 잘 모르겠어."
"다시가... 뭐였더라."
"뭐야. 오빠도 모르잖아."
"네가 자꾸 말 걸어서 까먹었잖아."
얘 때문에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
"어제 왜 전화 안 했어?"
"아, 오빠 진짜 미안. 어제 너무 정신없었어."
"......"
"..진짜 미안해."
"괜찮아. 밥 먹으러 가자."
사실 나는 온종일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꽃 냄새나."
"응. 오늘은 새로운 향수 뿌려봤어. 어때?"
"저번에 복숭아 냄새 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이건 좀 별로야? 냄새가 너무 독한가..."
"너무 흔하잖아. 이제는 밖에서 냄새로 구별 못 할걸."
"냄새로 사람을 구별해? 와, 대단하다."
"오빠 안경 잠시만 벗으면 안 돼?"
"안돼."
"왜?"
"...그냥."
제멋대로 풀린 동공을 보면 얼마나 놀랄까.
"너는 어떻게 생겼어?"
"음. 일단 쌍꺼풀이 연하게 있고, 코는 그냥 보통? 약간 갸름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예쁘다는 거지?"
"에?"
"너는 예쁠 것 같아."
"결론이 왜 그렇게 나?"
"마음이 예쁘니까 얼굴도 예쁘겠지."
"......"
"나같은 놈도 좋아해 주는데."
"오빠."
"왜."
"오빠아-"
"왜에-"
"나 따라 하는 거야 지금?"
"나 따라 하는 거야 지금?"
"따라 하네."
"따라 하네."
"야. 민윤기."
"누가 반말하래."
까분다.
"벌써 3월이네."
"너 개학한 지 2주 됐나?"
"응. 거의."
"개학하고 얼마 놀지도 못했을 텐데 나들이 한번 가자."
"그럼 조금만 기다렸다가 벚꽃 보러 갈래?"
"벚꽃? 벚꽃이 무슨 색이더라."
"분홍색! 조그마하고 예뻐."
"냄새는?"
"냄새? 어......"
모를 줄 알았다. 냄새는 나 같은 사람들만 신경 쓰는 부분이니까. 나 때문에 온갖 꽃냄새를 다 맡고 다니지는 않겠지. 괜히 헛된 걱정을 한다.
"모의고사 완전 망쳤어. 나 어떡해?"
"괜찮아. 한두 번 망치냐."
"오빠 지금 되게 얄미운 거 알아?"
"사실이잖아."
여주는 공부를 더럽게 못 한다. 이건 어떻게 감싸줄 수가 없다.
"우와. 오빠 향수 되게 많다."
"응. 모으는 거 좋아해."
"근데 왜 향수 냄새난 적이 없는 것 같지? 기억이 안 나."
"너 만날 때는 안 뿌리니까."
"왜? 이런 거 있으면 막 뿌리고 싶지 않아?"
"냄새 섞이잖아. 네 냄새만 맡고 싶어."
"오빠가 본 걸그룹 중에서 제일 예쁜 멤버가 누구야?"
"내가 마지막으로 본 신인이 걸스데이인데."
"그래도! 그중에서!"
"걔네 얼굴 기억 안 나."
"헐. 어떻게 그걸 까먹어? 그래도 여자 얼굴인데."
"기억하면 더 싫어할 거면서."
"응. 헤헤."
다 필요 없고 여주가 얼굴이 궁금하다.
"나 실은 되게 꼬인 사람인데."
"오빠가?"
"치사하고 자격지심도 심해."
"아닌데. 오빠 완전 착한데?!"
"네 눈에만 그래 보일걸."
네 앞에 서면 가슴 뛰지만 나는 한없이 작아져.
"오빠 왜 요즘 친구들 안 만나?"
"친구?"
"예전에 호석 오빠 만나서 셋이서 논게 3년 전이야."
"벌써 3년이나 됐구나."
"나 오만과 편견 다 읽었어."
"우와. 되게 빨리 읽는다!"
"지루해서 중간 부분 좀 건너뛰었어."
"결말만 봐도 이해가 돼?"
"사실 지금 책 내용 하나도 기억 안 나. 진짜 재미없었거든."
요즘 말로는 노잼.
"나 4키로 쪘어..."
"괜찮아. 지구에 네가 1그램이라도 더 있다는 게 기뻐."
"...뭐야?"
"별로냐?"
"응. 엄청."
"이탈리아 남자들은 이렇게 말한다던데. 사실 말하면서 나도 좀 그렇더라."
이렇게 말하면 설렐 거라던 사람 누구냐.
"지금 오빠 나한테 전화 건 거야?!"
[어.]
"대박. 어떻게 했어?"
[폰 투지로 바꿨어.]
"우와. 나 지금 엄청 감동 받았어..."
[이게 뭐라고.]
"......"
[울어?]
"...아니. 근데 지금 울 것 같아... 오빠가 거는 전화는 처음이잖아."
진작에 투지로 바꿀걸.
"친구들이 나 만나는 거 알아?"
"내 친구들? 알지! 내가 얼마나 자랑하는데!"
"나 시각장애인인 것도 알아?"
"......"
"말 안했지?"
"응.."
"잘했어. 앞으로도 말하지 마."
내가 잘못한 것 같은데 오빠는 오히려 내게 잘했다고 한다.
혹시라도 놀림 받을까 봐 걱정돼서 물었는데 여주가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만 쳐다봐."
"헙. 어떻게 알았어?"
"네가 쳐다보는 건 느껴져."
"오늘은 오빠랑 만난 지 300일 되는 날~"
"신났네."
"오빠는 안 기뻐?"
"아이고 기뻐라."
"뭐야."
"너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무슨 소리야..."
"기말고사 하루 전 아니냐."
"헐...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선물은 잘 받았으니까 얼른 집 가서 공부해."
"그래도... 300일인데... 오빠 너무한다."
"씁. 어서."
"흐어... 시험 끝나면 바로 데이트해줘야 된다?"
"알았어. 해줄게."
"너 대학 가서도 나 만날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과연 그럴까."
"오빠는 왜 의심해? 나는 저런 생각 해본 적도 없는데."
"그래? 예쁘네."
"나는 오빠랑 결혼할 생각도 있다고!"
"그런 생각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특히 나 같은 병신이랑 하는 결혼이라면 더.
"윤기야."
"네."
"엄마가 조금만 더 벌어서,"
"엄마. 저 괜찮아요. 진짜."
"아니야. 네 아빠랑 모은 돈이 꽤 있으니까,"
"정말로 괜찮아요."
각막이식 수술까지 받으면 나는 진짜 집안 거덜 낸다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오빠 나 오늘 테니스스커트 입었다!"
"어디까지 오는데?"
"무릎 조금 위."
"그것보다 짧기만 해봐."
"안 짧아~."
"여름. 여름. 여름. 너무 덥다. 그렇지?"
"별로."
안 더우니까 다리 내놓고 다니지 마.
"여주야."
"왜 오빠."
"여주야."
"왜애애애애."
"너는 어떻게 생겼어?"
"..저번에도 묻지 않았어?"
"아. 그랬었지."
자꾸 얘 때문에 수술받고 싶어진다.
"오빠 술 마시고 싶으면 말해. 내가 사줄 수 있어!"
"너 미성년자잖아. 어떻게 사게."
"오빠가 원하면 어떻게든 구해 올 건데?"
"됐어. 안 그래도 병신인데 취하면 더 병신 같아져."
"너는 무슨 색이야?"
"무슨 색이냐니."
"나는 검은색. 너는?"
"오빠가 왜 검은색이야. 뭔가 우울한 것 같잖아."
"내가 보는 세상은 검은색. 그러니까 나도 검은색."
"......"
"됐고, 너는 어떤데."
"나는 항상 변하는데... 오빠랑 있을 때는 분홍색?"
"끼 부린다, 또."
너까지 검게 물들까 봐 겁난다.
"조심해. 앞에 과속방지턱 있어."
"어."
"잠시만! 아씨, 누가 봉지를 이렇게 길바닥에,"
"안 치워줘도 돼."
"아니야. 기다려 봐~."
"......"
"됐다! 이제 가자!"
"안 치워도 된다니깐. 옆으로 가면 되잖아."
"아니거든! 누구도 오빠 길을 막을 수는 없어!"
"뭐라는 거야."
"엄마."
"왜?"
"...아니에요."
점점 궁금해진다.
김여주가 놀랐을 때의 표정, 아이처럼 웃을 때의 얼굴 등 모든 것.
너무 예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놈들이 탐내는 꼴은 못 볼 것 같다.
여주는 그냥, 내 눈에만 예쁘면 된다.
"오빠."
"어."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만약에?"
"갑자기 앞을 볼 수 있게 되면 누구부터 볼 거야?"
"......"
"응?"
"너."
"헐."
"라고 해주길 바라는 거지?"
"...뭐야.."
김여주까지 왜 이럴까.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상상하게 된다.
"곧 고3이야. 진짜 극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
"..영감 같아. 민영감!"
"아직 파릇파릇한 20대한테 영감이라니."
"그럼 난 김할매 할게!"
"오빠는 무슨 꽃 제일 좋아해?"
"안개꽃."
"안개꽃? 그거 냄새 없잖아."
"응."
"의외다..."
오빠는 향기로운 꽃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여주야."
"응?"
"내가 만약 눈을 쓸 수 있으면,"
"완전 좋지!!"
일단 다 듣고 좀 답해줄래.
"우리도 애칭 정하면 안 돼?"
"어?"
"다른 애들은 여보야 자기야 애기야 이렇게 불러!"
"낯간지럽게 무슨."
"나는 오빠라고 부르는데 오빠는 맨날 야. 여주야. 너. 이렇게 부르잖아."
"...그래도 안돼."
"아아-."
"떼쓰지 마."
"아아아아-!!"
"..나는 원래 2년 넘겨야지 애칭 불러줘."
"2년이나?!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는데 얘는 진짜로 기다리려나 보다.
*****
"수능도 쳤겠다! 오빠 나 이제 쌍수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다 할 거야!"
"쌍수? 미쳤어?"
"왜?"
"성형하지 마. 절대 안돼."
"그러니까 도대체 왜?"
"내가 네 얼굴 보기 전까지 한 군데도 고치지 마."
"그게 언젠데? 오빠 어차피 수술 안 할거라면서..."
조만간 보게 될 것 같으니까 조금만 참아줘, 여주야.
"윤기야. 다음 주가 수술인데 여자친구한테 말 해줬어?"
"아니요."
"왜?"
"2주년 때 말해주려고요."
.
.
.
"오빠. 뭐해?"
[그냥 있지.]
"왜 요즘 센터 안 나가?"
[너무 오래 다녔잖아. 그만 가려고.]
"그럼 그냥 집에 있게?"
[당분간은. 너도 자주 못 만나.]
"나 수능 끝나면 데이트 많이 할 수 있다면서..."
[...곧 약속대로 해줄 수 있게 될 거야.]
마취가 풀리니까 눈이 미친 듯이 아프다. 김여주를 생각하면서 참는다.
여자를 사귀어 본 경험도 딱히 없고 주위에 물어볼 만한 이성 친구도 없어서 엄마에게 여쭤봤더니 여자는 꽃을 선물해주면 좋아한다고 한다. 이왕이면 의미 있는 꽃이 좋을 거라고 한다.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면 혼자 꽃시장에 가서 여주에게 줄 꽃을 살 계획이다.
"언제 나올 수 있어? 나 진짜 서운해지려 해."
[조만간 만날 수 있어.]
"우리 곧 2주년인 건 알아?"
[아 맞다.]
"...오빠 설마 잊고 있었어?"
[......]
"진짜 너무한다..."
[미안.]
"끊어."
장난 좀 쳐봤다.
.
.
.
"...여보세요."
[김여주. 잠시만 나와봐.]
"싫어."
[어?]
"지금은 안 보고 싶어."
[내일 2주년인데 이럴래?]
"잊었던 사람치고는 당당하네?"
[까불지 말고 내려와. 당장.]
"오빠 지금 11시 반이야."
[알아.]
"후..."
"추워."
"내 패딩 입어."
"됐어. 오빠도 춥잖아. 왜 불렀어?"
"......"
"손에 그건 뭐야?"
"아, 근처 돌아다니다가 산 거."
내가 돌아다녔다는데 왜 아무런 의심도 안 하지. 김여주 진짜 바본가.
"그동안 뭐 하느라 연락도 못 하고 2주년인 것도 까먹으셨어요, 민윤기 씨?"
"중요한 일이 있었어요, 김여주 씨."
"그 중요한 일 저도 좀 알려주면 안될까요, 민윤기 씨?"
"아직은 안돼요, 김여주 씨."
"아오!! 그놈의 아직은! 도대체 언제 알려줄 거냐고!"
"지금이 몇 시지."
"..11시 45분!!"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근데 오빠 오늘 뭔가 달라."
"어디가?"
"그냥...달라졌어. 뭐지?"
아직도 눈 안 보이는 척하고 있는데, 좀 티 났나.
"몇 시야."
"11시 58분. 아니야, 이젠 59분."
"여주야."
"2년 동안 나 계속 좋아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이건 내가 눈 다치고 나서 처음으로 혼자 외출해서 산 꽃인데 이름이 리시안셔스야.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래."
"그리고 아까부터 말하지 못한 게 있는데...나 각막이식 수술받았어."
"처음으로 보는 네 얼굴이 짜증 난 표정이어서 아쉽지만, 예쁘다 진짜. 김여주 예쁘다."
"우리 계속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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