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317898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보슬비 전체글ll조회 1180 출처










Say Something







02






*





  결국 앉은 자리에서 담배 한 갑을 모두 비워냈다. 일방적인 문자 한 통이 오고, 그걸 확인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마냥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곧 올것처럼 말하더니 30분이 지나도록 내 앞에 멈춰서는 차는 없었다. 12시가 넘어가자 길거리에 사람은 드물었다. 취객, 노숙자 아니면 나. 봄이지만 밤기운에는 아직 찬 바람이 남아있어서 괜히 팔을 두어번 쓸었다. 그렇게 빈 담배갑만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내 앞에는 검정색 신형 외제차 한 대가 멈춰선다.


"옷이 그게 뭐니? 저번에 사준건 어쩌고?"


"....그냥 좀 가요."
 

  미리 한 자리 차지하고 있던 여자는 관리가 잘 되어 매끈한 피부와 보기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코 나와 놀만한 나이대는 아니었다. 게다가 왼손의 반지는 그녀에게 이미 배우자가 있음을 알려주었고, 내 기억 속에 그녀의 첫째아들은 벌써 중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까지 들었던 것 같았다. 내가 차문을 열지 않아도 굳이 운전석에서 부리나케 달려온 기사가 친절히 내 길을 열어준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일이지만 영 불편해서 인사라도 건내보지만, 그때엔 도리어 차갑게 돌아서서 다시 운전석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뭐, 지금 옷도 자기랑 잘 어울리지만...이걸로 갈아입어."
 



  던지듯 건내받은 쇼핑백엔 저번 선물과 비슷하지만, 분명 다른 브랜드의 정장 한 벌이 곱게 게어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서도 나는 꾸역꾸역 좁은 차 안에서 바지까지 꼼꼼히 갈아입는다. 마지막 셔츠 소매 단추까지 잠그고 나자 여자, 윤여사는 익숙하게 내 머릴 손으로 빗어 넘긴다. 평소와 다른 방향의 가르마에 알아서 볼륨감이 생긴다.





"오늘은....100부터 시작할까?"
 


"원하실 대로."




  입술이 부딪혔다.





-

 


  내 첫사랑은 언니가 아니었고, 언니의 첫사랑도 내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고, 먼저 자릴 털고 일어난건 나였다.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던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먼저 호감을 갖게된 상대도 아니었고, 고백 역시 그쪽이 먼저 내게 건냈다. 하지만 이상하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나온 나는 그날 이후 삼일간을 내리 아팠다. 감기도 아니었고, 정말 그저 열병처럼 화르륵 불이 나듯 열이 났다가 삼일만에 가라앉았다. 삼일만에 제정신이 되었을땐 이 모든게 일종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자기속죄이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되게 허무하더라."

 


  고작 삼일을 앓았던 나와는 다르게 언니는 일주일을 학교도 빠져야 할 만큼 크게 아팠다. 먼저 좋아한것도 고백한것도 언니였어서, 문득 나는 내가 헤어짐을 고했던 -이젠 이름마저 잊은- 그 아이도 이렇게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다시 학교에서 마주쳤을때 이미 그 옆에 나 아닌 다른 아이가 있는 걸 보고서야, 아 언니가 유난스러운 거구나- 생각했다.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온 진심을 다해 상대를 사랑할 줄 아는. 그렇기에 더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장할 줄 알던. 언니는 그 후로도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가졌고, 꽤 이른 나이에 사랑이란 걸 알게 된 듯 했다. 정 반대로 나는 첫사랑이라 정의 할 수 있는 아이 이후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언니보다는 느리게, 서서히 사랑을 깨우쳤고, 종국에서야 그 사랑이 향한 종착역이 언니가 될 것임을 깨닳았다.

 

"오랜만이에요. 보고싶었어요."

 


  실로 오랜만의 재회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쯤 집을 나와 홀로나기를 택한 이후로는 이렇게 대화를 주고 받을정도로 가깝게 마주친건 처음이었다. 그 반갑기만 해도 모자랄 재회가 어째서 차디찬 병원 응급실인지, 장례식장이고, 병실인건지 나는 그때 한참을 하늘을 원망했다. 언니는 자신의 부모님의 장례조차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 간신히 정신만 차린 모습으로 병실에 갖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연고없는 내가 부모님과도 같은 두분의 빈소를 지켰다.
 


  오는 사람은 없었다. 나야 고아나 다름 없다지만, 언니네 가족은 분명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사랑주는 가족들이라 주변에 사람이 넘쳤다. 그런 가족의 두 가장의 장례식에 찾아오는 사람은 고작 빚쟁이 몇몇뿐이었고, 나는 영문도 모른채 여태 고생해서 벌어두었던 알바비들을 모두 가져다 바쳐야 했다. 언니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잃었었다. 울기만 했고 간신히 숨만 쉬어주었다. 다시 정신을 잡고 일어났을때 언니는 내게 애원했다.
 



"너는...날 두고 가지마...별아."



 

-

 



  아침은 언제나 찾아왔다. 이젠 아무리 피곤해도 5시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게 습관이 되다 못해 본능이 된 듯 했다. 침대는 넓었고 푹신했지만 허리는 꽤 뭉친듯 움직일때마다 욱씬거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침대 머리맡 에 걸린 셔츠를 집어들었다. 윤여사 작품이 그대로 남은 셔츠엔 울긋불긋한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다. 결국 룸 입구 어딘가에 널부러져있을 쇼핑백을 찾아 나섰다. 그러려고 했다.



"일어날때 나 혼자두는거, 그거 별로야."



  허리를 감싸는 손엔 여전히 반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분명 호텔 안 온도는 따뜻하다 못해 더웠지만, 윤여사의 손은 차디 차갑게만 느껴졌다. 허리를 당기기에 버텼다. 언니는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날 것이다. 어제 지쳐 일찍 잠들었으니 더 일찍 일어날 수 도 있다. 가야하는데, 아무리 버텨도 놓아주지 않는다. 신경질 적으로 몸을 돌려 여전히 나체의 윤여사에게 먼저 끈적한 키스를 퍼붓는다. 다급한 나와는 다르게 윤여사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허릴 감싸던 손을 어깨에, 목에 두른다.
 




"아침 보너스 50?"

 

  나는 결국 다시 넓은, 답답한 침대 속으로 파 묻혔다.
 




'언니 일어났어. 너 찾는데, 너 왜 안와?!' 06:48
 


  끝내 내 옷은 찾지 못했다. 아마 애초에 줄 생각이 없었거나, 어쩌면 정말로 차에 잊고 내렸을 수 도 있다. 문자를 확인하고는 최대한 빨리 샤워를 끝내야 했다. 더럽게만 느껴지는 셔츠에 아직 젖어있는 몸을 욱여넣고 호텔을 벗어났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날 배웅하던 윤여사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들여왔다. 남편 출장 마지막 날. 앞으로 며칠은 나를 부를 일 없다는 얘기가 된다.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을 만큼 찌르르 울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때엔 잘 참아주지만, 아침엔 유독 내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언니를 잘 알기에 결국 옷조차 갈아입지 못 하고 달려야 했다. 8시 5분 전. 핑계가 사라지기 전, 이제야 병원 입구가 보인다.
 


"야!!! 너 미쳤어?!! 너 그러고 들어갈거야??"
 



  막 병실로 들어가려는 날 휘인이가 막아 세운다.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내 옷, 셔츠의 카라 끝을 잡아 당긴다. 슬쩍 내려다본 시선에 아슬하게 걸친 흰 옷, 그 위의 립스틱 자국. 아차. 휘인이는 내 손목을 잡고 간호사실로 들어간다. 자신의 사물함을 잠시 뒤적거리더니 펑퍼짐한 후드티 하나를 꺼내준다. 고마워 할 틈도 없이 부랴부랴 옷을 벗고, 옷을 입는다.

 



"....진짜 농담아냐. 일 그만둬."
 

"옷. 고맙다."

 


  병실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언니가 달려와 품에 기댄다. 미안한 만큼 꽉 안아주었더니 그제야 투정 섞인 목소리로 나긋하게 묻는다. 왜 늦었어. 내가 일찍 일어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늦잠이나 다른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결국 핑계라고 준비해 놓은 건 써먹지도 못하고 말 없이 언니를 끌어안는 팔에 힘만 잔뜩 준다. 말랐다. 저번보다, 처음보다 많이.

 



"일 힘들면 좀 쉬면 안돼?"


"아냐. 괜찮아요."


"괜찮긴. 휴가도 없고, 밤낮없이 불려가고, 야근은 거의 밥먹듯 하고. 거기 직원은 너 밖에 없대?"
 


  걱정과 투정이 잔뜩 묻은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잡고 흔든다. 간호사 실에 벗어두고 온 정장 자켓 안주머니에 두둑하게 채워진 지갑은 그런 약한 생각 따위는 하지 말라며 나를 옥죈다. 여전히 나는 입 한번 열어보지 못하고 아프지 않게 언니를 안아올려 침대로 향한다. 집에서 가져온 포근한 무지개떡 무늬의 이불을 덮어주고, 괜히 링거를 확인한다. 손목을 잡는 온기에 만지작거리던 링거는 놓아두고 손이 이끄는대로 향한다. 나를 위해 비워둔 언니의 옆자리로 가서 눕는다.

 




"졸려요?"



"아니, 너 자라구. 너 어--엄청 피곤해 보여."
 


  괜히 부끄러움에 되도 않는 애교랍시고 품에 파고들자 특유의 바보같은 미소를 지으며 날 끌어안는다. 아주 가끔, 내가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애교를 피울때면 평소같지 않는 어른스러움으로 날 대하는 언니는 한 눈에봐도 예뻤고, 행동 하나하나 즐거움이 넘쳤다. 그래서 종종 언니가 시무룩해 하거나, 지쳐있으면 되려 내가 먼저 투정을 부린 적이 더러 있었다.
 



"힘들면 쉬어도 돼. 언닌 괜찮아."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마마무/문썬] Say Something 02  1
9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ㅠㅠㅠ하ㅠㅠㅠ별아ㅠㅠㅠㅠ그런일하는거 정말 다메인데ㅠㅠㅠㅠㅠㅠㅠ별이도 어쩔수없이하는거니깐 ㅠㅠㅠ하ㅠㅠㅠ오늘도 잘익었습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