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때문에!
Baby J
“선생님, 왜 때문에!”
“넌 질리지도 않냐.”
“왜 때문에 질리겠어요- 쌤은 내 사랑인데!”
“어휴, 그놈의 왜 때문에. 진짜 미치겠다. 너 때문에 저번에 회의할 때 ‘그니까 왜 때문…. 아, 왜 그런 거죠?’ 했다가 웃음거리 됐었어.”
“푸흐, 이제 선생님도 내가 없으면 허전하고 그렇죠?”
“아, 몰라. 수업 들어가야 해. 비켜”
“쌤 우리 반 수업이지롱~ 같이 가요!”
넌 질리지도 않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3년간 쭉 들어온 소리다.
고등학교 입학 첫 날부터 선생님에게 첫눈에 반해버려 선생님만 쫓아다닌 지 벌써 3년. 친구들도 어지간하다며 날 갈구기 바쁘다.
특성화 고등학교여서 그런지 취업도 나갈만한데 너는 왜 안가냐. 하며 묻는 선생님께 능글맞게
‘당연히 쌤 때문이죠! 1, 2학년 애들 요즘 장난 아니거든요-’ 했다가 딱밤을 맞은 것도 생각이 난다.
체육복으로 신나게 갈아입고선 학생부실 문을 빼꼼- 열고 선생님 옆자리에 착석하고선 왜 때문에! 왜 때문에! 하며 선생님의 속을 박박 긁어놓으니 선생님도 지치신듯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발령받은 학교가 우리 학교여서인지 얼굴도 핸섬하고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선생님은 당연 우리 학교의 스타가 되셨다.
덕분에 나의 경쟁자 또한 엄청나게 증가했지.
“쌤, 솔직하게 말해봐요! 나 없으면 허전하죠?”
“그래그래, 허전하다 허전해. 매일 쫑알거리던 애가 없으니 허전하지.”
“오- 웬일이에요!? 나한테 그런 말 한 번도 안 해줬잖아요!”
“3년이면 많이 참았어.”
“응?”
“빨리 졸업이나 해라-.”
선생님과 함께 교무실을 나와 강당을 향해 걸으며 자연스럽게 팔짱까지 끼고선 말을 걸었다.
웬일인지 3년 내내 시끄러워. 수업 없냐? 만 반복하던 선생님이 내가 원하던 대답을 떡, 하니 뱉어놓으셨다.
깜짝 놀라 웬일이냐고 물으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물어보자 선생님은 날 버리고 먼저 걸어가며 의미심장한 말을 잔뜩 뱉어버린다.
우씨, 맨날 어린애 취급하네.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면서!
“졸업하기 전 마지막 수업이니까 오늘은 자유시간이다.”
“우오아아어아악!!!!!!”
강당으로 들어서자마자 호각을 커다랗게 불어 반 애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선 자유시간이라며 외치는 선생님.
애들은 아주 발악을 하며 좋아 죽는다. 나 역시 흐흥- 하고 웃으며 선생님 옆에 찰싹 달라붙어 버렸지만,
넌 안노냐? 강당 한쪽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선생님 옆으로 가 또다시 팔짱을 끼고 앉으니 선생님이 날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을 걸어온다.
선생님의 말에 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선생님한테 찰싹 달라붙어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냐고? 선생님이랑 있는 것만 해도 너무 좋으니까!
“아 맞다, 쌤! 내가 엄청 좋은 노래 찾았어요! 왠지 이 노래가 쌤이랑 내 노래 같은 느낌!?”
“뭔데,”
“기다려봐요! 아…왜 때문에 없는 거야….”
“제목이 뭔데,”
“아녜요! 기다려요 다 찾았어!”
한 손을 선생님한테 팔짱을,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이어폰이 잡혀 선생님한테 뜬금없게 말을 걸었다.
굉장히, 너무, 완전, 달달한 노래니까 선생님한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MP3 목록에서 찾고 있자, 선생님까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제목이 뭐냐며 물어온다.
그런 선생님께 다 찾았다며 한 번 더 소리를 치곤 이어폰을 선생님의 귀에 꽂아버렸다.
“안아 주는 느낌! 볼이 닿는 느낌! 사랑받는 느낌! 포- 근한 이 느낌!”
“……….”
“사랑해요- always you!”
“이게 왜 너랑 내 노래야.”
“왜요- 좋잖아! 졸업식까지만 딱 기다려요. 내가 졸업식 날 완전 예쁘게 나타나서 쌤한테 고백할 거니까-”
“네가 하게?”
“그럼, 쌤이 해줄 거에요?”
“그건 모르지.”
“그게 뭐야!”
“시끄러, 노래나 들어.”
민효린의 Touch Me 라는 노래를 선생님한테 들려주며 후렴 부분을 까불며 부르자 선생님이 왜, 하며 정색을 한다.
왜긴 왜예요, 당연히 내가 졸업식 날 고백할 거니까^^ 하는 말투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하니 날 의아하게 쳐다보며 네가 하게? 하고 묻는다.
3년 내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내뱉더니, 졸업하기 전 마지막 수업까지 이러시네.
선생님의 노래나 들으라는 말을 듣고선 입술을 삐죽 내밀고선 그대로 눈을 감고 선생님의 어깨에 기대어 노래만 들은 것 같다.
-
“졸업 축하해 우리 딸.”
“헤헤- 고마워 엄마 아빠!”
“지은이도 축하해-”
“감사합니다-”
“엄마, 내가 가져오라고 했던 건 가져왔어?”
“응, 근데 뭐 이렇게 편지가 많아? 무거워 죽겠다.”
“그건 비밀! 나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게-”
드디어 졸업이다. 마지막 수업 이후론 선생님을 만나러 가지도, 카톡도, 전화도. 아- 무것도 하지 않았다. 허전한 것 좀 느껴봐라 이 사람아.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바로 어제, 선생님한테 짧고 간결하게 ‘졸업식 끝나고 10분 후에 주차장에서 만나요.’ 하고선 선생님한테 오는 답장조차 읽지 않았다.
졸업을 축하해주는 엄마 아빠, 지은이, 지은이네 부모님을 뒤로하곤 엄마에게 받아온 커다란 상자를 들고 어기적어기적 주차장으로 향했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난 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이 편지를 선생님이 받으면 얼마나 놀랄까- 하는 생각을 가득 안고선 상자를 안고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뭐야, 그렇게 카톡 하나만 딸랑 남겨놓고 답장도 안 하고.”
“그거야 오늘이 졸업식이니까요!”
“추워, 용건만 간단히 말해.”
“자, 일단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이거 하고 있어요.”
저 멀리 선생님의 차에 기대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선생님을 보자마자 총총걸음으로 선생님한테로 달려갔다.
내가 온 것을 봤는지 선생님은 차에 기대어 있던 몸을 일으켰고, 뾰로통하게 말을 걸어왔다.
용건만 간단히 하라는 단호한 선생님의 말에 내 목에 감겨있던 목도리를 풀어 선생님의 목에 감아주곤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떨리네.
“짠, 이거 보이죠?”
“그게 뭔데.”
“뭐긴 뭐에요- 당연히 편지지!”
“편지인 건 아는데 뭐 이리 많아. 전교생한테 편지 쓰라고 협박했냐?”
“우씨, 왜 때문에 날 그런 애로 보는 거죠!?”
“시끄러, 빨리 말해.”
“쳇, 이거! 내가 쌤 좋아한 다음부터 하루에 한 번씩 쭉- 쓴 편지라고요!”
선생님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뚜껑을 열자 그게 뭔데. 하며 물어온다.
자랑스럽게 편지라고 말한 나에게 협박했느냐고 말하던 선생님 덕분에 내 입은 오리처럼 삐죽 튀어나와버렸다.
완전히 삐친 목소리로 하루에 한 번씩 쓴 편지라고 선생님한테 말하며 상자를 발로 쓱- 밀자 선생님이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내가 이런 여자라고요! 놀란 표정을 짓는 선생님에게 떵떵거리며 말을 하자 선생님은 픽, 하고 웃으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뭐야, 그 어린애 다루는듯한 미소는.
“그래서, 이걸로 고백하겠다고?”
“ㄷ,당연하죠! 오늘 고백한다고 했잖아요!”
“진짜 겁도 없어, 눈치도 없고.”
“헐- 저 은근 겁 많거든요! 눈치도 짱짱 많아요!”
“완전 없어.”
“아, 진짜 졸업식까지 단호해.”
“당연히 단호해야지,”
한참을 서서 웃던 선생님은 나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말을 걸어온다. 아니, 완전히 비웃으면서.
비웃어버리는 선생님 때문에 잔뜩 당황해 말을 버벅이자 또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웃어 보인다. 끝까지 단호한 건 말도 못하고.
“○○아. 넌 너무 어려,”
“그게 뭐요.”
“그래서 안되. 철컹철컹 몰라? 나 은팔찌 해주려고?”
“아나, 그래서 졸업하고 고백하잖아요.”
“너희 부모님이 되게 싫어하실 거야.”
“괜찮아요- 우리 엄마 아빠 나이 차이 11살!”
“어?……….”
“고갱님, 당황하셨어요?”
어린 게 선생님을 놀려먹네, 매일 장난으로 내 말을 넘기려던 선생님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부모님의 얘기까지 꺼내며 말하는 선생님께 나이 차이 11살! 하고 외치니 그제야 당황한듯 어? 하며 되묻는다.
아유, 귀여워라. 선생님의 두 볼에 내 손을 올려 볼을 꼬집는 시늉을 하자 딱밤을 때리며 선생님을 놀려먹네, 하며 또다시 진지한 상황을 벗어나 버렸다.
역시, 진지한 건 우리랑 안 맞아요. 그쵸?
“이제 졸업해서 선생님 못 보니까 쐐기를 박아놔야죠.”
“진짜 미치겠다 너 때문에.”
“3년이면 어- 마어마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 어마어마하지. 진짜 끈질기다.”
“그래서 싫으세요?”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그럼 좋아요?”
“좋다고 한적도 없지.”
말뚝을 박는듯한 시늉을 하며 쐐기를 박아놔야죠. 하고 말하는 날 보곤 선생님이 이마에 손을 올리며 크게 웃어 보인다.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3년이면 어마어마하잖아요. 하고 또다시 말을 하자 이번엔 무릎에 손을 올리고선 웃는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선생님한테 계속 질문 아닌 질문을 하고 있으니 요리조리 잘도 피해 나가신다. 어휴, 어휴!!
“선생님, 저 진지해요.”
“전혀 아닌 것 같아.”
“아, 진짜! 질질 끌지 말라고요! 나랑 사겨요! 지금부터! 롸잇나우!”
“싫어.”
“헐, 왜요.”
“여자가 고백하면 못났어.”
“그게 뭐야.”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선생님의 팔을 잡고선 진지하다고 하니 이번엔 더 크게 웃어버린다.
그런 선생님 덕분에 소리를 빽빽 지르며 지금부터 사귀자고 하니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싫다며 또다시 단호박을 드셔 버린다.
선생님의 싫다는 말을 듣고선 헐, 왜요. 하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선생님을 보니, 여자가 고백하면 못났어. 하곤 아무 말도 없이 나와 눈을 맞춰버리신다.
매일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말을 흘려놓는 선생님 덕분에 졸업 전보다 울상이 열 배는 더 된 채 선생님을 바라봤다.
“여자가 고백하면 찌질해 보이잖아.”
“에?……. 나 지금 찌질해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쳇,”
“자, 졸업 축하하고. 내 애인 된 거 축하해.”
“네?…ㅁ,뭐야…. 여자가 고백하면 찌질하다면서요!”
“그니까 내가 지금 하잖아. 빨리 안 받아?”
“ㅇ,이게 고백이에요? 사귀자. 뭐 이런 거 없이 애인 된 거 축하해. 이게?”
“싫어?”
“………조금?”
“그럼 이 꽃 받으면 내 애인인 걸로 하자. 됐어?”
“흠,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제가 특별히 받아줄게요!”
“어휴, 이젠 날 가지고 놀려고 하네.”
여자가 고백하면 찌질해 보인다고 말하며 차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선생님. 어이가 없어서 지금 나 찌질해요? 하고 물어보니 이번엔 또 아니란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니 뒷좌석에서 커다란 꽃다발을 내밀며 졸업 축해해, 내 애인 된 거 축하해. 하며 말한다.
애인? 애인이라고요? 속으로는 몇 번을 되물었지만 실제로 되물었다간 영영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 말을 돌려버렸다.
선생님은 도대체 언제부터 나한테 이런 마음이 있으셨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장난을 치자 이젠 날 가지고 노네, 하며 머리를 헝클어뜨려 버린다.
“흐흐- 짱 좋다.”
“그렇게 웃지 마. 용 같아.”
“뭐야 그게,”
“콧김 엄청 세다 너.”
“괜히 어색하니까 그렇죠? 자, 말해봐요. 쌤은 언제부터 나 좋아했어요?”
“몰라, 네가 하도 치근덕대니까 좋아졌나 보지.”
“뭐야 그게, 쌤 짱시룸.”
“왜 때문에 싫은 건데?”
“푸흐- 쌤 이제 내 말투도 닮아가네요? 왜 때문에?”
“((((((((((김종인)))))))))”
“그게 뭐야-”
“뭐긴 뭐야, 다 너한테 배운 거지.”
꽃다발을 바라보며 흐흐- 하며 코웃음을 치자 선생님이 용 같다며 이렇게 웃지 말란다.
당연히 이 한겨울에 콧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데! 괜히 창피해져 선생님 핑계를 대며 말을 돌려 언제부터 날 좋아했느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내 말에 대답을 해주며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다시 나의 목에 감아줬고,
내 말투를 닮아버린 선생님 때문에 한참을 웃다 ((((((김종인)))))) 을 듣고 빵 터져 선생님한테 기대어 웃으며 그냥 안겨버렸다.
“아, 따숩다!”
“뭐, 나쁘진 않네.”
“왜 이렇게 사람이 삐딱해요?”
“내가 원래 다 돌려 말하는 성격이어서 그래.”
“그럼 앞으로 고칩시다. 애인 씨,”
“오글거려, 그런 거 하지 마.”
“쳇, 안 해요 안 해!”
“그래,”
“쌤,”
“왜.”
“짱 많이 좋아해요.”
“나도 그런 것 같다.”
편지를 잔뜩 썼던 상자는 이미 저 멀리 치워진 지 오래요.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 단둘이 남아 서로 꼭 껴안고선 별의별 얘기를 다 한 것 같다.
마지막으론 짱 많이 좋아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지.
그렇게 선생님과 나의 사이는 ‘선생님과 제자’ 에서 ‘연인’ 으로 바뀌어 버렸다.
암호닉 |
『 웬디 〃 대박이 〃 정은지 〃 알로에 〃 허럴 |
| Baby J |
암호닉 확인 안하신 분들은 암호닉 확인글에 가서 확인 해주세요. 차기작부터는 확인 된 암호닉만 암호닉으로 하겠습니다. 확인이 되지 않은 암호닉은 쿨삭..ㅠㅠ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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