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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을에 권력+재력가 집안에서 가둬놓고 키우는 아들 취급 못 받는 아들 윤기, 집 부지가 엄청 넓고, 집 뒤엔 산이 있음. 부지가 넓다 보니 한구석에 작은 별채를 마련하고 주위로 높은 담을 둘러서 별채를 숨겨도 티가 안 남. 그 별채엔 집안사람들이 꼴도 보기 싫어하는 윤기가 살고 있음. 남준이는 그 고을에 돈 많은 지주의 아들. 위로는 형님이 하나 있음. 동성혼을 인정하긴 하나 대를 이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첫째 아들은 주로 이성혼을 시키는 편임. 별채에 갇혀 사는 윤기는 하는 거라곤 시종이 가져다주는 밥을 먹거나 별채 마당에 나와 작은 연못 구경, 아니면 담 너머로 보이는 산을 빤히 쳐다보는 거. 심지어 집에서는 윤기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밥도 하루에 두 끼 정도 나옴, 세끼 먹으면 잘 챙겨준 거고 가끔은 한 끼를 주거나 심할 땐 아예 안 주는 날도 있음. 그래서 그 날도 굶주린 배를 팔로 감싸 안고 연못 구경을 하던 윤기는 문득 담 넘어가 궁금해짐. 한 번도 담을 넘어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그 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낑낑거리면서 담을 넘어감. 그러고 얼결에 나와서 돌아다니게 됨. 마침 그 날이 장이 서는 날이어서 저잣거리엔 뭐가 많았음. 그런 저잣거리에서 윤기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른 먹거리도 아니고 설탕과자나 그런 군것질거리를 파는 곳이었음. 한편 남준이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다른 양반집이라든지 하는 곳으로 조그만 물건을 전하러가는 중이었음. 장날이니 저잣거리를 구경하면서 지나가는데 남준이 눈에 들어온 건 군것질거리를 피는 곳 앞에 서서 빤히 과자를 쳐다보는 윤기임. 생전 처음 보는 먹거리가 신기하기도 하고 배가 고팠던 윤기는 그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가 않음. 남준이는 윤기 옆에 슬쩍 서서 윤기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그 끝에 보이는 과자를 삼. 그리고 윤기의 시선이 과자에 따라오니까 슬쩍 웃으면서 과자를 윤기 손에 쥐여줌. 윤기는 남준이가 과자를 자기 손에 턱 쥐여주니까 눈 땡그래짐. 근데 과자를 절대 안 놓음. 남준이가 먹으라고 하니까 그제야 조금조금 먹기 시작함. 근데 과자가 너무 맛있으니까 순식간에 먹어치움. 남준이는 꿀 떨어지는 눈으로 윤기 지켜보다가 과자 더 쥐여줌. 그리고 자기 심부름 가는데 같이 가주면 안 되겠냐고 함. 망충이 같은 윤기는 경계하다가도 과자 더 준다는 말에 그냥 따라가기로 함. 어차피 이대로 팔려가나 집에 가나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준이는 물건을 전해주러 들어가고 윤기는 대문 앞에서 과자를 야금야금 먹음. 물건을 제대로 전달하고 심부름을 끝낸 남준이는 윤기랑 같이 아무 곳으로나 발걸음을 옮기면서 대화를 시작함. 남준이는 기본적인 이름이나 그런 것부터 묻기 시작함. 집에서 쳐다도 안 보는 자식이라는 게 부끄럽고 창피한 윤기는 성 빼고 이름만 말해줌. 남준이가 윤기구나, 하는데 이름 불러주는 게 좋아서 나이도 말해 주려다가 말았음. 어디 사는지 그런 것도 말 안 해주는데 남준이는 캐묻지 않음. 대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함. 내 나이가 몇이고, 이름은 무엇이고, 집은 어디며, 윤기가 궁금해하지 않은 심부름 내용도 줄줄 읊음. 윤기는 남준이를 멀뚱멀뚱 쳐다봄. 물어본 것도 아닌데 자기 혼자 말을 하네. 그래도 자기 또래가 이렇게 말 걸어주고 말 많이 해주는 게 처음인 윤기는 내심 즐거움. 세상 물정 모르고 모든 게 신기한 윤기는 남준이와 길을 가며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친해짐. 저녁 무렵에 윤기는 남준이한테 오늘 선 게 장이라는 걸 듣고, 다음 장은 언제 서는지 그런 걸 물어봄. 남준이가 대답을 해주고 그건 왜 묻냐고 되물음. 윤기는 남준이 옷자락을 살짝 쥐고 다음 장이 설 때 또 만나자고 함. 남준이는 알겠다고 그러면서 다음 장이 설 때도 과자 파는 곳 앞에서 보자고 하면서 웃어줌. 윤기야, 잘 가요. 윤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손만 살랑살랑 흔들어줌. 그리고 둘은 헤어짐. 윤기는 나올 때처럼 담을 넘어서 들어감. 그리고 윤기가 없어졌을 때 밥을 주러 온 시종이 윤기가 왔나 확인을 해보려고 왔다가 돌아온 윤기를 발견하고 주인 어르신께 그걸 고함. 결국 윤기는 그 날 주제도 모르고 어딜 싸돌아다니냐면서 흠씬 두들겨 맞음. 별채에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누워있던 윤기는 오늘 하루 남준이한테 정말 많은 걸 듣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음. 처음으로 말한 낯선 사람이고, 과자도 처음 먹어본 것이고, 오늘 처음 해본 게 많네. 푸스스 웃으면서 윤기는 잠에 듬. 그리고 윤기는 앓기 시작함. 아파서 정신도 못 차리고 별채에서 숨만 쉬고 지냄. 집에선 저러다 죽으면 좋지 하고 그냥 내버려둠.
다 나은 건 아니지만 윤기는 어느날 정신이 듬. 저번에 장 선 이후로 얼마나 지난건지 모르겠고, 장이 섰는지 너무 궁금해서 윤기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별채 밖으로 나옴. 담장에 바둥바둥 매달려서 밖을 쳐다보다가 일단 담을 넘어서 나옴. 근데 그 날은 장이 아님. 윤기는 실망해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일찍 집에 들어옴. 집에선 윤기가 앓고 있으니 시종 시켜서 밥 들이는 것도 멈춘 상태라 아무도 윤기가 나갔다 온 걸 모름. 윤기는 별채에 들어감.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장이 서는지 매일 확인함.
얼마 안 돼서 장이 섬. 윤기는 제대로 안 보이지만 연못에 얼굴도 비춰봄. 맞은 거 다 나았나 쳐다보고 괜찮나 쳐다보고 일어나서 담을 넘어감. 그리고 쪼르르 과자 파는 곳을 찾아감. 남준이는 먼저 나와서 윤기를 기다리고 있음. 남준이는 윤기 주려고 사둔 과자를 윤기에게 쥐여줌. 자연스럽게 둘은 이야기를 하면서 발걸음을 옮김. 돌아다니다가 남준이는 노점상에서 팔찌를 늘어놓고 파는 걸 발견함. 윤기한테 하나 사주고 싶어서 남준이는 윤기를 데리고 그 앞에 섬. 남준이는 구슬 하나가 꿰어진 실팔찌 같은 걸 사서 윤기 손목에 묶어줌. 윤기는 남준이랑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중간중간 손목 보고 만져보려다가 닳을까 만지지도 못함.
그러고 나서 남준이 손 꼭 잡고 돌아다니다가 화방 같은데 가서 그림 도구에 윤기가 관심을 보임. 그럼 남준이가 돈 털어서 붓이랑 막 사옴. 그리고 둘이 그거 들고 쫄래쫄래 가서 같이 그림을 그림. 잘 그린 그림도 아니지만 윤기 별채 구석에 조심히 놓여진 그림. 그 뒤로 윤기는 장 설 때마다 남준이랑 보기로 약속을 함. 남준이는 윤기한테 뭐 사주고 그러려고 평소에 더 열심히 일하고, 심부름을 함. 그렇게 만나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윤기가 맞는 날도 늘어남. 그리고 윤기는 어떻게 하면 얼굴은 안 맞고, 남준이한테 맞은 티를 안 낼 수 있는지 알아감. |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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