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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민윤기
별채에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누워있던 윤기는 오늘 하루 남준이한테 정말 많은 걸 듣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음. 처음으로 말한 낯선 사람이고, 과자도 처음 먹어본 것이고, 오늘 처음 해본 게 많네. 푸스스 웃으면서 윤기는 잠에 듬. 그리고 윤기는 앓기 시작함. 아파서 정신도 못 차리고 별채에서 숨만 쉬고 지냄. 집에선 저러다 죽으면 좋지 하고 그냥 내버려둠.
다 나은 건 아니지만 윤기는 어느날 정신이 듬. 저번에 장 선 이후로 얼마나 지난건지 모르겠고, 장이 섰는지 너무 궁금해서 윤기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별채 밖으로 나옴. 담장에 바둥바둥 매달려서 밖을 쳐다보다가 일단 담을 넘어서 나옴. 근데 그 날은 장이 아님. 윤기는 실망해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일찍 집에 들어옴. 집에선 윤기가 앓고 있으니 시종 시켜서 밥 들이는 것도 멈춘 상태라 아무도 윤기가 나갔다 온 걸 모름. 윤기는 별채에 들어감.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장이 서는지 매일 확인함.
얼마 안 돼서 장이 섬. 윤기는 제대로 안 보이지만 연못에 얼굴도 비춰봄. 맞은 거 다 나았나 쳐다보고 괜찮나 쳐다보고 일어나서 담을 넘어감. 그리고 쪼르르 과자 파는 곳을 찾아감. 남준이는 먼저 나와서 윤기를 기다리고 있음. 남준이는 윤기 주려고 사둔 과자를 윤기에게 쥐여줌. 자연스럽게 둘은 이야기를 하면서 발걸음을 옮김. 돌아다니다가 남준이는 노점상에서 팔찌를 늘어놓고 파는 걸 발견함. 윤기한테 하나 사주고 싶어서 남준이는 윤기를 데리고 그 앞에 섬. 남준이는 구슬 하나가 꿰어진 실팔찌 같은 걸 사서 윤기 손목에 묶어줌. 윤기는 남준이랑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중간중간 손목 보고 만져보려다가 닳을까 만지지도 못함.
그러고 나서 남준이 손 꼭 잡고 돌아다니다가 화방 같은데 가서 그림 도구에 윤기가 관심을 보임. 그럼 남준이가 돈 털어서 붓이랑 막 사옴. 그리고 둘이 그거 들고 쫄래쫄래 가서 같이 그림을 그림. 잘 그린 그림도 아니지만 윤기 별채 구석에 조심히 놓여진 그림. 그 뒤로 윤기는 장 설 때마다 남준이랑 보기로 약속을 함. 남준이는 윤기한테 뭐 사주고 그러려고 평소에 더 열심히 일하고, 심부름을 함. 그렇게 만나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윤기가 맞는 날도 늘어남. 그리고 윤기는 어떻게 하면 얼굴은 안 맞고, 남준이한테 맞은 티를 안 낼 수 있는지 알아감.
그렇게 서로 알게 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 문득 남준이는 자기가 윤기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음. 남준이가 윤기에 대해서 아는 건, 과자 좋아하고 자기랑 노는 걸 좋아한다는 것, 이름이 윤기라는 것뿐임. 심지어 나이도 모르고 성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됨. 그에 반해서 윤기는 남준이가 맨날 물어도 안 봤는데 혼자 줄줄 읊어대니까 남준이가 어디 살고 무슨 일을 하고, 나이가 몇이고 이런 걸 다 알고 있음.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 남준이가 윤기를 붙잡고 캐묻기 시작함. 성은 무엇이고, 나이가 얼마이고, 어디에 사는지.
그 날은 남준이가 사온 과자를 들고 쫄래쫄래 동산에 꽃구경 간 날이었음. 윤기는 평소 같았으면 대답 안 해줬을 텐데 처음 온 꽃구경에 들떠서 하나씩 말을 해줌. 남준이는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윤기에 대해서 더 알게 돼서 좋기도 함. 근데 듣다가 윤기 나이 듣고 충격 받음. 내가 이때까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이름을 막 불렀다니. 윤기야, 윤기야. 어차피 윤기는 자기 이름 불러줄 사람 없으니까 그냥 이름 불러주는 게 좋아서 언젠가 가르쳐주려다가 말았음.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서 괜히 안 들리는 척 고개도 안 돌리고.
윤기는 남준이가 충격 받아서 형님소리 하는 거 듣다가 조용히 말함. 어차피 불릴 일도 없는데 네가 불러. 그럼 남준이는 어물거리면서 묘하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말함. 근데 남준이는 윤기 집안 사정 모르니까 아무생각 없이 윤기한테 말을 함. 왜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안 불러주셔? 윤기는 평생 시종들이 자식 취급도 못 받는다고 못된 말 할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울컥함.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안 부르면서 살 수도 있지, 함. 남준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게 뭔가 말 잘못한 거 같으니까 입을 다묾.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꽃구경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게 됨. 남준이는 윤기 집에 데려다준다고 대뜸 말하는데 윤기는 자기가 정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한참 빙 둘러서 담 넘어 들어가는데, 그거 보이기 싫어서 싫다고 자꾸 남준이 가라고 그럼. 커다란 집 대문 앞에서 윤기가 잘 사는 집 아들이구나, 하고 남준이는 속으로 감탄함과 동시에 의아함을 느낌. 윤기는 문 앞에 서서 안 들어가면서 남준이더러 자꾸 가라고 함. 남준이는 왜? 이러면서 입 삐죽거리다가 결국 윤기 성화에 못 이겨 집으로 돌아감. 윤기는 남준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음.
그 뒤에 다음 장이 열리기 전 어느 날에 남준이가 윤기를 찾아 윤기네 집으로 옴. 그렇게 윤기네 집은 발칵 뒤집힘. 남준이는 영문도 모르고 쫓겨나고 윤기는 매타작을 당함. 그리고 윤기가 있는 별채 문도 잠김. 시종들이 윤기 식사 가져다 줄 때만 열림. 시종들은 윤기 이야기 할 때 비꼬려고 별당 도련님~ 하고 부름.
별채 안에 갇혀있던 윤기는 아픈 몸도 뒷전으로 미루고 남준이를 만나러 가자, 하고 온 힘을 다해서 문에 몸을 부딪침. 말이 별채지 관리도 잘 안하고 사는 사람이라곤 윤기뿐인 곳인 낡은 별채임. 윤기가 부딪치니까 문이 와작 부서짐. 난생 처음으로 남준이 집에 직접 찾아가게 됨.
말로만 듣던 집 앞에 오니까 실제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그래서 윤기는 쉽사리 집에 못 들어감. 윤기는 고민하면서 앞을 기웃거리는데, 이상한 놈 취급을 받으면서 남준이 집 종놈들한테 잡혀 들어감. 마침 집에 있던 둘째 도련님 남준이한테도 기별이 가서 남준이가 나옴. 언놈이? 이러면서 인상 팍 쓰고 나오는데 그게 윤기임.
남준이는 신발 제대로 신을 생각도 못하고 버선발로 달려가서 윤기 상태부터 확인 함. 흙투성이에 멍투성이, 얼굴 창백하고 입술 버석하니 부르터가지고 남준이는 걱정하느라 얼굴이 심각해짐. 남준이가 심각한 얼굴로 윤기를 걱정하는 거 보고 다들 눈치를 보기 시작함. 그렇게 여차저차 윤기는 남준이 방으로 들어가게 됨. 남준이가 윤기 걱정 엄청 하면서 조심조심 약을 발라줌. 윤기는 가만히 남준이가 하는 대로 받다가 조심조심 남준이한테 모든 걸 털어놓음. 윤기에게 모든 걸 다 듣게 된 남준이는 그제야 자기가 찾아간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깨닫게 됨. 없는 자식을 찾으니 쫓겨날 수밖에.
남준이가 미안해하니까 윤기는 네 탓이 아니라고 남준이를 다독임. 그렇게 있다가 윤기는 옷 흙투성이고 그런데 집에 가야한다고 일어남. 남준이는 걱정하면서 옷이라도 다른 거 입고 가라고 챙겨준다고 그러는데 윤기가 아니라고, 괜찮다고 함. 그러고 간다고 쫄래쫄래 나감. 남준이는 윤기 가로막으면 될 일인데 윤기가 너무 강경하고 그래서 손에다가 약이랑 간식 든 보따리를 쥐어 줌. 그렇게 윤기는 집으로 돌아가고, 이번엔 언제 만나자는 약속도 안 하고 둘은 헤어지게 됨.
둘은 그냥 하염없이 서로를 떠올림. 남준이는 다른 짓이라도 하면 윤기 생각이 잘 안 나기는 한데, 윤기는 밑도 끝도 없이 남준이가 생각남. 별채 안에만 있는데 남준이랑 그린 그림도 있고, 약이랑 간식 싸줬던 보따리도 있고, 심지어 팔목에 팔찌도 있으니 하염없이 남준이 생각만 남. 계절은 봄이지만 아직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봄비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도저히 참지 못한 윤기가 남준이를 찾아 감.
저번에 잠시 소란 있었던 게 효과가 있는지 이번에는 남준이 방으로 자연스럽게 윤기를 모심. 남준이는 봄비 다 맞고 온 윤기 보고 식겁함. 이번엔 윤기가 뭐라고 하던지 옷 갈아입히겠다고 으름장을 놓음. 결국 윤기는 남준이가 가지고 온 옷으로 갈아입음. 근데 남준이 옷이라서 길이가 안 맞으니까 남준이가 옷소매하고 걷어줌. 걷어주는데 손목에 팔찌 하고 있는 거 보고 흐뭇하게 웃음. 그 사이에 팔찌 되게 낡아버려서 남준이는 흐뭇해하다가 하나 더 사줘야겠다고 생각함.
옷 다 갈아입은 윤기랑 남준이는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어느 샌가 대답하는 말도 없어지기에 쳐다봤더니 어느새 윤기는 잠들어있음. 남준이는 자기 자는 자리에다가 윤기 조심히 눕혀두고 종놈 불러서 불 좀 더 때라고 시킴. 윤기가 자는 동안 옆에 누워서 윤기 얼굴 빤히 쳐다보던 남준이는 그렇게 같이 잠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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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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