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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llel : 1. (두 개 이상의 선이) 평행한 2. (둘 이상의 일이) 아주 유사한 3. 병행의
김남준×민윤기
그러다가 어느 날 남준이가 달구경 가자고 윤기한테 엄청 조름. 결국 밤에 몰래 빠져나온 윤기는 남준이를 만나러 감. 둘은 낮에 종종 꽃구경을 가던 동산에 올라서 자리를 잡고 앉음. 자연스럽게 윤기 손 붙잡고 달구경 하던 남준이는 달토끼 이야기가 떠오름. 윤기야, 하고 남준이가 부르니 금방 고개가 휙 돌아오면서 눈을 맞춰옴. 달빛 아른거리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남준이는 괜히 기분이 묘함. 그래서 괜히 웃으면서 윤기에게 달에 토끼가 사는 걸 아느냐고 물어봄. 윤기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림. 토끼가 어떻게 달에 사느냐고 되묻지만 돌아오는 답은 달토끼에 대한 이야기뿐임. 윤기는 처음에는 의아해하더니 나중에 가선 달토끼 이야기를 굳게 믿기 시작함. 서서히 져가느라 얼마 남지 않은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달빛이 쏟아지니 윤기는 괜히 그 이야기가 더 믿음이 감. 남준이는 그런 윤기의 모습이 귀여움.
출출하지 않냐면서 남준이가 챙겨온 떡을 나눠먹고 남준이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함. 달님한테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것도 알아? 떡고물이 묻은 윤기의 입가를 손으로 조심히 털어주면서 남준이는 물꼬를 틈. 윤기는 아까 토기 이야기에 이어 달님한테 소원을 빈다는 말까지 믿기 시작함. 남준이는 윤기한테 얼른 소원을 빌자고 말함. 그래서 둘은 나란히 앉아서 달님한테 소원을 빎. 남준이가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툭 물어봄. 윤기는 이걸 말해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조심히 입을 엶.
그냥 이대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남준이는 고민하는 윤기를 보면서 소원 빈 거 말하면 안 이뤄진다고 하려고 했는데 수줍게 웃으면서 말하는 윤기를 보고 아무 말도 못함.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벅차오르는 마음에 남준이는 조용히 있다가 나도 그랬다고 말하면서 웃음. 조용히 서로 바라만 보다가 뭐에 홀린 것 마냥 남준이가 먼저 다가섬. 가벼운 입맞춤인데도 불구하고 잔뜩 떨리고 따뜻한 느낌이 듦. 나도 이대로 윤기 너랑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뒤로 둘은 아무 말 없이 손만 꼭 붙잡은 채로 달만 하염없이 바라봄. 그렇게 늦은 밤 남준이는 윤기를 데려다주기 위해 윤기네로 향함. 괜히 보기만 해도 마음 아픈 담 앞에서 아까와 같은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윤기를 보냄. 늦은 밤이었지만 둘 다 잠이 오기는커녕 잔뜩 떨리는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함.
달구경 하고 온 뒤로 서로 알게 모르게 분위기가 묘해짐. 그 전까지는 그냥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이 그 후로는 자구 의식하게 되고 신경이 쓰임.
남준이랑 윤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고 놀러도 다니니까 그 근방은 거의 다 가봤다고 해도 무방함. 심지어 달구경을 갔던 그 날 이후로 한 계절이 지나도록 놀러를 다녔으니 남준이와 윤기의 손바닥 위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음. 문득 윤기는 남준이랑 처음 그림을 그렸던 그 동산이 생각나서 남준이를 이끌고 무작정 올라감. 그림을 그렸던 그 자리를 찾아가서 나무 그늘 아래에 숨음. 그림을 그렸던 그 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을 맞음. 노곤하고 기분 좋게 풀어지는 기분에 얼굴 가득 미소가 돎. 그리고 수박이라도 나눠먹을라 치면 수박 먹는 윤기 보느라 자기 수박 먹을 정신도 없는 남준이임. 그러다 문득 여름 내내 같이 놀았는데 윤기는 하얗고 남준이 본인은 까만 걸 발견함. 괜히 자기만 까맣게 탄 게 억울한 남준이는 윤기 옷소매 걷어놓고 자기 팔이랑 비교도 하고 주물러도 보고 함. 그렇게 하루하루를 마음 가는대로 보내고 있었음.
계절이 하나 지나간 사이에 입맞춤도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져서 둘만 있을 때면 입술이 맞붙을 때가 있음. 근데 익숙하고 자연스러운데도 하고 나면 얼굴 빨개져서 서로 쳐다도 못 보고 쑥스러워함. 그 날도 그런 날이었음. 남준이 집에 놀러온 윤기랑 입술이 맞붙은 날이었음. 쑥스러움 가득한 분위기 풀풀 풍기면서 윤기를 데려다주고 돌아온 남준이를 아버님이 붙잡아 앉힘. 설레는 기분으로 자리에 앉은 남준이는 아버님 입에서 나온 혼담에 표정이 굳어짐. 그리고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 윤기만 둥둥 떠다님.
아버님 말이 길어지자 남준이는 당당하게 윤기랑 혼인하고 싶다고 말을 함. 아버님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첫째는 이미 애도 있고 하니 남준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혼인해도 되겠구나 싶어서 흔쾌히 허락을 하심.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남준이는 윤기를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올 궁리를 함. 아버님이랑 이래저래 윤기 이야기를 하면서 돈 퍼부어서 사간다 그러면 윤기를 내어주지 않겠냐는 말이 나옴. 남준이는 윤기를 돈으로 사오는 거 같아서 기분이 조금 그렇지만 윤기를 데리고 오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림.
윤기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데리고 오면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할까 남준이는 미리 윤기에게 말을 하기로 함. 아버님과 윤기네와 접촉을 할 날을 정하고 며칠 전 즈음에 남준이가 윤기네 별채로 들어섬. 그리고 처음 윤기네 별채에 들어섰던 날처럼 이불 위에 나란히 앉음. 윤기 손을 꼭 잡고 남준이는 아버님과 나눈 이야기,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윤기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줌. 윤기는 어안이 벙벙함. 그래도 자기를 꼴도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과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주는 사람과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내심 마음 한 구석이 따끈하고 보들보들하게 행복해짐.
그리고 그렇게 윤기에게 언질을 하고 며칠 뒤 남준이네와 윤기네가 접촉을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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