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음, 저기 변선생님.. ” 쉬는 시간 종치기 1분 전, 교무실인 2층에서 4층인 2학년 3반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계단 오르기 싫어서 쉬는 시간 내내 책상에 엎어져 칭얼거리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겨우 떼내고, 기지개 한번 시원하게 쭉 펴고 막 나서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셔츠를 잡아당기는 그 익숙한 느낌에 소름이 끼쳐 몸이 살짝 부르르 떨렸다. 이젠 안봐도 알 것 같아.. 왜요? 부러 심드렁한 표정으로 뒤돌았다. 역시나 경수였다.
이제 백현은 미안한듯 얼굴을 긁적거리며! 제 목적을 바로 말하지 않고 ‘어’와 ‘음’을 찾으면서 있는 뜸 없는 뜸 다 들이며 눈알을 부러 도로록, 도로록 굴리는! 이 리액션이 다 귀여워 보이려는 수작인걸, 안다. 물론, 알면서도 당하는 건 안 자랑. 그렇다! 사실, 상대적으로 교과서보다 학습지로 수업할때가 많은 도경수(31. 청담고 음악선생)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변백현(32.청담고 체육선생)에게 일 시킬때만 말건다는 건다는 것은 청담고 내에 암암리에 떠도는 유명한 풍문이기 때문에 백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사실 그 풍문은 종대가 냈다.) 경수가 괘씸하지만 해달란대로 다 해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귀여움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위로 딸린 누나들이 많아서 그런가, 백현은 그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학용품은 물론 베개, 침구류, 심지어 숟가락 젓가락까지도 핑크색, 키티, 레이스 달린 물건으로 사용했다. 보편적으로 그런 것들은 여자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그 나이대에 남자애들은 요술공주 세리보다는 로보트 태권V를 본다는 것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자신을 비롯하여 핑크공주라고 불리우는 남자아이들이 몇 명있었지만,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백현은 그 아이들이 자신처럼 좋아서 그런 샤랄라~한 물건을 들고다니는게 아니라, 새 물건 살 돈 아끼려고 할 수 없이 물려받아 쓰는 것을 안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물론, 누나들은 그때부터 호모녀의 기질이 있었던 건지 그런 자신을 무척 예뻐하며 현이가 아니라 현아라고 불렀다. 지금도 가끔 그렇게 부르는데, 솔직히 싫지는 않다. 현아현아. 뭔가 귀엽지 않은 가? 여튼, 부모님도 걱정하시고 그것때문에 중학교때 왕따가 된 이후로 집 이외에 곳에서는 남자다운 척! 핑크색을 혐오하는 척! 욕도 팍팍쓰고! 그러다가 이번엔 마초라고 또 왕따당해서 그냥 평범하게 살았다.
***
변태.
종대가 백현을 처음 보자마자 떠오른 단어다. 땀 냄새나는 시커먼 남정네들만 있는 학교에서 핑크색 삔으로 야무지게 앞머리를 까고 체육시간에 탄다며 선크림을 꼼꼼히 쳐바르는, 손을 씻고 나서 손수건으로 꼼꼼히 물기를 닦고 아카시아 향이나는 핸드 크림까지 쳐바라는 백현을 처음 본 그 당시엔.. 진짜 그거 그, 뭐냐.. 어! 그래, 존나 후로 게인줄 알았다.
그래서, 기겁하고 피해다녔지만(사실 얘가 왕따 주동자) 쭉 보다보니 그냥 좀 모으는 물품이 여성스러울 뿐이지 게이는 아닌 것 같아 큰 맘 먹고 친구 해주는데, 요즘 어디서 굴러먹던 흰자 부자 새낀진 몰라도 이 새끼가 부임하고 나서부턴, 잔잔한 수면에 물 수제비 뜨는 것 처럼! 서른 다 되어서 뒤늦게 정체성을 찾은건지! 아니면, 진짜 단지 ‘귀여워서’ 때문인지 몰라도 여튼, 제 친구가 점점 아마 게이가 돼가는 것 같아 요새 마음 고생 심하게 하는 종대다.(다시 절교할까?) 도경수(선생님) 저거는 진짜 어? 요물이야, 요물. 아마 정년 퇴직할 때까지 아니, 백현과 경수. 둘 중 하나가 다른 학교로 부임할 때까지 이 호구짓은 계속 될 거라고, 감히 변백현 키티 30주년 한정판 팬티 걸고 장담함. 흑, 불쌍한 우리 큥이.. 이러다 지켜보던 내가 단명하겠어.. 킁, 코가 시큰하네, 감기가 들려나.
*** (다시 전지적 배큥이 시점)
“ 저, 지금 수업들어가야 되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도쌤? ”
일부러 귀찮다는 듯 말하자 경수가 눈썹을 축 내려며 작정한듯 손까지 꼼지락 거렸다.
“ 제가.. 사실.. 오늘 박쌤 대신에 7반 보충 들어가는데..그게요.. 음악보충자료 복사를 해야하는데..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변쌤도 바쁘시죠.. 그죠? ”
하면서 입술을 삐죽삐죽,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리다가 그죠? 하면서 상처받은 강아지 눈망울을 하는데! 마음이.. 마음이 동한다.. 그래, 내가 그럼 그렇지. 이 얼굴을 어떻게 당해낼수가 있겠습니까? 여부가 있나요. 결국 제가 먼저 GG를 치고야 말았다.
“ 제가 해드릴 게요, 몇 장인데요? ”
언제 그랬냐는 듯 미안한 기색을 그새 지운 경수가 얄미울 정도로 싱글벙글하며,
“ 아,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그럼 300장만 부탁해요 변쌤♡ ” 하고 윙크를 날리고 가는데.. 한대 치고싶기는 커녕,
너무 귀엽잖아.. 씨발.
결국, 백현은 대충 체육 부장한테 준비 운동 시키고, 체육 창고에서 알아서 공을 꺼내서 축구를 하든 농구를 하던간에 알아서 하라고 하곤, 깜찍이 도쌤을 위해서 쾌쾌한 냄새나는 프린터 실에서 음악 프린트 300장을 열심히 복사하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있든 말든 자유 시간이고, 내가 학교에서 하는 일도 딱히 없잖아. 끽해야 급식지도? 그렇지.. 월급 값 한다고 생각하자. 홍홍. 지금부터 백현이가 복사한다 홍홍홍. 시발..
“ 쯧쯔, 그러니까 내가 그때 앞으로 또 그러면 거절하랬잖아. 지가 호구짓 해주면서 뭘, 누굴 탓하겠어? 그지? ”
“ 아, 팍 씨! 너는 수업도 없냐? 니 할 일이나 하셔. 훠이훠이 우리 경수가 열심히 타이핑하고 백현이가 복사한 성스러운 학습지에 부정탐. ”
“ 존나 지랄; 넌 존나 남자로서 자격이 없어. 꼬추 떼라 ”
그 말에 프린터기 위에 시체처럼 늘어져있던 백현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볼록한 철(凸)자를 날려주었다. 발끈한 종대가 진짜 꼬추가 있나 없나 확인해봐야겠다며 바지를 벗기려고 달려들어서, 자신의 소중하지만 부끄런 키티 팬티가 드러날까봐 안간힘을 써서 지켜냈다. 이거 들키면 진짜 30년 놀림감이지.. 암. 저 새낀 대체 누가 뽑았나 몰라!
***
“ 내 생각에 백현이 너는 셋 중에 하나야. 첫째, 존나 호구거나 둘째, 존나 호구거나 셋째 존나 호구거나. ”
“ 그게 그거잖아, 씨발놈아! ” 백현이 종대의 허리를 발로 찼다. 아야야. 종대가 앓는 소리를 내며, 가자미 눈으로 백현을 흘겼다. 호구새끼 주제에.
야, 니가 안 당해봐서 몰라. 존나 잘 봐봐. 이렇게 눈을 크게 뜨고! 이렇게 눈썹을 축 늘어트리는데 어떻게 내가 당해낼 도리가 있겠어? 니가 생각해도 존나 귀엽지? 그지? 종대는 그건 니가 씹변태라서 그렇게 느끼는거라고 말해주고는 싶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 변태한테 변태라고 해봤자 자기가 왜 변태냐고 따지기만 할뿐인걸 그 간에 학습으로 아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중얼중얼…
그나저나 정말 심각해. 홀렸어,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한테 아주 제대로 홀렸어..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되겠어, 이 불쌍한 중생을 구제 할 수 있는 건 이 종대님 뿐이지! 암! 그렇고 말고. 백현이 자주 있는 일이지만 있을때마다 조금 걱정되는 종대의 이상 현상(혼잣말)에 아까 내가 너무 세게 찼나?하며, 종대의 옆구리를 쿡쿡찌르며 안색을 살폈지만, 종대는 그저 말 없이 자신의 사랑스러운 태쁘가 광고하는 프림대신 우유를 넣어서 건강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에는 안 좋은 달기만한 커피를 홀짝거리며 좁고 곰팡이 냄새나고, 변백현(이라고 쓰고 호구라고 읽는다.)이 있는 프린트실을 나섰다.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해.
맞춤법 수정 감사히 받습니다. 제가 읽고 싶어서 쓰는 자급자족 픽.
제목은 다 쓰고, 뭐라 할지 모르겠어서 걍 막 지음..ㅋ..ㅎ..
사실 커플링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단 백도! 전 사실 오백도 좋고 백도도 좋고. 됴총도 좋고 백총도 좋고..
이렇게 쓰다가 갑자기 사실은 주인공이 민석이에요!!!!!! 하면서 등장시키는 것도 좋고.
뜬금 없는 커플링이 나올지도 몰라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사례금 500만원 걸린 사건(사진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