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복도에 열린 창문으로 신선한 봄바람이 지민의 머리칼을 흐트렸다. 지민은 바람으로 헝크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닫힌 양호실 문을 열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양호실안, 지민은 작은 몸을 웅크리고 양호실안으로 들어갔다.
*
사람소리가 들리는 안쪽을 들여다보니, 학교 여학생 맘에 불을 질렀다는 양호선생과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 지민은 호기심에 구석에 자리를 잡고 그들을 바로봤다. 남자와 양호선생은 서로 대치하듯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러다 남자가 양호선생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러자 양호선생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쳐냈다.
"여기까지 찾아오면 어쩌자는거야? 내가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저번학교에서 내가 어떻게 쫓겨났는지 기억안나? 지긋지긋 하다... 그만하자는 말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 돌아가, 부탁 아니야"
"윤기야, 제발 이러지마... 내가 더 잘할게"
"당신이 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거 당신도 잘 알잖아? 이말도 벌써 몇번짼지 모르겠다... 돌아가"
"윤기야, 이짓 왜 하는건데... 박봉이잖아 너 일 안해도 내가 먹여살려준다니까?"
"내가 니 첩이야? 니가 나한테 뭐라도 되는줄 아나본데, 착각하지말고 꺼져, 내가 좋기말하니까 존나 우습냐? 참는데도 한계가 있어...난 이미 그 한계를 경험했어. 어렵게 구한 학교야 제발 돌아가"
심오한 대화내용에 지민은 숨을 죽이고 그 대화에 몰입했다. 그 순간 양호선생과 같이 있던 남성은 양호선생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입을 맞췄다. 지민은 헉,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입을 막았다.
양호선생은 있는 힘껏 남자를 밀치고 뺨에 주먹을 날렸고, 남자는 바닥에 큰소리와 함께 나뒹굴었다.
"민윤기, 내가 이학교에 소문낼거야...니 새끼가 더러운 동성애자라는거 다 소문낼거라고"
"그래 나 동성애자야, 그러면 너는? 아랫도리 간수하나 못해서 약혼녀 냅두고 더러운 동성애자랑 놀았냐? 니놈 회사 게시판에 너에 대해 써줘? 니가 이따위로 나오면 나 죽고 너 죽고야..."
"윤기야, 제발 이러지말자 어? 어?!!!!"
"니 약혼녀가 불쌍하다, 미래의 남편이 이렇게 남자하나 못 잊어서 직장까지 쳐들어와서 애걸복걸 하는거 보면 퍽이나 결혼하고싶은 마음이 생기겠어"
"..씨발 민윤기!!! 니가 다 꼬셔놓고, 니가 다 홀려놓고!!!"
"..."
"씨발 좆같아"
"난 가만히 있었어,"
"넌 꽃같아, 항상 주변에 벌과 나비가 우글거리지... 히자만 니 꿀은 그 벌과 나비에게 치명적이야... 씨발 민윤기 어디 한번 잘 살아봐라"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놀란 지민은 침대 밑으로 몸을 숨겼다. 남자의 구두가 사라지고, 윤기의 신발만이 양호실안에 남았다. 지민은 아 좆됐다, 어떻게 양호실을 빠져나갈지 고민하는데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침대밑에 숨어있는 관음고양이 이제 그만 나오지 그래?"
"..."
"다 봤으니까, 그만 나오지"
지민은 머쓱하게 침대밑에서 나왔다. 윤기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모니터에 시선이 향해있을뿐... 지민은 지금까지 자신이 본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렸다. 야동에서도 보지 못했고, 심지어 키스 경험이 없는 지민은 남자와 남자의 키스씬을 직접 보다니 멍하기만 하다.
윤기는 멍때리고 있는 지민을 슬쩍 쳐다보고 한숨을 한번 쉬고, 입을 열었다.
"다 봤겠지..."
"..."
"소문 낼건가?"
"...글쎄요, 너무 놀라서 아무생각이 안들어요"
"소문내도 상관없어, 어차피 치기어린 남학생의 모함이라고 생각할거니까... 남자 양호선생이란 꽤 게이루머, 변태루머에 시달리는 편이거든? 근데 말이야... 난 전혀 억울하지 않아, 왜냐면 난 진짜 게이에 변태가 맞으니까"
"..."
"도망가는게 좋아... 아까 그새끼처럼 나때문에 인생 꼬이기 싫으면"
"..."
"넌 말이야, 꽤 위험해... 지독하게 단내가 나거든"
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이 서 있는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침대로 점점 몰아갔다. 지민은 그저 윤기가 움직이는대로 뒤로 점점 밀려났다. 털썩, 지민은 침대에 주저 앉았다. 윤기는 지민의 뺨을 어루만졌다. 점점 윤기의 손은 입술로 갔다. 지민은 고개를 돌려 윤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다 풀린 지민은 벗어날수 없었다.
그리고 윤기의 입술이 지민의 입술에 닿았다.
윤기의 입술이 닿는순간 지민의 눈가에 알수없는 눈물이 차올랐고, 주먹이 윤기의 뺨을 때렸다.
"뭐...뭐하는짓이야!!!"
"딸기맛이.. 나는군"
"씨발!!!!! 뭐하는짓이야!!!"
"설마.. 내가 첫 뭐 그런건 아니겠지?"
"씨발.....씨발!!"
"맞나보네"
"너..너 뭐야?"
"들었잖아? 말했잖아, 나 게이, 변태라고"
"..."
"인생 제대로 꼬였네, 박지민군"
지민은 침대에서 일어나 양호실을 빠져나가버렸다. 윤기는 피가 나는 입술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닦고, 서럽을 열어 알콜솜을 꺼내 입술에 가져다 댔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첫키스를 빼앗은 댓가로 입술의 상처는 꽤 약하다고 생각하는 윤기였다.
"분명 넌 돌아오게 되있어, 박지민...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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