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의 사제복을 상상하면서 보시면 막장력이 들합니다
윤기는 작고 오래된 성당의 신부님이야. 도시 외각 산골 넘어가는 곳에 있다 보니까 미사에 오는 사람들도 적을 뿐더러 다들 동네 주민이라 아주 익숙해.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거지. 큰 일이라고 해봐야 역사가 깊은 성당이라 일년에 한 번 전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맞는다거나, 그마저도 서른 명 남짓이지만, 가끔 아이들 세례식이 전부야. 요즘엔 새로 태어나는 아이도 없어서 그마저도 안 한지 꽤 되었어.
그런 민윤기 신부님이 요즘 영 거슬리는 일이 하나 생겼어. 참석하는 사람도 다섯 남짓인 일요일 새벽 미사는 듣는 사람도 꾸벅, 말하는 윤기도 졸음을 쫓아가며 겨우내 마치는데, 얼마 전부터 미사가 한창 시작되고 나서 다들 슬그머니 긴장을 놓을 때 쯤 낡은 문 끼이익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샛노란 머리를 한 청년 하나가 들어와. 짤그락 거리는 가죽자켓에 요란한 피어싱, 그게 태형이야. 처음엔 너무 의외의 일이라 윤기가 미사 도중에 말실수를 하고 졸던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떨구었던 고갤 들었지. 미사가 끝나고 사무장님께 물어보니 새로 등록한 사람인데 이사를 온 것도 아니고 도시 번화가에서 여기까지 오는 거란 말에 윤기는 참 별사람 다 있구나 싶다 생각해. 도시엔 가까울뿐더러 아주 크고 화려한 성당이 있거든. 복잡한 곳이 싫은가 싶다가도 꼬박 나오는 걸 보니 신앙심이 참 깊은 것 같아 대단하단 생각에 다음 번에는 미사가 끝나면 얘기라도 나누어보자고 마음먹었어. 태형인 늘상 늦게 들어와놓고는 요란한 차림과 다르게 맨 뒷자리에서 세상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중얼 입 한 번 쉬지않고 기도하고, 윤기가 얘기할 땐 또 세상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까지 끄덕이며 듣고 있어. 조는 사람들 까만 정수리들 틈에 샛노란 머리 더하기 뚫어질 듯 쳐다보는 눈빛이 어찌나 뜨거운지 윤기는 종종 시선을 잡아끄는 태형이와 단 둘이 있단 착각까지 해.
그러던 어느날 일요일도 아니고 새벽도 아닌데 빈 예배당에 태형이가 혼자 않아서 중얼중얼 기도를 하고 있는거야. 윤기는 도대체 매일 무슨 기도를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어서 기도하는 태형이 뒤로 가 슬쩍 앉았는데, 들리는 말이, "주님, 오늘 저녁은 짜장면이 좋을까요, 짬뽕이 좋을까요. 둘 다 먹고 싶지만 짬짜면은 찜찜해요. 역시 한 그릇 곱빼기가 진리잖아요. 주님은 어떤 거 좋아하세요. 천국도 배달 돼요? 중국집 있나요. 주님 이 어린양을 옳은 길로 인도해주세요." 따위를 중얼거리고 있는게 아니겠어? 어이가 없어진 윤기는 헛웃음이 나와 자리에서 일어났어. 분명 소리는 전혀 내지 않았는데 태형이가 갑자기, "주님, 신부님도 짜장면 드시나요. 신부님은 짜장면파인지 짬뽕파인지 궁금합니다. 곱빼기는 커녕 한 그릇도 못 드실 것 같은데, 알고 보니 면보단 탕수육 파일까요. 검은 사제복 입고 앉아서 나무젓가락으로 비닐 긁어서 벗기면 저도 당장 벗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아 주님, 제가 저녁 먹자고 하면 신부님이 같이 먹어주실까요. 신부님 오늘 저녁 짱개집 어때요?"
하고 고개를 돌려 윤기를 바라보곤 씩, 웃어. 윤기는 세상에 이런 유형의 미친놈도 있구나, 하고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아. 그리곤 오늘 저녁엔 김태형 형제님을 위해 기도하자, 따위의 생각을 해. "주님이 신부님은 저녁 혼자드시겠답니다." "왜요? 혼납니까?" "아니요, 주님이 주신 일용할 양식을 소중히 하고 싶다네요." 하고 윤기가 돌아서자 태형이가 얼른 일어나 따라 걸어. "신부님은 왜 신부님이랍니까?" "신부님은 밥도 안 먹어요?" "밥 같이 먹으면 혼납니까?" "그래서 짜장면이 좋아요 짬뽕이 좋아요?" "탕수육은요? 팔보채? 깐풍기? 짱개 싫어해요? 그럼 피자 어때요? 신부님도 치느님파? 너무 싱거운데 그럼. 뭐 신부님 이즈 뭔들. 그래서 뭐 좋아해요?" "혼자 먹는 거 좋아합니다." "혼자 밥 먹는 걸 누가 좋아한대 참나. 그럼 먹는 거 구경해도 돼요? 식사하실 때도 사제복 입고 드십니까? 검은 색이라 튀어도 괜찮아요? 로만칼라는 흰색인데 거기 흘리면 어떡합니까? 벗고 먹나?" 윤기는 조잘조잘 열심히 치대는 태형이가 당황스러워. 태어났을 때부터 독실한 신자였고 신학교에 진학해서 신부가 될 때까지 이런 일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같은 남자한테. 어릴 때부터 말수도 적고 만사 관심 없던 윤기는 여적 연애는 무슨, 첫사랑이고 짝사랑이고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어. 신학교 시절 묘한 감정이 드는 선배가 있었는데 윤기는 당시 죄책감과 자기환멸에 한참 시달렸거든. 단식기도에 침묵수행까지 했으니까. 그런 윤기한테 태형이는 아주 당황스러운 존재였던 거야. 윤기가 걸음을 빨리해 고해성사실에 들어갈 때까지 바로 옆에선 노란 머리칼이 시야에 어른거리고, 귀엔 웃음기 섞인 목소리와 짤랑 거리는 피어싱 소리가 따라왔어. 어두운 고해성사 실에 들어서 숨을 고르는 순간 마음이 가라앉고 묘하게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은 윤기는 크게 호흡을 골라. 그런 윤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림막 맞은 편에서 불이 켜지고 태형이 들어와 앉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윤기가 아무말이 없자 태형이 말을 이어. "고해는 처음입니다. 저는 사실 주님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을 믿어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처음 신부님을 보았을 때 저는 신이 있단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금욕섹시는 이런 것이라고,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신부님을 이제야 만나 금욕섹시의 미덕을 늦게 깨달은 저를 용서하시고 노출의 미덕보단 가림의 미덕을 섬기겠나이다.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사하여주시고, 앞으로 신부님과 함께할 성인들의 뜨거운 밤을 축복해주소서." 윤기는 점점 수위가 올라가는 태형의 말에 일어서 나가지도 못하고 점점 굳어가. 그동안 열심히 억누르던 자신의 동성을 향한 욕구가 흔들리기 시작해. 뒷이야기는 들을 새도 없이 태형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급하게 사제경을 읽고 일어서려는 윤기의 손은 태형이 낚아채고 네번째 손가락을 깨물어.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에 놀라 손을 뺀 윤기의 네번째 손가락엔 이빨 자국이 남았어. 가림막 틈으로 머릴 내민 태형이 "약혼 반지에요." 하며 웃는 걸 마지막으로 윤기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궈버려. 그런 윤기의 등 뒤로 예배당을 쩌렁쩌렁 울리는 태형이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 "신부님 다음엔 나랑 자요! 첫날밤은 뜨겁게! 나 잘해!"
어디서 시작된 근본없는 막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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