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개놓은 접시처럼 단단하면서도 위태로운 장미의 꽃잎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어 겨누었는데
폭격이 시작된다
봄은 전방위적으로 와서 무작위로 쓸려내려간다
세계는 피의 정원
권총을 장미로 장식한다고 해서 총구에서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총구를 손가락으로 막을 수는 없다
장미 꽃다발에서 권총을 꺼내 누군가의 심장을 겨누는 시절은 갔다
표적도 없이 밤의 아가리에 실탄을 쏘아댈 때
총구에서 붉고 노란 장미가 피어났다
달아오른 총구는 오랫동안 식지 않았다 덜덜거리는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고 잠이 들었다
권총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겨누고 널 사랑해
두 손을 모아 장미꽃을 바치며 널 사랑해
우리는 서로의 눈이 아니라 발밑을 보며 춤을 추고 있었지
권총을 들고 우는 사람
자신의 발끝을 보면서 맹수의 송곳니 같은 방아쇠를 당긴다
심장이 멈출 때까지
관자놀이에서 쿨럭거리며 장미가 피어난다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는 눈꺼풀처럼 장미는 시들고
검개 타들어간다
봄의 야윈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다
/ 신철규, 권총과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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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