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예요. 차트 다 틀리게 작성하고"
"... 죄송합니다."
"왜 또 울려고 그래요. 난 김간 울리려고 한말 아닌데요"
또 또 저 표정.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일 듯이 정색했던 표정은 어디 가고 사람 홀리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민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눈동자를 위로 굴려 눈물을 참았다. 아 쪽팔려 진짜. 김간이 이렇게 실수를 하는 사람이 아닐 텐데. 말을 중얼거리며 왼쪽 가슴 주머니에서 빨간펜을 꺼내 보이는 지민에 내 눈동자는 두 배로 커졌다. 치프님 제가 수정할게요! 차트를 뺏으려는 내 손길을 가볍게 피한 지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 틀리면 어쩌려고요. 오늘 수간이 당직이라면서요."
"차라리 제가 혼나는 게 더 나아요!"
"민윤기한테 멘탈 깨지면 우리 병원 의사들도 못 고치는데?"
이 말이 내 고막을 관통하자 차트를 뺏으려고 뻗었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민윤기 수간호사. 우리 병동 간호사들이 이름만 들어도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는 그 이름. 지금 빨리 꼬리를 내리는 게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겠지 싶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금방 조용해지는 내 모습에 만족한듯한 웃음을 지은 지민이 펜 뚜껑을 입으로 딴 다음 차트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인생이 이렇게 조용한 날이 없을 수가 있을까. 그 와중에 아려오는 아랫배에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오 하늘이시여. 저는 왜 여자인건가요.
"정 미안하면 나중에 커피나 한잔 사줘요"
"그럼요!"
적어도 밥 한 끼는 뜯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주문시켰던 화장품 중에 하나를 환불을 해야 하는 고민하는 중에 들린 말에 자동반사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린 지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다시 차트에 빨려 들어갈 듯이 몰입하는 모습에 나도 의자를 돌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절대 오점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한자 한자 조심스럽게 쳐내려 갔다. 한참 동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울려 퍼지다가 그 적막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김간은 원래 좀 우유부단한 성격이에요?"
"네? 아닌데요?"
"그런 사람이 아픈 거 참고 혼자 끙끙 앓아요?"
내가 참 티가 안 나면 또 뭐라 안 하는데 말이죠. 차트 수정을 마쳤는지 소리 나게 파일을 닫은 지민의 눈이 곧 허공에서 마주쳤다. 제가 아프다고요? 네. 얼굴에 다 쓰여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간호사가 아프면 약이라도 좀 챙겨 먹어요. 이렇게 실수한 거 보면 가볍게 넘길게 아닌 것 같은데 본인 컨디션이 환자 생명과 직결된다는 거 벌써 잊은 겁니까. 무심하게 툭툭 뱉는 말이 어찌나 고막을 쟁쟁 때리던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핑 돌것만 같았다.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직업인 것을. 하지만 이건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괜히 서러워진 마음에 습관처럼 또 입술을 꾹 물었다. 내 표정을 본 지민이 머리를 거칠게 해집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초콜릿은 건네왔다.
"김간이 아파서 속상해서 그런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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