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가의 지훈? 비검은 어찌 되었느냐? 지호가 지훈을 똑바로 노려보며 내관에게 묻자 싸늘한 둘의 분위기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행방을 감추었습니다. 항구에서 양국행 배에 납치되었다는 추정이 있습니다만...""...되었다. 발견되면 그 즉시 목을 쳐라.""...예, 전하.".본인이 납치당할만한 자라면, 내 몸을 지킬 여유조차 없겠구나. 차갑게 말한 지호가 다른 이와는 달리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지훈의 눈을 응시했다.겁없이. 나라의 군주를 저의 동급인마냥, 아니 저의 아랫사람을 보는 것마냥 눈을 마주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피식 입꼬리를 틀어올리자 지훈이 눈을 내리깔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어찌 눈빛을 피하느냐.""...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전하.".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절대로 복종하지 않겠다는 얼굴. 간신과는 다른, 맹수의 그것. 저와 비슷한 류의 맹수를 맞이 했다는 기분에, 정상에 앉아있는 '우두머리'가 흥미어린 얼굴로 웃었다.."내 너의 눈이 마음에 드는구나. 호가 무엇이냐?""호는 없습니다.""그럼 네 이름대로 '지훈' 이라 부르마.".가까이 오거라. 지호가 손짓하자 지훈이 인위적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며 지호에게 다가갔다. 이제야 네 기상이 드러나는 구나. 남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자. 지호가 내관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이를 어디서 뽑았느냐.""마흔 여덟 차례의 엄격한 보좌관 시험을 거쳐 뽑힌 이입니다. 혹여 의심이 되시면...""아니, 마음에 든다.".지호의 말에 내관이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마음에 안드신다 하셨으면 소인 졸도할뻔 했나이다. 그렇게 홀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눈을 굴려 그를 무심하게 훑어본 지훈이 덩달아 슬쩍 고개를 숙였다.."...송구합니다.".화려하게 치장하지 않고 간단하게 끝맺는 말. 내리깔렸던 눈을 거만하게 치켜뜨는 모습과 전혀 조화롭지 못한 어투. 다른 내시들과 달리 내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몸에 배여있는 날카로운 태도. 낮은 목소리가 으르렁거리는 짐승의 목울림과 닮아있다. 볼수록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 지호가 웃었다.."그래, 마흔 여덟개의 시험을 모두 통과하였다고?""예, 그렇습니다.""그렇다면 내 검술 연습의 상대가 될만 하겠구나.""...예?".지훈의 되물음에 지호가 대답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흘러내리는 핏빛 의복에 드러나는 흰 쇄골. 무심한듯 눈을 돌려 그를 확인한 지훈이 느릿하게 아랫 입술을 축였다.."따라오거라.".그의 끈적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호가 지훈의 앞을 지나 내관이 건네주는 자신의 애장도를 챙겼다. 아무 치장이 없는 비단같은 새카만 머리칼, 그 아래 이어진 흰 뒷 목덜미. 향내가 풍겨나올듯한 모습에 목 가까이 얼굴을 가까이 댄 지훈이 느릿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등을 보이는 지호의 어깨 너머로 내관과 눈이 마주치자 지훈이 싸늘하게 눈을 흘기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내관이 당황한 얼굴로 몸을 굳히자 그가 금세 저를 돌아보는 지호의 앞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여유있게 고개를 숙였다.."예, 전하. 가시지요."...벌써 20일 전이네여... 봐주시는분이 계시려나..흡... 못난 저를 용서하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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