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쉬는 숨과 받아들이는 삶.01 몸이 너무 아팠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기운이라고 생각했다 잔기침과 버틸 수 있는 두통 정도였기 때문에 티내지 않으려고 했다 지치지 않고 싶어서 더 이악물고 달려들었다 그러다 어제는 큰 실수를 하나 했다 혼자 대형을 이탈한 채 자리를 헤매는 모습을 찍은 직캠이 초심을 잃었다는 타이틀을 단 채 이슈가 되었다 멤버 전체가 혼나야만 했다 다들 지쳐있었기 때문에 위로의 말은 들을 수 없었다 그저 눈빛으로 내 사과를 받아주었을 뿐이었다 사실 눈앞이 캄캄했었다 휘청거리는 정신을 붙잡으려 홀로 빈 공간을 헤매었다 누군가 뒷통수를 세게 때린 듯한 고통에 멍해져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두 팔을 허우적거려 어떻게든 안무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중심을 잃은 두 다리는 지탱조차 버거웠다 붉은 조명과 팬들의 응원소리는 사이렌 소리마냥 귀를 관통했다 위험신호였다 울렁이며 보이지 않는 시야를 포기하고, 숨가쁘게 움직이고 이는 멤버들의 실루엣을 느꼈다 호석이형은 내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건지 대형을 자꾸 이탈하려하는 내 어깨를 스치며 방향을 인도했다 그 방향을 따라서며 하염없이 보이지 않을 눈물을 흘렸다 서러웠다 내 의지력이 이것밖에 안되는 거라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노래에는 끝이 없었다 살아서 내려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생사를 오가던 정신은 동작회로를 정지시키라고 악을 지르고 있었다 안돼 무대를 망쳐서는 안돼 퓨즈가 나간듯 기억이 부분부분 잘린 채 무대가 끝났다 카메라에 단지 실수로만 비춰진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팬들은 내가 아픈 걸 바라지 않는다 팬들도, 회사도, 나도 내가 아파서는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다 정신을 잃어버린 나는. 스케줄을 위해 평소처럼 숙소에서 일어났다 "지민이 어제 많이 피곤했나봐? 넌 어떻게 옷 입다가 잠드냐" 매니저형의 말에 그러게 말이에요 대꾸하며 하하 웃어넘기자 뭇시선이 따갑다 멤버들은 소파에서, 부엌에서, 화장실에서 힐긋힐긋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각자 할 일을 하면서 귀는 나를 향해 세우고 있음이 느껴졌다 "어제 정국이가 너 차까지 업어날랐어. 얼마나 피곤했으면 깨지도 않고 쿨쿨 잘만 자더라" 이따 막내 어깨라도 주물러줘라 하며 나를 톡톡 치던 매니저 형은 이내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매니저형의 뒷모습을 물끄럼히 보다가 닫히는 문에 문득 겁이 났다 문이 열려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물쇠가 걸려버려 열 수 없게되면 어쩌지 두려웠다 어제 무대에서의 실수가 저 문을 닫은 것만 같았다 대기실에 도착해서야 긴장이 풀려 열이 확 올랐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벽을 만지는 순간 나는 넘어지고 있었고 익숙한 향의 누군가가 바닥에 부딪히는 머리를 급하게 잡아주었었다 익숙한 겐조의 향기 최근들어 여자향수를 뿌린다며 놀려대던 것도 잊은 채, 그 체취에 안겼다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 멤버의 품이라는 확신이었다 정국이의 등에 업히는 순간을 기억한다 윤기형은 정국이의 목에 내 팔을 두르면서 정국이에게 자연스럽게 하라며 속삭였다 남준이형과 석진이형은 끌끌 혀를 차면서 짐을 들었고, 호석이형는 역시 정꾸를 연발하며 엄지를 치켜들었으며, 태태은 매니저형에게 쓰잘데기없는 질문을 해가며 사고를 쳐댔다 매니저형이 정신없다며 전화기를 들고 나가자 정적이 흘렀다 "형..." 입을 뗀 정국이가 윤기형을 불렀다 "내일 못일어나면 어떡해요? 사실대로 말해야 되는거 아니야...?" "그런 소리 하지도 마라. 지민이는 괜찮아" 입술을 깨문듯 짓이겨지는 목소리였다 왜 안 나오냐고 밖에서 외치는 매니저형의 울림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없었다 나는 정국이의 등에서 잠을 잤을 뿐이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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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덮으려고 연예인들 무더기로 기사가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