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나얼-바람기억)
문득 뒤돌아 봤을 때 네가 있기를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네가 있기를감히 바라는 나에게.
[카디]바람기억
written by. 마카
차에서 내리자, 한치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더웠던 것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쌀쌀해진 날씨가 느껴져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얇은 가디건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 위를 쓱쓱 문질렀다.
아주 오랜만에 찾은, 조금은 변했을까. 한 때는 그 어딘가 내가 존재했을 이 곳의 모습에 언젠가부터 가슴 속에 묻고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방울지듯 터져나왔다.
"...춥다."
시린 바람에 콧잔등이 시큰해져 왔다.
'좋아해.'
바람을 타고, 어디에선가 나를 향한 너의 목소리가, 그 수줍었던 어린 날의 너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든다.
3-8. 반 명패에 적힌 익숙한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교실이 아주 오래전엔 차마 느끼지 못한 가슴설렘을 가져다 주었다.
풋풋했던 우리들. 참 울기도, 웃기도 많이 했던 그 시간들.그땐 왜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막상 어른이 되었을 땐 이게 내가 생각한 어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허무했다. 결국 깨달은 것은 지긋지긋한 삶의 무게였을 뿐이었다.
드륵-
교실 안으로 들어가 항상 창가였던 내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쿵쿵 여리게 가슴이 뛰었다.
습관처럼 시선을 밖으로 하자, 넓은 운동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그때 이 자리에서 본 교실도, 운동장도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었을까.
아님 결국은 너가 있음과 없음의 차이인 걸까.
나도 모르게 너의 자리였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뚝뚝한 표정에서도 나는 분명 읽을 수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너의 마음을 분명 나는 보았다.
그렇게 우리에게도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가슴 벅차했던 시절이, 아득한 꿈같은 시절이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깔린 운동장은 황량히 비어 있었다.
십 년만에 찾은 학교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그마저도 나에겐 향수를 불러주기에 충분하였다. 내가 있던 곳이 변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내가 이 곳에 존재했다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 때를 추억하기에 나에겐 더할나위 없었다.
유리문을 밀고 학교를 빠져나오자 다시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이젠 돌아가야겠단 생각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그 기억에 다시 그 자리에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있을까.
애써 뒤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한번 떠오른 그 기억은 범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어느새 내 발걸음은 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학교 뒤뜰 아무도 발걸음이 닿지 않던 곳. 너와 나만이 찾았던 곳.
그때 그 낡은 벤치도, 올려다 본 하늘도 무엇 하나 변한 것이 없었다.
무너지듯 벤치에 주저 앉았다.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구장창 길던 십년의 시간동안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도, 너도,
그리고 나도,
결국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음을 왜 이제서야 알아버린 걸까.
십년 전 너를 잡지 못했던 바보같았던 나는, 이젠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던 바보같은 나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 바보같은 모습에서 하나도 자라지 못하고 난 항상 이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바람이 불어온다.
'좋아해.'
시린 바람이 불어온다.
'좋아해.'
너가,
'경수야.'
내 이름을 부르던 너가,
'사랑해.'
내가 사랑한 너가 불어온다.
무릎 위에 얹은 손등 위로 눈물이 투둑투둑 쏟아져 내렸다. 차마 네 이름 조차 부르지 못하고 밀려오는 기억들을 주체 못한 눈물들이 쏟아졌다.
너무나 아픈 너가 내 가슴을 또 아프게 해서,
내 입술 위에 조심히 내려앉았던 너의 사랑이 내 가슴을 또 아프게 해서,
그렇게 한참을.
바람이 쓰린 가슴 속을 파고 들어왔다.
아팠다.
너무나 아팠다.
결국 차를 학교에 내버려둔 채 마지막 내 발걸음이 향한 곳은 버스 정류장이었다. 부은 눈 위로 스치는 바람에 눈이 따끔거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너와의 추억이 깃든 곳.
항상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나와, 함께 버스가 올 때까지 내 옆에 앉아 기다려주던 너를 생각한다. 때론 헤어지는게 아쉬워 타야하는 버스를 몇번이나 보내기도 했던.
내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들이 아니었음을,
그저 내가 너를 그리워하고 있을 뿐이란 것을 알았기에나는 이제 더 이상, 떠오르는 너를 밀어내지 않는다.
불현듯 네가 내게 했던 그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너가 날 생각할 때,'
'...'
'내가 항상 곁에 있을게.'
너의 그 말에 난 너를 기다렸던 것일까. 그리고 지금도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는 것일까.
다 부질없는 미련이라 해도, 결국 이뤄지지 않을 기대라 해도.
종인아, 한 번만 다시 뒤돌아 보게 해 줘.
"...!""..."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
"...도경수."
우연처럼, 아니 인연처럼 정말 내 앞의 또렷한 너가 마치 거짓말인 것만 같아서,
"...종인아."
"..."
"종인아."
그 마지막 약속처럼 정말 내 곁에 있어준 너를 믿을 수가 없어서,
"종인아."
"..."
"...종인아."
그렇게 바보처럼 네 이름만 되뇌었다. 다가가면 사라질 것만 같아 너에게 다가갈 수 조차 없었다.
그러다,
"경수야."
이런 나에게 먼저 다가온 너가 나를 힘껏 껴안았을 때,
그때서야,
"좋아해."
"..."
"좋아해, 종인아."
"..."
"미안해."
"..."
"사랑해."
십년 전 너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비집고 터지듯 새어나온다.
나를 끌어안은 너의 등을 꽉 끌어안고 너에게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한다.
"...경수야."
너의 온기 만큼을 닮은 따뜻한 바람이,
"좋아해."
너를 닮은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지나간 세월에
두 눈을 감아본다
나를 스치는 고요한 떨림
그 작은 소리에
난 귀를 기울여 본다
내 안에 숨쉬는
커버린 삶의 조각들이
날 부딪혀 지날 때
그 곳을 바라보리라
우리의 믿음 우리의 사랑
그 영원한 약속들을
나 추억한다면 힘차게 걸으리라
우리의 만남 우리의 이별
그 바래진 기억에
나 사랑했다면 미소를 띄우리라
더 보기 인티 글잡에 글 올리기는 처음이라 사실 좀 떨리네요...ㅎㅎ
처음을 단편으로 시작하게 된 것도 부끄러워서...//
사실 바람기억 듣다가 삘이 딱 꽂혀서 급하게 쓴 것도 있습니다ㅋㅋㅋ
잘 읽어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ㅠㅠㅠ 하도 여긴 금손 분들이 많으셔서 소금소금...
일단 이 글은 제가 처음 올리는 글인 동시에 단편입니다.
시점은 경수 시점이에요.
둘은 고등학교 때 사귀다가 어떠한 이유로 헤어지게 됩니다.
둘다 원하진 않았지만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있었고, 거기서 경수는 종인이를 잡지 못합니다.
어렸던 경수는 그때 종인이에게 좋아한단 어떤 표현도 못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십년 동안 둘은 헤어진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경수는 그동안 자신이 잊을 줄 알고 살아가지만, 십년만에 다시 찾게 된 학교에서, 종인과 함께했던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그때서야 깨닫게 됩니다.
십년만에 다시 학교를 찾은 이 날은, 사실 둘이 헤어진 날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경수와 종인이가 만날 수 있었던 거죠 ㅎㅎ
사실 경수는 종인이를 만날거라 생각하고 온 것 또한 절대 아니였습니다.
그저 자신이 다녔던 학교를 다시 찾아가 보고픈 마음에 갔던 것일 뿐, 종인이와의 재회를 생각하고 간 것은 아니였습니다.
종인이 또한 마찬가지로 경수를 다시 만나게 될거란 생각을 못하고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던 것이죠
다만 종인이는 계속 경수를 잊지 못한 상태였기 떄문에 경수를 추억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던 것이고,
그 날 마음을 깨달은 경수가 우연히 버스 정류장을 다시 찾게 되면서 둘은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다시 이어질 인연이었을 지도 모르죠...ㅎㅎ
여기까지 읽어주신...분이 있을련진 모르겠지만...ㅠ
그래도 눈팅이라도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첫작이라 많이 부끄럽고 떨리네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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