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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봤다. 나의 가치에 대해서. 0세, 원치않은 출산. 제 우렁찬 울음소리는 어미에게 닿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그 눈물은 내 마음 속 애절하게 남아있었다. 애초에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녀에게 난 인생의 실수. 수치심의 증거물. 피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짐덩어리. 여덟 살의 민윤기가 아는 것은 그녀의 얇고 카랑카랑한 신음소리. 가끔 혼자 수면제를 삼키곤 아버지를 부르는 흐느낌.
죽어, 죽어, 왜 태어나선, 필요없어, 씨발새끼. 그녀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아버지에게 당신은 섹스파트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겠지. 아직도 난 목욕을 할 때면 그 부분을 빡빡 씻어지워낸다. 내 왼쪽 가슴 언저리. 아름다운 은빛이 낸 흉터. 그리고, 그녀의 눈물이 닿은 곳. 유일한, 유일한 제 어미에 대한 기억. 좆같게도, 난 그것이 부모로서의 사랑인 줄 알았다. 대가리가 클 때까지.
..내 인생은 참 좆같고 삭막하고 조용했다.
아마 열두 살이였을 걸. 내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벗어나고 싶었던 건. 원치않게 백인의 유전자를 받은터라 쓸데없이 희멀건 얼굴엔 유리로 긁힌 자국 그리고 문드러진 감정밖엔 남지 않았다. 지독한 배불뚝이한테 걸린 모양이였다. 오늘따라 완전 발악하는 수준으로 저에게 달려들었으니. 아니면 일주일 전 아버지가 모텔에 갔다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거나. 그냥, 그냥. 벗어나고 싶었다. 더럽게도 초등학교 4학년이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달렸다. 존나 미친듯이.
40여 분을 쉼없이 뛰었을까, 내 눈에 보이는 건 저의 처지와 전혀 맞지않은 아기자기한 공원이였다. 주저앉았다. 거기가 어딘지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좆같았다. 모든게 다. 나만 빼고 행복해 보였다. 참 웃기게도 난 십대 초반에 그런 것을 깨우쳤다. 까무잡잡한 제 또래와 비슷해 보이는 아이와 어떤 젊은 부부가 내 앞을 지나갔다. 그들은 서로에게 다정했고 또 서로를 배려해줬다. 누군가를 부러워 할 틈이 없었다. 그저 버티기 바빴을 뿐. 그제서야 난 깨달았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 진정한 모성애의 모습. 그리고 결심했다. 벗어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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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당신이. 그럴 말 할 자격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 낮춰, 밖에 기자들 깔려있는 거 안 보여?"
"지금 그게 문제야? 내 돈, 어쩔거냐고!"
"닥쳐라고 했어. 아줌마, 태형이 준비시켜요. "
..또 시작이였다. 돈에 미친 엄마와 여자에 정신놓은 아빠의 끝없는 쇼가.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와 어머니의 듣기싫은 괴성. 아버지는 또 여자에 돈을 흥청망청 다 썼겠고, 자신의 핸드백을 사기 위해 숨겨둔 돈이 사라지자 객기부리던 어머니는 또 화분을 던졌겠지. 그리고 조금 있으면 아줌마가 와서 또 묵묵히 치우시겠군. 더러운 악순환은 제 3자가 보기에 딱히 유쾌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것은 혼자 깨우친 게 다였다. 그들은 그 흔한 한글조차 카메라가 없을 땐 가르쳐주지 않았다. 난 내가 정상인 줄 알았다.
어는나 갑자기 부모님이 다정해졌다. 내 옷을 입혀주며 손에 풍선을 지어줬다. 몇십 억짜리 외제차를 타고 공원으로 가는 모습이란, 참 존나게 가오 빠지더라. 아니나 다를까, 뒤엔 카메라가 붙었다. 저 새끼 또 왔네, 아버지의 말씀이였다. 난 억지로 웃는 법을 배워왔다. 모를거다, 이 세상 사람들은. K그룹의 외동아들은 찬밥신세이고, 금술 좋기로 유명한 사모님과 회장님은 그저 쇼윈도부부에 못 미친다는 것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공원을 누볐다. 그리고 어떤 금발의 남자아이가 쭈그려 앉아있더라.
아직도 잊지못한다 그 눈을. 얼굴은 피범벅이였고 저와 다른 핏기없는 흰 피부였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푸른 빛의 묘한 눈빛. 난 아무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몇 분을.
윤기야, 넌 내게 그런 존재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글잡 새내기 윤기로운 생활입니다
작가라고 하니까 어색하네요 하하 사실 어제 독방에서 썰 쓴거 보셨으면 저에요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져서 장편으로 안고 갈 생각이에요
0은 윤기, 1은 태형이의 시점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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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덮으려고 연예인들 무더기로 기사가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