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여기서 아르바이트해요?"
"아니요. 잠깐 사정이 있어서."
"…."
"‥이제 이가게 문 닫거든요. 잠깐씩 와서 정리하고 있어요."
두사람다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빈은 따뜻한 커피잔을 두손으로 잡았다. 따듯한 온기가 한빈에게 스며들었다. 진환은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는 듯 보였다. 한빈은 그이야기에 대해 묻는 것을 접어두기로 했다. 진환은 잠깐 생각에 빠진 듯 멍하니 먼지가 쌓인 창가를 바라보다 이내 생각을 떨쳐버리려는듯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에 얼마나 있을 예정이에요?"
"모르겠어요."
"파리는 생각에 잠기기 좋은 도시죠."
"…."
"일주일 뒤에 저 떠나요. 이제 제자리 찾아서 가야죠."
"저는 아직 용기가 안나요."
"파리는 도피처 같은 거네요."
"…."
"저도 도망온거 거든요."
근데 이제 안피할려구요. 커피를 한모금 마신 진환이 한빈을 보여 옅은 웃음을 지었다. 진환의 말에 한빈은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조용한 침묵이 뒤를 이었다. 두사람다 커피를 홀짝일 뿐이였다. 그리고 습관처럼 손에 쥔 썬글라스를 만지작거리던 한빈이 작게 운을 띄었다.
"사실,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어요."
"왜요? 살인이라도 저질렀어요?"
진환의 재치있는 말에 둘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한빈은 이내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차라리 죄를 지어서 질타를 받는게 덜 억울하겠네요."
"그렇죠."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루에 수십만번을 고민해요."
"쉽게 노출되는 사람인가봐요."
"네?"
진환은 한빈의 손에 쥔 썬글라스에 시선을 두었다. 썬글라스. 아까부터 꼭 쥐고 있던데.
"아‥. 네, 쉽게 노출되죠."
"…."
"이거 사실 별거 아닌데, 항상 끼게 되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척할 수 있을까. 내 나약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감출 수 있을까. 하면서요.
"제 앞에서는 안쓰시네요."
"낯선사람 앞에서는 꼭 쓰는데, 진환씨가 편안하게 해줘서 그런가."
"저도 한빈씨가 편해요."
창으로 들어오는 빛줄기에 작은 먼지들이 춤추는 것이 나른한 기분을 만들어냈다. 어느새 창밖 하늘에는 붉게 물든 조각구름이 온 하늘에 수놓아져 있었다.
"커피 잘 마셨어요."
"저도 즐거웠어요."
낡은 나무문이 살짝 열였다 닫혔다. 나무문의 오른쪽 모서리에 걸린 녹이 쓴 황금색의 작은 종이 딸랑하며 울렸다. 노을에 물든 조각구름을 배경으로 진환과 한빈은 Embrace 간판 아래에서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말은 안해도 두 사람은 아쉬운 모양새가 역력했다. 해질무렵 쌀쌀해진 날씨에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진환이 작게 운을 땠다.
"‥이제 그만.."
"저기! 내일 저녁에 시간 되세요?"
"…."
"아.. 그게. 에펠탑이나 한번 보러가자구요."
Embrace All
한빈X진환 In Paris
Written by.최적화
거리에 어둠이 덮쳐올때 파리의 조명도 하나씩 켜졌다. 작은 꼬마전구부터 거리의 가로등까지. 한빈은 어제 보다 조금 쌀쌀해진 기온에 목에 두른 목도리를 고쳐 매었다. 손에는 따뜻한 캔커피 두 개를 들고 노란 가로등 아래에서 진환을 기다렸다.
"엄청 꽁꽁 가렸네요. 저도 못 알아볼 뻔 했어요."
눈을 가린 까만 썬글라스에 입을 가린 까만 목도리, 검정색 비니를 쓴 한빈의 뒤로 듣기 좋은 미성이 들려왔다. 뒤를 돌아본 한빈이 진환을 발견하고는 썬글라스를 벗어 보였다.
"마셔요. 어제 진환씨가 만들어준 것 보단 못하겠지만, 아직 따뜻해요."
"고마워요."
손에 든 캔커피를 진환에게 건냈다. 보기좋은 눈웃음을 지은 진환에게서 한빈은 시선을 거둘 줄 몰랐다. 한빈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할때쯤 진환의 얼굴로 한빈의 손이 올라왔다. 그리고 진환의 오른쪽 얼굴에 있는 점을 집었다.
"점이 하트네요."
"아."
"귀여워요."
어두워진 틈을 타 용기가 솟아난 걸까. 한빈은 자신이 내뱉어 놓고 아차 싶었다. 변명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한빈은 머리만 글쩍이며 진환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붉어진듯한 진환의 얼굴에 한빈도 머리를 글쩍이던 손을 내려놓고 용기내어 아름다운 조명 수놓은 거리로 진환을 이끌었다.
수많은 명품샵과 노천카페가 줄을 잇는 파리의 명소 샹제리제 거리였다. 진환과 손을 잡고 있진 않았지만 걸으면서 살짝 살짝 스치는 팔에 괜스래 긴장하는 한빈이였다.
"언제 파리에 왔어요?"
"음.. 한 달 전 쯤."
"왜요?"
"당신은요?"
전 이야기 해줬잖아요. 한빈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환은 그런 한빈의 얼굴에 귀엽다는 듯 한번 풋하고 웃었다. 그리고 입을 다무는 진환이였다. 한빈은 그런 진환을 제촉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진환이 마음을 열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제가 편해지면 말해줘요."
"…."
그냥 말없이 웃는 진환이였다. 한빈도 그런 진환을 보며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편안한 웃음이였다. 둘은 그냥 조명이 수놓은 아름다운 거리를 걸었다. 아무런 목적없이 걸었다.
거리의 끝에 다달했을때 조명이 켜진 화려한 에펠탑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한빈은 넋을 놓고 에펠탑을 바라봤다. 진환은 옆에서 넋을 놓은 한빈을 지켜보고서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화려하죠?"
"네, 정말 멋지네요. 나중에 꼭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내가 모르는 당신도 그럴꺼에요."
"…."
"수많은 질타가 당신이 틀렸다는 증거는 될수는 없어요."
"…."
"사람들은 모두 달라요. 다르다고 해서 틀린것이 될 수는 없죠."
한빈씨는 원래 멋있는 사람이잖아요. 분명 이겨낼 수 있을꺼에요. 저도 그렇구요.
"이 말 사실 embrace 가게 주인 할아버지가 저한테 해준말이에요."
제가 왜 파리에 왔냐구요? 저 한국에서 도망쳤어요. 저 커밍아웃했거든요. 정말 힘든 고민이였는데. 정말 힘든 결정이였는데, 가족들이 저를 괴물 취급을 했어요. 게다가 형이 절 학교에서 아웃팅 시켜버렸어요. 친구들, 교수님, 심지어 부모님 조차 저를 이상하게 봤어요.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을 견딜 수 없었어요. 너무 괴로워서 자살까지 생각했어요.
근데 제 꿈이 파리에 한번 가보는거였는데, 웃기죠? 그 심각한 상황에서. 그래서 죽기전에 파리 한번 가보자 이랬거든요. 통장에 있는 돈 다 털었어요. 그리고 파리로 가는 비행기 표를 샀어요. 가족들 다 자는 새벽에 혼자서 짐을 꾸려서 나왔어요.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탔어요.
그리고 비오는 날 혼자 청승맞게 혼자 거리를 돌아다녔어요. 아! 저도 당신처럼 이가게 간판을 뚫어져라 노려봤어요. 완전 호러영화가 따로 없었어요. embrace. 이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거에요. 제 주위엔 한명도 없었거든요. 위로가 필요했죠.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가게 문이 열였어요. 한 노인이 어설픈 영어쓰면서 들어오라 했어요. 비맞은 강아지 마냥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커피를 내주셨어요. 그때 제가 만들어줬던 그 카푸치노에요. 이런 친절을 배풀어주셨는데, 할아버지도 과연 제가 게이인걸 알고도 이런 배려를 해주실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커피마시면서 작게 웅얼 거렸어요. embrace. 좋은 뜻이네요. 그런데 제 주위엔 아무도 없어요. 할아버지는 그저 미소만 머금고 계셨어요. 뭔지 모르겠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편안해져서 다 말해 버렸어요. 할아버지.. 사실은요. 저게이에요. 하면서요. 사실 내쳐질까 불안했는데 무슨 허세가 들어선지 먼저 선수쳤어요. 절 내치셔도 좋아요! 가족들도 저를 버렸어요. 제가 끔찍하데요. 제가 죽어버리면 그 사람들이 절 이해할까요.
"젊은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어."
"…."
"그들 모두가 널 비난 한다고 해서 니가 틀렸다는 확답이 될수는 없다고 생각해."
"…."
"사람은 모두 다르고, 다르다고 해서 틀린것이 될수는 없어."
"…."
"젊은이, 자네 인생을 Wrong이라고 정의 해버리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나?"
"…."
"물론 내 인생도."
**
ㅠㅠ진환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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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쿵니/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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