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의 왕
; 보름달이 뜨는 날
매 화
그는 약속대로 일주일치의 약을 내게 보내왔다. 나는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어머니께 드렸고, 어머니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시며 잠에 드셨다. 약이 독해 어머니가 깊게 잠든 시간동안 일주일간 밀려있던 집안일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깨실까봐 쪽지 하나를 적어두고 말이다. 마을 광장으로 나가 붉은 노을과는 대조되는 푸른 불빛이 새어나오는 주점으로 향했다. 이 주점은 로라 할머니의 아들인 로버트씨가 운영하시는 가계인데 아저씨는 가난한 나를 위해 일자리를 흔쾌히 내주셨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세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보수를 주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 여주 왔니. "
" 네. 안녕하셨어요? "
" 그럼. 어머니는 어떠시니? "
" 할머니 덕분에 많이 괜찮아지셨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
" 별 것도 아닌데 무얼. "
일주일 간 마을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아마도 다들 약을 구하러 저 멀리까지 갔다 왔나보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저씨를 도와 영업 준비를 하고 얼추 오픈 시간이 다 되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보는 마을 주민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일하다 보니 벌써 늦은 밤이 다 되었다. 잔뜩 쌓인 설거지를 깨끗히 한 후에 앞치마를 벗자 아저씨가 수고했다, 라며 하얀 봉투를 주셨다.
" 이번 달 보수란다. "
" 감사해요 아저씨. "
" 별 것도 아닌데 무얼.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거라. "
아저씨의 말버릇은 별 것도 아닌데 무얼, 이라고 말하는 것이였다. 유난히 두툼한 봉투를 손에 꼭 쥐고 아저씨에게 인사를 한 후에 집으로 향했다. 싸한 바람과 유난히 으스스해보이는 나무들에 몸을 웅크리고 걸음을 바삐하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 떠있는 밝고 푸른 보름달은 검은 구름에 가려지고 있었다.
검은 구름에 의해 보름달이 완벽하게 가려졌을 때, 몸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숨은 점점 쉬기 힘들어지고, 몸이 터질 듯이 뭔가 부풀어오는 느낌과 물체가 두 세개로 정신없이 흔들려 급하게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주 어두운 골목이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것들이 잘 보이고 잘 들린다.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채 겁에 질려있는 회색 쥐 두 마리도, 오늘 누군가가 피다 버린 담배 꽁초 서너개도, 광장 뒷골목에 사는 윌리엄씨네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도, 숲에서 들려오는 부엉이들의 울음소리도. 입에서 나는 그르렁 소리에 나 스스로가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 내 피를 먹어. '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알수없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귀를 틀어막았지만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내 피를 먹어. 내 피를 먹어야 멈춰. 왼쪽 주머니의 유리병 속 내 피.
목소리의 마지막 말을 듣고 나서 주인공이 누군지 깨달았다. 박찬열. 그의 말대로 허겁지겁 왼쪽 주머니에서 유리병을 꺼내 한 방울의 피를 입 안으로 삼켰다. 혀에 닿자마자 가쁘던 숨은 안정적으로 쉴 수 있게 됐고, 잘 보이던 골목은 다시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이 되었다. 들려오는 소리는 싸늘한 소리를 내는 바람소리 뿐. 입에서는 그르렁 소리가 아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게 박찬열의 피를 마신, 수인의 왕의 피를 마신 부작용이라는 것을 안 나는 그저 눈을 감았다.
수인의 왕
시간이 지날수록, 약을 먹을수록 어머니는 좋아지셨다. 하지만 박찬열, 그를 한 번도 못만나고 있다. 매주에 한 번씩 그를 만나러 가기로 했는데 그의 저택으로 향하는 산의 짐승들이 보름달이 뜬 이후로 갑자기 매우 난폭해져 지나갈 수 없다며 왕국이 막은 것이다. 하지만 약은 매주 오고 있다. 수인의 왕답게 그의 수하인 독수리를 시켜 약을 보낸 것이다. 이른 아침, 누군가가 두드리는 문을 열어보면 눈이 동그란 사람이 약을 들고 있다. 그런 그에게 약을 받고 나면 그는 항상 말한다. ' 왕께서는 여주님이 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 라고. 그러면 나는 그에게 말한다. '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 그러면 그는 나의 손등에 살며시 키스를 하고 독수리로 변해 박찬열, 그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내가 그를 만난 건 일주일 후. 산의 출입을 통제하던 왕국군이 전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당일이였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매 화 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오늘이랑 저번 분량이 조금 짧죠...
그래도 스토리상 짧을 수 밖에 없더라구요 8ㅅ9
수인의 왕은 총 17편으로 나뉘어집니다.
그 사이사이에 불맠 버전도, 번외편도 있어요.
만약 텍파를 만들게 된다면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만 대상으로
불맠이 들어있는 텍파를 메일링 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이 궁금해하셨던 부작용은 바로 여주가 '흑표범'으로 변하는 겁니다 깔깔.
그리고 새로 등장한 우리 독수리 수인은 누굴까요!
아마 다들 아실 거 같아요.
그리고 수인의 왕 두 편이 모두 초록글이더라구요 8ㅅ9
정말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기본 설정 따위 안하고 마음 가는대로 쓰는 편이라 막장인 편이 많아요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도 불구하고 첫 글부터 초록글에 오르게 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해요.
무려 40분이 제 글을 읽고 계시더라구요!
다들 어디 계시죠? 제 절 좀 받아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암호닉 신청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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