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비가 오는 날, 밤이면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활동을 시작한 오늘도 어김없이 비 오는 날 밤이었다. 그는 피를 필시 필요로했다. 다른 가축의 피가 아닌 순수한 사람의 피가. 피의 맛에 매료되어버린 그는 어느새 혈흔 중독증세를 앓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꺼내들은 칼 위를 빗살이 매섭게 쓸고 지나갔다. 그는 빗소리가 유난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는 앞서가는 교복 입은 소녀의 뒤를 밟았다. 하얀색 맨다리가 비에 젖어 맨들거리는 것 그의 흥분을 자극했다. 저 년은 피만 빼가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혀로 입가를 훑으며 잔인한 미소를 지은 그는 발걸음의 속도를 올렸다. 금세 그는 소녀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하얀색 교복 와이셔츠가 몽땅 젖어 보이는 검은색 나시는 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꼬마야, 오빠가 길 좀 물어도 될까?" "... ..." 참 웃기게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초인적인 힘을 사용하며 소녀를 유혹했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소녀는 꿈쩍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는 미간을 좁히며 소녀의 팔목을 그러쥐었다. 좋게 나가려고 하니까 그게 안 되네. 하지만 웃기게도 소녀는 힘없이 그를 따라왔다. 반항하지 않을 걸 알았다면 애초부터 이렇게 데려올 걸 그랬나 보다. 쪽팔리게 추파나 던지고 있던 게 후회된다는 생각을 한 그다. 인적의 흔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와 소녀의 그러쥐었던 팔목을 놓아주며 그는 비열하게 웃어 보였다. 또는 사납게 말이다. 그의 날선 눈이 소녀의 눈동자를 향했다. 하지만 참 웃긴 일이 일어났다. 꼬시라는 소녀는 꼬셔지지 않고 되려 자신이 소녀에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 속에 넣어둔 칼의 존재를 잊은지 어느새 오래였다. 소녀는 슬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그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왜, 도대체 왜 오늘 처음 본 이 여자의 눈물에 자신이 무너져야 하는지 그는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추궁했다. 자신에게. 긴 정적이 흘렀다. 빗소리를 뚫고 간간히 소녀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한참 비를 피하지 못한 채 둘은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소녀의 울음이 멎어갈 때쯤 그는 소녀룰 품에 안고 있었다. 헐떡 거림을 멈춘 소녀를 인지한 그는 멈췄던 사고 회로가 재생됨과 동시에 소녀에게서부터 재빠르게 떨어졌다. 그 순간의 움직임으로 인해 주머니에 걸려있던 칼이 시멘트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그제서야 그는 현실을 즉시했다. 아, 난 이 소녀를 죽여야 해. 그래서 피를 얻어가야지. 하지만 태형의 생각대로 손이 움직이진 않았다. 오히려 축 처진 눈꼬리와 함께 다운된 목소리로 소녀에게 괜찮냐는 등의 진부한 위로의 말이나 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소녀는 끝까지 그의 말에 답을 주진 않았지만 그는 어느새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하지만 소녀는 그의 기대에 부응은 커녕 고개만 까딱 숙여 보이고는 뒤를 돌아 골목길을 벗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방금 그거... 인사야? 그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잠깐 미쳤었나 보다. 저런 여자애 하나따위 죽이지 못하고 위로나 해줬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는 자존심이 바닥까지 곤두박질 쳐질대로 쳐져 인상을 구겼다. 저년, 다음에 만나면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주리라. 멀어져가는 소녀의 뒷통수를 바라보던 그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꺼내며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인간이 아닌 짐승과도 같아 보였다. 주저리 넹 태형이가 뱀파이어 맞습니다...! (그 = 태형, 소녀 = 여주) 예쁘게 봐 주세요 ㅠㅠ 다른 분들에 비해 글 솜씨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예쁘게 봐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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