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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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성인이니까
"방탄의 상남자 00입니다. 오랜만이죠, 여러분. 언니를 욕해라. 미안하다."
카메라로 00을 찍어 주던 지민과 태형이 크읍, 하면서 웃음을 참았다. 명탐정 뺨치는 팬들은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으로 지민과 태형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댓글로 살벌하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우리 00 오빠 말씀하시는데 조용히 좀 하세여. 댓글창을 본 지민이 작게 읊조렸다. 알아써, 미아내……. 그러거나 말거나 00은 진행을 이어갔다.
"석진 오빠는 잇진, 윤기랑 홉이는 화개장터, 구오즈는 만다꼬하고 준이랑 정국이는 영어 뭐 어쩌고 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뭐 이름 지은 게 없었단 말이에요."
그렇지. 00은 생중계 방송앱을 위한 콘텐츠를 위해 수도 없이 고민했다. 잇진을 같이 하자는 석진의 제안까지 거절하고서, 다른 멤버들이 이미 콘텐츠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혼자서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화개장터는 그래도 한다! 라고 예고라도 했지, 00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방송에서 간간이 얼굴을 비출 때도 자신의 콘텐츠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팬들의 마음을 애태웠다.
"저는 방탄의 둘째예요. 고로 성인입니다. 심지어 엄청난 성인이에요. 무려 막내와 네 살 차이가 난다고요!"
"누나, 감정이 격해진 것 같아요."
"연기야."
네. 단호히 말하는 00에 태형이 다시 숨을 죽이고 00을 찍는데에 열중했다.
"이름을 지었습니다. 성인 방송이에요, 성인 방송. 근데 우리 팬들은 또 막 음란마귀 껴서 이상하게 볼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름을 '나는 성인이다'라고 할 거예요. 이상해도 의견 제시할 수 없어요. 오로지 제 마음이에요."
댓글창에 한 프로그램 이름을 표절한 것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00은 그 댓글을 보고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표절은 창조의 어머니예요, 여러분.
"누나, 그거 보여 줘야죠."
"어떤 거?"
"까만 봉지요."
"아, 맞다. 제가 편의점 가서 이것저것 사 왔어요. 맥주랑, 과자랑, 아이스크림이랑."
맥주? 맥주요? 맥주우? 팬들은 해맑게 웃는 00의 입에서 나온 말을 의심해야 했다. 아니 아무리 그런 모습을 환영하고 좋아한다지만, 방송에서 이러면…… 크나큰 오예죠. 댓글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더불어 하트 수도 갑작스레 증가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멤버들의 음주 문화들에 관한 얘기들은 거의 없었는데. 어쩜 이렇게 팬들의 마음을 잘 아냐고 손가락으로 오열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런 반응에 00은 다시금 어깨를 으쓱였다. 암만 그래도 방송인데 괜찮겠냐는 팬들을 달래 주기도 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내 방송이잖아? 문제가 된다면 그때그때 피드백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19금 딱지 붙일 거예요. 명쾌하게 나오는 답에 팬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53. 담소
"여러분들의 사랑이 담긴 메시지를 받는 것도 좋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가까워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 같은 거 말해 보는 시간을 가질 건……. 야, 전정국. 너 뭐야."
"놀러 왔슴다. 저기 방 가서 보고 있었어요."
"뭐, 우리는 다 성인이니까요."
어느새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00을 중심으로 쪼르르 몰려 있는 멤버들이었다. 이렇게 모이고 보니까 막내 라인이네. 혼자 나이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은 00이 맥주 한 캔을 땄다. 고민 좀 털어놓을까요, 우리? 00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댓글들이 하나같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살이 안 빠져요, 눈이 너무 작아요, 방탄이 너무 좋아서 문제예요. 사소한 고민들 중에 00은 장문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주시했다. 남자 친구가 바람 피운 걸 알았어. 00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아마도 00보다 나이가 많은 팬이거나 동갑일 테다. 정국은 멍하게 현실 속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구나, 하고 수긍했다.
"그런데 바람 같은 건 진짜 어떻게 해요? 맞바람이면 똑같은 사람이 되고, 그렇다고 물리적인 걸 가하는 건 좀. 그냥 헤어지는 수밖에 없지 않아요?"
"참을 수 있으면 그래야지."
"누나는 당하고는 못 살잖아."
"응. 내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여러 번 참게 되는 건 호구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그런데 상황에 따라선 참아야 하는 일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제 기준에 바람은 못 참는 것 중에 하나예요. 난 화병 나기 싫거든."
화병. 한국 문화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병이다. 그 정도가 심해 미국의학회에서도 우리말 그대로 화병이라고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화병을 앓는 환자들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화병을 앓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00은 자신의 주변에서도 화병을 앓는 사람을 여럿 봐 왔다. 유교사상이 많이 녹아든 한국 문화 특성상 화를 분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00은 말을 이어나갔다.
"학생이나 직장인 상관없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실 거예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스트레스 풀 곳도 없는데 저는 그런 일에 가만히 넘어가면 진짜 안 될 것 같아요. 사실 듣기만 했는데도 지금 짜증이 나서."
"그런 남자 만나시면 안 돼요. 저희 같은 남자 만나야죠."
"맞아요. 그런데 진짜 이건 어떡하지? 누나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엿 먹일 거야. 똑똑하게."
팬들은 순간 뒤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멤버들은 태평히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여자 친구가 바람을 폈다. 그럼 진짜 잘돼서 그 여자애 앞에 나 잘 살고 있다고 보여 주고 싶어요."
"나도 그게 가장 품격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정 못 참겠다 싶으면 어쩌겠어요, 물리적인 방법을 써야죠."
"막 얼음 물 머리에 붓고?"
"응. 한겨울에. 이제 얼음에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릴 때 정강이를 차는 거야. 정강이 요정."
"아, 그거 대박 아파요."
"정국이가 영춘권으로 때리고 막."
충분한 답이 됐나? 어쩐지 조금 의식의 흐름대로 떠들기만 한 것 같은데. 다행히 고민을 올렸던 팬은 이모티콘까지 써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00은 활짝 웃으면서 맥주를 한 모금 입에 담았다.
54. 고민, 친구, 연애
"멤버들의 고민이 듣고 싶어요. 해결해 주고 싶어요. ……고민?"
맥주 한 캔은 어느새 비워졌다. 지민이 다른 맥주 한 캔을 꺼내 뜯었다. 마시지는 않았다. 태형은 팬들의 댓글에 의해 고민했다. 고민. 00은 안주로 사 온 과자를 하나 씹고는 말했다. 사람이 고민이 없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우리 막내 고민이 뭐예요? 00의 물음에 정국은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다. 고민이요? 고민.
"성인이 됐는데도 왜 특별한 게 없을까, 뭐 그런 거?"
"원래 다 그렇지, 뭐. 나도 태형이랑 한강 가서 치킨 먹은 것 빼고 없어."
"맞아. 술 못 마셔 가지고 콜라 사서."
"그건 나돈데. 민윤기랑. 아니, 근데 너 특별한 거 있잖아?"
"……어떤 거요?"
정국이 진심으로 질문했다. 지민과 태형도 뭐요? 어떤 거요? 하고 물었다. 00은 입에 묻은 부스러기들을 털더니 말했다. 내가 막내한테 친구 하나 소개시켜 줬어.
"아, 맞아. 맞아요. 친구 소개받았어요."
"엥? 누구?"
"정국이 드디어 친구 생긴 거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우는 이모티콘들이 댓글창을 지배했다. 00은 그 모습에 키득키득 웃었다. 좀 잘 맞기는 해? 완전 좋아요. 소개시켜 주길 잘했다. 지민이 끼어들었다. 누구 소개시켜 줬는데요?
"내 동생."
"누나 동생? 현오?"
"어, 형 알아요?"
"너 설마 몰랐냐?"
"내가 그랬잖아. 일부러 성인될 때까지 소개 안 시켜 줬다고. 선물이지, 선물."
전에 나온 00의 프로필을 짚고 넘어가자면, 00에게는 남동생 하나가 있다. 태형이 말했듯 동생의 이름은 0현오. 정국과 동갑이다. 다른 멤버들과 현오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지만 정국은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정국이 없을 때만 현오랑 마주치게 돼서. 그리하여 00은 아예 현오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 않고 정국과 현오가 성인이 되면 소개시키자! 해서 정국과 현오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지민이 빵 터져 웃더니 정국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때렸다.
"누나 동생 이름이 현오거든요. 정국이랑 동갑."
"현오가 그 뭐야. 경호한다고 했나?"
"응. 경호학과."
지민이가 맥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00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적어도 태형보다는 주량이 괜찮으니까. 과자도 하나 물려 주었다. 00은 과자를 다 씹고 말했다. 원래 성인이 되면 다 그런가 봐요. 애가 연애로 노래를 해. 저한테 계속 연애에 대해 물어요. 환상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소리를 듣던 태형이 눈을 크게 떴다. 보통 남매 지간이면 환상 같은 건 없지 않아요? 몰라. 얘는 있는 것 같아.
"멤버들의 연애 가치관이 궁금해요."
연애? 연애. 흠. 연애. 멤버들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55. 분위기 전환
"아, 좀 나와 봐. 좁아."
석진이 남준을 옆으로 밀쳐냈다. 왜인지 모르게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순간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와 회의실을 찾아왔다. 책상과 의자를 들여놓지 않고 카페트 위에 앉아 있던 기존의 멤버들은 못마땅하게 과자와 맥주를 정리해야 했다. 호석은 들어올 때부터 분홍색 풍선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형, 귀여운 척이에요? 태형의 말에 호석이 풍선을 던져버렸다. 지민은 카메라를 조정했고, 정국은 자리를 조금씩 넓혀갔다.
"어쩌다 보니까 제 개인 방송이 전체 방송으로 바뀌었네요."
"좋은 거예요."
"그럼요."
"아까 쭉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굉장히 재미가 없어요."
"고민 들어 주는 방송인데 재미있어서 뭐 해."
"……네, 댓글들 쭉 읽어 볼까요?"
지금 00이가 윤기 이긴 거 맞지. 댓글창이 다시 한 번 시끄러워졌다. 멤버들도 빵 터져 웃으며 과자를 바삭바삭 씹었다. 숙소에서 나온 상태라서, 멤버들의 얼굴은 깨끗한 민낯이었다. 뽀송뽀송한 피부가 괜찮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00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지금은 연애의 가치관에 대해 얘기하려는 거였어. 연애 가치관? 제일 중심에 있는 00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우리 멤버들 중에 솔직히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없잖아. 그래도 연애 가치관이라는 건 또 말이 다르잖아? 00의 말에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연애를 몇 번 안 해 봤어도 가치관이라는 건 있는 거다. 있을 수밖에 없는 거고. 그 몇 번 없던 경험에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어떤 것, 그게 바로 가치관이었다.
곰곰히 생각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팬들의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거리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 00의 의도대로라면 이 방송은 사람 대 사람으로 가까워지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 현재로는 그렇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몇몇 팬들은 조금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 거리는 결코 좁혀질 수 없었다. 슬퍼도 어쩌겠어. 애들이 이렇게나 예쁜걸…….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모니터에 얼굴을 조금 더 들이댔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무언가를 더 알아간다는 건 틀림없이 좋은 사실이었다. 조금 충격을 받긴 하겠지만.
56. 연애라는 건
"어떻게 보면 엄청 간단한 거예요."
연애라는 거요, 엄청 간단한 거잖아요. 연인만 보고, 아낌 없이 사랑하고, 바람 피지 말고. 그러면 연애라는 걸 이어나갈 수 있어요. 다이어트랑 똑같은 거예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운동하고. 생각해 보면 되게 간단한 거라니까요? 첫 시작은 남준이었다. 뇌가 섹시하다는 남자들만 모아놓은 프로그램 출연자답게 남준은 한 가지 예를 들어 이야기를 했다. 멤버들은 남준의 말에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늘 있었던 그렇죠, 응, 맞아 같은 것도 없었다.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이렇게 카메라가 있을 때 솔직해지는 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가치관도 그래요. 내 연인만 보면서 사랑하고, 바람 피지 말고."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죠."
"우리 중에 양다리를 걸쳐도 둘 다 사랑하면 괜찮다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 있어요, 혹시?"
"미쳤어요?"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정상적인 가치관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런 사람은 현실에 한두 명씩 있더라고."
"……그런 사람 만나기는 싫어요. 누나를 만나면 될까요?"
"나보다 좋은 사람은 많아, 홉아. 그런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걸."
00의 말을 들은 멤버들이 어딘가 모르게 축 처졌다. 좋은 사람은 많다. 그게 내 님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슬금슬금 밀려오던 불안감이 멤버들을 덮쳤다. 언제까지나 방탄소년단일 수는 없는 거였다. 연애도 해야 할 테고, 결혼도 해야 할 테고. 굳이 꼭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더라도, 그게 가장 행복한 일일 것 같았다. 아마 나중에는.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할 거다. 결혼하고 나서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거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곁에 있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겠지."
석진은 시선을 아래로 둔 채로 말했다. 그것도 참 당연한 건데. 쉽다고 생각한 일들은 쉽지가 않다는 모순이 참 힘이 들었다.
"……그것도 가치관이라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기. 좀 뜬금없어도."
"그게 뭐예요……."
지민이 말을 늘어뜨리면서 푸흐흐 웃었다. 00은 어깨를 으쓱였다. 분위기라는 건 아주 중요하니까. 이게 저희들의 가치관입니다. 깔끔한 멘트를 친 윤기가 과자를 조용히 우물거렸다
.
57. 어느새 주제가 연애로 초점이 맞춰졌지
남자 친구랑 사귀고 있는데 주위에서 밀당 좀 하라고 극성이에요.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흥미 떨어진다고. 어떻게 해야 하죠? 라고 댓글이 달리자, 멤버들은 관심을 보였다. 그 마음 이해하지. 연애 경험이 있는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00은 더욱 공감했다. 친구의 전 남자 친구가 그런 스타일이어서였다. 옆에서 가장 가까이 봤던 터라 밀고 당기기라면 치를 떨었다. 그냥 가지고 노나 싶은 느낌은 지워질래야 지워질 수가 없었다.
"밀고 당기기라는 게, 결국 애정을 확인하고 혹여나 멀어질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권태기를 예방하는 게 밀당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음, 연인 사이에 불안함은 없어질래야 없어질 수가 없지만 그냥 진심 그대로 내보여야 할 것 같아요."
능숙한 조언을 들은 팬 하나가 댓글을 달았다. 전 남자 친구가 밀당을 했었어요? 궁금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질문이네. 조금 힘 없이 웃은 00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 전 남자 친구는 제 친구예요. 저랑 아주 비슷한. 다음 댓글을 찾아 보던 00은 싸한 분위기의 멤버들을 쳐다봤다.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누나가 남자 친구가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좀 그래요. 너무하네요, 누나."
"왜? 예쁜 사람은 남자 친구 한 번쯤은 다 사귀잖아."
"그렇게 자기 외모에 대한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신이 저를 만드실 때 미모를 몇 스푼 적당히 넣으려다 쏟아 버리셨죠."
"……카메라 좀 꺼 보세요."
"에잇, 핑크나 먹어라."
"……."
"헐. 죄송해요."
참자. 00이 눈을 감았다. 호석이 연신 사과하면서 약하게 안았다. 연장자의 위엄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거라니……. 지난번 대기실에서의 석진처럼 호석이 던진 분홍색 풍선에 얼굴을 맞은 00이 허탈하게 웃었다. 석진도 조용히 웃었다. 오빠, 이런 기분이었군요. 응, 그 기분이었어. 마음의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호석이 민망한 듯 웃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잖아. 누구처럼 때리고 나서 해맑게 웃지도 않고. 꺄르르 웃고 있는 막내 정국을 00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제 성인이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 아미 고민 상담이었잖아. 이러면 안 돼."
남준이 상황을 정리했다. 그래. 지금은 생중계 앱으로 팬들의 고민 상담 중이었다. 제법 진지한 남준은 아까 했던 00의 말에 의견을 덧붙였다. 정국은 그저 멍 때릴 뿐이었지만. 잘 들어. 너 나중에 연애할 때 필요할지도 몰라. 정국을 툭 쳐도 정국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될 대로 되겠죠 뭐. 히히. ……쯧. 윤기와 00이 혀를 찼다.
"자, 그럼 다음 고민. 00 누나가 걱정돼요. 형들 때문에 연애 못하면 어떡해요? ……아, 우리가 00이 관리한다 그래서 그런 건가?"
"괜찮아요. 관리하면 어쩔 거야, 내가 사귀겠다는데."
"너무해요, 진짜."
"어. 이건 진짜 너무해요."
"누나 좋아하는 사람이 현재 있어요? 없죠?"
"아냐. 없어. 없을 거예요."
"쟤가 우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연애를 할 리가 미지수지."
말 한 마디 뒤에 따라오는 많은 말들에 머리가 다 아팠다. 남자팬인가. 실 없는 걱정이 조금 귀엽다. 00만 빤히 보고 있는 멤버들의 눈빛이 강렬했다. 굳이 이성적인 마음이 없어도 같이 생활하는 동생, 친구, 혹은 누나를 다른 사람에게 뺏긴다면 마음이 조금 불편할 것 같다는 마음이다. 그런 멤버들을 00은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 자신도 그럴 테니. 막상 매일 티격대는 동생에게도 그런 마음이 들곤 해서, 꿋꿋히 그 시선을 받아냈다.
"지금은 사랑보다는 숙면. 잠이 부족하니까 사람이 예민해져요. 그런 예민함을 무뎌지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건 사랑인 거겠죠. 그런 분을 찾습니다."
"야, 그럼 우리 다 탈락이야. 얘 잘 때 깨우면 엄청 짜증 내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라요, 오빠. 왜 멤버들이 내 님 후보에 있어요?"
"없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없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거야."
멤버들이 키득댔다.
58. 정리할 시간
"지금 현재 시각 새벽 두 시. 여러분 안 자고 뭐 해요?"
뭐 하긴, 니네가 방송 틀어서 보고 있는 거 아냐……. 지민의 해맑은 물음에 팬들이 답했다. 우리를 재우고 싶으면 방송을 꺼. 냉담한 반응에 지민이 시무룩해졌다. 아니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요!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를 집은 00이 표정을 굳히며 외쳤다. 우리 애한테 왜 그래! 장난이야. 사실 더 그래도 돼요. 너무해, 누나……. 00은 킥킥 웃고는 마무리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얼른 자요. 사실 나도 오늘은 일찍 잘 거야."
"인간적으로 카메라는 공평하게 고정시켜야지!"
"이건 내 방송이거든? 마무리는 내가 해야 해요. ……아무튼 여러분 얼른 취침할 준비하시고요. 우리 다음에 봐요! 안녕!"
카메라를 향해 멤버들이 달려들 것 같아 00은 속사포로 말을 한 뒤 방송을 꺼버렸다. 대박. 누나 나빴어요. 00은 못 들은 척했다. 내 방송인걸. 정확히 말하자면 00이 공식적으로 초대한 게스트는 지민, 태형, 정국 셋뿐이었다. 나머지는 멋대로 쳐들어온 거지. 남은 맥주를 싸그리 입에 털어넣은 00이 쓰레기통을 끌어와 맥주캔을 넣었다.
"정리 안 해? 일어나."
그래, 정리……. 정리해야지……. 멤버들이 좀비처럼 느릿느릿 일어났다.
59. 거 참 시끄럽네
"여기 왜 불 꺼져 있어요? 막 담련훈련 아니죠? 우리 속이려는 거면, 야, 정국아. 어디 가."
"우리 회사 무섭기는 하다. 불 못 켜?"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 겁나 무서워……. 야, 나 손 좀 잡아 줘."
"징그러워."
그저 복도 하나가 불이 꺼져 있는 것이었다. 아이, 형. 달라붙지 마요. 정국은 그렇게 말하며 00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출구를 찾았다. 지민은 웬일인지 얌전했다. 스위치의 위치를 모르겠다며 머리만 긁적긁적. 그러나 호석은 남준과 태형 사이에서 잔뜩 몸을 웅크렸다.
"악, 저거 뭐야!"
"……아무것도 없거든요?"
"아, 무서워."
"밑층에는 불 켜져 있네. 조용히 해."
석진의 말에 호석이 괴성을 지르는 것을 멈추…….
"저기 뭔가 있잖아. 야. 아! 악, 악! 저거 뭔데!"
……아, 시끄러워.
60. 예상하듯 인터뷰
에디터_ 멤버들 중 특히 00 씨는 팬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고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여 주기로 유명하잖아요. 술과 함께하는 방송 같은 거요. 그 방송은 꽤나 화제가 되었었죠?
00_ 그렇게나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사실. 아무래도 저희가 어린 연령층의 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실 줄 알았거든요.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민_ 참고로 누나는 맥주 두 캔에 절대 취하지 않아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00_ 그럼요. 나이가 나이인데 두 캔에 취하면 안 돼요. 주량이 셀수록 저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에디터_ 멤버별 주량이 어떻게 되는지?
랩몬_ 저는 뭐, 보통? 좀 약한 편이에요. 이제 저희 중에서는 진 형이 가장 세고요.
진_ 그렇습니다.
슈가_ 저는 간이 안 좋아서 많이 못 마셔요.
뷔_ 전 좀 약합니다. 그리고 술을 피하기도 하고.
지민_ 저희 팀 중에서는 상위권. 섞어마셔요. 근데 얼굴이 빨개지는 게 흠이죠, 네.
랩몬_ 홉(제이홉)이 가장 약해요. 정국이보다 못 마셔요.
제이홉_ 체질적으로, 네. 술을 그렇게 잘 마시는 체질이 아닌 것 같아요.
정국_ 주량은 잘 모르겠는데, 술 써서 맛없어요.
진_ 아가네요.
00_ 아가죠. 알코올에 찌든 간을 가지면 안 돼요. 저 같은 경우는 석진(진) 오빠랑 비슷하거나 다음? 약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 팀에서.
에디터_ 그럼 멤버들끼리 술 한 잔 할 때는 취하도록 마시는 편이에요? 아니면 절대 안 취하는 멤버가 있어요?
랩몬_ 멤버들끼리 자주 안 마셔요. 마셔도 취할 때까진 안 마시고요. 주로 마실 때는 회식 때나 멤버들 중 누가 성인이 됐을 때. 다들 술은 안 즐겨요.
지민_ 정국이가 술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입에 대 보고 나서 바로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졌죠.
제이홉_ 맞아, 맞아.
정국_ 맛없어요. 드시지 마세요, 여러분.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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