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한빈씨."
"네?"
"이제 썬글라스 안쓰네요."
"아, 그러네요."
보기좋아요. 진환의 눈가가 작게 접혔다. 한빈은 그런 진환의 모습에 같이 웃음지었다. 작은 공원 나무 밑 그늘에 자리 잡아 주위를 구경하던 그들은 조용한 오후를 보내었다. 따스한 햇살아래 벤치에 앉아 기분좋은 미소를 짓는 진환덕에 한빈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따뜻한 햇살에 졸음이 오는건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진환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얹어놓는 한빈이였다. 한빈은 잠이든 진환을 한번 쳐다보고 옆에 놓인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자신의 어깨에 기댄 진환의 머리에 한빈도 자신의 머리를 진환에게로 살짝 기대고 눈을 감았다. 찰칵하는 소리와 만족스럽게 웃는 한빈. 그리고 한빈의 손에 들린 디지털 카메라 액정에는 진환과 한빈의 다정한 셀카한장이 남아 있었다.
"진환씨 가고싶은데 없어요?"
"음.. 아! 거기 아모리노요"
"아모리노?"
"네. 거기 아이스크림 유명하데요."
"쌀쌀한데 괜찮겠어요?"
"네! 저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거기 그리구 거기 아이스크림 장미모양이래요. 신기하죠? 파리에서 완전 유명하다던데.. 처음 보는 진환의 아이같은 모습에 한빈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신 나서 한빈에게 쫑알쫑알 말하는 모양새가 꽤나 귀여웠다.
"가요. 사줄게요."
아까전부터 한빈을 싸고도는 이상한 기분에 한빈은 찝찝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빈은 진환과 함께 걷는 거리에서 왜 그런 기분을 느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한빈이 찝찝한 기분의 정체를 찾아 내었다.
군중 속에 섞이기 좋은 거리. 멀리서 한빈을 주시하는 남자. 거리의 한 시민으로 둔갑한 파파라치였다. 갑작스런 파파라치의 등장에 한빈은 당황했지만, 진환을 보호해야했다. 그는 나약한 일반인이기 때문에. 한빈은 진환의 어깨를 감싸고 자신의 품으로 안아 진환의 얼굴을 가렸다.
한빈을 주시하던 파파라치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안아오는 한빈때문에 진환은 당황스러웠다. 저기.. 한빈씨? 올려다본 한빈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진환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냥 한빈의 품에 안겨있을 뿐이였다. 한빈은 인상을 한번 찌푸리더니 라운드 넥에 걸어놓은 썬글라스를 꼈다. 그리고 조용히 진환의 귓가에 속삭였다.
"파파라치에요."
"…."
"용케도 찾아냈네."
Fuck. 한빈은 작게 욕을 읊조렸다. 자신의 품에 안겨 안절부절하며 자신을 걱정하는 진환이 안쓰러웠다.
"진환씨, 죄송한데 오늘은 이만 들어가요.."
"아.. 그렇게 해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Embrace All
한빈X진환 In Paris
Written by.최적화
비가 내렸다. 한빈의 기분을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한빈은 파리에 처음 왔을 때처럼 어둠에 갇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사실 그때와 지금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한빈의 루머들도, 한빈이 그 질타로부터 도망쳐나온것도. 어느 하나 해결된 것이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때 한빈은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창으로 세찬 비가 때렸다. 걷잡을 수 없는 우울의 그림자가 퍼졌다. 한빈은 두려워했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불러올 다음 일을. 그리고 진환을 만난 막연한 현실을.
한빈이 만들어낸 우울의 그림자가 방안을 가득 매웠을때, 누군가 한빈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다음 들려온 목소리는 그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비를 뚫고 온 진환이였다.
"한빈씨! 저 진환이에요. 안에 있어요?"
"…."
"기분 안 좋은거 알아요. 저 embrace에 있을테니까, 필요하면.."
"…."
"아뇨, 그냥 혼자 있는거 싫으면.. 언제든 오세요."
"…."
"기다릴게요."
해가 지구의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을때 한빈은 그제서야 어둠으로 잠긴 몸을 일으켰다.
낡은 나무문이 열였다. 그리고 들어온 인영의 모습을 보았을때, 진환은 슬픈 눈을 했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다 맞고 온것인지 온몸이 젖어있는 한빈에게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비 맞고 왔어요."
"…."
"감기 걸리겠다."
진환은 서둘러 의자에 아무렇게나 놓인 담요를 집어들어 한빈에게로 다가갔다. 그저 문앞에서 목석처럼 서있기만 하는 한빈에 진환은 고개를 들어 한빈을 바라봤다. 초점이 없는 눈이였다. 진환의 마음 한구석에 답답함이 들이찼다.
겨우겨우 의자에 앉힌 한빈에게 따뜻한 우유를 건냈다.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 한빈에 진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초점없는 한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간신이 입을 땠다.
"너무 두려워요."
"…."
"이제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조차 모르겠어요."
내가 버리고 온 B.I란 이름마저도. 무너질까봐 겁이나요. ‥너무 이기적이죠. 진환씨 만나고, 다 이겨낼 거라 자신했는데.. 나는.. 모르겠어요. 모든것이 물거품 같아.
"‥뭐가 그렇게 두려워요."
"심지어!! 내 앞에 있는 너도,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물거품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나는, 그렇게 살아왔어. 내일은 또 무슨 사건이 터질까. 내일은 또 어떻게 해명해야하나. 이젠 정말 그 루머들이 내가 정말로 저지른 일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하루하루를 전전긍긍하며 불안에 떨면서 살아왔어.
"‥뭐가 무서워요. 나랑 함께 있으면 당신도 게이소리들을까봐. 그게 무서워요?"
"우리 둘다. 전세계에 커밍아웃이 될꺼야."
"나한테 한 말 거짓이에요? 나한테 널 이해해주는 내가 있으니까 무서워 할 필요 없다며? 널 믿어주는 내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
"니가 내 옆에 있으면, 너는 한국의 일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도 있어."
‥니가. 내 세계를 감당할 수 있겠어?
한빈의 눈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나왔다. 소리없는 울음. 차라리 소리내서 펑펑 울어버리지 하고 생각했다.
**
파리의 빈환..★
| ♥♡ |
니트/ 쿵니/ 하트/ 독자/ 별/ 뿡요/ 인쇄용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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