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경성의 봄, 벚 06
※ (-표시 : 여주시점, *표시 : 딴사람시점, **표시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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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는 작은 가게 안에서 놈들을 완전히 따돌린 후에야 내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할 말이 있다며 근처 다방으로 나를 데리고 왔다.
"할 말이 뭐야?"
설탕도 안넣은 커피잔을 휘저으면서 말했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쓰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가져댄다.
"이거 뭐야."
윤기가 꺼낸 것은 다름아닌 수배전단지. 사실 수배라기 보다는 사람을 찾습니다 정도가 맞겠다. 말없이 경성에 올라간 동안 가족들이 동네에, 그리고 국수가게 사람들에게 나눠준 전단지였다.
"아..."
놈들이 이 수배지를 보고 여기까지 쫓아왔다는 것인가..
"경성에서부터 너를 찾아다녔어. 그놈들..."
"그래서 대구로 내려가라고 한 거야?"
"그래... 여기까지 내려올 줄은 몰랐다만.."
수배지를 만지작 거리다가 그를 쳐다보자 눈이 마주친다. 다시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운을 땐다.
"....사실 한글회에 너 말고 여자 한명이 더 있었어."
"그래? 지금은 어디있는데?"
"모르겠어. 일본에 있을거야 아마."
"....모른다고,"
"한글회에서 발간한 신문이 검열에 안들어간다는 건 알아?"
"그야 물론 학교에서 만든거고 학생들끼리만 보는거니까...."
"아니."
""...설마..."
아니겠지 하는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말을 이어간다. 윤기도 많이 힘들었나보다. 이 상황.
"한글회에는 여자들이 항상 있었어. 일종의 바람막이지. 아마 석진이형은 지민이를 꺼내오려고 너를 부른 것 같아. 지민이 알지? 박지민."
"여자들을 희생시킨거네?"
"그게 왜놈들이 한글회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이유."
손이 떨렸다. 너무 손이 떨려서 커피잔을 쥐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말도 나오질 않았다. 더이상 무엇을 물어봐야 하나...
"그러니까"
"윤기야..."
"응?"
"너는 한글회를 위해서 대구까지 내려온 거야, 나를 위해서 여기까지 내려온 거야?"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윤기를 보면서 불안감과 실망감이 들었다. 다시 나를 잡아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둘 다야. 하지만 너가 먼저야. 나는 조선 여자들 하는거 더이상 못 봐."
"...."
"그게 이유야. 1명이 왔든, 10명이 왔든 나는 모두를 위해서 노력했을거야."
"...."
잠시 혼란스러워 하는 나를 보다가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낸다. 명함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메모 정도?
명함을 받아드니어렴풋이 낯익은 글씨체가 보였다.
"우리학교 교수님이셔. 지금은 계시지 않지만."
"이게.."
"일단 조선에 있는 이상 너무 위험해. 온 대구를 들쑤시고 다닐 가능성이 커. 우리는 놈들을 부산으로 유인해야 해. 여기있으면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야."
"...."
"....제발. 너 여기서 잡히면 기약없이 끌려가는거야."
명함만 달랑 하나를 던져주고는 자꾸 도망가라는 그이의 말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알겠다만 아직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김여주...."
"미안 못가."
명함을 다시 건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 경성까지 조심히 가."
"...앉아."
"아니, 한글회와는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지금 엮여있잖아. 이번일만 내가..."
"나 지금 너도 못믿겠어. 명함 하나만 달랑 받고 부산까지 가라고?"
"하...김여주."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뒤돌아 나갔다. 윤기는 나를 보며 앉아, 앉으라고 했다 를 반복하다 제 풀에 지쳤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당장 경성을 떠나라는 말을 할때도 어이가 없었지만 대구를 떠나라는 말은 더 어이가 없다.
그리고 하마터면 봉변을 당할 뻔 했던 것도 너무 화가 났다. 석진이를 믿고 한글회에 정말 도움이 되고싶어 가입했건만... 나는 그저 미끼였단 말인가.
"아..."
애초에 조명가게에 가지 않았더라면,
아니 심부름을 하다가 박지민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전에 태형이와 혼인을 마쳤더라면.
이지경까지 오지는 않았겠지....
타들어가는 저녁노을처럼 내 마음도 타들어간다. 오늘따라 태형이가 미치도록 보고싶다. 벚꽃잎 흩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적적히 집으로 걸어들어갔다.
-
"다녀왔습...."
"여주야!!!!!"
"누나.....무서워..."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참으로 잔인했다. 아까 본 그놈들이 우리집은 어떻게 알았는지 가족들을 모두 무릎을 꿇게 하고 총을 겨누고 있었다.
구석에서 앉아있던 한 사람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쥐새끼마냥 숨어다니다가."
"...오지마.."
"쥐구멍까지 들킨 기분이 어때?"
"크흑...."
그는 나를 벽으로 밀친 후 왼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하지만 뿌리칠 수 없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각종 무기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여긴 어떻게 알고..."
"그래. 이런 은신처는 어떻게 알고 왔을거라 생각해?"
"...."
"대체 누가 알려줬을까?"
"....김석진...미친자식..."
"석진상 말씀이십니까? 땡 틀렸습니다~"
"탕!"
"히익!"
내 앞에 그는 눈도깜짝하지 않고 천장 총을 한발 쐈다.
"이번엔 천장이 날아갔지만,
다음에 틀리면 가족들 머리가 날아갈 줄 알아."
"원하는게 뭐야... 잡아갈 거면 잡아가! 그리고 가족들은 아무연관 없는 사람들이야....!"
사이토 히로부미... 어깨에 별이 가득한 걸 보니 놈이 우두머리일 것이라 짐작했다. 사람 몇백은 거뜬히 죽여봤을법한 그가 잔인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짐승같았다. 지금 그에게서는 사람의 기운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비열하고 본능에 충실한 야수같을 뿐이었다.
"사이토!!!!!!"
참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경첩을 부수고 들어온 민윤기는 다급한 목소리로 사이토에게 뛰어간다.
"하....하아...사이토..."
"민윤기상 여기엔 무슨일인가? 지금쯤 일본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이..."
"사이토...."
누가 우리집을 불었나 했더니 민윤기자식의 짓이었다. 역시 그도 한글회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녀석...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꼬시려고 했다. 나는 또 이자식에게 당할 뻔 했다.
"총을 거두어 줘. 여자애를 찾았으면 된 거 아니야?"
"...도발할 시를 대비해서...."
"가족들까지 건들면 너네만 곤란해져. 지금 상황 알잖아? 총장님이 아시면...나 일본 못가."
"....모두 나가있어."
사이토의 말 한마디에 가족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서로를 끌어안고 우는 가족들에게 달려가 꼭 안아주었다. 흐르는 눈물을 동생이 계속해서 닦아주었다.
"미안해요....다들...."
"여주야....다친데는 없고?"
"응...없어요..."
가족들과 부둥켜 안고 있는 동안 윤기는 사이토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그가 돌아가고 못다한 얘기를 하자며 나를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나는 더이상 할말이 없다며 거부했지만 억지로 손목을 잡으려 하는 그를 가족들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김여주."
"할 말 없어. 나 들어갈게.."
"....내가 다 설명해줄게. 일단 부산으로 가자."
"왜 자꾸 가자고 해? 지금 나는 물어볼 게 없어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
"....."
"지금 무슨상황인 지 모르겠어. 니가 하는 말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거야?"
"일단 부산으로 가서..."
"그 말도 믿으라고...."
"...."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한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한숨을 푹푹 내쉰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도 하고 내 눈을 피해 생각하는 척을 하기도 한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어떻게 믿어야 하는 걸까.
"믿음을 못 준건 미안해."
"믿음은 애초에 없었어. 너가 마음대로 밀어부친덕에 이지경까지 온 거지."
"뭐? 야...하...허참.."
"어이없지? 그럼 돌아가. 난 이미 돌아왔으니까."
내 한마디에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잠시 짜증이 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가지고 온 수배지를 북북 찢는다. 그리고 내 얼굴에 던졌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처음부터 나타나질 말던가."
한마디만을 남긴 채 떠난다. 이렇게 우리는 오해만 잔뜩 쌓인 채 남이 되었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있어야 할 보금자리로.
*
그녀를 대구로 떠나보냈다.
하룻밤사이에 없어진 그녀때문에 한글회가 난리가 났다. 특히 석진선배가.
:뭐야 어디갔어?"
"분명 어제 같이 웃고 떠들더니 어딜 간거죠.."
"지민이 집에서 살 때부터 이상했어요... 노숙자 아니예요?"
"푸하하 노숙자래"
"야 지금 장난칠때냐... 민윤기, 아는 거 없어?"
"없는데요."
다행히도 정국이 집에 있던 보조열쇠를 따고 한글회실로 들어왔다. 심각해진 석진선배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대한독립이라는 동아리 목적에 맞지 않게 친일짓을 하고 있는 그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일본군한테까지 손을 뻗은 그가 조금은 어리석게도 느껴졌다.
"아. 그건 그렇고 민윤기 유학은 어떻게 됐냐?"
"유학은 무슨 어학연수죠."
"가기로 한 거야?"
"네. 김교수님께 연락해보니 자리가 비었다고 운좋게 다녀올 기회를 주셨어요."
"잘 다녀와. 괜히 몸상해서 오지 말고. 일본은 여기보다 훨씬 위험하니까."
열흘 뒤 일본유학을 떠나면 언제 올 지 모른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녀석들이 다 졸업하고 난 후이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나는 홀로 한글회를 이끌어나가야겠지.
그러고보니 여주 보는것도 어제가 마지막이었네. 조금 더 잘해줄 걸 그랬나.
"그건 그렇고... 골치아파졌어... 김여주때문에."
"왜 그렇죠?"
"놈들이 단서를 찾은 모양이야...김여주가 어디있는지."
"네?"
"그러니까...휴....아무튼. 그 단서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회의끝났으니까 가볼게요."
"어...야 오늘 너 송별회...."
"갔다와서 해요. 안녕히계세요."
"야. 민윤기 저자식은 마지막까지도 싸가지없냐."
"형 참아요. 유학준비때문에 바빠서 그래요."
"저자식을 진짜...어휴...."
시끄러운 동아리실을 뒤로한 채 사이토를 만나러 갔다.
군부대로 가자마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이토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사이토는 막 회의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윤기상! 유학결정 잘 했어요. 축하드립니다."
"...어디 가십니까?"
"아. 앉아보실래요? 꽤나 재밌는걸 발견했거든요."
사이토 히로부미...이토 히로부미의 친척이자 아끼는 후배. 아직 나이가 어린 탓에 작은 군부대를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어마무시해질 지 모르는 녀석이다.
녀석에게는 지금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기 마음대로 군부대를 지휘해 조선땅을 휘젓고 다니니 말이다.
책꽃이 문서함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종이파일 하나를 가지고 내 앞에 앉았다.
종이 파일 속에는 김여주의 사진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수배지가 있었다.
"웃기지 않습니까? 이 난리통에 딸하나 잃어버렸다고 수배지를 돌리는 멍청한 조센징이."
"....이게 무슨..."
'사람을 찾습니다' 로 시작하는 이 수배지는 김여주의 이름, 가족관계, 일하는 곳이 적혀있었고 구구절절하게 그녀에 대해서 기술해놓았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지, 노리개의 색깔까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일본 군인들이 어린 여자를 필요로 하는 이 시점에서 김여주의 신상정보는 군인들의 배고픔을 달래기에 충분한 요깃거리였다. 억지로 대구에 숨겨놨더니만 다시 머리아프게 생겼네..
"김여주가...어디있는 지 찾으신 겁니까?"
"여기 다 나와있지 않소. 이제 찾는건 시간문제죠."
"....."
"문제 있습니까?"
"아 아뇨. 잘됐네요. 그런데 제가 내일 아침일찍 부산에 가야하는데 대구까지 신세좀 져도 되겠습니까?"
"아 안타깝게 됐습니다...! 오늘밤에 출발하려던 참이었는걸요?"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해도 될 만큼 준비는 충분히 했는걸요."
"가히! 윤기상은 항상 철저합니다."
대구에 내려가 내가 먼저 김여주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 소녀가 쓰러진다. 분주히 그녀를 묶는 군인들 사이로 한 학생이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미안해 김여주.... 다음에 다 설명해줄게...."
"지금은....안돼....미안해."
군인들은 그녀를 차에 싣고 학생을 차 보조석에 태웠다.
"저 여자는 내가 일본으로 데려갈게."
"사이토 장군께서 직접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거기가면 윤기상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보조석에 가만히 앉아있던 학생이 갑자기 군인의 멱살을 잡는다.
"무슨상관이야. 내가 데려갈거니까 너는 잃어버렸다하던지 나까지 팔아넘겼다고 하던지 맘대로 지껄여."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학생을 바라본다.
"윤기상 저 여자애를 좋아하십니까?"
"뭐야...그런거 아니니까 신경꺼."
"그러면 그렇게까지 보호해주고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냥"
"김여주니까."
뒷좌석에서 곤히 자고있는 소녀의 뺨이 붉어졌다.
-
집으로 돌아가던중 놈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허름한 방 안이었다. 창 밖에서 조선말이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일본은 아닌가보다. 이대로 일본에 끌려가나 싶었는데 아직은 내 조국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작은 전화기가 보였다. 얼른 다가가 수화기를 들어보았지만 신호가 가지 않았다. 죽은 전화기를 힘없이 떨어뜨리며 그대로 누웠다. 침대가 이렇게나 푹신했다니. 이사가는 대구집에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끼이익."
"누구세요?"
문을 여는 소리에 놀라 문고리를 바라보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커다란 비닐봉지와 함께 들어오는 민윤기가 보였다.
"....미친놈."
"김여주. 잘들어."
"너 납치범이야 뭐야 여기 어디야!!!!!"
내가 소리를 지르던지 말던지. 묵묵히 가져온 빵과 우유를 식탁위에 놓는다. 그리고는 침대로 다가와 내 옆에 풀썩 누웠다.
피곤하다는 듯이 자꾸 내 이불을 뺏어가는 그 때문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우웅...피곤해."
"....여기 어디냐고."
"걱정마. 걔네들 다 갔으니까."
일어나려는 나를 잡고 자기쪽으로 끌어당긴다. 덕분에 나는 다시 누울 수 밖에 없었다.
그의 흰 피부가 햇살을 받아 더 하얘졌다. 그런 그의 얼굴을 나도 모르게 쓰다듬고 있었다.
흠칫 놀라 손을 거두니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비웃는거 같기도 하고.
".....민윤기."
"아침 댓바람부터."
"미친놈..."
"아몰라 잠좀 자자. 너때문에 한숨도 못잤어."
"누가 살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했냐. 너가 경찰관이야?"
"넌 경찰이 네 목숨 살려준 적 있냐."
반박할 수 없었다. 내 목숨을 앗아가려면 앗아갔지 살려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이제껏. 단 한번도.
"그러니까 생명의 은인한테 경찰이라고 하지 마세요. 그거 욕이니까."
윤기는 내 팔을 베더니 정말로 피곤했는지 바로 잠에 빠졌다. 그런 윤기가 동생같고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다가 토닥토닥 잠에서 깨지않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가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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