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 01 ; 宮 ]
" 여기가 궁궐입니까, 마마님? "
" 애기씨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 조신하여야 함을 잊지마셔야 합니다. "
큰 문의 중턱을 지나 발을 내딛어 보니, 난생 처음보는 궁궐의 내부에 입이 벌어져서는 팔짝 팔짝 뛰어보고, 바닥에 작게 펴있는 바람꽃을 한 움큼 뜯어서는 향기를 맡는 애기.
그 애기가 8살 때 처음 궁에 들어온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가고 있는 지금 나는 애기 나인이고, 조금있으면 관례식을 치를것이며. 그때가 되면 정식 나인이 되어있을것이다.
가끔 궁 밖을 쳐다보면 지나가는 처자들을 보면 괜히 씁쓸해져 웃기도 한다, 나는 궁 밖을 나가지 못한다. 죽을때 까지 말이다
벽에 기대며 잠을 청하고 있을 때 어렴풋이 집을 떠나기 전에 눈물을 흘리시곤 이름을 외쳤던 어머니의 얼굴과 동생들의 얼굴,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 있으면 관례식이기 때문에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오라버니도 만나고 싶고 동생 정이, 그리고 어머니도 만나뵙고 싶다. 나갈수 있다면 아버지 산소도 가고싶다.
![[국대/사극물] 宮 (궁);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9/7/6976a489c84b145de4fa9af8ad028f7a.jpg)
01
" 연아, 답답하지 않니? 난 이제 여기 생활이 지겨워 속물이 난다 "
" 나도 마찬가지야. 죽어도 나가지 못할텐데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 "
" 조금 있으면 관례식이잖아, 그때 쯤은 나갈수 있겠지 "
할 일이 없는 나른한 오후, 항상 이렇게 애기나인들 끼리 모여서 수다를 나눌 때 쯤이면 항상 관례식 얘기, 그리고 가족 얘기가 나오고. 상감마마의 얘기도 나온다.
보통 천민이나 양민집에서 온 처자들은 궁궐에서 나인으로 있는 대신 얻는 양식 때문에 오는것이고, 양반집 처자들은 승은을 입기 위해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 나인들이 승은을 입으려고 전하께서 자주 가는 길에 서성거리거나, 아니면 용안을 뵙기위해 스스로 심부름을 자처하기도 하는게 정말 웃기다, 그리고 재밌다.
생각해보니, 나도 10년동안 한번도 용안을 뵙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큰 행사 거리가 있을 때 멀리서 보긴 했지만 제대로 마주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상감마마의 얼굴을 뵈었다는 김 나인의 얘기를 듣고선 설레서, 아니면 재밌어서 박수를 치거나 깔깔 거리는것. 그것으로 대충 시간을 때운다.
" 잘 지내셨습니까? 겸사복 나리. "
" 나리라 부르지 마십시오 애기나인님, 부끄럽습니다... "
남녀칠세부동석. 남자와 여자가 7살이 지나면 한자리에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안된다는 뜻의 얘기이다. 궁에서 상감마마가 아닌 다른 사내와 무슨 일이있는 것을 제외하고선
같이 있을 때에는 엄한 벌을 다스린다. 자자형 또는 태형의 죄로 다스려 지는데 자자형이란, 몸에 죄인이라는 글씨를 새기는 것이다 이 형을 받은 나인은 승은을 입을 수 없다,
태형은 말과 같이 볼기짝을 때리는 형이다. 물론 내가 겸사복과 마주치고 얘기를 자주 한다는게 알려지면 난 상궁마마께 큰 혼쭐이 날것이다.
이걸 모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년 전부터 나에대해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외로울 때 말동무가 되어주셨던 첫번째 궁에서 만난 인연이기 때문에 난 그리 상관 쓰지 않았다
궁궐 한 구석에서 얘기를 나누고, 수라를 드는 애기나인이 준 몇개의 다과도 쥐어주며 얘기를 하고 있을때 겸사복이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 연입니다, 겸사복 나리의 성함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 얼굴만큼 어여쁜 이름입니다... 성은 기, 이름은 성용입니다. "
첫만남 부터 지금까지 2년을 봐왔지만 생각해보니 서로의 이름을 몰라서 겸사복은 나를 애기나인님, 나는 겸사복 나리라고 칭했다. 이름은 안다고 달라질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 더 가까워 진것 같아 서로 얼굴을 붉히며 웃다가 궁에 들어오기 전 얘기 그리고 또 상감마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겸사복에게 쥐어준 다과 몇개를 다시 집어서 입 안으로 넣어 놓고선 입을 가리며 웃다가 상궁마마께서 「 연아- 」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치마춤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선 인사를 하고선 달려갔다. 겸사복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ㄱ 나도 뒤를 돌아봐 손을 흔들고선 달려갔다.
" 어디가 있길래 안보이는 게야, 정신 차려야 할텐데... 쯧쯧 "
" 송구하옵니다 상궁 마마, 다신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
요즘따라 최 상궁 마마께서는 얼굴을 뵙기가 힘들고 박 상궁께서 자주 애기나인들을 거느린다 . 수빈마마의 소속인 나는 잠시 시중을 들고선 밖으로 나왔다
수라 시중을 드는 다정이 이번에도 다과 몇개를 싸들고 와서는 나에게 2개, 영이에게 2개 그리고 자기의 몫 2개. 이렇게 나눠 주고 나선 바쁘다며 다시 돌아가고, 나는 상궁님
께 잠시 할 일이 있다며 잘 말하라며 부탁하고선 전에 있었던 그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 이번에도 겸사복이 있었다 나를 기다렸는지 뒤를 돌아보고선 웃었다, 밝게.
담벽에 기대어 나란히 앉고선 겸사복은 내일 쯤으로 예정된 계례식에 대해 얘기를 꺼냈고, 꾸미면 얼마나 어여쁘겠냐며 농을 했다.
" 내일 궁 밖으로 나가실겁니까? "
" 예, 아버지 산소도 다녀와야하고.... 어머니도 뵈러 가야합니다 "
" 내일 한번 저 보고 가십시오, 새색시 처럼 옷 차려 입은 나인님 모습 보고싶습니다... "
" 알았습니다, 겸사복나리. "
이름은 알아도 여전히 서로의 호칭은 ' 나인님 '과 ' 겸사복 나리 ' 였다 , 서로 쑥스러웠는지 웃고만 있다가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숨까지 참으며 조용히 입을 막고 있자 , 보이는건 상감마마의 내금위 이대훈이였다.
수빈마마의 처소에 상감마마가 드셨던 날, 그 때 보았던 내금위였다
나와 겸사복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눈 앞에 보이는건 약간 놀란듯이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는 내금위였고 겸사복도 약간 얼굴이 굳어있었다.
" 생각시님, 남녀칠세부동석을 잊으셨습니까? 궁중의 법도도 잊으셨습니까? "
" ......그게 아니오라.. "
"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주십시오 겸사복나리. "
이렇게나 넓은 궁에서, 그것도 내금위랑 마주치다니....서서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담장에 나란히 기대어 화기애애 얘기를 나누고 있기 때문에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변명을 한다 해도 내금위의 표정을 보면 절대로 믿을 눈치가 아니였다. 내금위가 상궁마마에게 말할 경우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괴로웠다.
내금위는 「 이걸 발견한 사람이 제가 아닌 전하이시거나 상궁이라면 어떻게 하시려고 이런일을 하셨습니까? 」 라며 꾸짖었다,
한숨을 쉬고, 화를 내고를 반복하면서 말씀하신것을 들어보니 나인은 왕의 여자이기 때문에 겸사복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고, 겁을 먹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흘린 눈물을 본 내금위는 한없이 높았던 목소리를 낮추고선 「 다신 이러지 마십시오, 걸리지도 마세요 」 라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갔다.
" 겸사복 나리.... 죄송합니다... "
" 뭐가 미안하다고 그럽니까, 애기 나인님 잘못이 아닙니다. "
" 아니에요... 지금 시각이 조금 늦었으니 내일 계례식을 끝마치고 뵈요! "
말하지 않을거라던 내금위의 말을 믿긴 믿었지만, 한 구석이 불안하고 초조해 더이상 겸사복과 함께 있을 수가 없었고. 종종걸음으로 눈물을 훔치며 방으로 들어왔다.
괜히 찾아와서 겸사복에게 폐가 되는 것 같아 입 밖으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몇번이나 반복했다.
영이는 내일이 내 계례식이니 일찍 잠드라며 말했고 나는 베개에 기대어 내일의 일을 상상했다, 궁에 들어온지 10년. 드디어 나는 밖으로 나갈 수 있다
' 내일 계례식을 끝마치고 겸사복 나리를 잠시 뵙고. 집으로 가서 오라버니와 어머니를 뵙고, 아버지 산소에 가야겠다.... '
- 01 마침-
작가의 주저리 |
사극물 쓰다 보면 정말 궁중어도 써야하고 나인의 호칭, 호위무사의 호칭. 그런거 다 알아야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네요ㅠㅠㅠㅠ 어제 올리려고 예상했던 작품이 이렇게 밤까지 미뤄지다니..... 사극물 쓰시는 작가분들의 노력을 이제야 알았네요.....
내용을 설명하자면 주인공은 연이라는 여자에요. 연이가 승은을 입기위해 궁에 들어온지 10년이 지났고 내일이 계례식(성인식)이고, 궁에 들어와서 친해진 사람이 있는데 둘이 친한게 걸려서 이걸 숨기기 위한 여러 일들을 중심으로 삼아 이야기가 흘러가는거에요!
먼저 내금위는 호위무사의 옳은 호칭입니다. 겸사복은 전하 뒤를 붙어 쫒아다니는 무관이라 해야할까요.... 말하기 되게 애매한 사람인데 호위무사와 비슷한 일은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오랫동안 머리 감싸며 쓴 글인데 댓글 써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 잘못 된게 있다면 제발 알려주세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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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