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
"어, 아들 깼어?"
"요기 오디에요..."
"이제 우리가 살 집이야, 좋지?"
"으웅...."
"진짜 조용하고 아늑하다. 짱 좋은뎅? 그치 아들? 어?"
"으우..."
그래, 내가 바란 건 아늑한 보금자리였지 동물의 왕국이 아니었단 말이야.
아빠가 된 세봉짱
w.아빠세봉
.prologue.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늦봄.
여름이 올락말락 더울락말락 땀이 비오는 흘러내릴막말락 하던 습기차고 후텁지근한 늦봄, 초여름이었다.
널 만났던 작년과 비슷한 시기였고, 비슷한 날씨였으나 우리의 관계는 작년과 같지 않았다.
우리 그만하자.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널 쳐다봤다. 아니, 어이가 없을 새도 없었다. 너의 말은 너무 갑작스러웠으니까.
왜? 왜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유학을 간다고 했다. 부모님이 시키신거라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뻔했다.
예상치 못한 임신.
그리고 더 예상치 못한 낳고 싶다는 나의 말.
분명 너는 내가 지울거라고 생각했겠지만 큰 오산이었어, 개새끼야. 난 니가 당연히 결혼하자고 할 줄 알았다고. 홀몸으로 애 낳아서 어쩔꺼냐는 부모님에게 나 홀몸 아니라고 고래고래 당당하게 소리지르고는 애기 낳겠다고 집을 박차고 나왔다, 너 하나만 믿고.
근데 헤어지자고.
"미친 거 아니야?"
"뭐?"
"이 개씨발놈아."
"개씨...뭐?"
"야, 걱정말라매 임신 안 된다매. 임신해도 니가 책임지겠다매. 유학? 너 몇살이야? 너 성인이야. 니 인생은 니가 사는거야, 부모님이 시키신대로 하는게 아니라."
"......"
"그리고 평소에 부모님 말씀 지지리도 안 듣는 새끼가 유학 가랬다고 슝 가네. 왜, 애 키우기 싫냐?"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면, 아니면 씨발 낳자고 하던지 결혼하자고 하던지."
"야,"
"됐어, 하지마. 나 혼자 잘 키워서 잘 낳을꺼니까, 외국가서 잘 살던 뒤지던 맘대로 해라."
그렇게 무작정 너와 함께 있던 카페를 나왔다. 아 미췬 이거 네이트판에 올려야 되는거 아닌가 몰라, 나 완전 사이다였는데? 터벅터벅 길을 걸으며 내가 바로 쿨워터향이 나는 그런 여자,라고 애써 자기합리화를 시키고 있었지만 막상 마음은 불안했다. 돈은 어떻게 벌지. 세상의 시선은 어떻게 감당하지. 내가 애를 잘 못키우면 어떡하지.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갖고 나온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그 돈으로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
아, 모르겠다 진짜. 어떻게든 되겠지.
쾅!!!!!!!
코ㅓ아쾅쾅쾅콰아오카ㅘ쾈코아코앙
"하 미친 뭐야 진짜......누가 이렇게 쾅쾅대......아 더 자고 싶ㅍ..."
쾅카아와콩코아쾅오카왘ㅇ
띵도딩동딩동띵동딩동딩동
"어무니...밖에 도깨비둘 왔나바.....어무니가 도깨비둘 뭐라했도라...미친새끼들?"
"ㅇ...아니 그런건 어디서 배웠어 콩알아!!!!!!!!!!!!!!!!!1"
"어무니."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며)
쾈ㅇ쾅오카오ㅓ카ㅗ코캉왘왕ㅇ!!!!!!!!!!!
하 진짜 어떤 새끼야...너의 머리를 저렇게 쳐주고싶다..
"저기여!!!!!!!!!!!안계세여!!!!!!!!1"
"안 계신가봐!"
"아니면 너무 게을러서 느릿느릿 나오시나"
"컁야햫얔햨햨햐핰핰"
"아 좀 닥쳐, 이석민 권순영."
난 또 뭣 같은 옛 남친 새끼 꿈을 꾸는 바람에 원래 밤에 많이 칭얼대는 콩알이가 어젯밤따라 조용한 덕분에 잠을 많이 잤음에도 머리가 피곤했다. 그렇게 예민한 상태의 나를 누군가, 아니 어떤 남자아이들-들리는 목소리가 굉장히 앳되었다-무리가 우리 집 대문을 부셔져라 두드리면서 깨웠다.
대문만 부실꺼면 대문만 두드리고 초인종을 파괴할거면 초인종만 눌러줄래 b↗oy?
"안~~~~~~계~~~세~~~요~~~~~~?????!!!?!?!?!?!?!?!?"
"......."
"거기 계시는거 다 알아여~~~~나오세여~~~~~~컴 히얼~~~~~~~"
"...콩알. 엄마 나가, 말아?"
"나가. 나가서 우리집 문 왜 뚜두리냐구 혼내조 미친새끼둘!"
"아 그 단어 쓰지마!!!!!!!"
"칫 어무니가 먼저 썼으면소..."
투덜대는 콩알이를 뒤로 하고 세수도 안 한 채로 현관문으로 향했다. 도대체 어떤 boy들인지 좀 보게.
어제 콩알이와 찍은 사진을 걸 못을 박느라 사용했던 망치를 들고 나갈까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그래도 목소리를 들어보아하니 좀 앳된 아가들일 것 같아 망치를 들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고는 목을 한번 큼,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벌컥)
"누구세..."
"안녕하ㅏ세여영 와하하가하앟앜아앜아앙학ㅇ아 예에엥에ㅔ게에겍"
(할 말을 잃는)
"얘들아 애들아!! 인사부터 하자 얼른 서 얼른 서.(급정리)"
".....(대체 어떤 인사길래)(동공진지)"
"쌔이 더 네임!!!!!!!!쎄뷘튄!!!!!!!안녕하세요 세븐틴입누ㅞ다!!!!!!!!!!!!!!!!!!!!!1훠우우~~~"
뭐지.마치 인사법 자막이 아래 보이는 듯한 그런 인사야.
그리고 왜 지들이 인사해놓고 지들끼리 환호하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하지)
"안녕하세여 저희는 아실지 모르겠지만 세븐틴이구여 저희 이번에 새로 옆집으로 이사왔구여 잘 부탁드려여"
"......(랩괴물인줄 알았음)(뭐지 도끼의 후예인가)"
(콩콩콩)
"어무니~~~누가 이로케 문을 두드렸..(경악)"
"ㅇㅐ..애...애기다아아ㅏㅇ!!!!!!!!!!귀여워!!!!!!!!!!!1"
"ㅋ...콩알아 엄마 뒤에 숨어있어.(공포)"
문을 열고 난 뒤에 그 참담함과 시련과 고난은 다시는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했던 적을 뽑으라면 현관문을 열었던 이 날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생애 콩알이가 도르르 뛰어다니면서 우리 집을 어질러놓을 때 빼고는 이렇게 정신이 없었던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세븐틴과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아빠세봉 |
...진짜 의식의 흐름대로 썼어여ㅠㅠㅠㅠㅠㅠ 아무 생각없이 쓴 글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봐주세여♥ 세봉이들 일주년 축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