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이와 만나고 온 그 날. 평소와 같이, 하지만 평소와 다른 마음으로 작업실로 내려가는데 문 앞에 대학교 과잠을 입은 지민이가 쪼그려 앉아있었다. 내려오는 발소리에 지민이는 고개를 들어 윤기를 올려다봤고 둘 사이에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지만,
'기대하는 대답을 해주세요.'
라는 눈빛을 보내는 지민이에게,
"만났어."
기대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 말에 지민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일어났다. 윤기는 아무렇지 않게, 최대한 담담하게 ㅇㅇ이와 만나고 왔다고 얘기했지만 지민의 눈에는 약간의 설렘이 차있는, 실로 오랜만에 보는 그 편한 표정에 마음이 놓였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았지만 사실 지민은 윤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이번에 ㅇㅇ이를 만나지 못한다면 혹시나 형이 또 한 번 소중한 사람을 놓쳤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어할까봐서. 물론 그 마음을 겉으로 티내지 않았지만.
그런 형이 용기 내어 소중한 사람. ㅇㅇ이를 만났다는 사실에,
"잘했네ㅡ 윤기 잘했네ㅡ"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으며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윤기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 새끼가 이제 맘 먹으려고 하네.' 헤드록을 걸었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건지, '아아ㅡ 혀엉 잘못했어요! 이거 좀 놔 봐봐, 아 진짜!' 윤기의 팔뚝을 찰싹찰싹 때리며 소리쳤다. 그런 지민의 둥근 뒷통수를 보며 윤기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고맙다.'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ㅇㅇㅇ
24
"보고 싶었어."
"저도요."
"일주일만 안 봐도 죽을 거 같은데 어떻게 버텼지."
금요일의 4시 30분.
달동네보단 낯설지만 이제는 친숙해져야 할 ㅇㅇ이 집 앞에서 윤기는 ㅇㅇ이를 끌어 안은 채 이야기 했다. 남자치고 왜소한 편에 속하는 윤기 품에 쏙 안기는 게, '또 뭘 먹여야 하지.' 품 안에 있음에도 ㅇㅇ이 생각을 하는 윤기였다.
한참이고 안고 있었을까, 고개를 살짝 숙여 ㅇㅇ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을 땐 생긋한 향기가 났고, 품에 안겨 있는 ㅇㅇ이는 보지 못할 미소를 띠었다.
"우리 어디 갈까."
한참이고 그 자리에 서서 고민하는 ㅇㅇ이를 보다, '오랜만에 우리, 집에 갈까?' 윤기는 우리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며 손을 확 끌어 잡았다.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적응 안 되게?"
윤기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다름 아닌 적극적인 ㅇㅇ이 때문에.
윤기에게 손이 잡힌 ㅇㅇ이가 푸시시ㅡ 웃더니, ‘우리 집 가요.’라며 손을 풀더니 곧바로 깍지를 꼈다. 그 덕에 윤기는 순간적으로 놀라 표정이 굳어졌고 그 표정에 스르륵 손을 놓으려는 ㅇㅇ이 모습에,
"그 말 했다고 곧바로 손 떼려는 것 봐라. 심장에 무리 가서 그래. 예쁜 짓은 천천히."
다시 윤기가 손을 잡았다.
맞잡은 두 손이 윤기에게도, ㅇㅇ이에게도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이 무색할 만큼 꽉 맞잡은 그 두 손이 자연스러웠다.
버스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자 금방 종착역, 달동네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가파른 언덕길에 둘 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 언덕길을 응시했다. 그러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한숨.
"왜. 왜 한숨 쉬어."
"...그냥 기분이 좀, 묘해서요."
"뭔가 바뀐 거 같지?"
윤기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 ㅇㅇ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ㅇㅇ이가 떠났을 때, 윤기가 떠났을 때만해도 봄도 아닌 여름도 아닌, 그 애매한 순간의 달동네가 여름 향기로, 싱그러운 초록 향기로 가득 찼을 뿐이다.
또 한 번의 한숨이 들렸다.
"후우ㅡ 왜 이렇게 가파르냐."
윤기가 오르막길 올라가는 것을 힘들어 하는 한숨 소리.
달동네의 가장 높은 곳. 둘에게는 가장 익숙한 곳.
초록색 문과 갈색 쪽문이 보이는 그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서서히 하루가 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올라오는 오르막길에 숨을 돌리던 윤기는 그 일상을 내려다봤다. 그러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꽃잎이 하나도 없네."
"......"
개나리 화단을 보고 있는 ㅇㅇ이가 있었다.
어둠이 드리우는 달동네가 서서히 추워지는 게 둘은 초록 문을 열어 집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ㅇㅇ이의 비명소리.
"벌레! 저기에도 있, 으악!"
벌레 때문에.
오랜만에 켜진 불에 벌레들은 후다닥 어둠으로 향했다. 신문으로 내리 치던 윤기가 구석구석 있는 벌레 때문에 결국 좀 있다가 다시 들어오자며 ㅇㅇ이를 내보내고 약을 잔뜩 뿌렸다.
집에 들어갈 수 없어 둘은 돌계단에 나란히 앉았다. 다섯 번째 계단에.
"갑자기 너 처음 봤을 때 생각난다. 나한테 빵 주고 그랬을 때."
'소보로빵 싫어한다니까 피자빵 가져온 거.'
윤기는 빵이 놓여있던 그 부근을 매만지며 웃음을 참다가 결국 허리와 고개를 뒤를 젖히면서까지 웃었다. 크게 웃는 윤기의 모습에 ‘아니 왜, 왜! 놀려요!ㅡ’ ㅇㅇ이가 성질 아닌 성질을 부렸고 그 모습에,
"귀여워서 그러지, 귀여워서."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ㅇㅇ이가 궁금한 게 있다며 윤기의 팔목을 살짝 잡았다. 말해보라는 윤기의 말에 우물쭈물 한참이고 고민하다가,
"저 어떻게 찾은 거예요?"
윤기는 한참이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분위기는 한순간에 축 쳐졌다. ㅇㅇ이는 이렇게 처진 분위기는 싫었지만 질문에 대한 후회는 들지 않았다. 정말 궁금하니까. 그러다,
"오빠 천재잖아."
윤기도 축 처진 분위기가 싫었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장난스럽게 대답해줬다. 그 말에 웃으면서도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 한 부분이 불편했다. 그 모습을 읽어낸 건지, 윤기도 다시 진지하게 표정을 고쳤고 또 한 번 분위기는 쳐지고 말았다.
"누가 같이 찾으러 가자고 그랬어."
"......"
"너 찾으러 간 날. 그 날 내가 마음속으로 몇 백번, 몇 천번 고민한 줄 알아?"
"무슨 고민이요?"
"내가 찾아가도 되나. 그런 생각이지, 뭐."
"...약속 안 지켜도 된다니까요."
"아니 그거 말고. 내가 너의 평범한 일상을 깨는 게 아닌가 걱정했거든. 이제 너는 평범한 아이로 돌아가려는데 그걸 내가 막는 걸까봐."
윤기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둘에게 정적이 찾아왔다. ㅇㅇ이는 윤기의 속마음을 알게 되어 놀란 듯 했고, 윤기는 자신의 속마음을 말해버려 부끄러운 마음에 하늘을 응시했다.
아직도 빛나는 서울의 야경에 별이 숨어버린 그 하늘을.
"그건 아닌데... 오빠도 제 일상이잖아요. 가족처럼. 또 하나의 일상."
그렇게 정적 속에 ㅇㅇ이가 입을 떼었고, 이번에는 윤기가 놀랐다. 못 본 사이 또 생각이 성숙해진 ㅇㅇ이 때문에. 이제는 누군가를 생각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가는 모습에 윤기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인조적인 레몬향이 났다. 창문을 열었지만 빠지지 않는 냄새에 머리가 지끈 아파올 정도였고 결국 둘은 밥도 먹지 못하고 방음 부스로 들어갔다.
"와ㅡ 이 작업실 진짜. 진짜 오랜만에 온다."
오랜만에 온 만큼 악기 위에는 먼지가 조금씩 싸여있었고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털어내는 윤기에게 ‘왜 여기 없었어요?’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그 말에 아무렇지 않게,
"너와 추억이 가득한 곳인데 어떻게 있어. 너가 없는데."
"......"
"...그런 표정 짓지 말지?"
먼지를 털면서 대답을 해주었는데 아무런 말이 없는 ㅇㅇ이 때문에 고개를 들어 쳐다봤을 땐, ㅇㅇ이 얼굴은 미안함으로 가득 차 보였다. 윤기는 그 표정을 보면서 자신이 더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전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옆에 있으니까, 이제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데.
미안함을 넘어 우울해 보이는 ㅇㅇ이 모습에 윤기는 의자에 앉아 진지하게 ㅇㅇ이를 불렀다. 그 목소리에 윤기를 쳐다봤을 땐,
"우린 항상 같이 있었는지 몰라."
뜬금없는 윤기에 말에 고개를 들었을 땐, 의자에 온 몸에 맡긴 듯 앉아 있는 윤기가 있었다.
"언젠간 말해주려고 했는데. 난 너가 꽃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 근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어."
"......"
"넌 낙화 같아."
"......"
"화락시발심향 이라고,"
조용히 윤기의 말에 듣던 ㅇㅇ이가 낙화 같다는 말에 표정이 찌푸려지다 '화락시발심향'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윤기의 말을 끊으며 ㅇㅇ이가 윤기의 말을 끊으면서 '네에?ㅡ' 놀랐듯 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웃기기도 해 윤기는 바람이 빠져나가는 듯 웃으며 '욕 아니니까 끝까지 들어 봐.' 곧바로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꽃은 질 때 가장 짙은 향기를 발산한다. 그 뜻이야."
"......"
"이렇게, 개나리처럼."
끼익ㅡ,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음악 관련 서적으로 꽉 차 있는 책꽂이에서 하얀 악보 책 하나를 꺼냈다. 그 책을 넘기자 노란 꽃잎이 하나씩 떨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훑듯이 빠르게 넘기자 바닥에는 약간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노란 개나리 꽃잎이 가득 찼고, 그 바닥을 내려 보던 윤기가 ㅇㅇ이를 쳐다보더니,
"꽃잎. 나한테 있었어."
"......"
"항상 너를 간직하고 싶어서."
개나리가,
봄이,
ㅇㅇ이가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이게 무슨 글이람... (고개를 들지 못한다)
진짜 저 글 너무 못 쓰는 거 같아요...ㅋㅋㅋㅋㅋ 진짜 오랜만에 밝은 거 쓰려니까 너무 힘들고... 안 그래도 못 쓰는데 ㅠㅅㅠ...
어... 진짜 끝이 다가오고 있네요. 다음... 편 쯤이 끝이 아닐지... 엄청난 급전개...
네... 그래도 어찌됐든간에 마지막 편. 그 날에 제가 독자님들에게 하고 싶은 모든 말을 털어놓을 거예요.
[윤기야밥먹자] [음향] [7평] [사랑꾼] [구화관] [즈엽돕이] [햄찌] [콜라에몽] [달동네] [랄라] [쀼뀨쀼뀨] [620309] [짱구] [친주] [부니야] [만우] [그을린달걀] [빵야] [뾰로롱♥] [풀림] [또비또비] [뉸뉴냔냐냔] [꾸기] [0103] [매직핸드] [홉치스] [쮸뀨] [꾸쮸뿌쮸] [파랑토끼] [맴매때찌] [밤이죠아] [앰플] [무네큥] [정꾸젤리] [공주님93] [뷔밀병기] [개나리] [메로나] [설화] [알게쏘] [민이] [찬아찬거먹지마] [지금은] [우지소리] [자몽에이드] [룰루랄루] [열렬히] [꽃게] [1214] [두둠두둠] [423] [요랑이] [삐삐까] [우왕굿] [딸기빙수] [덮빱] [곡예롭게] [꾸꾸] [밍기적] [민이] [두둠두둠] [빠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글을 너무 못 써서 포인트 도둑이 된 기분입니다... 죄인이네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2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1/17/6fb090d5f6b814432aa8cc1da3d49f54.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2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3/0/5149af526ab88bd5b7fce029f06ac9d7.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2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2/22/3cc12cea9cb5f51f44b1018c7716d4ec.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2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7/23/a227d7bbc91691d167e2984ee0a1d52b.jpg)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2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6/23/115ac6520e73c6a3a4d2a0d5d79d34a5.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2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1/17/cd2543fa61f99af781269831fd7e09cb.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2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1923/44f821ce4dbaa9b7922d5cae8d072c2c.gif)

현재 sns에서 난리난 눈쌓인 포르쉐 낙서 박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