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관의 연애일기
2016. 04. 11 (월)
피곤한 월요일이지만 오늘도 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나는 출근길.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피곤하기만 했던 출근길이 이렇게 기분 좋아 질 줄은 몰랐어.
26살, 유치원 원장님인 엄마를 따라 대학도 유아교육과를 나와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안착했어.
유치원 선생님이 된지 1년이 지나고, 27살이 됐을 때 새로 온 원생이 한 명있었어. 4살이 된 작은 남자아이였지.
유치원에 데려오신 건 젊은 남성 분이셨었고 종일반이였기 때문에 7시쯤 아이를 데리러 온 사람이 내 또래로 보이는 젊은 여자, 너였어.
처음 너를 봤을 때는 데려온 남성 분과 네가 젊은 부부고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구나 라고 생각했어.
근데 아이가 하는 말이, ' 누나 왜 이제와써.' 충격이였지. 아이를 데려가려면 신분이 확인 돼야 했기 때문에 차트에 이름 나이 직업 연락처를 적어야 해.
" 저, 여기 작성 좀 해주시겠어요? "
내 말에, 네가 작성을 하는데 이름 김세봉 직업 회사원 나이가 27살. 나랑 동갑?
당시에 너는 와이셔츠에 정장치마 같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 차림을 하고 있어서 조금 더 나이가 있을 줄 알았어.
얼굴은 자세히 보니 내 또래인 것 같았지만 말야.
여튼 작성을 끝내고 ' 됐죠? 가보겠습니다. 감사해요~ ' 하고 네가 나갔는데 괜히 네가 작성한 종이를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
그렇게 7시쯤 되면 매일매일 찾아오는 너라서 동갑이였던 우리는 점점 친해지게 됐고, 서로 연락까지 주고 받는 사이가 됐어.
처음 아이를 데려 온 사람은 너의 남동생이였고 아이는 정말 늦은 늦둥이 동생이였더라고. 괜히 오해했잖아.
가끔 네가 바쁜 날엔 내가 아이를 데리러 너희 집에 가기도 하고 네가 늦는 날엔 우리 집에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네가 데리러 오기도 하고.
그만큼 가깝게 지내다 보니 감정이라는 게 안 생길 수가 없더라.
" 어.. 야, 이런 말 해도 되는 지 모르겠는데.. "
" 뭐야, 부승관 답지 않게 뭘 머뭇거리고 그러냐 갑자기. "
"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된 지는 알 수가 없는데, "
" 뭔데 ? 뭐야. "
"어쩌다 보니까 그.. 음,. "
" 아 !!!! 빨리 말해 !!! "
" 그러니까..어, "
" 말 안 할거면 가고. "
" ..내가 너를 좋아해. "
" 어? 뭐라고? "
" 좋아하게 됐는데, 이 감정 때문에 너를 안 보는 일은 없을거야. "
" ...계속 해봐. "
" 그냥 말 안 하고 이렇게 지내자니 내가 너를 불편하게 생각할까봐. "
" 그래서 ? "
" 서른 다 돼가니까 난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남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
" ... "
" 너도 그렇게 생각 하지 ? "
" 어.. 어. "
" 근데 나는 너 같은 사람이 내 아내였으면 좋겠다 싶어. "
" ... "
" 동생 돌보는 거 보면 아가도 잘 돌볼 것 같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성격도 잘 맞고. "
" ... "
" 서로 장난도 많고 유쾌하지만 결혼을 전제로 나랑 진지하게 만나보는 거, 어때 ? "
" 생각 할 시간을 좀 줘. 내일, 내일까지만. "
다음 날이 되고, 여전히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냈지만 하루종일 정말 똥줄 타 죽는 줄 알았어.
네 연락이 언제 올까, 아니면 동생 데리러 와서 만났을 때 얘기 하려나... 거절하면 어떻게 널 어떻게 볼까 어색해지면 내 탓인데..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어.
그리고 찾아 온 7시.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차마 쳐다 볼 자신이 없어서 ' 어, 누나 왔네~ 조심히 가. ' 말 하고 뒤 돌아 방으로 들어가려 했어.
" 부승관 ! 얘기 좀 해. "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어. 아, 너는 왜 이런 날에 더 예쁘고 그러냐 눈치없게.
평소보다 예뻐 보이는 네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 하고 멍하게 보고 있었어.
" 뭐해? "
" 어? 어.. "
" 얘기 좀 하자. 잠시 들어갈게. "
아이는 옆 교실에 다른 아이들과 잠시 두고 빈 교실로 향하는데 그 짧은 거리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긴장이 되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는데 땀이 흥건하게 나더라.
" 음, 우선 네가 어제 했던 얘기 말인데. "
" 어, 말해. "
" 난 네 생각보다 연애 같은 거 많이 안 해봤어.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하는 연애가 조금은 부담스러워. "
" ...응. "
" 근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넌 모르겠지만 나도 너한테 설렌 적 생각보다 많아. "
" 진짜? 언제? "
" 그냥, 네가 매일 애기들이랑 생활해서 그런지 말투가 되게 다정하고 나긋나긋해. 그 습관이 나한테로 이어질 때? 그럴 때 종종 설레. "
" ... "
" 그래서 내 대답은, "
" 잠깐만, 와 나 떨린다 진심으로.. "
" 내일 들을래 ? "
"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
" 말 할까? "
" 후- 후, 어 이제 얘기해도 괜찮아. "
" 내 대답은, 좋다는 거야. "
" 진짜 ? 진심이야 ? "
" 그럼 장난이길 바래? "
" 아니 절대. "
네가 좋다는 말을 하자마자 내가 오!! 라고 소리지른 탓에 네가 깜짝 놀라는데 그 모습 마저도 너무 사랑스러웠어.
그렇게 만나기 시작해서 일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우리 사이는 변함없이 좋아.
" 준호야, 왜 울어요? 누가 때찌했어? "
" ... "
" 데리고 와요, 선생님이 다 혼내줄게 우리 준호 울린 사람. "
" 부승관 선생님, 동생 데리러 왔는데요. "
" 어, 어?! "
바쁘게 아이들 우는 거 달래주고 하나 둘씩 집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네가 왔어.
혼자 엄청 바빠서 네 얼굴을 보기만 하고 아이들을 돌봤는데 뒤돌아 보니, 어느새 너도 애들 옷 입혀주고 가방 챙겨주면서 날 도와주고 있더라.
한명한명 너무 소중한 아이들이라 신경을 써서 집에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어서 안절부절 했었거든. 근데 네가 도와주니 얼마나 고맙던지.
이런 모습에 오늘도 다시 한번 너한테 반한다는 걸 너는 모르겠지. 마음이 예쁜 게 겉으로 드러나는 너라서 그런 네가 나는 참 좋아.
부랴부랴 아이들을 집으로 모두 보낸 후에야 너를 제대로 볼 수 있었어.
" 도와줘서 땡큐, 너 아니였으면 놓친 게 많았을 것 같아. 아, 진짜 고맙다. "
" 별 말씀을 ? 우리 지훈이도 누나랑 집에 갈까? "
" 누나 뿌선생닝이랑 친해 ? "
" 누구 ? "
" 뿌떤생님 ! "
" 나 말 하는 거야. 부 선생님. 뿌 선생님. "
" 니가 왜 뿌선생님이야, 무슨 귀여운 척이람 ? "
" 애기들이 그렇게 부르는 걸 어떡하니.. "
" 그래, 스스로 뿌선생님이라고 지칭했으면 주먹이 날아갈 뻔 했어. "
" 누나아 !! 친해 ? "
" 어 ? 그럼~ 누나 부승관 선생님이랑 친해 ! "
" 그럼 공주님 왕자님 안 해? "
" 지훈아, 그게 무슨 말이야 ? 선생님은 잘 모르겠는데 ? "
" 누나랑 뿌성생님 공주님 왕자님 안 해 ? 뽀뽀 안 해 ? "
" 훈아 누나랑 선생님이랑 왜 뽀뽀해 ? "
" 하트 뿅뿅하는 거 아니야 ? 누나랑 ? "
" 어 ? "
" 부승관, 애한테 무슨 이상한 소리 한 건 아니지? "
" 뭐라는 거야, 너야말로 ? "
" 둘이 딴딴따단 이거 해 ? "
" 그게 뭔데 지훈아 ? "
" 이케 멋진 거 입고 ! 하양색 옷 입고 딴딴따단 하는 거 이짜나 ! "
" 결혼 얘기 하는 거 아니야 ? "
" 맞네. "
네 동생 지훈이가 어떻게 우리 사이를 알게 된 건지, 사실 알아도 안 게 아니지만 저리 작은 아이가 눈치가 빠르다는 걸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아.
유치원 마무리 할 때 즈음 까지 항상 같이 있는 우리 둘 모습을 보고 사귄다고 생각을 한 건가봐.
따지자면 내가 지훈이의 매형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괜히 그런 마음 있잖아, 매형이라는 말을 들으면 되게 결혼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생각.
" 지훈아~ 그러면 선생님한테 매형 이라고 한 번 해볼까요 ? "
" 야, 너는 애기한테 뭐 그런 걸 시키고 그래. "
" 왜, 좋잖아. "
" 매형 ? 매형 ! "
" 아이구 잘하네.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요, 알겠죠 ? "
" 네 ! "
지훈이가 매형이라고 하자마자 우리 둘의 시선이 맞닿았고 괜시리 웃음이 나서 서로 마주보고 웃었잖아.
행복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 별 것 아님에도 웃음이 나는 우리 둘이 너무 좋았고,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
그렇게 너와 지훈이를 데리고 너희 집으로 향하는 길, 사소한 얘기에도 웃음이 난무하는 그 시간이 아직도 생생해.
내가 너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면 매일이 오늘과 같을까, 일상이 그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일에 지쳐 피곤한 하루를 끝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사랑스러운 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 행복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너를 만나. 함께 미래를 그려가는 것 만큼 가슴 벅찬 일이 또 어디 있겠어.
티격태격 하는 우리지만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 성격상 그렇게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게 느껴질 때 더 행복한 것 같거든.
오늘도 너를 바래다 주고 가는 길은 쓸쓸하고 아쉽기만 하네. 빨리 결혼하자. 사랑해 김세봉.
작가의 말 (읽어주세요.) |
두번째 글도 무사히 올렸습니다 ! 12시 되면 포인트 10p 로 전환할테니 걱정마세요 ! 다음 편이 언제 올라올 지는 모르겠지만 연재 텀은 조금 길 것 같습니다. 일상이 좀 쉴틈이 없는 터라 지금껏 올린 글들은 미리 작성을 해두었던 글이거든요 ㅎㅎ.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되요 ! 재밌게 읽으셨다면 꼭 한 줄이라도 적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었다는 느낌이 그제서야 들곤 해서요 ! 소재는 언제든지 환영해요 ㅠㅠ 정말 격하게 환영합니다. 보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망설임 없이 댓글에 달아주세요 ! 굳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멤버-직업 보고 싶어요 ! 이 정도도 감사해요. 오늘 잘 마무리 하시고 월요일 시작도 승관이처럼 상쾌하게 해요. [암호닉] 신청합니다. ← 이런 식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신청 받고 있어요 ㅎㅎ ♥ 해날과 함께 ♥ 규애 / 호시기두마리치킨 / 성수네 꽃밭 / 밍니언 / 누텔라 / 설레임 / 불낙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