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철의 연애일기
2016. 06. 02 (목)
미안해 여주(아/야).
앞으로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연애일기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게 내 생애의 마지막 편지가 될 지도 몰라.
내 인생의 평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솔직히 많이 무섭다. 사람들한테 말은 못 했는데, 나 정말 무서워 여주(아/야).
단순히 몸이 안 좋아진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좀 피곤하다 싶을 뿐이였는데 이런 대답을 들을 줄은 몰랐어.
나 진짜 어쩌냐 여주(아/야),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평범한 일상조차 나한테 큰 욕심이였나봐.
나 췌장암 3기래. 길어봤자 1년 안에 눈 감을 것 같으니까 주변 사람들하고 잘 정리하고 마음 편하게 먹으래.
요즘들어 살이 많이 빠지고 속이 불편하길래 단순히 위염 장염 정도로만 가볍게 여겼는데, 덜컥 남은 날이 얼마 안 된대.
치료 시작하기도 늦었다는데, 그냥 편하게 가려고 항암치료 안 하겠다고 했어.
가족들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엄마 아빠한테 마지막까지 좋은 아들로 남고 싶어서.
아, 이미 좋은 아들하기는 글렀네. 먼저 떠나는 것만큼 큰 불효가 또 어디있겠어.
어차피 떠날 난데 괜히 치료비까지 부담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냥 마음 편히 이별할 준비할 수 있게 해드리려고.
부모님은 먼저 떠난 자식 가슴에 묻는다는데, 우리 엄마 아빠도 나를 가슴에 묻으시려나...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프다. 진짜 견디기 힘들어. 조금 더 잘 해드릴 걸, 괜한 투정 안 부리고 씩씩하게 굴걸.
떠날 때 되니까 못 해드린 것만 생각나네. 나 진짜 못난 놈이다 그치.
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말씀하시던 엄마 아빠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먼저 떠나는 모습도 보여드리게 돼서 너무 가슴이 아파.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빠랑 같이 해외여행 다니자고, 좋은 집, 좋은 차 사드리겠다고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예쁜 손주도 품에 안겨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들도 다 못 지키고 가네.
너라는 좋은 여자는 만났는데 그 이후에 것들은 하나도 이루지 못 해서 참 속상하고 안타까워.
엄마 아빠한테 얼마 전에 내 얘기 말씀 드렸었거든.
내 앞에서 그렇게 우시는 모습 보여주신 적 없던 두 분인데, 정말 하루 종일 세상이 떠나가라 우셨어.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 자기 탓이라고 약한 몸 물려준 자기 죄라고 하시는데, 그 순간만큼은 진짜 내가 미워지더라.
미안하다고, 엄마 아빠는 너라는 아들이 있어서 참 행복했다고. 멋진 아들로, 좋은 아들로 곁에 있어줘서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딴 집 자식 부러울 일 없이 너무 잘 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너라는 아들을 만날 수 있었던 이 인연에 평생을 감사하며 살겠다고.
내가 떠나고 나면, 온전한 삶을 살진 못 하겠지만 내가 못 다한 삶까지 잘 살다가 가겠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겠다고.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나를 낳은 거라 대답할 수 있노라고.
엄마 아빠 말씀 하나하나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서 가슴이 미어터질 것 같아.
예전에 정말 힘들 때,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는데 막상 죽는다니까 진짜 죽기 싫다..
미래가 불확실한 청춘은 불행하다던데, 난 미래가 정해져버렸는데도 불행하네.
그동안 힘든 일 있을 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불쌍한 줄 알았는데.
정말 힘든 사람들에 비하면 난 되게 행복한 사람이였던 것 같아.
그런 힘든 시기 조차도 너와 함께했기에 내게는 참 값진 시간이였어.
암 진단 받고 내 옆에서 아파 할 널 차마 볼 자신이 없어서, 네가 나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으면 해서 널 참 많이도 밀어냈어.
더이상 나한테 남은 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떠났다는 소식 들어도 네가 덜 아플 거 아냐.
너한테 모진 말 하고 혼자 남았을 때, 울먹이던 네 생각만 하면 속이 꽉 막혀서 숨이 안 쉬어지는 기분이 들었어.
웃을 때 가장 예쁜 넌데, 내가 그 웃음을 못 본지가 한달 쯤 되어가는 것 같다.
한 6개월 후면 이 세상에 최승철, 나라는 사람의 이름만이 남아있겠지.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이 남아있으려나.
떠나는 내 마음도, 보내는 내 주변사람들 마음도 너무나도 아프겠지만 이게 내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겠지 ?
그래도 난 참 좋은 삶을 살았던 것 같아. 좋은 가족, 사랑하는 너, 든든하던 친구 동생 형 누나들.
하나같이 내게 정말 소중했고 전부 마지막까지 간직 해 나가고 싶은 인연들이거든.
이 글이 내가 이 세상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되겠지. 이런 걸 유언이라고 하는건가..
2년 가까이 너를 만나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될 수 있었어. 진심으로 고맙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 김여주.
네가 있었기에 걸을 수 있었던 꽃길, 눈 감아서도 잊혀지지 않을 거야. 잊지 않을 거고.
너는 어느 누구보다 좋은 여자이고, 앞으로 네가 만날 남자는 너보다 좋은 사람이였음 좋겠어.
나 같이 못난 놈은 만나지마. 난 네가 더이상 상처 받는 일 없었으면 싶어.
그래도 참 아쉽다. 네 마지막 남자는, 네 마지막 사랑은 나이기를 그렇게 바래왔는데. 이젠 내 이기적인 욕심이 되어버렸잖아.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너 행복한 모습보면 내 마음이 좀 놓이지 않을까 싶어.
너한테 죽기 전 까지 난 내 얘기를 안 하려고 해. 내가 세상을 떠나고 이 글이 너에게 전해졌을 때 비로소 알 수 있게 하려고.
이 얘기를 네가 안 읽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여전히 이 세상 사람일텐데..
그 전까지는 네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지금의 나에 대해. 아픈 모습, 약한 모습 보이기 싫거든.
그냥 너에게 상처만 남긴 못된 남자,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음 좋겠어.
사실 너한테 나 죽고 나서도 유학갔다고 거짓말 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내 장례식 조차 네가 못 오면 나를 너무 원망할까봐..
네가 평생을 후회할까봐, 차마 그렇게 까지는 못 하겠더라. 그래도 덜 후회할 수 있게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야.
내 장례식장에 와서 기절할 것 처럼 울 네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훤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훌훌 빨리 털어낼 수 있게 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너를 내게서 밀어낼 거야.
우리 둘의 추억속에서 얼른 발을 뺄 수 있게 누구보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거야. 그게 너를 위한 일이니까.
너랑 함께한 좋은 기억들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떠날게. 그래도 내 마지막 사랑이 너라니까 참 다행이다.
아 그리고 내 죽음에 있어서 너를 스스로 자책하는 일은 없어야만 해. 내가 세상을 떠나는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야.
특히 너는 내가 아픈 걸 몰랐다고, 눈치 채지 못 했다고 스스로를 원망하고 책망할 게 벌써부터 눈에 보여서 걱정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야. 절대 그러지 마. 네가 몰랐던 건 당연한 거야, 아무도 말 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넌 네 탓 하지마, 너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지마. 부탁이야 제발.
2년동안 처음 마음 그대로 변함없이 나와 사랑해준 네가 대견하고 고맙고 너무 예뻐.
너와 함께 밥을 먹었던 곳, 영화를 봤던 곳, 잠시 쉬어가며 얘기를 나누었던 곳, 가볍게 거닐던 곳,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다 스쳐가네.
이젠 추억이라는 두 글자에 담아두어야 할 우리의 지난 날은 그 어느 것 보다 좋았고 아름다웠어.
' 2년이나 만났고 볼장 다 봤고, 매일매일이 똑같은데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나 ? 난 질리던데, 네가. '
' 새로운 사람 생겼어, 너 만나면서 설레임이 편안함으로 변했었는데 이 사람한테서 느껴지는 설레임이 좋아. '
' 그만하자, 너 좋은사람 만나. 더이상은 너한테 사랑이라는 감정이 안 들어. '
조금의 진심도 들어가지 않은 말들로 너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미안해.
네가 이러는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간 오겠지 ? 그건 아마 이 글을 읽을 때 쯤이 아닐까 싶어.
나 때문에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떠난 나 원망해도 괜찮으니까 밥 제때 챙겨먹고 울면서 밤 새지 말고 평범하게 그렇게 잘 지내.
몇 번이나 말 하지만, 너와 함께 했던 내 삶의 2년은 한 끝의 후회도 없는 행복했던 기억이야.
너한테 모질게 대했을 때, 내가 한 말들 다 거짓말이야. 여전히 너를 보면 설레고 네가 아닌 사람은 내가 원하지 않아.
매일 예쁜 말만 해주기도 부족한데 마음 고생하게 해서 미안해.
내가 없는 곳에서,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힘들어 할 너를 생각하기만 해도 손이 떨릴 만큼 속상하고 벅차.
너에게 항상 좋은 남자, 애인이 될 수는 없었지만 언제나 네 편에 서서 너만 생각했다는 건 알아줬음 좋겠다.
천생연분이라고 평생의 짝을 찾았다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우리 관계를 깨버렸네. 미안하단 말을 아무리 해도 미안한 마음이 덜어지지 않아.
네 작은 손을 잡고 걸었던 거리들, 혼자 걸어봤는데 내가 놓친 것 들이 되게 많더라.
너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주변에 뭐가 있는 지 볼 새도 없었던 거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홀로 두고 가야만 하는 내가 너무 원망스럽다.
세상에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난 그걸로 족해.
혼자 가는 길은 참 많이 무섭겠지만 배웅해주는 내 사람들이 있기에 편안하게 눈 감으려 해.
떠나기 전 까지 좋은 추억들 만들어갈 생각이야. 그 추억에 네가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되게 마음 아픈데 이것도 너를 위한 일이라면 나는 아무렴 괜찮아.
마음 아픈 일은 내가 다 감수할테니까 너는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생각나는 말들 두서없이 써내려갔는데 내 진심이 전해질지 모르겠네.
그래도 태어나 처음 써 보는 편지가 엄마, 아빠, 그리고 너에게 읽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
여전히 사랑하고 항상 미안하고 언제나 그랬듯 고마워. 내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 김여주.
먼저 가서 미안해. 먼저 가서 죄송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 사랑합니다.
아 참, 너한테만 편지 썼다고 엄마 아빠가 서운해 하실까봐 여기에 같이 써놔.
나중에 이거 보게 되면, 엄마 아빠한테도 꼭 보여드렸으면 좋겠어, 부탁할게.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저도 엄마 아빠의 아들로 살 수 있었던 거 정말 감사해요.
가끔 투정부린답시고 속 썩일 때도 있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적도 많은데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모든 걸 이해해주시려고 하는
엄마 아빠 모습에 저 스스로 깨달은 것도, 배운 것도 참 많아요.
여주(이) 소개시켜드렸을 때, 아들 밖에 없는 부모님이라 예쁜 딸 같은 며느리 생기는 거냐고 좋아하셨는데
아쉽게도 이번 생에선 그렇게 뜻대로 못 할 것 같아요.
엄마 아빠 눈에도 참 고운 여주(이)인데, 제 눈엔 정말 그 어떤 것 보다 소중한 보물, 보석 같아요.
여주(을/를) 예쁜 며느리, 예쁜 딸이라고 부르시던 엄마 아빠 !
제가 세상에 없을 때 여주(이)가 많이 힘들어 하면 옆에서 저 대신 큰 힘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여주(이)도 엄마 아빠를 참 좋아했거든요.
여주(이)가 저와의 추억에서 헤매이면 그만 하라고, 더이상 힘들어 하지 말라고 따끔한 소리도 해주시고
승철이가 너를 참 많이 사랑했다고 한번씩 제 진심도 전해주세요.
그래도 엄마 아빠가 계시기에 여주(을/를) 두고 가는 제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것 같아요.
언제나 든든한 제 편이 되어주셨음에 감사하고 제 선택에 따라주셔서 또 감사해요.
두 분, 꼭 행복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위에서 다시 뵈요.
그땐 제가 먼저 가 있는 거니까, 위에서 엄마 아빠가 보실 것들 예쁘게 만들어 놓을게요.
다음 생에도 태어난다면 엄마 아빠의 아들로, 최승철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엔 이번 생에서 못 다한 삶 다 살고, 엄마 아빠께 못 해드린 효도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지금껏 정성으로 사랑으로 저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엄마 아빠.
작가의 말 (읽어주세요.) |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새벽에 보면 더 좋을 것 같아 지금 올려요. 이번 편은 번외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편다 어두운 분위기 미안해요 ㅠㅠ 다음 편은 꼭 밝은 거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 저번 편이 초록글에도 올랐더라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 ㅠㅠ 지금껏 잘 해주셨듯이 계속해서 예쁜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제게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보고 싶은 소재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부담없이 적어주세요 ! 함께 만들어나가는 세븐틴의 연애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이번 글은 시간이 많을 때 천천히 읽으셨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그래야 조금 더 깊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암호닉] 신청해요. ←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오늘도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해요 ! 해날과 함께 규애 / 호시기두마리치킨 / 성수네 꽃밭 / 밍니언 / 누텔라 / 설레임 / 불낙지 / 밍꾸 / 호시십분 / 우양 / 버승관과부논이 / 전주댁 Mr.아령 / 너구리쎄더 / 분수 / 스윗블라썸 / *초록색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