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세븐틴의 연애일기 05 (시한부 최승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04/1/ae36986a5d7b918cda10b792e6b318c0.jpg)
최승철의 연애일기
2016. 06. 02 (목)
미안해 여주(아/야).
앞으로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연애일기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게 내 생애의 마지막 편지가 될 지도 몰라.
내 인생의 평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솔직히 많이 무섭다. 사람들한테 말은 못 했는데, 나 정말 무서워 여주(아/야).
단순히 몸이 안 좋아진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좀 피곤하다 싶을 뿐이였는데 이런 대답을 들을 줄은 몰랐어.
나 진짜 어쩌냐 여주(아/야),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평범한 일상조차 나한테 큰 욕심이였나봐.
나 췌장암 3기래. 길어봤자 1년 안에 눈 감을 것 같으니까 주변 사람들하고 잘 정리하고 마음 편하게 먹으래.
요즘들어 살이 많이 빠지고 속이 불편하길래 단순히 위염 장염 정도로만 가볍게 여겼는데, 덜컥 남은 날이 얼마 안 된대.
치료 시작하기도 늦었다는데, 그냥 편하게 가려고 항암치료 안 하겠다고 했어.
가족들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엄마 아빠한테 마지막까지 좋은 아들로 남고 싶어서.
아, 이미 좋은 아들하기는 글렀네. 먼저 떠나는 것만큼 큰 불효가 또 어디있겠어.
어차피 떠날 난데 괜히 치료비까지 부담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냥 마음 편히 이별할 준비할 수 있게 해드리려고.
부모님은 먼저 떠난 자식 가슴에 묻는다는데, 우리 엄마 아빠도 나를 가슴에 묻으시려나...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프다. 진짜 견디기 힘들어. 조금 더 잘 해드릴 걸, 괜한 투정 안 부리고 씩씩하게 굴걸.
떠날 때 되니까 못 해드린 것만 생각나네. 나 진짜 못난 놈이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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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말씀하시던 엄마 아빠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먼저 떠나는 모습도 보여드리게 돼서 너무 가슴이 아파.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빠랑 같이 해외여행 다니자고, 좋은 집, 좋은 차 사드리겠다고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예쁜 손주도 품에 안겨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들도 다 못 지키고 가네.
너라는 좋은 여자는 만났는데 그 이후에 것들은 하나도 이루지 못 해서 참 속상하고 안타까워.
엄마 아빠한테 얼마 전에 내 얘기 말씀 드렸었거든.
내 앞에서 그렇게 우시는 모습 보여주신 적 없던 두 분인데, 정말 하루 종일 세상이 떠나가라 우셨어.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 자기 탓이라고 약한 몸 물려준 자기 죄라고 하시는데, 그 순간만큼은 진짜 내가 미워지더라.
미안하다고, 엄마 아빠는 너라는 아들이 있어서 참 행복했다고. 멋진 아들로, 좋은 아들로 곁에 있어줘서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딴 집 자식 부러울 일 없이 너무 잘 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너라는 아들을 만날 수 있었던 이 인연에 평생을 감사하며 살겠다고.
내가 떠나고 나면, 온전한 삶을 살진 못 하겠지만 내가 못 다한 삶까지 잘 살다가 가겠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겠다고.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나를 낳은 거라 대답할 수 있노라고.
엄마 아빠 말씀 하나하나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서 가슴이 미어터질 것 같아.
예전에 정말 힘들 때,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는데 막상 죽는다니까 진짜 죽기 싫다..
미래가 불확실한 청춘은 불행하다던데, 난 미래가 정해져버렸는데도 불행하네.
그동안 힘든 일 있을 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불쌍한 줄 알았는데.
정말 힘든 사람들에 비하면 난 되게 행복한 사람이였던 것 같아.
그런 힘든 시기 조차도 너와 함께했기에 내게는 참 값진 시간이였어.
암 진단 받고 내 옆에서 아파 할 널 차마 볼 자신이 없어서, 네가 나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으면 해서 널 참 많이도 밀어냈어.
더이상 나한테 남은 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떠났다는 소식 들어도 네가 덜 아플 거 아냐.
너한테 모진 말 하고 혼자 남았을 때, 울먹이던 네 생각만 하면 속이 꽉 막혀서 숨이 안 쉬어지는 기분이 들었어.
웃을 때 가장 예쁜 넌데, 내가 그 웃음을 못 본지가 한달 쯤 되어가는 것 같다.
한 6개월 후면 이 세상에 최승철, 나라는 사람의 이름만이 남아있겠지.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이 남아있으려나.
떠나는 내 마음도, 보내는 내 주변사람들 마음도 너무나도 아프겠지만 이게 내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겠지 ?
그래도 난 참 좋은 삶을 살았던 것 같아. 좋은 가족, 사랑하는 너, 든든하던 친구 동생 형 누나들.
하나같이 내게 정말 소중했고 전부 마지막까지 간직 해 나가고 싶은 인연들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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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내가 이 세상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되겠지. 이런 걸 유언이라고 하는건가..
2년 가까이 너를 만나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될 수 있었어. 진심으로 고맙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 김여주.
네가 있었기에 걸을 수 있었던 꽃길, 눈 감아서도 잊혀지지 않을 거야. 잊지 않을 거고.
너는 어느 누구보다 좋은 여자이고, 앞으로 네가 만날 남자는 너보다 좋은 사람이였음 좋겠어.
나 같이 못난 놈은 만나지마. 난 네가 더이상 상처 받는 일 없었으면 싶어.
그래도 참 아쉽다. 네 마지막 남자는, 네 마지막 사랑은 나이기를 그렇게 바래왔는데. 이젠 내 이기적인 욕심이 되어버렸잖아.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너 행복한 모습보면 내 마음이 좀 놓이지 않을까 싶어.
너한테 죽기 전 까지 난 내 얘기를 안 하려고 해. 내가 세상을 떠나고 이 글이 너에게 전해졌을 때 비로소 알 수 있게 하려고.
이 얘기를 네가 안 읽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여전히 이 세상 사람일텐데..
그 전까지는 네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지금의 나에 대해. 아픈 모습, 약한 모습 보이기 싫거든.
그냥 너에게 상처만 남긴 못된 남자,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음 좋겠어.
사실 너한테 나 죽고 나서도 유학갔다고 거짓말 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내 장례식 조차 네가 못 오면 나를 너무 원망할까봐..
네가 평생을 후회할까봐, 차마 그렇게 까지는 못 하겠더라. 그래도 덜 후회할 수 있게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야.
내 장례식장에 와서 기절할 것 처럼 울 네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훤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훌훌 빨리 털어낼 수 있게 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너를 내게서 밀어낼 거야.
우리 둘의 추억속에서 얼른 발을 뺄 수 있게 누구보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거야. 그게 너를 위한 일이니까.
너랑 함께한 좋은 기억들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떠날게. 그래도 내 마지막 사랑이 너라니까 참 다행이다.
아 그리고 내 죽음에 있어서 너를 스스로 자책하는 일은 없어야만 해. 내가 세상을 떠나는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야.
특히 너는 내가 아픈 걸 몰랐다고, 눈치 채지 못 했다고 스스로를 원망하고 책망할 게 벌써부터 눈에 보여서 걱정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야. 절대 그러지 마. 네가 몰랐던 건 당연한 거야, 아무도 말 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넌 네 탓 하지마, 너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지마. 부탁이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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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동안 처음 마음 그대로 변함없이 나와 사랑해준 네가 대견하고 고맙고 너무 예뻐.
너와 함께 밥을 먹었던 곳, 영화를 봤던 곳, 잠시 쉬어가며 얘기를 나누었던 곳, 가볍게 거닐던 곳,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다 스쳐가네.
이젠 추억이라는 두 글자에 담아두어야 할 우리의 지난 날은 그 어느 것 보다 좋았고 아름다웠어.
' 2년이나 만났고 볼장 다 봤고, 매일매일이 똑같은데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나 ? 난 질리던데, 네가. '
' 새로운 사람 생겼어, 너 만나면서 설레임이 편안함으로 변했었는데 이 사람한테서 느껴지는 설레임이 좋아. '
' 그만하자, 너 좋은사람 만나. 더이상은 너한테 사랑이라는 감정이 안 들어. '
조금의 진심도 들어가지 않은 말들로 너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미안해.
네가 이러는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간 오겠지 ? 그건 아마 이 글을 읽을 때 쯤이 아닐까 싶어.
나 때문에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떠난 나 원망해도 괜찮으니까 밥 제때 챙겨먹고 울면서 밤 새지 말고 평범하게 그렇게 잘 지내.
몇 번이나 말 하지만, 너와 함께 했던 내 삶의 2년은 한 끝의 후회도 없는 행복했던 기억이야.
너한테 모질게 대했을 때, 내가 한 말들 다 거짓말이야. 여전히 너를 보면 설레고 네가 아닌 사람은 내가 원하지 않아.
매일 예쁜 말만 해주기도 부족한데 마음 고생하게 해서 미안해.
내가 없는 곳에서,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힘들어 할 너를 생각하기만 해도 손이 떨릴 만큼 속상하고 벅차.
너에게 항상 좋은 남자, 애인이 될 수는 없었지만 언제나 네 편에 서서 너만 생각했다는 건 알아줬음 좋겠다.
천생연분이라고 평생의 짝을 찾았다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우리 관계를 깨버렸네. 미안하단 말을 아무리 해도 미안한 마음이 덜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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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작은 손을 잡고 걸었던 거리들, 혼자 걸어봤는데 내가 놓친 것 들이 되게 많더라.
너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주변에 뭐가 있는 지 볼 새도 없었던 거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홀로 두고 가야만 하는 내가 너무 원망스럽다.
세상에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난 그걸로 족해.
혼자 가는 길은 참 많이 무섭겠지만 배웅해주는 내 사람들이 있기에 편안하게 눈 감으려 해.
떠나기 전 까지 좋은 추억들 만들어갈 생각이야. 그 추억에 네가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되게 마음 아픈데 이것도 너를 위한 일이라면 나는 아무렴 괜찮아.
마음 아픈 일은 내가 다 감수할테니까 너는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생각나는 말들 두서없이 써내려갔는데 내 진심이 전해질지 모르겠네.
그래도 태어나 처음 써 보는 편지가 엄마, 아빠, 그리고 너에게 읽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
여전히 사랑하고 항상 미안하고 언제나 그랬듯 고마워. 내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 김여주.
먼저 가서 미안해. 먼저 가서 죄송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 사랑합니다.
아 참, 너한테만 편지 썼다고 엄마 아빠가 서운해 하실까봐 여기에 같이 써놔.
나중에 이거 보게 되면, 엄마 아빠한테도 꼭 보여드렸으면 좋겠어, 부탁할게.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저도 엄마 아빠의 아들로 살 수 있었던 거 정말 감사해요.
가끔 투정부린답시고 속 썩일 때도 있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적도 많은데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모든 걸 이해해주시려고 하는
엄마 아빠 모습에 저 스스로 깨달은 것도, 배운 것도 참 많아요.
여주(이) 소개시켜드렸을 때, 아들 밖에 없는 부모님이라 예쁜 딸 같은 며느리 생기는 거냐고 좋아하셨는데
아쉽게도 이번 생에선 그렇게 뜻대로 못 할 것 같아요.
엄마 아빠 눈에도 참 고운 여주(이)인데, 제 눈엔 정말 그 어떤 것 보다 소중한 보물, 보석 같아요.
여주(을/를) 예쁜 며느리, 예쁜 딸이라고 부르시던 엄마 아빠 !
제가 세상에 없을 때 여주(이)가 많이 힘들어 하면 옆에서 저 대신 큰 힘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여주(이)도 엄마 아빠를 참 좋아했거든요.
여주(이)가 저와의 추억에서 헤매이면 그만 하라고, 더이상 힘들어 하지 말라고 따끔한 소리도 해주시고
승철이가 너를 참 많이 사랑했다고 한번씩 제 진심도 전해주세요.
그래도 엄마 아빠가 계시기에 여주(을/를) 두고 가는 제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것 같아요.
언제나 든든한 제 편이 되어주셨음에 감사하고 제 선택에 따라주셔서 또 감사해요.
두 분, 꼭 행복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위에서 다시 뵈요.
그땐 제가 먼저 가 있는 거니까, 위에서 엄마 아빠가 보실 것들 예쁘게 만들어 놓을게요.
다음 생에도 태어난다면 엄마 아빠의 아들로, 최승철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엔 이번 생에서 못 다한 삶 다 살고, 엄마 아빠께 못 해드린 효도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지금껏 정성으로 사랑으로 저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엄마 아빠.
| 작가의 말 (읽어주세요.) |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새벽에 보면 더 좋을 것 같아 지금 올려요. 이번 편은 번외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편다 어두운 분위기 미안해요 ㅠㅠ 다음 편은 꼭 밝은 거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 저번 편이 초록글에도 올랐더라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 ㅠㅠ 지금껏 잘 해주셨듯이 계속해서 예쁜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제게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보고 싶은 소재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부담없이 적어주세요 ! 함께 만들어나가는 세븐틴의 연애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이번 글은 시간이 많을 때 천천히 읽으셨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그래야 조금 더 깊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암호닉] 신청해요. ←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오늘도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해요 ! 해날과 함께 규애 / 호시기두마리치킨 / 성수네 꽃밭 / 밍니언 / 누텔라 / 설레임 / 불낙지 / 밍꾸 / 호시십분 / 우양 / 버승관과부논이 / 전주댁 Mr.아령 / 너구리쎄더 / 분수 / 스윗블라썸 / *초록색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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