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습격
-1-
아, 날씨 좋다.
지난 일주일 내내 비가 오질라게 쏟아지더니 오늘은 운도 좋게 날씨가 화창하다. 그래, 이게 봄이지.
한 달 정도의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 되는 개학날이다. 벌써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라니;
낭랑 18세, 씨팔. 엄마한테 용돈이나 늘려 달라고 해야겠다. 난 등골 브레이커니까.
그나저나 김태형 얘는 왜 안 나와? 슬슬 짜증나려고 해.
문자를 보내려던 참에 타이밍 좋게도 헐레벌떡 뛰어 오면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김태형이다.
"김여주!! 미안 미안, 형이랑 좀 싸우느라."
"석진이 오빠랑 또 싸웠어? 그만 좀 싸워라. 너가 잘못했지?"
"뭐래, 그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거든? 너 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우리 형 편 드냐? 약았어."
"말 좀 예쁘게 해."
우리 부모님과 김태형네 부모님은 고등학교 친한 동창이시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태형이는 어릴 때부터 같이 먹고 자고 하며 자라게 되었고
초중고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또 붙었냐고 지겹다- 하면서 정작 만나면 제일 말 잘 통한다면서 좋아한다.
나와 태형이보다 우리 부모님과 태형이네 부모님께서 더 좋아하신다. 참 재밌으신 분들이야 ;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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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씨발 또 커플!! 근데 쟤넨 좀 잘 어울린다."
항상 등·하교는 태형이와 같이 하는데, 맨날 같이 붙어 있어서 그런지 우리를 사귀는 사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되게 기분 나쁘네. 내가 얘보다 못났나, 내가 아까워야 하는 거 아님? 흥.
내가 연애를 못 하는 이유는 저 새끼랑 허구헌날 같이 붙어 다니니까 남자들이 김태형이 내 남자친구인 줄 알고 대시를 안 해서 그래.
중학교 2년 동안 같은 반 한 것에 대해 난 충분히 만족 하고 있었는데 김태형 저 새끼가 자꾸 옆에서 같은 반 되면 좋겠다. 이 난리;
설마 같은 반이겠어, 했는데 진짜 세상에 마상에 씨발 같은 반이라니.
' 뭐 이런 좆 같은 반 배정이 다 있어 !!!!!!!!!!!!!!!!!!!!!!!!!!!!!!!! '
하고 학주 앞에서 객기 부리고 싶었지만, 착한 내가 참아야지.
"나 뭐 거의 예언자 급? 나랑 같은 반 되니까 좋지."
"꺼져, 주먹 날리기 전에."
하,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하나님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옵니까.
태형이가 싫다는 건 아니지만 쟤랑 같이 다니면 온갖 욕을 다 먹고 산다구요. 엉엉.
김여주 진짜 복 받은 거 아니야? 존나 부러워. 라던지
김여주 씨발!! 지가 뭔데 태형이 머리카락을 만져? 라던지
김여주 저 망할년 진짜 족칠까? 라던지
수 많은 욕을 먹으면서 등교 해야 하고, 물론 하교도 욕 먹으면서 해야 해요.
게다가 이번에 같은 반 되서 분명 김태형은 저랑만 붙어 다닐텐데 여자 애들이 얼마나 저를 야리겠냐구요.
전 씨발 오래 살고 싶지도 않은데 !!!!!!!!!!!!!!!!!!!!!!!!!!!!!!!!!!!!!!!!!!!!
신나서 헤벌쭉 거리며 웃고 있는 김태형을 노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인생,,,,,,,,,,,,
그래도 나에 대해 제일 잘 알고, 날 이해 해 주는 친구는 태형이 밖에 없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와 김태형 드디어 김여주랑 같은 반이네?"
언제 또 이 쪽으로 온건지 나와 태형이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치며 내 인생에 도움 안 되는 새끼 1호 정호석이 실실 쪼갠다.
자기는 지민이랑 됐다, 개신난다 뭐 어쩌구 저쩌구 옆에서 자꾸 모기처럼 웽웽 거리는 게 목소리부터 존나 짜증나.
"헐 태형이랑 김여주랑 같은 반 됐나봐. 개빡쳐!!!!"
정호석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그런지 주변에 있던 여자 애들은 하나 둘씩 우리를 쳐다보고 서로 쑥덕 거리기 바빴다.
너만 빡쳐? 나도 빡쳐~ 앞에서는 말도 못 꺼내면서 뒤에서 오지게 호박씨 까는 호로잡년아 !!
이 새끼랑 다니면 욕만 먹는다니까. 지겨워.
표정을 굳히고 신발 코만 보고 있었더니 누군가 뒤에서 내 귀를 막았다.
"매점 갈래? 바나나 우유 사줄게."
태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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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김여주랑 같은 반 되서 존나 좋은데."
김태형은 내 귀를 여전히 뒤에서 막고 매점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나를 보며 수군 거렸던 여자 아이들을 바라보며 들으라는 듯이 나와 같은 반이 되서 좋다고 말하는 태형이다.
매점 의자에 앉아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 김태형을 바라보다,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꼭 저럴 땐 진짜 애 같다니까. 나름 귀여운 구석이 없지 않아 있어.
그렇게 오래 고민하더니 결국 집어 온 건 바나나 우유 두 개. 나 참 어이가 없어서 ^^;
"여주야!"
"어, 김석진 하이염."
"오빠가 비밀스럽게 할 얘기가 있다. 귀 좀."
"뭐야."
"오빠 윤기랑 같은 반."
헐. 씨바ㅏㄹ. 미쳤어. 미친 거 아니야? 미쳤다!!!!!!!!!!!!!!!!!!!!!!!!!!!!!!!!!!!!!!!!!!!
민윤기라 말하자면, 나의 이상형. 어흑. 어빠,,,
작년 겨울에 태형이네 집 갔다가 마주친 오빠였는데 정말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버렸다.
웃는 게 어찌나 예쁘시던지. 여름도 아니었는데 내 심장 녹는 줄.
김석진 오라방이 이제 오작교 역할을 해주면 ? 껴꺄꺅 ㅎㅎ
"야, 김여주 가자. 김석진 오늘 엄마가 너 집 일찍 들어오래."
"오빠, 이따 저녁에 카톡!!!"
벌렁 벌렁 거리는 심장을 부여 잡고 있는데 김태형이 내 팔을 콕 찌르더니 하는 말이, 무슨 얘기 했어? 내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너 뒷담 깠을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귀엽다니까~
"아니~ 석진이 오빠랑 윤기 오빠랑 같은 반 됐다는 얘기. 이어 달라고 해야지."
"미쳤냐? 안돼."
"왜 이 시벨넘아."
"윤기 형이 아까워서 안돼."
"내 인생에 사랑이 찾아 왔는데, 시작이라도 해 봐야 될 거 아냐?"
"아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참견왕 김태형을 누가 말려, 개 같은 새끼.
*
*
*
교실에 들어서자 여자 아이들은 무슨 백마 탄 왕자님 바라보듯이 김태형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부러움 반, 질투심 반 섞인 눈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빈 자리에 앉은 김태형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자리 의자를 톡톡 치며 나보고 앉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근데 여자 애들이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시선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말이지 ,,,
자기 옆자리에 앉으라는 김태형의 사인을 무시하고 창가 쪽 맨 끝자리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러자 어이 없다는 듯 나를 쳐다 보더니 이내 여자 애들을 한 번 바라 보고는 표정을 굳히는 김태형에 좀 무서워져서 고개를 책상에 파묻었다.
그러자 한숨을 쉬며 내 옆자리에 앉고선 조금 화난 목소리로-,
"왜 너가 피하는데?"
"뭐가."
"하, 자꾸 화 돋구지 마."
* * *
안녕하세요, 또깅 입니다.
음, 항상 끄적이다가 '나중에 올려야지' 하면서 매번 미루고 미뤘는데 드디어 첫 글을 올리네요 !
짧은 글에 어떻게 태형이를 예쁘게 나타내주지, 이미 예쁘고 예쁜 아이를 내 똥손이 망칠까봐 걱정이 많이 되네요. 으앙.
부족한 글 실력이지만 재미있게 봐 주세요. 덤으로 태형이도 예쁘게 봐 주세요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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