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터스윗 (달콤씁쓸한) pro
by. 2417
- pro -
'읍, 얼마나 청소를 안 한 거야...'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쾌쾌한 냄새에 인상 한 번,
수많은 파일 중 가장 많은 게 파란 파일이라 인상 한 번.
갑자기 5년 전 업무 처리건을 봐야 한다며 급하게 심부름을 시키신 덕에
회사 생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에 들어섰다.
아, 찾기 힘들 수도 있다는 대리님의 말씀과 함께.
좋은 경험이네,
창고인 줄만 알았는데.
"...어"
각종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는데
한 쪽 모서리에 파일들이 무지막지하게 쌓여있는 게 보인다.
".... 파란 파일... 파란 파일... F-3"
휘적휘적.
적어도 1cm는 쌓인 이 먼지 덩어리를 어찌할까,
내가 2년만 더 일찍 들어왔어도 지금 이 일은
김대리님이 하고 계신 건데.
어쩔 수 없이 '손은 닦으면 되니까' 하는 아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파일들을 뒤적거리는데,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알파벳 순서도 아닌 그냥 무식하게 쌓여있는 파일들을 보니 더더욱.
"아 미치겠다. 김대리님은 왜 이걸 나한테 시킨거야!"
...그냥 없다고 할까,
안 돼. 그러기엔 내가 너무 짬밥이 없다.
얼마나 방치 해 둔 건지,
파일 테두리에 붙여 둔 견출지의 문자도 흐릿하다.
**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손목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새 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드디어,
약 1시간 만에 먼지를 마시면서 찾은 보람이 있었다.
"...찾았다."
너무 오래 있었단 생각에 대리님한테 혼이 날 것 같아
파일을 챙겨 얼른 창고를 빠져나오는데,
누군가 덜컥 문을 열었다.
"뭐야...누구..세요?"
"...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안 나오고 뭐 해요 대체?"
"..네? 뭐...뭐가요?"
혼자 당황스러워서 가만히 있는데,
이 남자.. 차림을 보니 소방관이다.
소방관?
순간 정신이 번뜩 들어 남자를 쳐다보는데,
남자 위로 매섭게 휘몰아치는 새까만 연기들이 보였다.
"지..지금, 불 났어요..?"
"지금 그쪽 빼고 다 나왔거든요? 몸부터 숙여요."
너무 놀라서 무슨 상황인지도 알지 못한 채 그냥 남자의 말에 따라 몸부터 숙였다.
그러자 성큼성큼 다가오는 남자에 위를 쳐다보는데
내 어깨를 자기와 밀착시키곤 젖은 수건으로 내 입과 코를 막는 남자다.
"..켁..제..제가 할게요."
"가만히 있어요. 지금 대피로 찾는 중이니까. 그리고 꽉 막아야 하는데 그 힘으로 할 수 있겠어요?"
"...아 그럼..막아주세요."
쫄보가 되어 그대로 순응하며 같이 뛰는데,
도저히 이곳이 내가 거했던 사무실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검게 그을린 자국,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업무의 흔적들이 보였다.
그때,
순간이었다.
우리를 향해 화라도 난 듯 큰 폭발음과 함께 커피 자판기가 터져버린 것은.
'쾅-'
"..아씨,"
남자는 작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그대로 나를 자기 품 안에 가두었다.
"귀 막아요. 다치니까"
"...네?..네."
겨우겨우 남자의 팔에 이끌려 정신없이 계단으로 내려왔는데
내부와는 달리 환한 바깥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바깥 멀리까지 날 안전하게 인도했고,
주변에는 대리님을 비롯한 과장님, 동기들 전부가 초조하게 서 있었다.
"김탄소!!"
" 대리님! 이게 뭐예요. 저 죽을 뻔했잖아요... 아셨으면 전화라도 해 주시던가요!"
"내가 너한테 얼마나 전화했는데.."
"..전화 안 왔는데요 대리님,"
하고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 16통.
모두 김대리님께 온 것이었다.
왜 하필 무음으로 해 놨을까.
"...너랑 같이 나가려고 했는데, 나도 늦게 알아서...
어쩔 수 없이 소방관들이랑 같이 나왔어..
많이 무서웠지.. 미안해"
"..아니에요. 무음이었네요. 어쨌든 우리 다 나왔으니까 다행이에요"
화재는 회사 식당에서 가스 밸브를 잘못 잠군 게 화근이었고,
모든 회사 식구들이 멀리 떨어진 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신고가 늦어졌다고 그랬다.
무사히 구출돼서 다행이라는 같은 동기들의 토닥거림에 잠시 고개를 들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저 멀리서 소방관들과 함께 불을 진압하고 있는
그 남자가 보였다.
사실 아까,
이 불구덩이 속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 남자한테 설렌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나 진짜 미쳤나보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잡만 읽다가 작품으로 찾아뵙게 되었는데
재미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소방관은 정국이고요,
탄소에게 심부름을 시키신 대리님은 태형이 입니다!
이 둘 사이가 어떻게 될 진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암호닉... 받을까요?
양식은 [ ]이걸루요!
나중에 번외도 메일링하고
또... 아마 다른것두?^^
들어갈 듯 하네요.
진짜 재미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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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