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1. 모든 뱀파이어들은 20살에 신체 발달이 정지되고 불로불사의 삶을 산다.
2. 모든 뱀파이어들은 인간보다 우월한 외관을 가지고 지적 능력도 뛰어나다.
3. 일부 뱀파이어들은 특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4. 뱀파이어 개체 간의 사랑만을 허용하지만 인간과의 혼인을 희망할 시에는 인간을 뱀파이어로 변이 시켜야 한다. (가문장의 허락 필수)
특수 조항 1. 인간과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는 즉시 인간 피의 섭취를 중단하고 짐승의 피만을 섭취하도록 한다.
특수 조항 2. 순수 혈통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A-1 골목길
길고 긴 학원 수업이 드디어 마치고 나는 힘이 빠진 몸뚱어리를 이끌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나름 치안이 잘 돼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살기는 했지만 가는 길에 어두운 골목길이 있어서 항상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경계하며 가야 했다. 오늘도 그랬다. 골목길 앞에 다다르자 나는 귀에 꼽고 있던 이어폰을 빼서 주머니에 넣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텅-'
멀지 않은 곳에서 누가 깡통을 걷어차는 듯한 소리가 크게 났다. 나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누, 누가 있나. 에이, 동네 사람이겠지.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나는 다시 발을 굴렸다.
골목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해 나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어서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일은 수행평가가 세 개나 있어서 준비해야 할게 많았다. 뭐 뭐 있었더라? 영단어, 수학, 그리고...
"으악!"
나머지 하나의 수행평가가 뭐였는지 생각하는 사이에 누군가 뒤에서 나의 어깨 부근을 세게 쥐어 당겼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뒤로 끌려갔다. 넘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고개를 돌려 괴한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지만 괴한은 커다란 손으로 나의 입을 틀어막고 머리를 고정시켰다.
"닥쳐."
"읍! 읍!"
아둥바둥하는 나를 벽 쪽으로 밀어붙인 뒤 내 귀에 대고 닥치라고 말했다. 강압적인 저음의 목소리에 나는 이내 몸에 힘을 빼고 저항하길 그쳤다.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상대는 키가 큰 남자였고 나는 힘으로 그를 이길 수가 없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성폭행? 강간? 아니면... 살인? 끔찍했다. 내일 뉴스에 '시혁동 묻지마 살인 사건'이 나온다면 그 뉴스의 주인공은 나일 것이다.
"흐으..."
"풀어줄 테니까 닥치고 있겠다고 약속해."
몇 분 뒤에 내가 죽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남자의 제안에 나는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떼어내고 나의 몸을 돌려서 그와 마주 보는 방향으로 서게 했다. 눈물이 자꾸 나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
"...살려주세요......"
입을 다물고 있기로 약속했지만 이성보다는 본능이 앞서서 빌 수밖에 없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겠지만 살고는 싶었다. 말을 할수록 입술이 바르르 떨려서 나는 윗니로 아래 입술을 꾹 물었다. 말을 해버린 나를 때리거나 다른 곳으로 끌고 갈 줄 알았는데 남자는 나의 앞에 서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너무 조용해서 숨 쉬는 소리로 겨우 남자가 아직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어떻게 하려고 잡은 게 아닌가? 아무 반응 없는 남자가 이상해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차고 있어서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도 다 검은색이었다. 딱 범죄자 룩이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도망칠까 생각도 해봤지만 도망 쳐봤자 잡힐 것이 뻔했다.
"몇 학년이야."
"네?"
"몇 학년이냐고."
"2학년이요..."
"몇 반?"
"3반이요... 근데 이건 왜 묻는 거예요..?"
"갔는데 없기만 해봐."
"네?"
남자는 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협박하는 말투로 말했다. 지금 왜 이런 질문들을 하는 건지 상황 파악이 안 돼서 나는 바보같이 되묻기만 했다. 나중에 나를 찾아온다는 얘기라면 난 차라리 지금 당하던지 죽고 싶었다.
가로등이 건너편에 있어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게 어려웠다. 아니,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와도 내가 어떻게 알아.
"가."
"......네?"
"가라고."
"...네."
나를 순순히 보내주겠다는 저 말이 의심스러워서 나는 골목길을 빠져나오는 동안에도 수십 번 뒤돌아봤다. 남자는 팔짱을 낀 채로 내가 떠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기분은 더러운데, 일단은 살려준다 하니 나오기는 했다. 죽다 살아난 내 운명을 감사해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A-2 전학생
나의 걱정과 달리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그 주에는 별일이 없었다. 등하교를 할 때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해봤지만 그 남자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학원을 마치고 나서는 비록 더 오래 걸리긴 하지만 골목길 대신 큰 길로 다녔다. 친한 친구들에게 있었던 일을 말해주니 그래도 안심하긴 이르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그 골목길에는 CCTV도 없어서 경찰 측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호신용 스프레이라도 가지고 다녀."
"스프레이로 안될걸? 아예 호신술을 배워."
"아니야. 막상 그런 사람들 만나면 호신술 이런 거 다 쓸모없데."
"그런가? 하긴 김여주는 쫄아서 울었다는데,"
"야! 너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눈물이 안 나냐!"
뒤돌아서 나의 몸을 보호할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던 박지민과 정호석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정호석의 말에 발끈해서 쏘아붙였다. 실실 웃는 얼굴이 얄미워 등짝이라도 한 대 치려고 했는데 타이밍 구리게 담임선생님이 조례하러 교실에 들어오셨다.
"자, 자. 조용히 하고. 몇 가지 전달 사항 알려주겠다."
"......이상 조례 끝이고 지난주에 말했듯이 우리 반에 전학생이 있다."
전달사항 중에 귀 기울일 얘기가 딱히 없어서 휴대폰을 만지던 내 귀에 처음 듣는 얘기가 들렸다. 전학생? 지난주에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서둘러 앞에 앉아 있는 박지민의 등을 쿡쿡 찔러서 뭐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박지민은 입모양으로 '네가 안 들은 거겠지'라는 대답을 해줬다. 난 진짜 들은 적이 없는데...
"남자예요?"
교실의 뒤에서 여자애가 소리치듯이 질문했다. 담임선생님이 그렇다고 답하자 여자애들이 기대에 부풀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앞문 쪽을 쳐다봤다. 선생님이 앞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자 전학생이 함께 들어왔다.
"헐."
"잘생겼다."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있던 나를 대신하는 듯 박지민과 정호석이 연달아 육성으로 감탄했다. 전학생은 잘생겼다. 그것도 매우. 키도 크다. 180센티 정도? 비율도 환상적이다. 머릿속에 전학생을 스캔한 결과가 팝업창 뜨듯이 빠른 속도로 떴다. 한 마디로, 대박이다. 교실에 여자애들이 전학생의 외모에 놀라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는 '미쳤다'와 같은 말들이 울렸다.
"자기 소개가 빠질 수는 없겠지?"
"......"
"전학생?"
"......"
기대를 품고 전학생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으나 전학생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웬만하면 당황하지 않는 담임선생님을 당황시키는 행동이었다. 결국 담임선생님이 전학생을 소개해주었다. 이름은 김태형, 이 동네 막 이사 왔으니 모르는 점이 있으면 도와달라, 반장이 학교 구경 좀 시켜 달라 등의 말들이었다. 나는 전학생의 학교 구경이 반장에게 맡겨져서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이런 건 부반장인 나한테 시켜도 되잖아?
"일단 지금 비어 있는 자리는 맨 뒤에 혼자 앉는 자리니까 저기 가서 앉고,"
"어차피 내일 자리 바꿔야 되니까 오늘만 혼자 앉아. 괜찮지?"
'네' 한 마디면 될 것을 전학생은 예의 없게 고개만 대충 끄덕이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런데 내 착각이 아니라면 전학생은 교단 위에 서 있을 때부터 나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자신을 소개해 줄 때 찬찬히 학급 아이들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이 내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눈썹을 짝짝이로 그렸나, 화장이 떴나, 앞머리가 이상한가. 책상에 놓여 있던 손거울을 집어 얼굴을 확인해봤지만 별문제가 없었다. 아, 혹시 내 얼굴 자체가 문제인가? 얼굴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데.
"쟤 아까부터 너만 봐."
"김여주에게도 봄이 오나요~?"
담임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박지민과 정호석이 몸을 돌려 또다시 깝죽댔다. 정호석의 김칫국 한 사발 한듯한 농담이 웃기지도 않아서 가뿐하게 무시해줬다. 2교시에 단어 시험이 있어서 나는 단어장을 꺼내 단어를 복습했다.
"쟤 아직도 너만 봐."
아침 자습시간이 끝나고 나서 박지민이 뒤를 힐끔 보더니 나에게 속삭여줬다. 뭐, 아직도?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려 전학생, 아니 김태형의 자리를 쳐다봤다. 그리고 또 한번 눈이 마주쳤다.
아까부터 나를 주시하고 있었을 두 눈동자.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두 눈동자.
A-3 신경 쓰여
"나 5교시에 수행평가 있어서 그러는데 김여주 네가 나 대신 전학생 학교 구경 좀 시켜줘. 고마워."
박지민과 정호석이랑 앉아서 수다 떨고 있던 내 앞에 반장이 와서 자기 할 말을 다다다 뱉어낸 뒤에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갔다. 방금 뭐가 지나간 거지. 눈만 끔뻑이고 있자 정호석이 나에게 뭐 하냐며 지금이 전학생과 말 섞을 절호의 찬스라고 외쳐댔다.
"아씨, 떨리는데."
"오, 벌써부터 막 설레고 그러나 봐?"
"정호석 넌 좀 닥쳐."
"그래, 정호석 넌 좀 닥쳐."
"... 박지민한테 닥치라는 소리 들으니까 기분 되게 이상하다."
왜? 나는 김여주 말에 동의했을 뿐인데? 그래도 네가 닥치라고 하니까 뭔가 팍 상하는 느낌이 드네. 나는 뭐 닥치라고 하면 안 돼? 실랑이를 벌이는 두 바보를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부반장인 내가 시켜줘야지. 학교 구경.
"전학생."
"......"
"이름이 김태형이랬지? 지금 반장 바빠서 내가 대신 학교 구경 시켜줄게. 가자."
"......"
김태형은 주머니에 손을 꼽은채로 나를 가만히 올려보다가 느릿하게 일어섰다. 같이 교실에서 나온 뒤 나는 차례대로 행정실, 양호실, 음악실 등을 소개해줬다. 김태형은 내 뒤를 조용하게 따라다니면서 고개만 몇 번 끄덕일 뿐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학교에 울려 퍼지자 우리는 급하게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그가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는데 김태형은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예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조례 시간 때와 마찬가지로 두 눈은 나를 끈질긴 정도로 쫓아댔다. 나는 그 시선이 퍽 불편했다.
"내 착각인 줄 알았는데 이젠 아닌 것 같아서. 왜 계속 날 쳐다보는 거야?"
나는 교실에 들어가려는 그의 앞을 가로막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김태형은 놀란 기색 없이 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지 않아 복도는 아이들 때문에 소란스러웠다.
"넌……"
김태형은 손을 뻗어 내 뒤의 앞문을 열었다. 들어가면서 나에게 대답을 해줬지만 주변의 소음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넌, 그리고 뭐였지. 내가 뭐? 말을 흘리듯이 던져놓고 제자리에 앉은 김태형을 향해 눈을 돌렸지만 김태형은 내가 아닌 창밖을 보고 있었다. 진짜 신경 쓰인다, 쟤.
| 프롬 쩜 홀든 |
개인적으로 뱀파이어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글잡에 별로 없어서(ㅠㅠ) 자급자족한다는 심정으로 쓴 똥글입니다 하핳 좋아해주시는 분이 있는게 신기할 정도의 퀄리티지만...ㅠㅜ꿋꿋히 업로드...!ㅎ
제목은 일단 소재를 드러내려고 임시로 정한 제목이고요! 몇 화 더 연재하고 다른 제목으로 바꿀거에여히히ㅣ 조금 더 깔쌈한 제목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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