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콜라보- 첫사랑의 일기장
"6월 16일"
적막하리만치 조용한 교실에서, 쑨양은 힘겹게 입을 떼었다.
"그 날이 무슨 날인데요?"
"내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
[쑨환] 간질간질
w. DanA
#01
서울에 위치한 작은 학원. 쑨양은 2년 째 이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 친부모의 손을 떠나 쑨양은 중국으로 입양가게 되었고, 양부모님 품 속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친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그들에 대한 원망이나 그리움이라도 있었겠지만, 쑨양에겐 친부모님에 대한 기억의 작은 조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랬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와서도 친부모님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학원에 취직하였고, 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2년 정도를 근무하고 다시 자신의 모국으로 돌아간다. 물론 오래 남아있는 교사들도 많았지만ㅡ예를 들면, 옆 강의실의 9년차 Kang 선생님 이라던가ㅡ, 쑨양은 그들처럼 교사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서 사실 쑨양은 '이제 그만 들어와서 대학원에 입학하는게 어떻겠니?' 하는 양부모님의 전화를 받고난 후, 별 고민없이 이번 학기를 마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 하던 참이었다.
물론, 태환을 만나기 전까지는.
학원은 1년에 4학기, 즉 한 학기에 3개월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학생들은 매 학기가 끝날 때 마다 레벨 테스트를 보았으며ㅡ학생들은 시험이 너무 자주있다며 항상 불만을 토로했다ㅡ, 학기가 바뀔 때 마다 클래스가 재구성되었다. 이번 봄 학기도 마찬가지였다. 쑨양은 이번 학기에 네 반으로 나누어진 반들 중 두번째로 높은 반을 (반 구성은 철저하게 학기말 시험 성적으로 나뉜다.) 맡게 되었다.
태환은 그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특출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지도 않았다. 겨울학기가 끝나고 치룬 시험에서 태환은 만족할만한 점수를 얻었고, 네 개의 클래스 중 위에서 두번째에 있는 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렇게 둘의 만남은, 학원 건물 5층의, 506호실에서 시작되었다.
#02
"아.. 이거 잘 모르겠는데."
쑨양은 학원에서 2년 간 근무했고, 태환은 쑨양보다 딱 두학기 더 일찍 학원은 다니기 시작했지만, 둘은 처음 보는 사이였다. 후에 친해지고 나서 알게된 사실인데, 태환은 학원에 들어온 이후 계속 6층 강의실만 사용했다고 한다. 사실 쑨양에게 있어 태환은 그냥 자신이 맡고 있는 반의 한 학생일 뿐이었지만, 매 번 성실한 태도에, 질문도 열심히 하는 태환이 교사로서의 쑨양의 눈에는 예뻐보였다. 만나기 힘든, 성실한 태도의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엔 그 '예뻐보임' 이 다른 의미가 되긴 했지만.
학기는 한 달 정도가 흘렀고, 태환은 한 번도 빠짐없이 매 번 성실한 태도로 강의를 들었다. 쑨양이 제자로서 태환을 아낀다는 점은 변함 없었다. 하지만, 쑨양은 태환을 향해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파악되겠는가. 쑨양은 혼자만의 마음고생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고 쑨양에게 그의 마음을 확인시킬만한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수업에 태환이 모두 나오지 않았다. 사전에 아무 연락 없이 말이다. 처음엔 '무슨 일이 있겠지.' 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왠지 모르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
"저..."
"네? 아, 쑨양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결국 쑨양은 학원 사무실에 가서 어렵사리ㅡ괜히 쑨양이 쑥쓰러워서 갈팡질팡 망설였기 때문에ㅡ태환의 번호를 얻어왔다.
"010....어떡하지"
막상 번호를 얻어오면 뭐하나.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하는데만 30여분. 한숨을 한 번 내쉰 쑨양은 그대로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여보세요"
"..태환씨?"
-"누구..."
"아, 나 쑨양이에요. 506호 강사요."
-"아..쑨양 선생님이시구나...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했어요. 죄송해요, 이번 주 내내 아파서 학원에 못갔어요."
아팠구나. 태환의 입에서 '아파서' 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쑨양의 미간이 좁혀졌다.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목소리 안좋은 것 같은데 얼른 쉬어요. 그냥.. 걱정되서 전화했어요. 다음주에 학원에서 봐요"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환과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쑨양은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방금까지 휴대폰을 쥐고있던 손에는 식은땀이 다 났다. 한 달동안 쑨양을 괴롭혔던 알 수 없었던 감정이 모두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푹 숙인 쑨양의 고개 사이로 붉어진 그의 얼굴이 보였다.
"박태환씨, 어떡합니까.
.....당신이 좋아진 것 같아요, 나는."
마음이 간질거렸다.
4월에 계절에 맞게, 쑨양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다.
-
반갑습니다! 글잡 신인작가 DanA입니다 인사드립니다(__)
꽤 오랫동안 고민한 작품을 드디어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게 되었네요.
못쓴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셨음 합니다ㅎㅎ
'간질간질'은 단편에서 중편정도의 길이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겪고있는 일과 함께 엮어 만든 글이라 재밌게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더불어 좋은 제목과 BGM을 추천해준 ㅈㅎ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ㅎㅎ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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