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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216l

살짝 열려있던 창문 사이로 부는 바람에 그 앞에 놓여있던 종이 더미가 흩어진다.
종이 날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저런 작은 소리에 놀라 깰 만큼 얕게 잠들어있었나보다.
아직 잠에서 덜 깬건지 침대에서 몇 번 뒤척이더니 이내 살짝 부은 눈을 두어번 비비고는 침 대에서 일어나 종이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모서리까지 맞춰 정리하곤 조금 열린 창문을 닫으려 손을 뻗는다. 안 닫았으면 좋겠는데.
창문사이로 들어와 손끝에 닿는 바람이 차가운지 살짝 손 끝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곧 창문은 닫혔다.


-


"18700원입니다."
 
 
 
 

느지막히 일어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가까운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샀다.
조금만 더 나가면 대형할인마트가 있지만 거 기까지 가기는 아무래도 귀찮은터라 잘 가지 않는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담고 계산을 마친 봉지를 받아들고 나가려다 잠시 멈칫했다.
 
 
 
요 며칠 냉장고를 채울만한 것은 샀지만 가서 해먹긴 또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진열대로 걸어가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집어들곤 계산대로 갔다.
내가 건네는 것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바코드를 찾아가며 서툴게 계산하는 알바생의 손이 참 작다.
저렇게 작은 손은 또 오랜만이다 싶었는데 잘게 손을 떠는 것이 보인다. 뭐야, 수전증인가. 손도 작은데다가 수전증까지 있으면..
피식 웃고는 계산을 하려 돈을 내밀었다.
 
 

"..."

"..."

"..."

"...뭐해요, 안 받아요?"
 
 
 

작은 알바생이 내가 내민 만원짜리 두장과 나를 번갈아본다. 왜 안 받아.
재촉하듯 지폐를 두어번 흔들어도 봤지만 그는 내가 건넨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싶어 나도 그를 계속 쳐다봤다.
알바생과 나는 그렇게 본의아닌 눈싸움시합을 펼쳤고, 편의점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통화를 하며 들어오는 다른 손님덕에 그 정적은 곧 깨어졌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갔던 시선을 다시 카운터로 돌렸는데,
 
 
왜소한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커다란 눈도, 작은 손도 떨고있다. 추운가, 아닌데.
사람들이 지나가는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그냥 손님의 돈을 쳐다보고있는 알바생 같이 보이겠지만 확실했다.
계속해서 나와 눈을 맞추고 있던 이 사람은 자세히 보지않으면 모를 정도로 정말 잘게 떨고있다.
마주친 시선에서, 그 떨리는 눈동자 속에서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도통 모르겠다.
 
 
 

'괜찮아요?'라고 물으려는 순간 알바생은 계속해서 말없이 자신을 살피는 나를 알아챘는지 황급히 시선을 돌려 내 손에 있던 만원을 가져가고는 후다닥 계산을 끝마쳤다.
드륵드륵 기계가 영수증을 뽑아내는 동안에도 잠깐동안 정적이 흘렀지만 편의점 안에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댄스음악과, 아까 새로 들어온 그 손님의 통화소리밖에 들리지않았다. 누군가가 그랬다. 진실을 알기위해서는 그 사람의 눈을 살피라고. 지금 이 상황에 적합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났다.
그를 조심스레 살폈다. 나를 의식해 애써 담담한 척 해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다.
 
 
 
 

...근데, 나도 이상하다. 평소 같으면 받지도 않았을 영수증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라니.
저 알바생이 감기에 걸렸다거나 옷을 얇게 입어 추위를 느꼈다거나. 생각해보면 그가 떨고 있을 만한 이유는 많았다.
아침부터 괜시리 찝찝하다. 받아든 영수증을 괜히 신경질적으로 구겨 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다.
아무래도 이것들을 먹고 갈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찝찝한 기분도 그렇고 편의점 안 분위기도 영 별로다.
 
 
 

집에 가서 먹기로 마음먹고 봉투에 계산된 것들을 담은 후 돌아서는 순간, 계산대 쪽에서 뻗어오는 손에 내 몸은 다시 반대쪽으로 휙 돌려졌다.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자 자기도 자신이 한 행동에 놀란듯 움찔하는게 보였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내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는지 그는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푹 숙이곤 나를 붙잡고있는 손에 꽉 힘을 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여전히 인상을 팍 쓰고있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나에게 들리지도 않는 턱없이 작은 소리로 무언가 말한다.
뭐라는거야.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인상을 찌푸린채로 있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여전히 표정을 일그러트린채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내가 자신의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하려는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 그래, 조금 있다가 보자!"
 
 

큰 소리로 통화하던 또 다른 손님의 통화가 끝나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그 통화가 끝남과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그는,
"..잔돈 두고 가셨어요."라며 지폐 몇 장과 동전 몇 개를 내 앞으로 슥 밀어냈다.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정신이 팔려 잔돈까지 챙길 정신은 없었나보다.
아차싶어 감사합니다,하며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풀고는 주머니에 돈을 넣고 봉투를 챙겨 수고하세요,하며 편의점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뭔가 숨통이 탁 트인 느낌이 들었다. 뭐야 저 알바생. 그냥 처음부터 크게 잔돈 두고 가셨어요-하면 될 것을 뭐하러 그렇게 작게 말해서..
다른 손님이 통화하는데에 방해될까봐 그랬나보다- 생각하곤 봉지를 흔들흔들 흔들며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무래도 분위기며 눈빛이 특이한 사람이었다.
아까 내가 건네는 돈을 받지도 않고 날 쳐다볼때는 정말, 눈빛으로 나에게 무언가 말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오래, 더 자세히 쳐다봤다면 정말로 무언가가 들렸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아주 묘한 기분에 휩싸여 계속해서 걷다가 이내 그 것들을 털어내곤 아직 신호가 바뀌지않은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리며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아 조용한 핸드폰을 이리저리 만지다
문득 알바생이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무어라 말하던게 기억이 났다. 그는 눈빛말고 실제로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했다. 무엇을 말하려던 걸까.
잘 기억나지않는 입모양을 생각해냈다.
 
 
 
 
 
 

  얼마 후
 빨간 불이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나는 봉지를 내팽겨치듯 바닥에 던져버리곤 내가 왔던 길을 되돌아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는 내게 '살려주세요'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내가 편의점에 도착했을때, 그는 거기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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