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면의 가면
written by 호봄
BGM 박정현의 하비샴의 왈츠
딴,따라―. 고풍스런 꽃무늬가 그려져있는 커다란 파티장의 샹들리에 아래에서 가만히 와인잔을 들고 리듬을 탔다.
내 얼굴에 퍼즐처럼 짜여있는 고양이 가면은 내 얼굴의 반쪽을 가려 아무도 날 모르도록 했다. 바로 가면무도회의 매력,
가식적인 미소와 누군지도 모를 남자와 손을 잡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빨간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다들 미쳐서 춤을 춘다.
파티장안은 조용하지만, 음악으로 가득차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엔 빨간 마음뿐, 빨간 가식적인 입술과 독을 감춘 맹독사처럼 그렇게 다들.
그 파티장의 중심에 서 있는 나는 그저 가만히 서 있을뿐 아무무리에도 끼고 싶지 않다. 그저 이런 불쾌함으로 가득찬 곳에서 나가고 싶을 뿐.
어느 누군가 나의 앞에 섯다. 그가 가려 샹들리에의 밝은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새초롬히 끼워져 있는 가면은 광장에서나 볼법한
웃고 있지만 슬퍼보이는 광대의 가면, 가만히 날 아래로 내려다 보던 그는 무릎을 꿇더니 손을 내밀었다.
같이 춤추실래요?
무표정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가면에 가리워 알수없는 표정으로 바닥을 보고있는 그의 손을 가만히 보다 손을 잡았다. 왜 인지도 모르게.
왈츠에 맞춰 한발짝 한발짝 돌릴때마다 흔들리는 샹들리에와 사람들의 가식적인 입술과 그의 광대가면. 광대가면은 왠지 모르게 날 끌리게했다.
차갑던 나의 손을 잡게했다. 그의 입술은 빨갛지 않았다. 내 입술은 붉었다. 움직일때마다 거추장스러운 드레스가 휘날리고 또각이는 유리구두의
소리가 거슬렸다. 그에게 날 맡기기로 결심했다. 왈츠에 맞춰 춤을 추다 말고 갑자기 멈춰버리는 그 사람, 당황하고 황당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만 보고
있을때 그가 서서히 가면을 벗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한떨기 장미같은 그의 얼굴은 내가 범접할수 없을것같은 얼굴이었다.
그가 가면을 뒤집었다. 그 뒤집혀진 가면엔 광대가 그려져있었다. 근데 달랐다. 그 전의 가면의 모습이 웃는데 슬픈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울고있었다. 그런데…행복한 모습이었다. 마치 광기에 휩싸인 얼굴같았다.
당황스러운 내 표정을 읽은건지, 가만히 서있는 나에게 말했다.
속지마세요. 당신은 어떻게든 속아넘어갈수 있으니깐.
무슨뜻인지도 무슨말인지도 그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슬며시 미소지었다. 그러곤 나에게 다시 가면을 벗어서 내 손을 잡더니 손위에 올려주더니
꽉 잡게했다. 가면을 벗고 그의 무표정한 모습이 가시로 뒤덥힌 장미같았다면 웃는모습은 날카로운 난초같았다. 그는 그렇게 내 손에
가면만 쥐어주곤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멍하니 서있었다. 손엔 가면을 쥔채로. 마치 태어난 아기가 엄마의 손가락을 놓지않고 꽉 잡으려는
본능처럼. 여전히 사람들은 신경쓰지않고 여전히 가면을 쓴채로 미쳐 춤을춘다. 돌고, 돈다. 가면의 한구석에 단정히 그의 이름이 써있었다.
´구자철´
2012.10.09. 두면의 가면.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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