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웠던 바람대신 따사로움 속에 간질거리는 바람이 부는 날,
평소라면 기분이 좋고도 남았을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비가 오는 날 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000!!”
“시끄러워 그렇게 크게 안 불러도 너 저기서부터 걸어오는 거 보였거든”
“매정하기는”
매일 아침 보는 사이인데도 같이 등교하는 친구의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목소리는 지치지도 않는지 한결같다.
“근데 너 오늘 왜 이렇게 저기압이야? 네가 맨날 입이 닳도록 원했던 딱 봄 날씨 구만”
“몰라 오늘 기분 안 좋아, 그니까 나 건들지마”
내 예상은 더럽게도 딱 들어 맞았다.
그 날이 ‘그 아이’의 시선을 처음 느끼게 된 날이니까.
정말 봄이 된걸 증명하듯 수업 들오시는 선생님마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거의 하루 종일 창문과 앞뒷문을 열고 생활을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날씨라서 그런지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듣는데 금세 나른해 졌다.
내 자리가 3분단 앞문 바로 앞이라 이미 수업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멍하니 복도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부분은 추가로 알아 둘게 많으니까 필기 좀 하자.”
필기를 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용케 귀에 들어와서 잠시 정신을 차리고 필기를 한 뒤 그냥 수업이나 들을까 하는 생각에
수업에 집중을 하려고 하는데 열려있는 앞문에서 나를 바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이게 말이 돼?’
내 눈이 어떻게 된 건지, 아니면 잠깐 정신이 이상해진 건지, 아님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분명 필기를 하기 전만해도 없었던 형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정확히 나를.
키는 나랑 얼추 비슷하고 딱 봐도 앳돼보이는 남자 아이가 복도에 서있었다.
물론 학교에 있으니 수업 중에 화장실을 가는 사람이거나 수업을 빠지고 나온 사람이거나 등등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 아이가 입고 있는 교복은 우리 교복이 아닐뿐더러 우리 학교는 남자가 있을 수가 없는 여고이다.
너무 놀란 마음에 수업이 끝난 줄도 모르고 멍하니 그 아이의 시선을 무시하지 못한 체 신경을 세우고 있는데
이상하다는 것을 그제야 감지했다.
수업이 끝났으면 복도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 아이를 보고 반응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뭐하나 달라진 게 없다는 듯이 쉬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딱 그 순간 복도 저기서 달려오는 사람과 그 아이가 부딪칠 거 같아 움찔 했을 때
달려오던 사람이 그 아이를 통과해버렸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내 눈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 아이가 또 나타나 내 눈에 뭐가 보이든,
나를 향한 시선이 계속 느껴지든,
너무나도 고운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든,
나는 그 아이를 철저히 무시했어야만 했다.
지금 그 순간이 너무 후회된다.
꼭 봐주세요. |
그냥 독방에서 반응만 보려고 내용 조금 알려드릴려고 했는데 내용을 어느 정도 선에서 올려야 할지 도무지 몰라서 혼자 고민하다가 이렇게 프롤로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요...다음 편이 올라올지 말지는 정말 모르겠어요,,그래도 봐주겠다는 길동이 있어서 용기내서 살포시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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