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들이 수상하다
作 해봄
그러니까 시간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 그 사람들을 처음 만난 것이 마지막 시험이랍시고 밤을 꼴딱 새우느라 그동안 미루고 미뤄놓았던 잠을 충전하는 것에 정신이 없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물론 난 오래간만에 주어진 평화로운 주말이겠다. 종강도 했겠다. 이제 더 이상 날 부담스럽게 할 것들도 없었으니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뜨고 살짝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펄럭이는 커튼을 생각하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건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새들이 지저귀기는 개뿔이나 온 동네 주변에 나 이사왔소~ 하고 소문이라도 내고 싶은지 쿵쾅거리는 소리며 이사차 사다리가 오르내리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듯이 울려퍼졌다.
물론 난 다시 자려고 했다. 내 몸은 일주일 내내 시험으로 찌들어 있었고 이제 좀 휴식을 취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잠은 깬지 오래. 베개로 얼굴을 묻고 이 무더운 한 여름에 이불까지 뒤집어쓴 체 소음을 어떻게 해서든 없애려 온갖 생쇼는 다 해보았지만 어느때보다 맑아진 정신은 달콤한 아침잠을 방해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잔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어떻게 굴러 들어온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봅시다 이웃집 양반! ^^
뭐, 대충 여기까지 요약을 하자면 나의 소중하고도 소중한 꿀잠 타임이 그렇게 끝이 나버렸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아침 식사시간부터였다. 씻기도 귀찮고 청소하기도 귀찮고 주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덕지덕지 달라붙는 온갖 귀차니즘들이 유일하게 방해하지 못하는 시간. 텔레비전을 보며 배만 긁적이던 내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요리를 구경하며 급격한 배고픔을 느끼기 전까지는 그래 그나마 봐줄만했다.
나의 식욕은 엄청나다는 단어로도 표현이 안될 만큼 정말 많이, 아주 많이 먹어댔다.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달까? 자취하기 전까지는 엄마에게 맨날 밥만 축내는 식충이라는 별명을 듣곤 했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요리에 별 취미도 없었기에 (물론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대충 편의점에 있는 도시락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모자만 푹 눌러쓴체 집을 나서는데 이사 차 주변을 서성이는 문제의 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아 저 사람들이 내 아침잠을 깨운 사람들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냥 단순하게 그렇게만 생각했다.
"아 뭘 먹지…"
나는 편의점 진열대에 예쁘게 줄지어 서있는 도시락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물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주변 상황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이때까지는 문제의 두 남자 중 한 사람이 편의점에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기다려 이 언니가 금방 뱃속에 넣어줄게. 오랜 고민 끝에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도시락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 앞으로 다가간 나는 아까 본 남자 중 한 사람의 모습에 겉모습을 눈으로 조금씩 스캔하기 시작했다.
보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저절로 시선이 가게 되어있었다. 이렇게 구진 동네에선 이런 휼륭 하디 휼륭한 외모는 볼 수 없었기에. 어쩐 일로 이런 구진 동네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취향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외모 정도면 왠지 더 좋은 동네 살 것 같은데 말이야. 그를 향한 잡다한 생각에 이리저리를 눈동자를 돌려가며 그의 모습을 스캔하고 있을 때였다.
쨍그랑 -
계산을 하던 그가 오백 원짜리 동전을 떨어뜨렸고 빙글빙글 나의 신발 주변을 돌던 오백 원이 내 옆에 멈춰 섰다. 물론 나는 그의 것임을 알았기에 오백 원을 주워주려 허리를 굽혔으나 당황한듯한 그가 울상을 지은 체 내 손에 들린 오백 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고거이… 하나밖에 없는…"
"여기요."
"…"
"받으세요."
뭐야 왜 안 받아. 저기요 받으라니까요? 오백 원이 들린 손가락을 흔들어 보여도 아무 미동이 없기에 난 처음에 그가 바보인 줄 알았다. 기껏 주워 줬더니 받기는커녕 멍하니 서서 내 손에 들린 오백 원과 나를 번갈아 보기만 하고 있으니 말은 안 했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것이 분명했다.
야 박지민 너 왜 빨리 안 나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적막하고도 이 이상한 분위기를 깨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바보 같은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멍하니 서서 나와 오백 원을 번갈아 보던 남자는 자신의 형인지 뭔지의 등장에 울상을 짓던 표정을 풀곤 쫄래쫄래 그 옆에 서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뭐야 나 지금 나쁜 사람 된 기분이야. 마치 초등학생 삥 뜯은 느낌이랄까.
그의 가리킴에 나에게로 시선을 옮긴 남자는 내 손에 들린 오백 원을 바라보다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와 잽싸게 오백 원을 집어갔다. 뭐야 표정도 되게 무서워 화난거같아. 난 오백 원 하나 주워 줬을 뿐인데 꼭 나쁜 일 저지른것같잖아?
"진짜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네. 훔쳐갈게 없어서 오백 원을 훔쳐가?"
아니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 거지? 저기요, 전 그냥 그쪽 동생이 떨어뜨린 오백 원 주워줬을 뿐이라고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해서 실소를 터뜨리니 나의 반응을 살피던 그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져만 갔다.
"웃어?"
"아니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왜요 이걸로 신고라도 하시게요? 이봐요 알바 가만히 있지만 말고 증인 좀 서봐요"
"야 박지민 네가 말해봐 저 여자가 너 오백 원 훔쳤어 안 훔쳤어"
"아나 진짜 저도 돈 있거든요! 그리고 오백 원을 왜 훔쳐가! 아 당신은 벙어리에요? 왜 아니라고 말을 못해!"
"왜 애한테 소리를 질러!"
"당신들 설마 신종 사기범 같은 거 아냐?"
"뭐?"
"아니다. 됐다 됐어. 별 희한한 사람 다보겠네"
도시락 값을 지불한 후 편의점을 빠져나온 나는 뒤따라 나오는 두 형제의 모습에 일부러 큰 발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랐다. 저런 사람이 이웃이라니 앞으로 종종 마주칠 거 생각하니까 끔찍하다 끔찍해. 아 화냈더니 더 허기지네 괜히 이상한 사람한테 걸려서 성질만 부리고 왔잖아… 이 더러운 성격 때문에 편의점에서 또 한건 하고 왔구만 앞으로 그 편의점 어떻게 가냐 … 한숨만 내쉬며 미처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못한 도시락을 펼쳤다. 아오 집에 전자레인지도 없는데… 애꿎은 도시락만 젓가락으로 콕콕 찔러대던 나는 급격하게 저하된 입맛에 딱딱히 굳은 도시락의 뚜껑을 도로 닫아 버렸다.
뭐 그게 우리들의 첫 만남이었다.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첫 만남. 그 이후로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우린 아직까지 좋은 감정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내가 바보라고 칭했던 그 박지민이라는 사람은 내게 꽤 미안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런데 뭐가 수상하냐고?
시간은 또 거스르고 거슬러서 이틀 전이 되겠다. 어느 때처럼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와서는 말끔히 샤워를 끝내고 좀 쉬려는데 아니 글쎄 옆집에서 뭘 하는 건지 쿵쾅대고 쾅쾅거리고 난리 법석을 피우는 거다. 이사 오고 나서부터는 조용하기에 이사 올 때만 그렇게 소란스러웠구나 싶었는데 어쩐지 그날 보다 더 심하게 쿵쾅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웬만해서 트러블 일으키지 않으려고 참고 참으려 했는데 몇 시간동안 끊이질 않는 소음에 결국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곧바로 옆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려 댔다.
"저기요!"
그런데 어째 내가 문을 두드리고 두드려도 나오질 않는 것이다. 일부러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나의 외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는 몰라도 묵묵부답인 그들의 행동은 날 더 짜증 나게 만드는 건 당연했다. 뭐 하길래 안 나오는 거야…, 결국 문 가까이에 귀를 가져다댄 나는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리막이벽이라도 쳐놔야 되는 거 아입네까?" (*소리막이벽 : 방음벽)
"그러니까 내가 좀 고쳐놓으라고 했잖아"
"고거이… 여기 있는 물건 모양새들이 하나같이 다 *누근하지 않아서이…" (*누근하다 : 성질이나 태도가 딱딱하지 않고 매우 누그럽거나 부드럽다.)
"돌아가기 싫어?"
"아,아입네다."
"너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더라?"
"도,동지입네다."
"똑바로 해라 똑바로."
낯설지만 익숙한 말투. 저건 누가 들어도 위에서 내려온 사람, 그러니까 북한 사람의 말투였다. 혹시나 내가 착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귀를 떼었다가 다시 대어도 들려오는 말투나 억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설마… 간첩인 건가? 신고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지만 갑작스럽게 열리는 문고리에 그 생각도 금세 멈추어 졌다.
"뭐야?"
"그,그게 (딸꾹!)"
무엇보다 쪽팔리고 민망한 건 내가 엿듣기라도 한 것을 증명하듯이 민윤기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에 입까지 막아보았지만 속수무책,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별별 생쇼를 하고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던 민윤기는 그런 나를 향해 허-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뱉어주었다.
"지랄을 해라."
"…(딸꾹!)"
"비켜"
아오 저 건방진! 나를 지나치는 민윤기의 뒤통수를 한대 툭하고 때려주고 싶었으나 그 얄미운 뒤통수를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나서서 뒤통수를 때릴 용기까지는 나지 않았다. 아 이놈의 딸꾹질은 왜 안 멈추는 거야… 급격히 몰려오는 우울함에 돌아서려던 그때 닫힌 문이 다시 열리더니 나를 향해 자그마한 생수통이 내밀어졌다. 이게 뭔가 싶어 물이 건네진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니 고개만 빼꼼 내민 체 내게 물을 건네고 있는 박지민이 보였다.
마,마시어요. 물론 나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음을 알았기에 물을 건네받은 나는 헐레벌떡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곳 형제는 성격이 각각 딴 판이네. 성으로 보아서 친 형제는 아닌것같고, 아까 엿들었던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친분이 아예 없는 사이는 아닌것같은데.
"물 고마워요"
"아,아니어요"
"근데 둘은 친 형제는 아닌가 봐요"
"에… 뭐 그냥 친한 형이어요"
"음…그냥 친한 형"
"그건 어째서"
혹시 두 분 간첩 이예요? 마음 같아서는 간첩 이냐고 묻고 싶었는데 그 누가 나 간첩이오~ 잡아 가시오~ 하고 양 손을 들이 내밀까. 또 혹시나 내가 그들을 잘못 오해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지. 조금 더 지켜 보자는 의미에 고개를 내 저은 나는 살풋이 미소를 지어내며 말했다.
"아니에요, 물 잘 마셨어요."
"저,저기"
"네?"
"이름이…"
"아 제 이름은 김탄소(이에요)예요"
"전 지민이예요. 박지민"
뭐 아무튼 이들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다. 요즘 그들은 또 조용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수상하지 않다는건 아니였다. 이 외에도 수상한건 무척이나 많으니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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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해봄입니다! 하이고... 데뷔작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 써야 하는데ㅠㅠㅠ 조금 코믹하게 쓰고 싶었는데 재미 없져..? 무엇보다 북한말이 너무나 어렵다는... 그래도 대충 이 글의 컨셉은 잘 아시겠죠? 첫 작품이라서 그래도 열심히 썼어요.. 나름대로.. 재미없더라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해봄의 바램. 앞으로 열심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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