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콜라보- 첫사랑의 일기장
[쑨환] 간질간질
w.DanA
#01
3월이 되어 학원에서는 봄 학기가 시작되었다. 태환은 처음으로 학원 5층에 있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들어간 강의실 안에는 엄청나게 큰 사내가 한 명 있었다.
'와. 진짜 엄청나게 크네.'
이것이 바로 쑨양에 대한 태환의 첫인상이었다.
처음엔 그냥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이구나. 강의 좋네!' 라고만 생각했다. 성격도 사근사근, 괜찮은 것 같았다ㅡ후에 친해지고 난 뒤에 태환은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라고 생각했다ㅡ. 쑨양이 그를 예뻐했고, 태환도 그를 좋은 선생님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수업 중간중간에 있는 쉬는시간에는 함께 수다를 떨었고, 가끔 둘 다 시간이 나는 점심시간에는 함께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기도 했다. 쑨양은 생각했던 것보다 귀여운 구석이 많았고ㅡ태환보다 두 살 많은 쑨양이 기분나빠할까봐 말은 안했다ㅡ, 그런 쑨양을 보며 태환은 '친해지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쑨양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알면 알수록 태환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많았다. '어떡해. 나 진짜 콩깍지 씌였나봐.' 하고 자책하다가, 태환의 얼굴이 생각나 베시시- 하고 웃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태환의 시험날이 다가왔다.
#02
"시험 잘 봐요."
'뭐지?'하고 들여다 본 쑨양의 손에는 작은 떡 상자가 들려있었다.
"와! 저 이거 주시는거에요?"
"네. 한국에서는 시험 잘보라고 떡, 준다면서요."
"맞아요. 잘 아시네요"
"어때요. 시험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모르겠어요. 이번엔 꼭 잘 봐야하는데..."
"잘 볼 수 있을거에요. 내가 아는 태환은 최고의 학생이니까."
"하하.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 태환의 미소가 예쁘다ㅡ라고 쑨양은 생각했다.
"아 맞다, 선생님. 내일 저녁에 뭐하세요? 주말이라 여자친구분이랑 약속있으신가?"
화들짝. 쑨양이 놀랐다. '갑자기 왜 나한테 시간 있냐고 물어보는거지? 같이 식사하자는 건가? 왜? 설마 나...나를...' 단지 태환은 시간이 있냐는 단순한 질문만을 던졌을 뿐인데, 쑨양의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갔다.
"저... 선생님?"
"아, 미안해요. 잠시 딴 생각 좀 하느라.. 시간은...왜요?"
"내일 시험 잘 본 것같으면 저녁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순간 쑨양은 내가 잘못 들은건가? 하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태환과 단둘이 저녁식사라니. 태환과 단둘이. 단둘이. 단둘이!
"시간 있습니다! 시간 많아요!"
"좋아요! 그럼 연락 드릴게요. 저 가요!"
태환이 떠난 텅 빈 교실에서 쑨양은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쑨야이 급하게 학원 계단을 내려갔다.
#03
알람이 울렸다. 잠시 뒤척이다가 쑨양은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따라 몸이 더욱 더 가뿐한 것 같았다. 태환과 쑨양의 저녁 약속이 있는 날, 그 날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오후 4시가 되었다. 혹시나 태환이 시험을 망쳐 약속이 무산될까 쑨양이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띠롱-'
문자가 왔다.
「저 시험 잘 본 것같아요! 이따 6시에 학원 앞에서 봐요 _박태환씨」
아. 드디어! 기분이 너무 좋아 쑨양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좋아할 시간은 없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2시간. 최대한 태환에게 멋있는 남자로 보이고 싶었던 쑨양은 욕실로 달려가 샤워부터 다시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흘렀고, 말끔한 정장으로 차려입은 쑨양은ㅡ사실 이렇게 입어놓고 별로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차에 시동을 건 후에야 생각났다ㅡ차 키를 챙겨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약속 장소를 향하여 쑨양은 엑셀을 밟았다.
꽤 여유있게 출발했던 쑨양은 약속시간보다 20분정도 빨리 도착했다. 학원 앞 길가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태환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청바지에 PK티셔츠를 입은 태환이 보였다.
"박태환씨!"
멀리서 손을 흔드는 쑨양을 발견한 태환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달려왔다. 저 웃음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ㅡ라고 쑨양은 생각했다.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닙니다. 금방 왔어요. 그리고 아직 약속시간 안지났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밥 먹으러 가요. 제가 맛있는 데 예약해놨어요."
"지하철 타고 왔습니까?"
"네. 저 차가 없어서요. 면허는 지갑 안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요. 하하"
"이따 갈 때 데려다줄게요"
"아 정말요?..어! 여기서 우회전해서 지하주차장 이용하시면 된대요...태워다주시면 감사히 얻어탈게요."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태환과 함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은,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아니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데를 예약해놓습니까. 나 이러면 미안해서 못 얻어먹어요."
"괜찮아요! 저 요즘 알바해서 돈 많아요. 진짜 감사해서 사드리는 거니까 부담없이 드세요."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잘 먹겠습니다- 하며 태환은 정말 '잘'먹었다. 쑨양도 배가 고팠던지라 나온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다. 중간중간 얘기도 나누면서.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를 통해 둘은 서로에 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스물 넷과 스물 여섯.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지라, 친한 형 동생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진짜 맛있네요."
"맛있게 드셨으니 다행이네요!"
한참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태환의 전화가 울렸다.
"죄송해요. 전화 좀 받을게요...여보세요?"
'태환씨, 저 화장실좀 갔다올게요'
전화를 받은 태환에게, 쑨양이 입모양으로 벙긋거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통화가 길었던 것 같아요"
"아닙니다. 화장실 한 번 다녀오니 금방 끊으시던데요, 뭘. 이제 갈까요?"
"네. 저 먼저 가서 계산하고 있을게요!"
주문서를 들고 태환이 카운터로 걸어갔다. 쑨양은 천천히 걸어가 계산하려하는 태환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계산 해주세요"
"손님, 일행분께서 조금 아까 계산하셨는데요"
"네?"
놀란 토끼눈이 된 태환이 뒤를 돌아 쑨양을 쳐다보았다. 벽에 기대 태환을 보고 있던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고 씩- 하고 웃은 뒤
"차빼러 가겠습니다."
하며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아, 진짜. 그러시면 어떡해요. 제가 사드리기로 하고 오늘 식사하자고 제안한건데.."
"괜찮습니다. 박태환씨 시험 잘봐서 예뻐서 사주는겁니다."
"그럼 우리 커피 한 잔 하고가요. 이번엔 진짜 제가 살거에요!"
"하하- 알겠습니다. 갑시다"
매너가 좋은 사람이구나ㅡ하고 태환이 느꼈다. 레스토랑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학원에서 강의를 들을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나중에 이런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는 여자는 참 좋겠구나, 우리 누나가 이런 남자를 만나야 할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설레이는 밤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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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하루만에 찾아온 DanA 입니다.ㅎㅎ 너무 일찍 찾아왔나요?
사실 조금 더 일찍 올리려고 했는데, 글을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질질 끌었던 것 같습니다.
3편 부터는 쑨양과 태환의 감정이 슬슬 정리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는 것이지요ㅎㅎ
1편에서 보여주신 좋은 반응 감사합니다. 덧글 하나 하나 읽으면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덧글 남겨주신 열 분, 그리고 읽어주신 295분의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분들,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사랑합니다! 물론 독자님들 모두 사랑합니다!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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