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계경(繼警)고등학교. 제법 번지르르한 건물에 주변 학교들과는 달리 교복도 꽤 볼만 하다. 어찌보면 촌스러워보일 수 있는 '계경'이라는 이름은, '깨우침을 계속하라' 라는 이사장의 뜻에서 붙여졌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아직 지어진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졸업생조차 없는 이 학교의 첫 입학생인 계경고 2학년들, 그중에서도 2학년 3반의 여덟 아이들의 이야기다.
*
"야 완전 대에박, 김성규가 아까 있잖아-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아침부터 남자치곤 꽤 얇은 목소리를 가진 소년이 그의 친구의 팔을 붙잡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앞머리에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예쁘다'라는 인상을 주는 이 소년의 이름은 이성종. 위로 형이 여섯 명인데 그 중에서 친형은 두 명뿐. 나머지 네 명은 성종의 집에서 하숙중인, 성종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하숙생 네 명은 그의 친형보다 성종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다. 사실 관심보단 참견에 가깝다. 지금 성종이 그의 친구의 팔을 붙잡고 이렇게 하소연을 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나 오늘 늦잠 잤단말이야. 20분이나 늦게 일어났다고. 봐봐 머리 지금 제대로 못말려서 붕 뜬거... 근데 김성규가 지는 곧 죽어도 오늘 꼭 아침에 아이스 모카 프라푸치노를 마셔야겠다는거야. 생긴 건 숭늉에 보약타서 먹을 것 같이 생긴 주제에... 그래서 안가겠다고 버텼더니 뒤에서 남우현이 '와 이성종 변했네, 변했어' 이러는거 있지. 나참 어이가 없어서 허, 진짜..."
성종은 심히 억울했던 모양인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속사포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쉬지도 않고 다다다 말을 하는 그의 옆에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무표정으로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리는 그의 친구, 태민이 있었다. 성종이 말을 다 끝낸 듯 한숨을 돌리자, 태민은 풋- 하고 비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론은 뭔데"
"어? 결론... 그러니까, 아... 몰라몰라. 쨌든 그랬다고. 뭐 그런것까지 따지고 그래"
태민은 중얼거리는 성종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성종이 따라오지 않고 제자리에 멀뚱히 서있자, 태민은 고개를 돌려 성종을 불렀다.
"야 이성종, 너 지각하기 싫으면 빨리 와라- 너 오늘도 늦으면 학주가 죽여버린다고 했다며"
"아, 맞다맞다. 기다려봐! 같이가!!!"
*
태민과 성종은 흔히 말하는 소꿉친구, 정확히 말하자면 불알친구다. 그들은 18년동안 살면서 거의 떨어져있어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을래야 있을 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이 18년동안 이렇게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잘 맞았기 때문이다. 서로 맞춰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것도 아닌, 가만히 있기만해도 저절로 맞춰졌다. 공통점이 많기 때문일까, 그들은 외면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많이 닮아있다. 예쁘장한 외모와 여리여리한 체구, 낯가림있는 성격까지, 그들은 정말, 비슷했다.
그들의 다른점을 꼽자면 아마,
"아 그리고, 어젠 말이야. 이성열이-"
'형들의 차이'랄까.
교실에 들어와서도 성종은 쉬지 않고 형들까기에 열중이였다. 성종의 입에 오르는 주요인물인 '김성규'와 '남우현' 이외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자 태민은 흥미로운 눈으로 성종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성종에게는 여섯명의 형이 있다. 태민에게도 네명의 형이 있다. 성종에게 있어 그의 여섯형은 못되먹은 여섯 악인들이지만, 태민에게 있어 그의 형 넷은, 일종의 조련대상일뿐이였다. 성종의 형들과는 다르게 태민의 형들은 태민을 모시듯이 하였다. 부모님이 모두 외국에 계셔서 어렸을 적부터 형들 손에서 자란 태민에게 형이란 존재는 그저 '동생바보'라고 인식되었다. 성종이 그의 여섯 형들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을 때, 태민은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문화적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자신의 형 네명이 전부 정상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태민이였다.
-
다행히 지각은 면한 듯, 성종은 별 문제없이 교실에 들어왔다. 성종의 뒤를 따라 들어온 태민도 자신의 책상에 가방을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곧 종이 칠 시간이라 그런지, 교실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들어와있었다. 남학교라 그런건지, 교실 안은 한창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클 고등학교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교실 안을 잔뜩 매웠을 때, 떠드는 소리 위로 자습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퍼졌다.
"야, 종쳤다. 자습해"
태민은 낄낄거리며 신나게 떠들고 있는 무리들을 향해 말했다. 그 무리 중 한명이 종소리를 들었는지 태민에게 말을 걸었다.
"반장, 담임은? 조회 안해?"
"회의 있으시대. 오늘 조회 없어"
태민은 휴대폰 전원을 끄면서 대답했다. 방금 들은대로 태민은 2학년 3반의 반장이다. 딱히 하고싶어서 나서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자신은 반장이 되어있었다. 반대를 하는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였고, 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없다보니 자신에게 그 자리가 넘어온 것 같았다.
대충 교실 안이 정리가 되자, 태민은 성종의 필통 안에 들어있는 포스트잇 한장을 꺼내 빈자리를 체크했다.
"맨 앞이... 심현성, 방송부구나"
"저기 뒤에 비었는데?"
중얼거리는 태민의 옆에서 성종이 뒤쪽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종이 가리킨 곳은 뒷문 쪽 맨 뒷자리. 두 자리 모두 빈 걸 봐서는 둘다 지각인 모양이다.
"저 자리가... 공찬식이랑 표지훈이구나. 또 늦네 이것들은"
태민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칠판 앞으로 가 무언가 적었다.
[주번 : 1.공찬식, 27.표지훈 (지각)]
태민이 분필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앞문이 열렸고, 그 주인공은 역시나 공찬식. 헥헥거리면서 숨까지 헐떡대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아싸, 꼴찌 아니다."
맨 뒤의 자리가 모두 비어있는 것을 발견한 찬식은 그제서야 여유롭게 웃으며 자리로 갔다. 그때 복도 멀리서부터 쿵쾅대는 소리가 울렸고 지훈 또한 뒤이어 들어왔다.
"아아아아악!!! 공찬식 이 개새끼!!!!"
"개새끼고 저새끼고, 빨리 들어가 앉아. 니네 둘다 이번주 주번이다."
태민은 지훈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아침부터 벌어진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교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
끝을 어떻게 맺어야될지 몰라서 ㅎㅎㅎㅎ
커플링같은건 없고 그냥 탬벨/엘현/표찬/심지 끼리만 좀 많이 친한 설정ㅋㅋㅋ
탬벨이랑 표찬만 등장했는데 다음화에선 엘현이랑 심지나올예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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