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박지민] 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시즌2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30/22/57900b26d5a927eab62e8ca17e9b9ab9.gif)
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시즌2 w. 채셔
03. 편지와 아꼬 커플
편지가 하나 더 왔다. 이번에도 발신인은 같았다. 나는 가만히 여자의 글씨를 내려다보다 지민의 겉옷 주머니에다 넣어두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걸 꾹 참고, 지민을 깨우기 시작했다. 지민 씨, 일어나요. 지민의 몸을 힘겹게 흔들다가, 모찌 같은 볼도 한 번 꼬집어보고, 손가락도 몇 번씩 깨물어보았지만 지민은 일어날 생각을 않았다. 요즘 작업이 바쁜 모양이었다. 어제도 새벽까지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다가 겨우 브릿지까지 곡을 완성한 뒤에 나왔었다. 하얗기만 하던 얼굴에 다크서클이 쭈욱 먹칠이 되어 있던 걸 잠결에 보았었는데, 그게 얼핏 기억이 난다.
"지민 씨, 이제 씻고 회사 가야죠."
"아아, 맨날 지민 씨."
"자기. 자기이."
"맨날 지민 씨래. 지민 씨………."
잠에 취한 와중에도 지민 씨라는 호칭이 거슬렸는지 한 번 인상을 찌푸리더니 입술을 쭉 내밀었다. 지민은 -씨라고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남들에게 쓰는 호칭과 똑같기도 하고, 중요한 건 거리를 두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지민은 여사원들을 포함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꼭 -씨라는 존칭을 쓰곤 했던 것 같다. 우리는 특별한 사이니까 특별한 호칭이 필요하다고 했고, 지민에게 그 특별한 호칭은 바로 '자기'였다. -술떡은 이미 쓰지 않은지 한참이다. 윤기 선배와 태태 씨, 그리고 제 친구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쓰지 않았으니까.-
"자기, 나 조금만 더 잘래요."
"응, 안 돼요. 진짜 늦는단 말야."
흐음, 하고 여러 번 잠에 빠져들었다가 깼다가를 반복한 지민은 내 재촉에 결국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정리하면서도 몇 번이고 꾸벅꾸벅 졸기에 지민의 손을 잡고 침대 밖으로 끌었다. 어어, 하고 내 쪽으로 힘없이 끌려온 지민은 내 앞에 잠시 섰다 그대로 내게 안겼다. 내 어깨에 제 얼굴을 턱 올려놓은 지민은 다시 내게 안겨 졸기 시작했다. 이 잠쟁이를 어떻게 하면 좋지. 천천히 지민의 등을 토닥여주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내 지민은 얼굴을 돌려 피곤함이 잔뜩 묻은 입술로 뒷목에다 뽀뽀를 해주었다. 그러다 잠시, 서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기, 이제 회사 갈 준비해요. 얼른."
장난스레 지민의 엉덩이를 툭툭 쳐주자, 지민은 엉덩이를 흔들며 장난스레 화장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잘 때마다 머리에 달고 있는 까치집은 오늘도 귀엽다. 늘 먹는대로 토스트와 딸기잼, 계란을 겹쳐서 토스트를 만들어놓는 동안 지민이 빠르게 샤워를 끝내고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식탁에 앉자마자 아기 새처럼 말해주는 지민만의 오늘도 귀여운 잘 먹겠습니다아, 하는 인사. 오늘도 예쁜 일상이 흘러간다.
"안녕하세요오."
회사에 도착해서 먼저 도착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회사 내에 새로 데뷔하는 걸그룹이 있어서, 꽤 바빠졌다. 자료 정리도 많고, 기사 보도 자료도 준비해야 해서 지민의 카톡 메시지는 읽을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다. 점심 시간까지 그야말로 고개도 들지 못한 채로 '열일'을 하고 기지개를 펴고 일어서는데, 윤기 선배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뒷머리를 긁적이다 큼큼, 헛기침만 하면서 앞에 서 있는 게 무언가 중요한 말 같았다. 여주, 지민 씨랑 밥 먹을 거지? 하고 일어서는 언니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앞에 서 눈치만 보고 있는 윤기 선배를 바라보았다.
"야."
"왜요."
"……그…."
"……아, 왜요오."
답답해서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묻자, 윤기 선배는 '이게 승질은.'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나 배고프단 말이에요, 하고 징징거리자 윤기 선배는 대뜸 다시 제 뒷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조그맣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 시간 있으면 더블 데이트 하자고. 아니, 꼬맹이가 동기 말고는 아는 사람도 많이 없고 내 친구들도 소개해달라길래……. 눈을 깜빡이다 윤기 선배의 말에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아니, 민윤기 성격에 더블 데이트를 부탁하는 게 너무 웃겨서 참을 수가 없는 걸 어떡해. 나름 팔불출인 건 알고 있었지만. 윤기 선배가 손사래를 치며 웃지 말라고 성질을 낸다. 그러다 자기도 웃긴지 중간엔 웃어버렸지만.
"아, 야! 웃지 말라고!"
"……어후, 아. 진짜, 엄청 웃기네."
"………아니, 그래서. 같이… 하자고."
"뭘 해요."
"……아, 진짜 알면서 자꾸. …더블 데이트."
지민 씨한테는 물어봤어요? 하고 묻자, 윤기 선배는 곧바로 '지민이는 알겠대.' 하고 대답했다. 얼굴에 꼬맹이의 부탁은 꼭 들어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보여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윤기 선배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진다. 그럼 나중에 카톡 줄게. 기분 좋은 얼굴로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쳐주곤 제 작업실로 다시 가는 윤기 선배를 보다가,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역시 '자기, 윤기 선배가 더블 데이트하자는데 괜찮죠? 나는 일단 알겠다고 할게요.'라는 메시지가 와 있다. 혼자 무언가를 결정하고 통보해줄 사람은 아니라서 조금은 예상했던 메시지였다. 예뻐, 진짜. 기지개를 쭉 펴며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
엥, 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원래 점심 시간 때는 작업만 안 하고 있으면 항상 같이 밥을 먹었었는데. …괜히 시무룩해져서 가만히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다가, 지민의 작업실로 가보기로 했다. 작업하고 있으면 뭐라도 시켜서 같이 먹어야지. 작업을 할 땐 통 아무 것도 안 먹어서 이렇게라도 챙겨줘야 한다. 배달 책자와 휴대폰을 들고 곧바로 작업실로 향했다. 그리고 복도로 나서는 순간 한 발짝도 더 나서지 못하고 숨어버렸다.
"편지 보내지 말라고 했지 않나. 분명히 했던 것 같은데."
"……피디 님."
편지. 맞다. 아까 내가 겉옷에 놓아둔 걸 까먹어버렸다. 항상 궁금했는데 회사 사람이었다니. 나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다시 지민과 여자를 지켜보았다.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늘씬한 각선미. 누가 봐도 여자는 연예인 같았다.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연예인 같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는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여자 연예인은 아니었다. 누굴까, 를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우리 회사에 데뷔를 준비 중인 걸그룹이 있다는 걸 문득 생각해냈다. 그러니까… 여자 연습생이구나.
"피디 님이 제 목소리 예쁘다고 하셨을 때부터 설렜어요."
"………."
"……박 피디 님이 좋은 걸 어떻게 해요…. 사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만 들었으면 좋겠네요."
"피디 님이 불편하셨다면 미안해요."
"…계속 불편할 것 같은데요."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저 여자친구 있어요. 처음 보는 지민의 차가운 얼굴이었다. 이쪽으로 오는 것 같기에 자연스럽게 복도 쪽으로 향하는 척을 했다. 내가 들은 것을 알기라도 할까 봐,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지민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그렇게 차갑던 얼굴이 나를 보더니 누구보다 환하게 웃어보이는 걸 보니. 어색하게 지민을 보며 웃어 보이다가, 가만히 안겼다.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왜 방금 숨어버린 걸까. 지민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지 잠시 몸을 굳혔다가 부드럽게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엿듣지 않아도 됐던 건데, 왜 굳이. 대상이 첫사랑이 아니어서 기뻐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예상치도 못한 예쁜 여자라 슬퍼해야 하는 걸까. 아니, 그렇게나 온순하던 사람이 세상 어떤 네모보다도 각지고 모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안심해야 되는 거다. 나는 웃으며 지민의 허리를 다시 감았다.
"왜,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 받았어요?"
"아니요."
"그럼, 내 얼굴 못 봐서 슬펐어요?"
"으응."
"으응."
"……예뻐라, 진짜."
지민은 손을 들어 내 볼을 툭툭 두어 번 쳐준 뒤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지민은 평소와 같이 단 목소리로 사랑한다 말해주었다. 무의식적으로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무언가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공기가 달라진 기분이라고 할까. …맞다, 사실 불안했다. 웃으면서도 다 웃어보이지 못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민이 그렇게나 단호했는데. 단지 그 여자가 너무 예뻐서, 너무 사랑스러웠어서. 질투가 나고, 불안했다. 지민의 얼굴을 살피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항상 가던 밥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민의 말에 대충 대답을 해주었고, 지민은 무언가를 계속 말했다. 작업에 대한 얘기 같았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스러운 반복에 1%의 잡음이 끼이기 시작했다.
덧붙임
안녕하세요. 채셔입니다.
앉아서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올린 글이었는데, 댓글 하나하나를 정말 한참을 읽었던 것 같아요.
댓글 남겨주신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마음에 새기고 있을게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도 마음속으로 꾹 정했습니다.
말하지는 않을게요, 앞으로 글을 써나가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0^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하면서, 보니 앤 클라이드를 대신한 글 가닥을 잡았습니다.
우선은 폭군의 연정 재업을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올려뒀던 편들은 모두 삭제할 예정이에요.)
너무 사극 글을 손에서 놓다보니 글도 잘 써지지 않았었구요.
재촉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이미 약속해드린 시간은 지났는데 마음만 급해져서,
퇴고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까 합니다.
퇴고를 하는 거라, 에피소드들도 더 추가될 예정이에요.
그리고 야누스도 서둘러 마무리를 짓고,
대신해서 애기 아빠 글을 적을까 생각 중이에요.
이건 아직 확실히 딱 정한 건 아니라서 아직은 고민 중이지만!
왜냐하면 야누스 다음에 신부라는 글을 연재할 생각이었거든요.
일단! 폭군의 연정은 재업에 암호닉도 다시 받을 생각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써야겠어요.
그럼 완결도 낼 수 있겠죠?
오늘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고마워요 이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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