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 내용은 이도우 작가님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라는 소설을 모티브 한 글입니다*
이런 저런 밤 FM
W. 지금도 네가 보고 싶다
타닥타닥 타자를 치는 소리를 내며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이 공간 안에 그녀들의 말소리와 함께 섞여 물들어갔다. 공용 작가실이라는 공간에는 암묵적인 룰인지 혹은 이 공간을 남자들이 불편해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상하게 여 작가들만 들어와 수다를 떨며 원고를 쓰기 일쑤였다.
“그래서 태 피디가 두산파라고?”
“딱 잘라서 두산파이다! 하고 말 하기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두산파다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에는 그 쪽 파에 친한 피디들이 많은 거지 그 파는 아닌 것 같던데 그 사람 혼자 가볍게 사는 스타일이야. 내가 전에 같이 작업 해 봤을 때 겪어 봐서 안다니까”
그녀들의 실랑이 속에 오고 간 김태형 피디의 정보는 김씨 성을 가진 피디들이 많아 평소에 태 피디라고 불리고 있다는 점과 주로 두산파 프로듀서들과 찬하다는 것, 그리고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정보들을 입수했지만 탄소에겐 여전히 김태형 피디의 정보는 부족했다. 탄소는 조금 이따 마무리 하고 얘기하자며 적은 원고를 마지막 검토 하려는 참에 열리는 문 사이로 상큼한 목소리가 들어와 다들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다.
“다들 여기 계셨어요? 너 작가님만 계실 줄 알고 찾아왔는데, 아 너 작가님 원고 마무리는 다 하셨어요?”
언제봐도 생기발랄하고 예쁜 외모 덕에 여 작가 중 원탑이라는 민연화 작가의 출현이었다.
“웬일이야? 귀하신 민 작가님께서 이 누추한 휴게실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대?”
민 작가는 슬쩍 던진 강 작가의 말을 무시한 채 내 옆으로 다가와 바로 옆 책상에 걸터 앉으며 나를 주시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너 작가님 이번에 김태형 피디랑 일 한다면서요?”
“응 그런데 왜?”
“방금 회의하고 왔거든요. 우리 프로그램은 태형이 오빠가 그대로 가기로 했어요. 태형이 오빠가 모놀로그랑 두 프로 같이 하는 건 알죠? 너 작가님 어떻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좋게 얘기했어요”
그냥 좋게 얘기했다? 민 작가가 나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던가? 많이 의문스러웠지만 민 작가와 길어지는 말을 하기 싫어 웃으며 넘겨버렸다.
“아 근데 태형이 오빠 글 쓰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뭐?”
하마터면 다 쓴 원고를 한 순간에 날려 버릴 뻔하였다. 키보드에 얹은 손이 굳어져갔고 마치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연화를 올려보았다.
“몰랐구나 예전에 소설이랑 시집도 냈는데, 글 잘 써요”
하... 이럴수가 그렇게 싫다던 글 쓰는 피디이다. 저번 피디도 글 쓰는 피디라 얼마나 시달렸는데... 잘 하면 한동안 고생문이 열리게 생겼다. 글 좀 아는 피디들은 딱 질색이다.하긴 자기만 그렇겠나, 모든 작가들이 다 싫어하고 피하게 되는 파트너가 글 좀 안다는 피디들이었다.
"근데 민 작가 신기하네 태 피디한테 오빠라고 하는 거 보면. 다른 작가나 피디한테는 그런 호칭 들어본 사람 아무도 없을텐데"
“아, 어릴 때부터 친했어요. 왜요? 태 피디랑 친한게 질투나세요?"
질투나냐는 저 말을 들은 한 작가가 매우 어이없는 벙 찐 표정을 지으며 민 작가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질투한대? 뭐 내가 태 피디한테 관심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 질투 하냐는 거야? "
"네 제가 태형이 오빠한테 관심있어서 누가 오빠에 관해 물어보고 다니기만 해도 신경쓰이고 거슬려요. 지금 여기 있는 강 작가님, 한 작가님 특히 너 작가님이 제일"
난 왜? 세상에서 제일 어이가 없었다. 민 작가가 저리도 뻔뻔했나? 그래 사람한테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건 당연한 건데 저 작가는 도를 넘어 섰다. 그래 민 작가한텐 내가 거슬리겠지. 며칠 전부터 계속 태 피디에 관해 묻고 다녔으니 거슬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찜찜하고 기분이 나쁘다.
"전 영등포로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너 작가님 태형 오빠랑 작업 잘 해봐요. 원고 보는 눈이 좀 까다롭기는 해도 나름 괜찮은 사람인데, 아 참! 오빠한테 사심 가지지는 않았으면 해요. 전 너 작가님이랑 적으로 만나기는 싫으니까, 그럼 수고들 해요”
만족스럽게 웃으며 나가는 민 작가를 향해 방금까지 한 작가가 지은 벙 찐 표정을 뒤이어 탄소가 짓게 되어버렸다. 부글부글 속에서 용암이 끓는다. 민 작가 이러려고 나한테 온 걸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
“강 작가님! 왜 저한테 말 안 해주셨어요!”
“태 피디가 글 좀 썼던 사람이라는 거? 그게 뭐가 중요해?”
“저한테는 정말 중요해요, 예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면서...”
“그 사람이랑 같이 일 해본 파트너로써 말 하는 건데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민 작가 말처럼 원고 보는 눈이 좀 까다롭기는 해도 작가들 원고에 사사건건 시비걸고 태클거는 피디는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일 해 그리고 너 작가 원고도 깔끔하게 잘 쓰잖아 내용도 탄탄하고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강 작가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책상만 톡톡 칠 뿐이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답답함과 짜증남에 너 작가는 큰 소리로 태 피디를 겨냥한 뒷얘기를 했다.
“전 세상에서 진짜 같이 일 하기 싫은 피디가 누구냐고 뽑으면 글 좀 안다고 하는 피디가 싫어요. 나만 그래요? 피디랍시고 작가들 원고 하나 하나 입이 닳도록 지적하고 수정할 때까지 재촉하고 집착하고, 그래서 저는 글 쓰는 피디랑 일 하기가 제일 싫어요”
“계속 너탄소 작가 찾고 있었는데 여기서 지금 제 뒷담화 하신겁니까?”
목소리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격한 감정 밀려와서 그런지 복도에서 휴게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미처 듣지 못한 탄소가 문 앞에 선 태 피디의 얼굴을 보더니 기겁을 하며 사색이 되어버렸다.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처럼 가만히 굳게 된 탄소를 겨냥해 태형도 한 마디를 날려버렸다.
“그럼 저도 한 마디 하죠. 원고 좀 탄탄하게 쓴다는 작가가 글 좀 안다는 피디 욕 하는 파트너는 별로인데 제가 프로그램을 잘못 선택했나봐요 너탄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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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재앙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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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글잡방에서 인사를 드리게 된 지금도 네가 보고 싶다. 입니다
필명이 뭐 이리 기냐고 뭐라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염치 없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분인 나태주님의 시집 중 제일 좋아하는 시집인 제목을 따와 지어봤습니다.
여러분 편할대로 부르셔도 좋아요. 전 다 좋습니다.
웬 모티브야? 이 작가 글 쓰는 거에 자신 없나? 하는 분들 많으실 걸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쓴 글이 아닌 주제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책처럼 전개가 비슷하게 가지는 않겠습니다. 큰 틀, 다시 말해서 책 속 캐릭터와 배경만 얼추 비슷하게 따온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뭐 그게 그거지 하시겠지만... 네 생각하니까 그게 그거네요...
처음 쓰는 글이라 그런지 많이 긴장되고 부끄럽네요. 몇 번을 수정한지 셀 수 없을만큼 계속 수정하고 또 수정하였지만 퀄리티는 여전히 낮은 것 같습니다. 많이 쑥스럽네요.
연재의 텀은 길어질 것 같아요. 아무래도 수험생이다 보니 머리를 식힐 겸 쓰는 글이라서 이 글을 붙잡고선 연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작가로써의 책임감 없는 모습을 벌써부터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한 달에 한 번 올리는 그런 일은 없도록 약속할게요.
아 참, 이 글에 나오는 민연화라는 서브주연은 그냥 제가 생각한 이름입니다. 오해는 없으셨으면 해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탄소씨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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