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 앤 마틸다 "여기는 지사본부, 여기는 지사본부. 레옹 들리나?" "현장팀 팀장 레옹, 응답합니다." "25층 3시 방향으로 조준대기." "박태중만 킬합니까?" "어. 위치 노출 안 되게 박태중 머리만 갈기고 빨리 본부로 내려와." "알겠습니다." "박태중 의원 지금 2번 엘레베이터에서 하차. 좌측으로 꺾었어. 이제 곧이다." 남준은 낮은 포복 자세로 스나이퍼를 조준했다. 스코프 너머로 박태중 의원의 안면이 보임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바람을 뚫고 날아가 정확히 박태중 의원의 헤드라인에 꽂혔다. 남준은 용의자의 죽음을 목격하기 전까지 스커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무전기를 통해 SG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이스, 빨리 본부로 내려와. 후로 무전기는 몇 번의 치직거리는 소음이 들리더니 차갑게 끊겼다. 남준은 스코프와 라이플을 뒤틀며 스나이퍼를 분리했다. 오늘은 꽤나 돈을 받을 것 같다. 소음기를 케이스에 마저 넣은 남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을 유유히 벗어났다. "역시 레옹, 깔끔했어." 본부에 도착한 남준을 제일 먼저 발견한 hope (호석)가 그를 환대했다. 곧이어 헤드셋을 목에 걸친 채 피곤한 얼굴로 SG(윤기)가 팀장실에서 걸어나왔다. "잘했다." 그는 짧게 한 마디를 뱉으며 사무실 중간에 위치한 TV 전원을 켰다. 마침 흘러나오는 뉴스. 윤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쇼파에 앉아 뉴스를 쳐다본다. 뉴스에서는 신이 나게 박태중 의원의 살인을 키워드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윤기는 낮게 실소를 흘렸다. 느낌이 어때? 남준은 대답 없이 TV를 응시할 뿐이다. 저 뉴스에서 울고 있는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남준의 생각은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박태중 의원은 오늘 오후 2시 30분, 롯데창단과 장학재단을 문제로 미팅에 참석 도중 롯데타워에서 살해를 당했습니다. 현재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총을 이용해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찰 측에서 주변 CCTV를 확인해 보았지만 그 시각 모든 CCTV의 에러로 영상은 단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 명의 소행이 아닌 집단의..." 아나운서의 말이 끊기기도 전 윤기는 TV를 껐다. 지루함을 가득 품은 표정에서는 이제 저런 류의 기서는 싫증이 난 듯해 보였다. "주변 건물들 CCTV는 바이러스 친입 시켜서 에러 냈는데 블랙박스는 잘 모르겠다. 영 마음에 걸리면 가서 부수든지." 윤기는 남준에게 A4용지 한 장을 건넸다. 차의 종류와 번호판으로 잔뜩 구성된 내용. 아마 이 차들엔 남준의 모습이 포착된 듯하다. "좌측 상단부터 너 가장 많이 찍힌 순서야. 못 해도 세 대는 조져." "알겠습니다." 남준은 고개를 숙여 윤기에게 목례를 했다. 가뿐하게 오른손을 흔드는걸로 인사를 마친 윤기는 팀장실로 모습을 감췄다. "아까 뉴스에 그 여자 봤어? 박태중 의원 딸 말이야." "어, 봤어." "조사하면서 조금 알게 됐는데 뉴질랜드로 유학 갔다가 일주일 전에 출국했다더라." 지 아빠 죽이려고. 남준은 호석의 마지막 문단에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박태중 의원을 지목한 사람이 다른 정치가 라이벌도 아닌 딸이라는 소리였다. 되게 쇼킹하지 않냐? 호석은 여전히 남준의 옆에서 입을 털고 있었다. 잔뜩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남준은 호석을 디로한 채 사무실을 벗어났다. 혼자 남게 된 호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 아직 말 안 끝났는데... 호석의 말은 한탄이 되어 있었다. 아까 뉴스에 나왔던 그 여자애는 단순 길을 지나가다 발견한 인물이 아니었다. 이번 살인 사건을 용의한 사람이며 피해자의 딸이자 3일 전 남준의 옆집으로 이사를 온... 엘레베이터가 열리며 남준은 빠르게 집을 향해 걸었다. 우측으로 몸을 틂과 동시에 동그란 머리통이 남준의 가슴팍에 닿아왔다. 갈색깔의 머리칼과 하얀 피부. 옆집 여자였다. 죄송합니다... 남준에게 사과를 건네는 여자의 목소리는 촉촉했다. 지가 죽여놓고 지가 우는 건가. 남준은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리를 비키지 않고 지키고 서 있자 의문을 가졌는지 여자는 고개를 치켜들어 남준을 바라봤다. 남준의 얼굴을 확인한 여자는 움추러들었다. SG에게 사진을 내밀던 그날 옆을 지키고 서 있던 남준의 얼굴을 기억한 것이었다. 남준은 작은 조소를 흘렸다. 여자의 눈망울에선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 어..." "문 앞에서 뭐 하시는 추탭니까." "... 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남준의 미간은 보기 좋게 찌푸려졌다. 저 여자는 싸이코패스인가, 다중인격인가. 남준의 머릿속에서는 두 개의 문제로 심히 다툼 중이었다. "용건이 뭡니까. 중요한 건이 아니면 비켜 주셨으면 좋겠는데. 사람 죽이는 게 생각보다 후유증이 큰 일이니까." "... ..." 남준은 마지막 문장에 일부러 힘을 주어 얘기했다. 자신이 죽인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이 남준에게는 화가 났기 때문이다. 여자는 할 말이 많은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차마 말을 뱉진 못하고 있음에 답답해진 남준이 여자의 어깨를 붙잡아 천천히 밀어냈다. 천천히 밀려난 여자는 남준의 행동을 시선으로 쫓고 있었다. 도어락을 푼 남준은 한숨을 깊게 쉬며 집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여자가 급히 남준의 팔목을 붙잡았다. "저 좀 숨겨 주세요...!" 이 여자는 싸이코패스가 맞다. 여자의 말과 함께 내려진 남준의 머릿속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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