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숸블리
제 1화: 매일매일이 달달구리
1-1. 우리 엄마랑 우리 엄마 사위
"장모님!"
"우리 박사위 왔어? 앉아서 먹어. 나랑 이름이가 다 차려놨어."
"수고 많으셨어요. 그냥 편히 쉬시지, 죄송하게···.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편찮으신 곳은 없구요?"
"나야, 뭐, 늘 건강하지. 우리 박사위는 어때?"
"저는 아픈 곳은 없었는데···"
"아픈 곳은 없었는데, 왜."
"장모님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어이구, 그랬어? 앞으로 자주 와야 되겠네."
"다음에는 제가 장모님, 장인어른댁으로 갈게요. 먼 곳에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제가 안마해드릴까요?"
"아니야, 우리 박서방이 더 힘들지. 팀장 되고 나서부터 일도 많아졌다며. 우리 이름이가 박서방 걱정 엄청 해."
"아, 정말요?"
"이름이 얘기하니까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우리 이름이는 진짜 장모님이랑 쏙 빼닮은 것 같아요.
"어디가 그렇게 닮았어?"
"모든 게 전부 다 닮았어요! 예뻐가지고 어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서 하는 지 모르겠어요."
"우리 박서방이 예쁜 짓을 더 많이 하지. 이름이가 뭐가 예뻐."
"에이, 제가 본 사람들 중에서 제일 예쁘다니까요? 장모님만큼 예쁘면 말 다 한 거죠."
"자꾸 실없는 소리 할래? 밥이나 먹어."
"나중에 딸 낳으면 비법 전수 좀 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이름이만큼 예쁘게 크는 지."
"딸 낳기나 해. 내가 맨날 부둥부둥 해줄게."
"네. 오늘부터 노력해볼게요. 히히."
"박사위는 몇명이나 낳고 싶어?"
"아, 엄마! 왜 그런 질문을 해, 밥상머리 앞에서!"
"시끄러, 이년아. 박서방, 몇명 낳고 싶어?"
"음, 저는···"
"··· ···."
"힘이 닿는대로 낳고 싶어요."
1-2. 자녀계획 세우기.
"여보, 아까 엄마한테 한 말 진심이에요?"
"무슨 말이요?"
"그··· 힘이 닿는대로 낳겠다는 말이요···. 으, 말하기도 민망하다."
"아, 그거."
"진심이에요? 농담이죠?"
"진심인데?"
"아, 세상에. 그럼 얼마나 낳겠다는 얘기예요?"
"얼마나 낳겠다는 얘기 같은데요?"
"··· ···."
"응?"
"축, 축구단···?"
"내 힘이 그것밖에 안 되나?"
"네? 그것밖에요? 엄, 엄청 난 거죠, 이정도면!"
"축구단 두팀이라고 해두죠. 나중에 커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게."
"아이, 무슨 소리예요! 우리 그냥 자요. 잘 자요, 여보."
"여보, 얼굴 식히고 자야 되지 않을까? 엄청 빨간데."
"더워서 그래요, 더워서. 선풍기 틀고 자면 돼요. 잘 자구 내 꿈 꿔요."
"이왕 아기 얘기 나온 거, 완벽하게 계획 세우고 자요."
"부끄러운데."
"뭐가 부끄러워요, 이삐야."
"그냥··· 이런 얘기하는 게 부끄러워요."
"이삐는 언제쯤 낳고 싶어요?"
"모르겠어요. 딱히 생각은 안 해봤는데···. 여보는 언제쯤 낳고 싶은데요?"
"지금."
"··· ···."
"지금 당장."
"안녕히 주무세요."
"크하하. 귀여워. 아, 장난이에요."
"자꾸 놀리지 마요!"
"알겠어요. 지금 아기 낳으면 여보가 너무 바쁠 것 같기도 하구,"
"··· ···."
"여보 관심이 온통 아기한테 쏠릴 것 같기도 해서,"
"··· ···."
"내가 많이 질투날 것 같아요."
"어떤 아빠가 아기한테 질투심을 느껴요."
"여보 눈 앞에 있네요, 그런 아빠."
"나쁜 아빠네요."
"응. 그래서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고, 내년이나 내후년 쯤으로 생각해두고 있어요."
"그렇구나···.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질투 안 할 것 같아요?"
"아니요, 할 것 같아요."
"그럼 더 미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십년 후에 낳아도 여전히 질투할 걸요?"
"질투하지 마요."
"그러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잘 안 되네요."
"근데 왜 하필 내년이나 내후년이에요?"
"장모님이랑 장인어른도 그렇고, 우리 부모님도 얼른 손주 보고 싶다고 그러시네."
"··· ···."
"그리고, 그동안 여보랑 단 둘이서만 꽁냥꽁냥대면 아쉬움은 덜 할 것 같기도 해서요."
"꽁냥꽁냥? 뭐하면서 꽁냥댈 건데요?"
쪽, 쪽, 쪽.
"이러면서."
"빨리 내려와요, 내일 출근하잖아요."
"괜찮아요."
"쓰읍. 뭐가 괜찮아요. 내일 얼마나 힘들어하려구."
"힘든 게 중요해요? 지금 부지런히 아쉬움을 덜어내는 게 더 중요하죠."
"얼른 내,"
1-3. 정국이는 남편의 천적.
- 네, 여보. 왠일이에요?
"여보, 지금 바빠요?"
- 안 바빠요. 왜 이렇게 비장하게 불러요.
"왜냐하면 제가 지금 굉장히 비장하기 때문이에요."
- 그래요? 왜 이렇게 비장해요?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줘요."
- 응, 알겠어요.
"··· ···."
- ··· ···.
"··· 후."
- 무슨 얘기길래 이렇게 뜸을 들여요.
"저기··· 다름이 아니라···."
- 응, 다름이 아니라.
"정국이랑,"
- 안 돼.
"저 아직 얘기 안 했어요."
- 그 자식 얘기 꺼내지도 마요, 안 되니까.
"아니, 아직 얘기를 안 했는데 뭐가 안 돼요."
- 그 자식이랑 관련된 모든 건 다 안 돼요.
"얘기 한 번만 들어줘요. 얘기 들으면 생각이 바뀔 걸요?"
- ··· 싫은데.
"한 번만요. 응? 들었는데도 별로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고 포기할게요."
- 뭔데요.
"정국이가 여보랑 한 번 만나서 얘기 좀 해보고 싶대요."
- 아, 그래요?
"네! 어때요?"
- 싫다고 전해요.
"왜요. 왜 싫은 건데요."
- 걔가 나 만나면 비난밖에 더 하겠어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정국이가 얼마나 착한데요."
- 아, 몰라요. 지금 여보가 그 자식 감싸주는 것도 싫고, 그 자식 만나는 건 더 싫어요.
"정국이가 결혼하기 전부터 여보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 왜 만나고 싶대요? 한 판 붙자고?
"아니요!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길래 맨날 이렇게 죽고 못 사는 지 궁금하대요."
- ··· ···.
"한 번만 만나줘요. 부탁이에요. 진짜 이번 한 번만 만나면, 다음부터 이런 얘기 안 할게요."
- ··· ···.
"여보?"
- ··· ···.
"여보세요? 여보?"
- 알겠어요. 만날게요.
"앗싸! 여보 짱짱! 완전 사랑해요! 쪽, 쪽, 쪽."
- 푸흐흐. 그렇게 좋아요?
"네, 완전 좋아요."
- 그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들어줄래요?
"뭔데요? 다 들어줄게요! 난 여보만의 지니!"
- 귀여워.
"조건이 뭔데요?"
- 나랑 그 자식, 단 둘이서만 만날게요. 여보는 따라 오지 마요.
"··· 네?"
- 오지 마요. 딱 둘이서만 만날 테니까.
"그래도 제가 가서 서로 인사시켜주고,"
- 쓰읍. 오지 마요. 분명히 말했어요, 오지 말라고.
"··· ···."
- 알겠죠?
"네에···."
- 착하다, 우리 이삐. 그 자식한테 내일 오후 한시에 만나자고 전해줘요.
"네, 알겠어요. 조금만 더 고생하고, 두시간 후에 봐요."
- 우리 이삐 보고 싶어 죽겠다.
"저도 우리 여보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요."
- 오늘은 무조건 칼퇴할게요. 집에 가면 우리 이삐 예뻐해줘야지.
"헤헤. 오면 뽀뽀 백만번 해줄게요."
- 내 입술 닳겠다.
"그럼 볼이랑 입술에 번갈아 가면서 뽀뽀하면 되죠."
- 지금 짐 싸고 갈게요, 기다려요.
"어허. 퇴근시간 맞춰서 퇴근해요. 권력 남용하는 거예요?"
- 보고 싶은데···.
"쪽. 참아요. 저도 지금 꾹 참고 있잖아요."
- 알겠어요, 이삐야. 두시간 후에 봐요.
"사랑해요."
- 나도.
1-4. 천적과의 만남.
"··· ···."
"··· ···."
"··· ···."
"··· ···."
"할 말 없어요?"
"네, 없어요."
"나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요."
"제가 그 쪽을 뭐하러 만나요."
"나 좀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던데."
"아닌데요? 제가 미친 것도 아니고, 그 쪽을 왜 봐요."
"이름이가 그랬는데."
"뻥쳤나 보죠."
"뻥을 왜 쳐요, 우리 이름이가."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알지 않아요?"
"모르는데요."
"아, 이름이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길래 당연히 아는 줄 알았네."
"진짜 유치하시네요."
"··· ···."
"누가 보면 저희보다 네살 어린 줄 알겠어요."
"··· ···."
"뭐요."
"그 쪽한테 그딴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닌데요."
"제가 이름이 만나면 항상 하는 소리가 뭔 줄 아세요?"
"나잇값 못 하는 것 같다?"
"걔가 다 얘기해줬어요?"
"직접 들었는데요."
"··· ···."
"그 쪽이 이름이 만나고 밤 열한시에 보내줬을 때."
"··· ···."
"꼭 껴안으면서 잘도 욕하더만."
"··· ···."
"그건 그렇고, 우리 이름이 작작 좀 불러내세요."
"친구 만나는 게 죄예요? 왜 친구 만나지도 못 하게 하세요?"
"친구 못 만나게 하는 거 아닌데요?"
"저랑 못 만나게 하잖아요."
"그 쪽이라서 못 만나게 하는 거예요, 친구를 못 만나게 하는 게 아니라."
"··· ···."
"그리고, 스킨쉽 좀 줄일 수 없나?"
"그,"
"변명하려고 하지 마세요. 본인이 포옹 요구하는 거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고,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누가 변명한대요?"
"··· ···."
"그게 저희만의 작별인사예요. 그 쪽이랑은 이런 거 안 하나 봐요. 말로만 잘 가, 해요?"
"아니요, 저희는 뽀뽀하는데요?"
"근데 뭐 그렇게 불만이 많아요?"
"제 맘인데요?"
"유치하게 그런 말은 하지 말죠. 유딩들도 그딴 소리는 안 한답니다."
"아, 그리고,"
"뭐요."
"밤에 문자질 좀 하지 마세요. 새신부한테 문자를 보내는 건 무슨 경우예요."
"제 손으로 제가 직접 보낸다는데 무슨 상관이신지."
"착하다고 들었는데."
"··· ···."
"착하긴 개뿔."
"저도 그 쪽에 대해서 들은 얘기 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뭐 어쩌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다시는 마주치지 말죠, 우리."
"네, 제발 마주치지 맙시다."
1-5. 다 된 데이트에 여직원 뿌리기.
"아이스크림 맛있어요?"
"네. 완전 맛있어요. 여보, 한 입 먹어 봐요."
"됐어요, 우리 이삐나 많이 먹어요. 잘 먹으니까 보기 좋다."
"오랜만에 데이트 하니까 기분 좋아요. 연애할 때 생각도 나구."
"그러게요. 연애할 때 이 공원 자주 왔었는데."
"우리가 앉아있는 벤치 기억나요?"
"당연하죠. 여기서 고백했잖아요, 내가."
"맞아요. 밤 아홉시에 갑자기 여기로 불러냈잖아요. 아빠가 늦었으니까 가지 말라고 엄청 만류하셨는데, 안 갔으면 평생 후회할 뻔 했어요."
"그 때 안 나왔으면, 그 다음날 고백하려고 했어요."
"정말요?"
"내가 여보를 몇년동안 좋아했는데, 한 번 안 나온다고 바로 마음을 접겠어요?"
"와, 감동이다···."
"뭐가 감동이에요."
"여보가 이렇게 얘기해주는 게 감동이에요. 한평생 이런 말 한 마디 못 들을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예뻐요, 공공장소라서 뽀뽀도 못 하는데."
"뭐가 예뻐요, 저 하나도 안 예쁜데."
"예쁜데. 안 예쁘면 내가 이삐라고 부르겠어요?"
"여보 눈에만 그런 거예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여보 눈에 콩깍지 씌여서. 평생 벗으면 안 돼요. 알겠죠?"
"안 예쁜 이름이 보고 싶어서 벗고 싶어도, 평생 안 벗겨질 것 같네."
"헤헤. 어쩜 말도 이렇게 예쁘게,"
"박팀장님!"
"··· ···."
"여기에 계실 줄은 몰랐는데. 신기하네요."
"아, 네."
"약속도 없이 여기서 뵌 걸 보면···,"
"··· ···."
"우리 인연인가 봐요!"
"뭘 이런 것 가지고 인연이라고 해요."
"치. 박팀장님 너무 차가우세요. 여동생이랑 공원 놀러온 것 보면 따뜻하신 분인 것 같은데."
"여동생이요?"
"옆에 앉아 계신 분 여동생 아니에요?"
"와이프입니다."
"박팀장님, 제가 아무리 미워도 거짓말은 치지 마세요-. 딱 봐도 박팀장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저한테 볼 일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이만 본인 갈 길 가시죠?"
"누군지 말씀해 주세요. 사촌동생이에요? 아님··· 오랜만에 만난 학교 후배?"
"와이프요."
"아아, 장난 그만 치구요. 와이프가 이렇게 어려요? 둘이 하나도 안 어울려서 안 속거든요?"
"안 갈 겁니까."
"누군지 말씀해 주시면 바로 간다니까요? 누군데요. 네?"
"가자, 여보."
1-6. 내 남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 ···."
"··· ···."
"여보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노래 들을까요? 우리, 방탄소년단의 불타네 들어요."
"··· 불타오르네예요."
"아···. 미안해요. 불타오르네 들어요. 디제이 김! 틀어주세요!"
"됐어요. 안 들어도 돼요. 오늘은 조용히 가요."
"왜 그래요. 차 탈 때 노래를 안 듣을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면서요. 얼른 틀어요."
"아니에요, 오늘은 조용히 가고 싶어서 그래요."
"··· ···."
"··· ···."
"여보."
"··· 네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여보가 축 쳐져있으면 나까지 축 쳐지게 되는 거 알아요, 몰라요."
"몰라요."
"이삐야."
"··· ···."
"대답도 안 해줄 거예요?"
"··· ···."
"··· 아까 그 여직원은,"
"이제는 그 분이 접근도 안 한다면서요. 저번에 그 여직원 얘기했을 때 여보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여보가 걱정 많이 해서 그랬어요. 난 거들떠도 안 보는데, 여보는 신경쓰길래 그런 거예요."
"그 분은 여보가 결혼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던데."
"알아요. 내가 커플링까지 보여주면서 있다고 똑똑히 얘기했어요."
"근데 왜···."
"속상하죠? 알아요. 미안해요. 내가 다 미안해요."
"··· ···.'
"근데 이삐야,"
"네에···."
"나 그 여직원이 하는 말은 귀담아 듣지도 않아요. 반응도 일절 안 해주는데 혼자 저러는 거예요."
"여보 믿는데··· 그 분을 못 믿겠어요. 결혼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자꾸 치대는 그 분을 못 믿겠다구요."
"··· ···."
"아까 들었어요? 내가 와이프인 거 눈치챈 것 같은데, 일부러 저 들으라고 안 어울린다고 했잖아요."
"그 여자가 어떻게 보든 신경쓰지 마요. 우리는 우리대로 예쁘게 사랑하고 있잖아요."
"··· 진짜 못된 생각인 건 아는데, 그 분이 여보네 회사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이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미안해."
"됐어요, 왜 여보가 미안해해요."
"예전부터 쭉 해왔던 말이라서 식상하겠지만,"
"··· ···."
"난 진짜 이삐밖에 없어. 진심이야. 믿어요."
"믿어요. 여보 아니면 누굴 믿겠어요···."
"불안해하지 말고."
"응."
"신경쓰지도 말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가 아니에요, 그 여자는."
"네에···."
"여보, 아까 벤치에서 약속한 거 기억나요?"
"무슨 약속이요?"
"뽀뽀해주기로 했잖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불타오르네 들으면서 집에 갑시다. 출발!"
"불타오르네 들으면서 진짜 불타오를까? 활활?"
"아, 무슨 소리예요!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쪽.
"여보가 너무 부끄럼 타니까 나머지는 집에 가서."
1-7. 내 남편의 친구들과 만나는 건 힘들어.
"저는 아직도 박지민 신혼집에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아여."
"저도 태형씨가 저희 신혼집에 왔다는 게 안 믿겨요."
"박지민한테 뭐라고 하셨어여? 제가 들여보내달라고 떼써도 안 들어주던데."
"그냥, 오랜만에 대화 나눠 보고 싶다고 했어요. 못 본 지 오래 됐잖아요."
태형씨는 앞에 있는 음식을 젓가락으로 야무지게 집어 맛있게 냠냠 먹으며 한탄을 했다. 박지민이 맨날 저 갈구고 그래여···. 제수씨가 혼내주세여. 제수씨한테 하는 짓 보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니까여? 술 한방울 마시지도 않았으면서 술에 취한 듯 말하는 태형씨에 절로 웃음이 났고, 내 옆에서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내 남편의 손에 힘이 살짝 더 들어갔다. 힘의 변화를 느껴 내 남편을 바라보니, 아랫입술을 앙 물곤 아무 말 없이 태형씨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태형씨는 따가운 시선도 느끼지 못 한 채 먹는 것에 집중할 뿐었다. 태형씨의 태도에 백점을 드리겠습니다.
"제수씨, 요리 되게 잘하시네요."
"나중에 식당 꼭 차리세요."
"대박나겠네여, 그 가게."
호석씨, 남준씨, 석진씨의 칭찬세례에 광대가 절로 승천했다. 내 남편은 옆에서 귀엽다며 내 볼을 아프지 않게 잡고 흔들어댔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남편 친구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괜히 눈치가 보여 남편의 손길을 피하려 고개를 뒤로 살짝 내뺐다. 그리곤 어색하게 웃으며 남편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때, 윤기씨가 눈에 들어왔다. 복스럽게 먹는 사람들 속에 음식을 조금 집어 깨작깨작 먹는 그 모습이 눈에 안 띌 리가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윤기씨에게 물었다.
"··· 윤기씨, 음식 입에 맞아요?"
"네? 아, 네.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음식이 맛없는 줄 알고 걱정했어요."
"신경쓰지 마세요. 저 형 원래 음식 맛없게 먹어요."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속시원히 해주는 호석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차려놓은 음식 모두 맛보며 밥을 팍팍 퍼있을 때, 석진씨가 뜻밖의 질문을 했다. 남준씨도 석진씨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동조했다. 남편 친구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제수씨는 박지민 어디가 좋아요?"
"나 이거 진짜 궁금했는데."
"네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뭐예요."
"음···."
"뭐하러 그런 걸 물어봐. 내 마누라 곤란하게 하지 마."
"닥쳐봐."
"다 좋아요. 성격도 좋고, 말투도 좋고, 생김새도 좋고, 행동도 하나하나 다 좋고."
"정말 재미없는 답이네요."
석진씨는 아쉬운 듯 입맛을 쩝, 하고 다시며 재미없는 답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석진씨는 우리 가정을 파탄내려고 온 것 같았다. 당황스러워 어색하게 하하, 하고 웃으며 내 앞에 있는 물컵을 들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석진씨는 반찬을 집어먹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또 다시 질문했다.
"제수씨 친구들 중에 결혼 안 한 친구들 있어요?"
"형, 나가요. 당장 나가요."
"제 친구들 중에 결혼한 사람 한 명도 없어요. 저만 결혼했어요, 저만."
"하긴 그럴만도 하죠. 제수씨 스물여섯살이잖아요. 박지민, 이 도둑놈의 새끼."
"에이, 도둑은 아니죠. 스물여섯이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얘는 계란 한 판을 채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관문 저 쪽에 있어요."
석진씨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는 내 남편이 귀여워 푸스스 웃었다. 이 남자가 어딜 봐서 저보다 네살이나 많은 거죠? 제가 족히 열네살은 더 많아 보이는데. 석진씨는 공격적인 내 남편의 말에도 아랑곳않고 묵묵히 밥을 퍼먹었다. 이 때, 남준씨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나른하게 나를 불렀다.
"제수씨."
"네, 남준씨."
"결혼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네. 단 한 번도 없어요."
"신혼이라서 그런가? 일년 후에 다시 물어볼게요."
"네?"
이분들··· 아무래도 가정을 파탄내러 온 것 같은데···. 내 남편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나만 들을 수 있게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쟤네 절대 데려오지 마요, 라고. 나는 말없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 남편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물을 떠오겠다며 물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준씨를 보고, 내가 벌떡 일어나 남준씨의 물컵을 빼앗아 들어 내가 떠다주겠다고 말했다. 남준씨는 꽤나 단호하게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직접 떠올 테니 앉아서 좀 쉬라고 말했다. 그런 남준씨의 태도에 크게 감동받곤 가만히 내 남편 옆에 앉아있었다.
"어어···."
남준씨의 작은 탄식소리가 들리자 마자, 쨍그랑,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남준씨 쪽을 바라보니, 장식장 위에 장식용으로 두었던 작은 향수병이 깨져있었다. 아무래도 남준씨가 지나가다가 장식장에 부딪힌 듯 했다. 남준씨는 나의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댔다. 향수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내 남편 때문에 쓰지도 않았던 향수라서 장식용으로 둔 거였기 때문에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남준씨는 내 온화한 표정을 보고도 뭐가 그리도 미안한 지, 사과만 반복해서 할 뿐이었다.
"괜찮으세요? 다친 곳은 없어요?"
"네. 근데 이건 어쩌죠···. 죄송해요."
"괜찮아요, 어차피 새로 사려고 했어요. 마음 쓰지 마세요."
"여기서도 사고를 치냐."
"제수씨, 저희도 사과드릴게요. 죄송해요."
"괜찮아요. 어차피 저 향수 쓰지도 않아요."
"그래도···."
"진짜 괜찮아요. 유리 밟지 않게 조심하세요."
내가 모두를 진정시키고 사태가 조금 진정이 되자, 아까도 내게 친구들에 대해서 물어봤던 석진씨가 또 다시 말문을 열었다.
"제수씨, 친구들 중에서 저 소개시켜주고 싶은,"
"형, 그러지 맙시다, 인간적으로."
"그럴까요? 언제 시간 돼요?"
"여보, 신중히 생각해요. 나는 여보가 친구들한테 욕 먹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데."
"부둥부둥 받을 것 같은데요? 한가한 시간 말씀해주시면, 친구들한테 그 날 시간 비워두라고 할게요."
"주말에 만날까요? 이번주 토요일에."
"그래요! 친구한테도 전해줄게요."
"와, 제수씨 덕분에 장가 가게 생겼네."
석진씨의 말을 끝으로 태형씨와 호석씨가 자신들도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제가 친구들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이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얘기하지는 못 했다.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내 전화번호부를 뒤져서라도 꼭 여자 세명을 찾아내야지, 하고 다짐하곤 이제 가보겠다며 일어나는 남편 친구들을 배웅했다.
참 스펙타클했다, 오늘도.
또 오해영 15화를 감명깊게 본 박지민만의 이삐 "여보." "네, 여보." "여보는 나랑 키스할 수 있어요?" "··· ···." "하루 줄게요. 나랑 키스할 수 있는 지 잘 생각해 봐요." "하루씩이나 줘요?" "··· 네?" "일초 안에 결정될 문제 아닌가." "이거 그냥 제가 즐겨보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말 먹힘)
안녕하세요, 숸블리입니다. 프롤로그를 올린 지 하루만에 새 글로 찾아 뵙게 됐네요. 이게 다 여러분들이 감동적인 댓글들을 많이 달아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해요! 오늘도 많이 설레셨으면 좋겠어요. 분량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 그래도 포인트를 투자하기엔 아까운 글이니까 댓글 달고 다시 포인트 받아가세요. 암호닉 이번화에만 받도록 할게요! 암호닉 신청 예약했던 모든 독자님들, 지금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화 올라오기 전까지만 받을 테니까 서둘러 신청해주세요. 암호닉을 신청할 때는, [암호닉] ←이렇게 신청해주세요, 제가 잘 볼 수 있게. 비루한 글을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 오늘의 관전포인트: 지민 vs. 정국 스포: 여직원 자주 보게 될 거예요^^!숸블리의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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