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배한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걸어버렸다. 01
고등학교 입학 초기였지.
초중학교 모두 좋은 말로는 평범한, 안 좋은 말로는 쭈꾸리처럼 조용하게 살았던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도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당! 연! 히! 그럴 게 뻔했기도 하고.
나랑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배정된 내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은 유리라고 해두자.
난 유리밖에 친한 애가 없었으므로ㅋ 한동안 유리랑 밖에 안 다녔어. 여기서 내 얕은 친구 관계가 드러남..............
한 달 정도는 이렇게 살다가 4월달 부터는 이제 다른 애들이랑도 많이 친해지고 좀 익숙해져서
얘기도 많이 하고, 같이 어울려 놀기도 했어. 시망 고등학교 적응 기간이 무려 한달이야 나는.
나같은 초 트리플 A형 더는 없을 거야ㅋ 나 입학식날 쌤이 배정해준 내 짝지가 나한테
" 어느 중학교 나왔어? " 라고 묻는 말에 " ㅁㅁ중 " 이라고 단답했다가 짝지 쿠크 깨지게 만든 장본인..
그 다음에 뭐라고 말을 이어야할 지 모르겠는 거야.. 속으로 ' 아 이러면 안되는데. 아 얘 기분 나쁠텐데.. '
이러면서도 정작 겉으로는 한 마디도 못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그렇게 흐지부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어.
날씨도 꽤 따뜻해지고, 이제 적응이 되서 생활도 좀 여유로워지고.
그 날도 난 유리랑 매점에 가고 있었어.
내 사랑 피자빵ㅋ피자빠아아앙 먹으러.
우리 학교 매점 피자빵 진짜 리얼 짱이다. 전자레인지에 딱 30초 돌려서 뜨끈한 상태로 먹으면 졸맛이야.
그 맛을 또 느끼러 신나게 가고 있었지.
매점은 학교 밖으로 나가야해서, 우리 교실이랑은 조금 먼 거리야.
항상 사람들이 박 터져서 빨리 안 나가면 안돼. 아니면 2,3학년 선배들이 다 차지해버린다..
" 야, 야 저기 봐봐 "
" ..뭘? "
" 저기. 저기 빨강 후드 입고 있는 오빠 있잖아. 안 보여? "
" 빨강 후드? "
" 어. 저기!! 매점 쪽으로 오고 있는 "
" ..아 "
우리 학교 매점으로 가는 길은 사방으로 뻥뻥 뚫려있어.
1학년 교실에서 가는 길, 2학년 교실에서 가는 길, 3학년 교실에서 가는 길 모두.
우린 당연히 1학년 교실에서 빠져나가고 있는데 저쪽 급식실 옆 2학년 교실 쪽에서
어떤 남자 무리가 나오고 있더라고.
유리가 그걸 보더니 날 툭툭 치더라.
그리고선 자꾸 빨강 후드 오빠를 보래.. 대체 그게 누군데.
" ..아 "
이게 다였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내 반응은 이게 다였어.
별 감흥이 없잖아.
옆에서 유리는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고.
난 그 한 마디를 내뱉고서 아무렇지 않게 다시 걸어가고 있는데,
유리는 당최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말을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저 사람이 대체 뭐?
" 야 OOO.. 아무렇지 않아? "
" 응 "
" 진짜? 저 오빠를 봐도? "
" 아 대체 저 오빠가 누군데.. 그냥 2학년 중에 한 명이겠지 "
" 헐.. "
" 피자빵이나 먹으러 가자 "
" ..그래.. "
유리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벙쪄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뭐 어쩌라고.
아무런 생각이 안 드는데..;
뭐, 혹시. 우리 학교 킹카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솔직히 그 정도의 인물은 안 되보였거든.
어쨌든 나랑 유리는 맛있게 피자빵을 흡입하고서 반으로 들어갔어.
우리 학교는 폰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정말 자유로운 학교라,
애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하나같이 다 폰을 보고 있어.
나도 그 중 하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 내가 제일 애용하는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오늘도 이것 저것 보고 있었어.
애들 게시물도 보고, 공감글 이런 것도 보고.
눈팅족인 나는 파도타고 들어가서 보는 걸 진짜 좋아해.
그리고 ' 알 수도 있는 친구 ' 이거. 진짜 많이 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있는 애들이 다 잘은 모르지만 한 두다리 건너서 아는 애들이라 재밌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그거 보고 있었어.
슥슥- 스크롤을 내리면서 보고 있는데, 응? 한 번도 못 봤던 이름이 있는 거야.
' 도 경 수 '
" 누구지..? "
누군가 싶어서 들어가봤어.
** 고등학교 재학 중. 어? 우리 학교네?
생년월일을 보니 나보다 1살 위더라고.
생판 모르는 우리 학교 선배가 왜 알 수도 있는 친구지..? 막 이러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궁금하니까 그 선배가 올려놓은 게시물 하나 하나 다 읽어봤어.
겁나 시크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이 써놓은 담벼락 댓글도 다 단답이고.
" 도경수 뭐함 " 이라는 글에 댓글로 " 눈팅 " 이게 끝.
.......시크족이세요? 난 이런 단답종족 취급 안함.
별 흥미를 못 느끼고 뒤로가기를 누르려고 했는데, 내 폰이 요새 좀 말을 안 듣는데
이번에도 말을 안 듣더라고.
스크롤이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 하면서 렉 먹은 것 처럼 그러더니 뒤로 가기를 아무리 눌러도
안 눌러지는 거야. 시망. 그래서 짜증나서 막 아무거나 누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휴대폰 홀드 키를
한 번 눌렀다 다시 켰어. 그랬더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더라고.
......................?
..........................?????!!?!!
뭐지?
이거 뭐..?
왜때문에 친구 신청이 가 있는 거죠?
..나 10초 동안 생각했음. 순간 벙쪄서.
누가 얼음 땡을 외쳐줘야 할 것 같았음.
...?
아무래도 아까 이상한거 막 다 누르고 그러는 순간 친구 신청이 간 듯 했어.
시부럴. 망했다.
망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 정신 차리고 친구 신청 취소를 눌렀어.
근데 누르면 뭐해.
이미 메세지는 날라갔을 텐데.
....Aㅏ...
나 혼자 멘붕 왔음.
"...허...허...ㅎㅎㅎㅎㅎㅎ흐어........ "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허허허허허 거리면서 웃다가 또 멍 때렸다가.
나 이런 거 제일 싫어하거든.
이 도경수라는 사람이 날 뭘로 봤을까, 싶어서 심장은 이미 쪼그라듦.
이런 일.. 페북 하다 보면 많지만 초초초 트리플 A형인 나는 이런 거에 정말 민감해서..
신경이 너무 쓰이는 거야.
그냥 실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될 텐데
그 이후로 공부도 안 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펜도 손에 안 잡히고.
진짜 하루동안 그 생각만 하면서 보낸 것 같았어.
집에 와서는 이불 떵떵 걷어차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짜증나!!!!!!!!!!!!!! 만 연신 외치고.
진짜 기분 시망같았다.
#
진짜 쪽팔리고 창피하고 민망하고 그래서 미칠 것 같았지만
자고 나니까 좀 괜찮더라고.
아 몰라. 될 대로 되라 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싶어서 아무렇지 않게 유리랑 등교했어.
1교시를 하고.. 2교시를 하고.. 3교시..4교시.. 지겨운 시간들을 보내다가
꿀 같은 점심 시간이 왔어.
점심 시간 = 내 파라다이스, 천국.
3학년, 2학년, 1학년의 순서로 점심을 먹는 지라 나랑 유리는 한 20분 정도 딴 짓을 하면서
대기 타다가 얼른 급식실로 갔어.
우리 학교는 급식 먹을 때 학생증을 바코드..? 같은 거에 찍고 들어가는데
그걸 안 찍고 들어가는 애들이 종종 있어서 2,3학년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거기서 지켜보거든.
대체로 선도부 선배들이나 학생회 선배들이 그런 걸 도맡아서 해.
난 매일같이 아무렇지 않게 내 학생증을 챙겨서 급식줄에 뙇 섰어.
워낙에 전교생이 많은 학교라 그런가..
급실줄도 어마 어마함..
한 10분 정도 대기를 타고 드디어 급식실 안으로 들어섰어..!
이제 급식을 먹을 수 있어..!
룰루랄라 신나서 내 학생증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바코드에 찍었어.
찍으니까 컴퓨터 모니터에 내 학생증 사진과 함께 학년 반 번호가 떴어.
난 아무렇지 않게 급식판을 가지러 가려고 앞으로 가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내 어깨를 뙇! 잡더라고.
난 유리인줄 알고 " 야 왣....! " 이러면서 쳐다봤는데..
??????
어제 유리가 나보고 그렇게 보라고 했던 빨강 후드 오빠가 내 어깨를 잡고 있더라고.
뭐지? 대체 뭐지..?
" ..왜..요? "
" 맞네 "
" 네? "
" 페북 친구 신청한 거, 너 맞지? "
" .......? "
" 1학년 4반 OOO. 어제 친구 신청 왔던데 "
" ...아..? "
..왓?
내 귀를 의심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유리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고
그 오빠는 내 앞에서 씩- 웃고 있고.
순간 5초 정도 멍.. 때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 오빠 명찰을 봤어.
' 도 경 수 '
" 안녕 "
" ..아..안녕하.. "
그 오빠가 인사하길래 나도 덩달아서 슬쩍 인사를 하고 있는데 그 오빠
살짝 웃기만 하더니 바로 다음 애 쳐다보면서 학생증 찍으라고 컴퓨터 가르키더라.
나는 급식판을 들고서 눈만 꿈뻑 꿈뻑 거리면서.. 벙쪄가지고는 가만히 서있으니까
" 야 빨리 밥이나 받으러 가ㅋㅋㅋㅋㅋ "
이러면서 유리가 등짝 스매싱...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후다닥 밥을 받으러 갔지.
시불.. 쥰낸 아파.. 가시나..
" OOO. 아까 뭐야? 그 오빠가 너 어떻게 알아?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OOO 계 탔네~~~
쩔어b. 짱 "
" ...몰라..어후.. "
" 와 아까 그 오빠 존나 잘생겼지 않냐? "
" ...어 뭐.. "
" 쩔어. 페북 그건 또 뭔 소리야? "
자리에 앉자마자 폭풍으로 들려오는 유리의 질문들...
나도 몰라.. 나도 놀랬다 얘..
그거 페북.. 잊고 있었는데..
대체 날 어떻게 알지..?
이러고 있는 순간 떠오른 내 페북 프사.
그리고 학생증을 찍으면 뜨는 내 사진들과 학반 번호들.
모를 수가 없겠구나.... 싶었지.
...이 때가 내.. 도경수와의 첫, 아니 두 번째 만남이었지?
망글 똥글 생성 축하요 (짝짝짝) b
반응 연재입니다...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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