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내가 구준회만 무서워 한다고? 그건 아닌데. 나는 아직 무표정한 송윤형도 무섭고, 나한테 잘해주지만 자기 마음에 안드는 애들한테 살벌하게 욕을 시전하는 김지원도 무섭고, 귀여운데 마냥 강아지같지만은 않은 김동혁도 무섭고, 다른반에 있는데 점심시간에만 만나는 구준회 친구들도 좀 무섭고, 원래 멍청한데 요즘 일진인척하는 남태현은 좀 안 무섭다.
근데 구준회가 쟤네들 보다 조금, 아주 눈꼽만큼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요즘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그러진 않는데, 아. 요즘도 나를 보면서 가끔 눈을 까뒤집기는 하지만.
요즘 김지원이 내가 구준회눈치보는게 재미있는지 일부로 구준회 옆에 자꾸 붙여놓는데, 김지원한테 화낼수도 없고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 최근에 평소처럼 (절대 내 자의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구준회와 그무리에 어울리면서 아주 신선한 관경을 자주 접했다. 구준회의 일진모임에서 나 혼자만 그렇다고 느낄 수 도 있는 거지만, 김지원이랑 그나마 제일 친해진것 같았다. 여전히 내가 일방적으로 장난을 당하는 입장이지만. 그날도 다름없이 교실 뒷편에서 김지원의 장난을 받아내고 있을때였다.
"왜 이러니 나한테."
"아카카캌. 김진환 말하는거 좀 봐."
"지원아. 나 힘들어."
"아카캌킼키 야 동동! 빨리와서 김진환 못움직이게 잡아!"
'어-. 잠깐만 이판만 깨면 신기록이라고!' 김동혁은 휴대전화 액정을 부술 듯 두드리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김지원의 장난에 녹초가 되어버린 상황이였고, 나는 김지원에게 해탈웃음을 선보이며 그의 몸장난에 장단을 맞춰 주고 있었다. 김지원이랑 장난을 치다 그만 우리반에서 좀 나댄다는 애 책상에 좀 세게 부딪쳤다. 그 나댐이는 꿀잠 중이였고. 나는 책상 모서리에 박은 허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움크리고 있었다. 김지원은 그때만 해도 내가 장난 치는 줄 알았는지 멀리서 바보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다깬 나댐이가 책상앞에 넘어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시비를 트려는지 입술을 움찔거리며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 이새끼가 형님이 주무시는데. 어?"
"…."
"아 씨발. 아까부터 존나 시끄럽게 하더만."
"‥미안."
"미안? 미-안? 장난까냐?"
어느새 살벌해진 상황에 너도 나도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웠다. 나댐이는 아직도 허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앉아 있는 나에게로 이마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치다가 그래도 화가 안풀리는지 발길질을 하려 할때였다.
"아 또 좆같게 하네."
절대 나댐이 때문이 아니라 아픈 허리 때문에 눈물이 나오려할 때 뒤에서 김지원이 정색을 하고 나댐이를 쏘아 보았다. 난생처음 보는 김지원의 정색에 덩달아 나까지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김지원은 진짜 빡친 표정을 짓더니, 단숨에 나댐이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댐이는 내가 시끄럽게 굴던 것이 김지원과 같이한 장난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랜만에 존나 빡친다 박민철?"
"김, 김지원."
"니 눈까리는 장식이냐?"
"‥어?"
"김진환 다쳤잖아."
'‥나 괜찮아.' 개미만한 목소리로 웅얼거리고 있으니까, 언제 온건지 뒤에서 남태현이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이럴땐 가만히 있어 멍청아.' 누구보고 멍청이래. 남태현에게 멍청이 소리를 들은게 억울했지만, 정말 살인이 날것같은 김지원의 표정에 그냥 가만히 입을 닫았다.
"조용히 살자 박민철."
"어..어. 미안."
"사과는 내가 아니라 김진환한테."
김지원앞에서 눈치를 보던 박민철이 조용히 사과를 하자 김지원이 박민철의 목덜미를 부여 잡았다. 그리고 아직도 얼빠진채로 앉아 있는 나의 앞에 던져놓았다. 정말이다. 김지원은 박민철을 던져놓았다.
"‥미안하다. 김진환."
"어, 괜찮‥읍!"
박민철에게 '괜찮아'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 있던 남태현이 내 입을 확 틀어막았다. '자 자. 대답은 여기까지 하는걸로.' 남태현은 박민철을 노려보다 나의 양팔 사이에 자신의 손을 넣어 일으켜주었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갔다. 어김없이 쉬는 시간에 김지원은 바보같이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잠시 망각하고 있었지만, 내가 있는 곳은 일진들의 구렁텅이였던 것을.
김진환의 작은 로켓
준회X진환
Written by 최적화
국사시간이다. 지옥같은. 국사 선생님은 조별활동 성애자인 것 같다. 오리엔테이션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활동을 조별로 진행하셨다. 근데 조별도 조별이지만, 내가 더 돌아버릴 것 같은것은 앉은 자리에서 앞뒤로 4명씩 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바로 뒷자리는 구준회가 있다는 것을. 구준회와 같은 조라는 것을!
책상을 붙여놓으니까 김동혁과 남태현은 물만난 고기처럼 떠들어 대었고, 구준회는 책 밑에 쑤셔넣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구준회와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에 방황하는 나의 눈동자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안착한곳은 결국 구준회였다. 그리고 나의 눈동자는 다시 구준회를 피해 방황을 했다. 나의 이런 행동은 수업시간의 반이 지나갈 동안을 반복했다.
이렇게 대놓고 안절부절하는데 구준회도 나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 표정이였다. 구준회는 보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위로 딱 던졌다. 그리고 나의 얼굴을 빤히,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야."
"…."
"야 김진환."
"어?..어?"
"나한테 할말 있냐?"
"어.. 아니."
"근데 뭐 마려운 개새끼마냥 끙끙데는데 짜증나게."
"‥미안."
구준회는 나에게 한차례 쏘아 붙이고서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이 머리를 털었다. 책위로 올려진 핸드폰을 짜증스럽게 밀치고서 그위로 퍽하고 엎드렸다. '나 깨우지 마라.' 책에 파뭍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구준회는 여전히 무섭다.
점심시간의 종이 울렸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어서서 우르르 급식소로 향했다. 구준회는 느긋하게 가는 성격이였다. 왜냐면 그들은 어차피 줄을 서지 않았으니까. 아침을 거르고 온 탓에 꽤나 배가 고팠었고 밥을 먹는 다는 생각에 김지원이 장난을 걸어와도 기분좋게 받아쳐주었다.
여전히 줄을 서지 않는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옆으로 쫙 서 있는 줄에 양심에 가책을 느끼며 구준회와 아이들 무리에서 제일 뒤에서서 쭈뼛쭈뼛거리고 있었다. 나는 송민호와 장난을 치고 있던 남태현 옆에서 '헉.. 줄 엄청기네.' 하며 조용히 웅얼거리고 있었다. 앞쪽에서 김동혁과 신나게 떠들고 있던 구준회가 갑자기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내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것이였다. 그리고 또 미간을 찌푸리고선 내 팔을 아프게 잡아끌었다. '뭐..뭐야?' 아무말 없이 끌고 가던 구준회는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나를 자신의 앞에 세워두고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김동혁과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었다.
얼떨결에 급식소 앞쪽에 서게되어버렸다. 뭐지 방금? 나 챙겨준건가. 고민의 고민이 꼬리를 물때 어느새 내차례가 된 배식에 나는 금세 고민을 접고 음식에 집중했다. 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새우튀김이다!
"남태 남태, 오늘 피씨방 콜?"
"야 안돼. 나 오늘 바빠."
"잉여새낀거 전국민이 다 안다. 어디서 구라를."
"아 진짜 오늘은 안됨."
"아 왜-. 송미노 남태 구라친다 때려줘 자기."
동혁의 장난스런 애교에 밥을 먹던 아이들이 모두 숟가락을 동혁에게 날렸다. 김동혁은 여전히 찡찡거렸고, 나는 그냥 구준회 옆에서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런 모습이 구준회도 웃겼는지 간간히 소리내어 웃었다. 나는 그런 구준회가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쳐다보다가 구준회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 상태에서 눈동자만 돌려 식판에 시선을 박고 밥을 우겨넣었다.
남은 음식물을 통에 버리고 정수기 앞으로 갔다. 컵앞에 모여있는 아이들 틈으로 들어가 간신히 컵을 집어나와 정수기 줄을 섰다. '정수기 줄도 장난아니네..' 작게 중얼거리고 아무생각 없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내 팔목을 훅하고 잡아왔다. 나는 정말 깜짝놀라서 잡고 있던 컵을 놓칠 뻔 했다. 내 팔목을 잡아 끌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구준회였다. 나를 정수기 앞으로 질질끌고 가더니 '야, 잠깐만' 하고 정수기앞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아이들을 모두 쫓아내었다. 나를 정수기 앞에 버려두더니 구준회는 유유히 급식소를 빠져나갔다. 나는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구준회가 쫓아버린 아이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우린 구관 갔다 갈테니까, 넌 교실로 가던지."
"어..그래."
"나도 교실 갈래."
"김진환 데리고 올라가라."
내가 물을 마시고 나오자 급식소 앞에서 죽치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구준회와 몇몇이 구관으로 향한다 했고, 김지원은 나와 함께 교실로 가겠다고 말했다. 지원의 말에 내게 한참 시선을 둔 구준회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급식소 건물을 빠져나갔다. 나는 멀어지는 구준회의 뒷모습에 시선을 두다 지원의 재촉으로 인해 시선을 거두고 교실로 향했다.
겨울에 하는 체육은 정말 싫었다. 사실 어느 계절에 해도 싫은게 체육이였지만. 체육복을 갈아입는 것은 더더욱 귀찮은 일이였다. 교실에 먼저 올라온 나와 김지원은 벌써 체육복을 갈아입고는 책상에 앉아 아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구관에 갔다 온건지 담배 냄새를 푹푹 풍기며 들어온 아이들에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손으로 코앞을 휙휙젓고 있으니까 어느새 내 옆으로 온 남태현 크게 웃어재끼기 시작했다.
"애기네. 애기야."
"닥쳐라. 절루 꺼져."
"애기야 말 험하게 하면 안돼요."
"옷이나 갈아입어!"
여전히 실실 웃으며 책상위로 놓여진 체육복을 집어들었다. 남태현은 와이셔츠를 벗더니 안에 입고 있던 티도 훌러덩 벗어재꼈다. 나는 놀라서 '우악!'하며 소리를 질렀고, 내 앞에 앉아 있던 김지원과 옷을 벗어재낀 남태현은 웃음보가 터졌다.
"아 미치겠네. 아캬카ㅏ카캌"
"김진환 내외하냐 킼키ㅑ킼"
"빨리 옷 입으라고! 내 눈 다 배렸음."
교실에서는 소란아닌 소란이 벌어졌고, 그 소란통에 구준회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왜 또 무슨 일인데.' 하며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사물함을 뒤져 체육복을 집어들었다. 김지원과 남태현은 여전히 숨넘어갈듯 웃고 있었다. 구준회는 자신의 자리로 체육복을 던지고 내 옆에서 웃고 있는 멍청이 두 마리와 넋이 나가 있는 나의 모습을 쳐다봤다.
구준회는 모두를 한심하게 쳐다보고서는 와이셔츠를 벗고 체육복에 팔을 끼우려 손을 위로 올렸다. 자연스럽게 함께 올라가는 티셔츠 밑으로 구준회의 속살이 보였다. 나는 엄청 놀라서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 책상에 고개를 쳐박았다. 쟤는 왜 여기서 옷 갈아 입고 난리야. 씨알도 안먹힐 불평을 하고서는 어쩌면 붉어졌을지도 모르는 얼굴의 열을 식히느라 진땀을 뺐다.
농구를 하자는 선생님의 제안이 있었다. 우리는 고삼이라서 체육시간을 편성받기는 했지만, 정해진 정규과정은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거 하면서 놀아라는 말이였다. 농구라는 말에 아이들은 농구장으로 우르르 몰려들었고, 나는 농구장 옆에 벤치를 차지 하고 앉았다. 구준회는 운동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건지 농구라는 말에 얼굴에 활기가 피었다.
쌀쌀한 날씨에 움추리고 앉아 경기를 구경했다. 운동에 대해 무지했고, 농구의 규칙 역시 알리 없었다.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곤 공이가는데로 눈동자만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내 시야로 구준회의 얼굴이 들어왔다. 급식소에서 왜 그런거지. 내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구준회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급식소에서 구준회가 잡은 팔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미..미쳤나보다. 하지만 여전히 구준회를 따라가는 시선에는 슛을 올리는 구준회의 팔이 확대되서 보인다거나, 살짝살짝 올라가는 티셔츠 틈으로 보이는 구준회의 속살이 섹시해 보인다거나, 얼굴을 타고 목으로 흐르는 저 땀이 섹시해 보인다거나..!
"헉, 미쳤나보다."
미쳤다. 미쳤다. 내가 드디어 미쳤다. 구준회가 섹시해 보인다니. 단단히 미쳤다. 내가 구준회의 구렁텅이 빠져 허우적거리며 괴로워 하고 있을때 경기에서 빠져나온 김지원이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야 너 얼굴 빨개졌어! 더위 먹었냐?"
차라리 더위를 먹은것이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3월달이고, 게다가 농구도 하지 않은 내가 더위를 먹을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냥 딱 내 눈앞에서 저 구준회만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으앙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ㅜㅜ
| ♡♥ |
니트/ 쿵니/ 하트/ 독자/ 별/ 뿡요/ 인쇄용지/ 뿌요정/ 파리/ 투빠리/ 리디/ 1421/ 촉촉한초코칩/ 탱탱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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