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도시발
W. 뿌욥
"루한."
머리가 노랬다 밝은 갈색에 약간 푸석한 느낌도 들었다. 전교생을 일주일동안 들뜨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지금 우리반에 있었다. 소문이 과장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저건 마치, 아이돌의 싸대기를 갈구고도 뒷통수를 한대 더 갈길만한, 그런 외모의 소유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 앞에 떡 버티고 서있었다. 심드렁한 얼굴은 오히려 신비롭다는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민석이 보던 책을 덮었다.
"다들 잘 알겠지만 중국에서 온 전학생이고, 이름은 루한이다.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하니까 괴롭히지들 말고 잘 도와줘라."
담임은 역시 그 한마디를 남기고 키높이 슬리퍼를 직직 끌며 밖으로 나갔다. 온 교실이 술렁였다. 특히 만화책을 박박 찢고 나온 것 같은 미소년의 등장에 여자애들은 공주거울을 들고 한참 머리만지기에 바쁘다가 거울을 내려놓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예쁜 표정을 지었다. 그래봤자 별달리 예쁜것도 아니었지만. 민석도 찬찬히 전학생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나름 잘생겼네. 아니, 좀 많이. 기생오라비처럼 생긴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때, 잔뜩 날이 선 목소리가 교실 뒤쪽에서 들려왔다. "아, 전학생 왔다고 꼴값들 떠네." 김창석이었다. 되도 않는 빽을 내세워가며 솜주먹 좀 가지고 일진들 옆에서 살랑거리며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말하자면 삼류일진? 놀고싶어 하지만 후달리는 아이.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건데 그거 하나 모르는 병신. 민석이 혀를 찼다. 나댐 쩌네.
"뭘 꼬라봐, 씨발. 눈 안깔아?" 루한의 얼굴이 미묘하게 찡그러졌다. 암. 시발은 너무 악센트가 쎄서 어느 그 누가 들어도 욕같겠지. 민석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암. 그렇고 말고. 루한의 표정에 더욱더 빡친 창석이가 입에 모터를 단듯이 욕을 쏟아뱉었다.
"어디서 굴러 처먹다가 온 새끼가 신성한 한국에 와서 지랄이야. 니네나라로 꺼져, 새끼야. 괜히 여기에서 왕따 당하지 말고. 짱깨새끼야."
그때였다. 루한의 살짝 미묘하게 찡그였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반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알아들은걸까? 한국어 잘 못한다고 했는데. 민석이 추측해보건대, 루한은 정확히 '짱깨' 라고 할 때 눈썹을 찡그렸다. 창석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폭언을 이어나갔다.
"왜. 짱깨새끼 짱깨라고 부른게 뭐 잘못된 거 있냐? 어디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씨발. 존나 좆만한게.."
"씨발."
..음? 민석이 제 귀를 의심했다. 뭐? 씨발? 누가 방금 씨발이라고 했나요. 제가 그런건 아닌데. 내 옆에 있는 아이들도 아니고 쩌기, 저 멀리서 한 칠판 가까이 쯤에서 들린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
민석이 눈을 도르륵 굴렸다. 살얼음판인 이 공간에서 숨소리 하나 내쉬기도 힘들었다. 모두들 루한쪽을 쳐다보았다. 오만한 얼굴이 아까의 그 무표정을 담고있었지만, 달랐다. 그리고 민석은 루한이 다시 한번 입을 열고서야 벌어졌던입을 조용히 닫을 수 있었다.
"꺼져."
발음 좋은 한국어에 반에는 또한번 정적이 감돌았다.
*
"..뭐, 뭐야. 한국말 못한다며..!"
창석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루한은 그 자리에서 요지부동 움직이질 않았다. 괜히 시비걸던 쪽이 당황하게 됐다. 못알아들을줄 알고 나댔는데 한국말을 알아듣고 씨발, 꺼져 란다. 적지않게 당황한 창석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다. 꼴에 존심은 또 존나 쎄서 창석은 아이들의 사이를 지나 루한에게로 다가갔다. 루한보다 키도 작을 뿐만 아니라 루한이 위에 올라가있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창석을 내려다보는 꼴이 되었다. 여전히 루한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짱깨새끼가 눈에 뵈는게 없지? 아는 단어 몇개 있나본데.."
"씨발, 존나."
"..이새.."
창석의 주먹이 그대로 루한에게로 날아갈.. 줄 알았으나, 왠걸.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루한은 창석의 주먹을 한 손으로 꽉 붙들어 맺다. 놔! 안놔?! 하는 창석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울렸으나 창석은 루한의 손아귀 힘을 이기지 못했다. 민석이 또 한번 혀를 찼다. 그러게 왜 덤벼선. 그나저나 의외다. 저 전학생. 여리여리 하다못해 비실해보이는 얼굴과 체구로 창석을(그래봤자 물주먹이긴 하지만) 꼼짝 못하게 하다니. 민석은 창석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왠만하면 저 중국인이랑 부딪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루한이 꽉 잡아챘던 창석의 손을 힘있게 내팽겨쳤다. 창석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바닥에 엎어졌다. 망연자실한 얼굴이였다. 더이상 욕도 하지 않았고 수치심에 귀 끝까지 빨개졌을 뿐이었다. 우리 안에 갖힌 원숭이처럼, 발가벗은 듯한 모욕감을 느낀 창석이 작게 아, 씨발 하고 읊조렸다. 반 아이들이 저를 조롱하듯이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손을 바닥에 짚고 다시 일어난 창석이 루한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민석의 고개도 함께 올라왔다. 어어.. 안돼는데... 저러다가 전학생..
"컥!"
아이들의 바람빠진 비웃음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가볍게 발로 어깨를 밀어버린 루한이 창석의 배를 발로 찼다. 명백한 비웃음과 함께. 그리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입을 열었다. 그 말은 민석은 물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컬쳐쇼크를 안겨다 주었다.
"씹쌔야. 좆까."
*
민석은 최대한 고개를 푹 숙였다. 거사를 치른 루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왠지 제쪽으로 오는 듯 한 착각이 들어서 괜히 다리도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고 피할 수 없다. 민석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 자리는 창가 바로 옆자리. 그것도 맨 끝자리. 민석이 제 짝지와 눈을 마주쳤다. 짝지는 책상 안에서 자기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아..덴당.. 민석이 다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교복 바지가 바로 눈 앞에 보였다. 짝찌는 이미 가방을 들고 후다닥 튄 다음이었다.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아까의 그 무표정이 민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별다른 말 없이 옆자리에 앉았다. 민석은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겨우 앞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절망했다.
시발, 망했네.
섹도시발은 욕이 아닙니다 여러분 모르나요 전설의 엑스맨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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