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도 참 지루한 글인 것 같아 마음이 요로코롬 아프고 그러하다
왜 난 이렇게 드립력이 약해서 상상 속으론 행복하고 재밌는 이야길 이렇게 후지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연금술사에요
금을 똥으로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임 (소근)
여러분 다들 모른 척 해줘요.
막 상상하면서 천천히 1시간 곱씹으며 읽으면 재밌을지도 몰라.
밤에 자기 전에 떠올리면 설렐지도 몰라.
[1.txt] |
눈 앞에 꼬리가 굉장히 거슬렸다. 살랑거리는 까만 꼬리. 일훈은 말 없이 그것을 덥썩 잡아쥐었다. 그만 흔들어, 정신 사납게! 일훈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성재는 풀이 죽었다. 힝.. 찍 소리도 못하고 구석에 쿡 쳐박혀선 낑낑 벽을 짧은 손톱으로 박박 긁어댔다. 그러다 작게 찢어진 벽지에 얼른 손바닥으로 찢어진 부분을 가리고 바짝 긴장을 했다. 일훈은 성재에게 관심의 'ㄱ' 조차 주지않았다. 저런 덩치를 어디서 데려왔다고 말을 해야할까. 온통 그 생각 뿐이였다. 곧 있으면 일훈의 구세주, 현식이 집 안에 발을 들일거고 성재를 본 다음, 일훈에게 물을 것이다. 쟨 뭐냐고. 일훈은 머리를 뱅뱅 굴렸다. 뭐라고 할까.. 주웠다고 해야겠지? 일훈이 힐끔 성재를 보았을 때, 성재는 벽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손바닥을 찰싹 붙이곤 낑낑 앓는데, 일훈이 어떻게 정확한 이유를 알겠는가. 가뜩이나 관심도 없는데. 성재가 조심히 손바닥을 떼자 힘 없이 아래로 고개를 숙이는 찢어진 벽지에 성재는 그 자리에서 도저히 등을 돌릴 수 없었다. 제 몸뚱아리로라도 가려야 했으니까. 일훈이 알면 당연히 나가라고 소리를 지를 것이고 그럼 성재는 말 없이 나가야했다. 이미 성재는 집에서 쫒겨난 횟수가 3번이였다. 일훈은 가끔 성재가 궁금했다. 저것이 저번에 그 말 잘하던 성재가 맞을까. 잠시나마 맡았던 진한 수컷의 향을, 일훈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절대 성재였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일훈은 성재를 불렀다. 이리와봐. 제 손으로 쇼파를 팡팡. 옆에 앉으란 시늉을 하자 갈팡질팡 망설이던 성재가 슬금히 옆에 앉았다. 다리를 올려 발을 걸친 성재가 다리 사이로 팔을 넣어 두손두발로 몸을 지탱했다. 너 그렇게 앉지마, 골룸도 아니고. 이렇게, 이렇게. 일훈은 성재의 다리를 잡아 내렸다. 불편하단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훈을 쳐다보았다. 아이 이쁘다- 일훈이 성재의 뒷통수를 힘있게 쓰다듬었다. "성재 이뻐?" "..말 잘 들으면 이뻐." "성재 이뻐? 성재 말 잘 들으면 이뻐? 이뻐? 이뻐?" "그만해라." "이뻐, 성재?" 일훈은 제가 한 말을 후회했다. 내 입이 지랄이지. 한숨을 푹 내쉰 일훈이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식이 오면 조용히 방 안에 가둬야겠다고 일훈이 생각했다. 하지만 일훈의 인생은 이미 꼬일대로 꼬였다. 생각하는 순간 밝게 초인종이 울렸고, 성재는 이미 문 앞으로 달려가 킁킁 문고리 근처에 얼굴을 쳐박고 냄새를 맡고있었다. 야, 비켜! 일훈이 다급하게 성재의 어깰 잡아 당겼다. 어어..! 우당탕, 요란하게 성재가 자빠졌다. 일훈은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아니나다를까 이름만 들어도 감동적인 현식이 문 앞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방금 무슨 소리... 현식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성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쟨 누구야?" "아, 아- 전에 집에오는데 누가 버렸는지, 우리 집 앞에 앉아서 울길래.." "데려왔어?" "...안... 되나? 안 되겠지, 역시?" "이름이 뭐야?" "성재." 성재? 현식이 살풋 웃음을 터트렸다. 일훈은 왜 웃냐며 당황했고 성재는 말 없이 그 둘을 쳐다볼 뿐이였다. 자신이 낄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슬금히 뒷걸음질을 치며 거실로 물러났다. 춥지? 일훈이 현식의 손등에 제 손을 겹쳤다. 와, 진짜 차가워... 두 눈을 땡그랗게 뜨고 현식의 빨개진 손 끝을 바라보았다. 현식은 제 신발을 꼬물꼬물 벗으며 바람만 차갑지, 햇살은 따뜻해. 대답했다. 성재는 그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쇼파에 두 다릴 내리고 앉아있었다. 일훈이 가르친 자세 그대로다. 칭찬을 조금이라도 더 해주길 바랬지만 일훈의 관심은 전부 현식에게로 쏠려있었다. 성재야, 인사. 일훈의 눈짓에 성재는 두 눈을 꿈뻑 거릴 뿐이였다. 어느덧 제 앞에서 현식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이 성재의 신경에 거슬렸다. 입꼬리가 덜덜 떨리는 것을 간신히 감춰가며 둘의 행동을 주시했다. "뭐 필요한 건 없지?" "형 덕에. 완- 전 부귀영화 누리는데?" "부귀영화는 무슨. 알바로 간신히 먹고살면서." "그래도, 형 덕에 집도 있고 보일러도 돌아가고-" "그거 얼마한다고.." "형. 나한텐 큰 돈이야." 현식이 크게 웃었다. 그런가? 그 여유로운 현금부자의 말투에 일훈은 괜히 주눅이 들었다. 저와 다른 세상의 사람같았다. 그럼 어때, 형은 내 메시아야. 그 살인적인 눈웃음 뒤로 후광이 보였다. 일훈의 모습은 꽤나 광신도의 모습과 흡사했지만, 일훈에게 있어서 현식은 굉장히 큰 존재였다. 다 무너져가는 탑에 기반을 다시 마련해주었으니, 일훈의 눈빛이 그 어느 때 보다 반짝거렸다. 일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은 성재는 그 모습마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사랑하는 사이일까, 가만히 앉아 온갖 생각을 다하였다. 이상하게 속에서 자꾸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방금 전까진 내 머리 쓰담쓰담.. 해줬는데... 속으로 꿍얼거리며 제 뒷통수를 어루만졌다. 아직까지도 그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성재는 말 잘해? 내 친구네 고양이는 한 마디도 못하던데." "성재? 어-.. 좀 모자라보이긴 하는데, 의사소통은 돼." "버려졌뎄나? 전주인이 좀 가르쳤나보네." "그런가봐. 난 잘됐지, 뭐." 성재야, 일훈의 부름에 성재가 후다닥 일훈의 옆에 붙어앉았다. 잔뜩 몸을 웅크리고 앉은 폼이 흡사 겁에 질린 아이같았다. 물론 표정은 사나움의 극치였지만. 이를 슬쩍 드러내며 현식을 바라보지만 현식은 그것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너보다 크네. 현식의 웃음에 일훈은 뒷통수를 긁었다. 키가 좀.. 크더라.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괜찮아, 형도 작아- 현식이 일훈의 어깨에 슬쩍 손을 올리자 성재의 고개가 훽, 돌아갔다. 경계의 시선을 풀지않고 현식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야, 너 현식이 형한테 왜그러냐? 일훈이 성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자 성재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히히, 바보같이 웃다가도 현식과 눈만 마주치면 표정을 싹 굳혔다. 얜 내가 싫은가봐. 현식의 반응은 되려 유들거렸다. 일훈은 '역시 착한 우리 현식이 형.' 엄마같은 흐뭇함을 느꼈다. 내가 혼내줄까? 일훈의 말에 현식은 고갤 내저었다. "원래 개들이 다그렇지, 주인 지키려고 그러는건데." "그래도-.." "괜찮아, 짜피 나 곧 가야돼." "회사 바빠?" "낙하산이라고 얄짤 없어, 할 건 해야지." 현식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일훈은 아아.. 고갤 작게 끄덕였다. 그래도 잘지내서 다행이네, 얼굴 보고가서 좋다. 현식이 다시 한 번 일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르릉, 짐승의 목 긁는 소리가 성재에게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현식은 굴하지않고 일훈의 어깨를 매만졌다. 감기 조심해. 요즘 감기 진짜 독하데. 현식의 걱정 어린 말에 일훈은 제 코 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형 밖에 없어. 제 옆의 성재는 뒷전이요, 일훈의 눈엔 현식만 보였다. 낙하산이면 어떻고, 계급 차이나면 어떠한가. 이렇게 착한데. 일훈은 제 어깨에 올라온 현식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형 바쁘겠다, 얼른 가- 일훈이 토닥토닥, 현식의 손등을 두들기자 현식이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곤 손을 뗐다. 아빠 시끄러워지기 전에 갈게. 일훈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고마워, 형. 현식은 그 말에 내가 뭘. 내 돈도 아닌데, 어깨를 으쓱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온지 30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가고.. 이럴 줄 알았음 부르지말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임부장님 힘내세요- 문 밖을 나서는 현식에게 일훈은 콧소리를 잔뜩 내며 장난스럽게 응원했다. 문이 쿵, 닫히자마자 성재가 그릉거렸다. 이를 드러내는 모습에서 일훈은 어이가 없었다. 너 지금 뭐하냐? 일훈의 말에 성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눈치를 슬쩍 보다 제 고개를 일훈의 앞에 들이댔다. 말 없이 다가오는 까만 머리통에 저리 치워, 일훈은 손바닥으로 성재의 옆머리를 툭 밀쳤다. 미워, 미워!! 성재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왜, 왜이래? 갑자기." "미워! 다 미워! 일훈이 미워!" "미친놈아, 작작해. 왜, 왜 미워?" "...성재 여기 있어, 없어?" "뭔 소리야, 졸려?" "성재 여기 있어, 없어?" 일훈은 성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나한테 묻다니. 일훈은 그냥 "너 여기 있지." 대충 대답해주었다. 성재 보여? 제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콕 가리키며 묻는 모습에 일훈은 현관 앞에 서 얼떨떨함을 느끼다 귀찮다는 듯 어깰 밀었다. 나 조금있다가 알바가니까, 혼자 집 잘 지켜. 사고치면 디진다. 어느 순간부턴가 저에게 험한 말을 쓰기 시작하는 일훈에 성재는 은근 상처를 받았다. 자꾸 가려워지는 가슴팍을 손으로 벅벅 긁다 거실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놈이!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예상 밖의 큰 목소리에 일훈이 제 귀를 막았다. 것도 두 손으로. 힘 있게 귀를 눌러 막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컸다. "입 다물어!" "아아아!! 미워!! 데려오지마!" "뭘 데려오지마?" "눈 없는 남자 데려오지마!!" 눈 없는 남자. 성재가 말하는 '눈 없는 남자' 는 다름아닌 임현식이였다. 일훈은 잠시 멍하니 성재를 보다 결국 무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난 20분 뒤에 나간다.. 나간다. 그때까지만 참는거야, 정일훈. 할 수 있지? 제 가슴을 손바닥으로 약하게 탁탁 치고는 방에 쏙 들어가버렸다. 문을 닫으니 조금 조용해진 것 같기도 하다. 현식의 말대로 성재는 현식이 맘에 안 들었다. 현관에서 일훈과 손을 잡았을 때부터 눈에 자꾸 걸렸다. 무시하려 애를 써도 가슴에 턱, 턱, 찝찝하게 걸리는 것이 자꾸 저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야, 육성재. 너 집에 얌전히 있어야돼, 어?" "..." "대답." 성재는 대답 대신 꼬리를 두어 번 흔들었다. 집 어질러놓기만 해봐라.. 일훈이 이를 바득 갈며 머리를 정리했다. 알바를 가는 것이지만 꽃단장은 필수다. 알바 자리마저도 현식이 저 대신 힘들게 마련해준 것이기 때문에 일훈은 더욱 신경이 쓰였다. 긴 원형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앞머리 정리하는데에 시간을 보냈다. 성재는 제 힘에 부친듯 소리지르는 것을 그만 두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머릿속에서 아직까지도 그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런 까만 제 속을 절대 알 리 없는 일훈은 가방을 매고 목도릴 둘둘 둘렀다. 조금 에바인가..? 일훈은 제 방 창문을 살짝 열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람에 일훈은 패딩까지 입기로 맘 먹었다. 오늘 얼어죽겠네... "육성재, 나 나간다?" "...." "나간다고. 인사 하라고." "....잘가." "뭐 그렇게 시무룩해, 아까 전부터 신경쓰이게." "짜이찌엔."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냐?" 성재는 말 없이 낮은 테이블 위, '어린이도 쉽게 배우는 기초 중국어' 책을 들었다. 일훈은 그것을 봐주지도 않은 채 밖으로 쌩 나가버렸다. 성재는 신경질 적으로 그 책을 베란다 문에 집어던졌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창에 부닥친 책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성재는 바닥에 떨어진 책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씩씩거렸다. 제 마음과는 달리 햇살은 더럽게도 따뜻해 더욱 기분이 나빴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성재가 종이와 펜을 집어들었다. 일훈이 아끼던 젤리펜이였다. 뚜껑을 열 줄 모르는 성재는 뚜껑이 씌어진 펜으로 글자를 쓰려했다. 아무리 그어도 나오지 않는 펜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아아아!!!!" 또 다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펜을 잘근잘근 씹어대니 뭔가 바닥에 떨어졌다. 굳게 닫힌 뚜껑이 이빨 자국이 가득 난 채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성재는 다시 글자를 썼다. 그제서야 써지는 글자에 조금은 화가 풀렸다. 성재는 글자를 잘 쓰지 못했다. 말은 할 줄 알아도 쓰는 것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게 흠이였다. 펜을 이상하게 잡곤 힘을 실어가며 하나하나 꾹꾹 눌러썼다. '성재는 나가 일훈은 바보야 메롱' 나름 잘 썼다고 생각하며 성재는 뿌듯함을 느꼈다. 볼펜을 바닥에 고이 내려놓은 채 성재는 신발을 신었다. 얼마 전 일훈이 사준 생쥐 귀가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곤 낑낑 거리며 문을 열었다. 억지로 풀린 잠금장치에서 삑삑 요란하게 소리가 나고 성재는 그것에 놀라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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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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