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
너의 주위에는 항상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가무잡잡한 얼굴 사이에서 너의 하얀 얼굴은 유독 돋보였다.
그래서 내 눈이 향하는 곳마다 네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몇 번씩은 나의 눈길이 느껴졌는지 뒤돌아 보는 눈동자가 내게 머무른다.
눈을 마주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너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주위의 친구들과 다시 재잘재잘 이야기를 한다.
도경수는 상류층 자식들이 다니는 이 학교 안에서도 특별했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과 단정한 모습 또한 눈에 띄었지만
도경수네 집안은 다른 아이들의 집안과 비교하기 무색할 정도로 잘 살았다.
그의 곁에는 재고 따지기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이
미래의 신붓감이라도 되려는 듯 넘쳐났고
미래에 도움을 얻고자 하는 이해타산적인 남자아이들도 넘쳐났다.
집안은 빠지지 않지만 내다 버린 자식 취급을 받는 나에게
저런 무리 속에 있는 도경수는 섞이기 힘든 존재였다.
“김종인. 나와.”
“어디 가게.”
“어디든. 오랜만에 학교 나왔는데 한 대 빨러가야지.”
“미친 새끼.”
“빨리 일어나. 가자.”
오세훈의 조름에 결국은 교실을 나왔다.
꼴리는 대로 사람들을 패고 다니는 태한그룹의 막내 아들.
망나니 김종인. 나에게 붙는 수식어들.
오랜 정학 끝에 나온 학교는 무료했고 무미건조했다.
복도를 걷는 나를 피하는 학생들 또한 같잖았다.
“김종인. 어디 가니? 아침 조례해야지. 어서 교실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오던 담임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나와 세훈이를 막아섰다.
작은 키에 푸석한 긴 머리의 여선생은 올해로 서른 여덟이 되는
신경질적인 성격을 가진 노처녀였다.
작은 키를 높은 굽으로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힘이 들어간 그녀의 다리는
항상 울퉁불퉁한 근육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녀의 구두 머리에 찍 하고 침을 뱉으며 담임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뒤를 따르던 오세훈이 마구 웃으며 내려온다.
뒤에서는 나를 부르는 여선생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