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imental Scenery 01
차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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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고 눈이 뜨였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가슴께에 덮여있던 이불을 꼭 쥐며 방금 전까지 꾼 꿈의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본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아니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꿈에 나올 수 가 있나? 평소에 어떤 생각을 자주하다 보면 그게 꿈으로 이어지는 편이긴 했지만 이번엔 아예 처음 보는 남자가 꿈에 나타났다. 그것도 20년 인생 제대로 연애 한번 안해 본 나에게 말이다. 뭔가 뒤숭숭한 기분에 옆으로 돌아 누웠다. 꿈의 내용이 뭐였는지 되짚어 보려해도 그 잠깐 사이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군지 도저히 모르겠는 그 남자의 얼굴만 떠오를 뿐이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후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다. 지난 1학기 땐 학교에 적응하고 서울이란 도시 자체에 적응을 하느라 학교 집 학교 집을 전전하며 꽤 바쁘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엇하고 보니 방학이었고 드디어 자유가 생겼다 싶어 활동 반경도 넓힐 겸 오래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도 자취방과는 거리가 꽤 먼 논현동에 있는 카페. 고등학생 때 우연히 커피를 마시게 된 후 그 맛에 빠져 친구들과 만날 때면 나 홀로 커피를 마시곤 했다. 친구들은 그 쓴 커피를 무슨 맛으로 마시냐며 기함을 했지만 그럴때마다 난 ‘맛있는데? 너네가 아직 인생의 쓴맛을 몰라서 그래‘ 라며 그 쓸데없는 부심으로 커피를 더 즐겼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이후로 대학생이 되면 꼭 크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리라 마음먹었고 그 작은 소원이 이뤄졌다.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커피 내리는 법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일들까지 얼추 익혀지니 너무 재밌는거다. 전공을 버리고 바리스타로 전향해야 하나 싶을정도로 말이다.
오후 두시 쯤 되자 카페가 조금 한산해졌다. 같이 일하는 슬기는 화장실에 가 자리를 비웠고 더 이상 나갈 음료도 없는 상황이라 얼음을 잔뜩 넣은 아메리카노나 만들어 마셔야 겠다 싶어 샷을 내리려던 참이었다. 딸랑-하며 맑은 종소리가 났고 두 세명의 손님들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샷을 내리는 중이라 시선을 떼지 못하고 인사부터 했다. 일행이었는지 대화를 하다가 한명이 주문대 앞으로 온게 느껴져 얼른 하던 걸 마무리 하고 마주한 손님을 바라봤다. ‘아...’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꿈?” 입 밖으로 나온 말이었다. 내 뒤쪽의 메뉴판을 보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너무 놀란 표정으로 그저 가만히 있는 내가 이상한지 그 남자는 살짝 웃으며 “음, 제가 이상하게 생겼나요?” 라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뒤쪽의 일행들과 같이 웃었다. 다시 내 쪽을 돌아보며 “주문해도 되는거죠?” 라며 물어오는 그 남자에 퍼뜩 정신이 든 나는 “아, 네네. 되죠. 뭐, 뭐 드릴까요?” 라는 바보 같은 문장을 내뱉었다. 또 다시 살짝 웃은 그 남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잔이요” 라며 카드를 내밀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카드를 받아 계산을 마치고 진동벨과 함께 돌려주었다. 남자는 일행과 함께 저 끝의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멍하니 가만히 서 조심스레 그 쪽을 보았다. 그 남자다. 꿈속에서 보았던 그 남자. “뭐야, 왜 이렇게 멍을 때려?” 화장실에서 돌아온 슬기가 내 어깨를 살짝 치고는 빌지를 보고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저 가만히 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슬기는 자기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었다. “아, 아니야” 대답하고선 서둘러 같이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금방 세 잔이 만들어지고 진동벨 알람을 누르자 다시 그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 잔 나왔습니다” 슬기가 쟁반을 건넬 때 난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그 남자는 원래 잘 웃는 사람인건지 또 살짝 웃으며 건네 받고는 내쪽을 한번 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궁금한 마음을 못 참고 물었다. “슬기야. 너 혹시 꿈에서 본 모르는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 본 적 있어?” 핸드폰을 만지던 슬기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현실에서 아는 사람을 꿈에서 본 게 아니고 그 반대라고?” 슬기는 흠 하며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럴 수가 있나? 그래본 적은 없는데. 꿈을 자주 꾸는 편도 아니라서” 하더니 곧 “왜, 그 꿈에 나온 사람이 남자야?” 하며 장난스레 물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자 그렇단 의미로 알아들었는지 “그러면 좀 로맨틱한데? 운명 뭐 이런건가?” 라는 말을 내뱉는다. 운명?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남자가 있는 쪽을 바라보자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일행의 얘기를 듣던 중이던 그 남자 역시 나를 보더니 이번엔 웃는건지 무표정인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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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