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망상] 0 2 내가 권태기로 인해 이별 & 바람을 폈을 때
이현-촌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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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왜 그래?"
내 피쳐폰에 새겨진 '박 태 환' 이라는 세 글자에 받기를 망설이고 있을 때,
내 핸드폰을 슬쩍 보더니 날 한번 쳐다보는 남자.
남자친구 없다고 했는데 뭐라고 해야하는 거지.
근데 문득 드는 생각, 이 와중에도 나 이 남자에게 변명할 거리만 생각하고 있었다.
태환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렇게 된 지 벌써 몇 주일째지. 아니다. 한 두달 좀 됐나.
두 달 전부터 그냥 짜증이 났다. 태환이와 만나는 것도 귀찮고 전화,문자도 받기가 싫었다.
그러다보니 바쁘다 핑계만 되면서 피하게 되고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든 것도, 내심 시원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친구가 주선해준 소개팅. 이미 태환이랑은 끝난 사인 줄 알고 있었다.
끝난게 아니더라도 바람도 한번쯤은 좋은 경험이라며 꼭 나가라는 친구의 협박아닌 협박과 웬지 모를 설레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니,아니야."
결국 핸드폰 종료버튼을 누르고 전원을 껐다.
미안해, 근데 나 지금은 널 만나고 싶지 않아.
소개팅은 나름대로 잘 진행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도 나랑 잘 맞는 성격이었고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선영이한테.."
한참 신나게 얘기하고 있을 무렵, 내 위로 그림자 하나가 졌다.
그리고 익숙한 냄새와 공기가 느껴졌다.
"태환아."
"너.. 뭐해?"
고개를 들자 평소에 순했던 얼굴과는 다르게 설명할 수 없을만큼 굳어있는 얼굴.
그 모습에 당황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소개팅남도 역시 당황한 눈빛으로 나와 태환이를 번갈아보고 있었다.
"익인아, 니가 솔직하게 말하면 나 화 안낼게. 너 여기서 뭐해?"
화 안낸다면서 그 목소리랑 표정은 뭐야, 태환아.
굳어있는 얼굴만큼이나 굳어있는 목소리에 '나 지금 너 배신하고 소개팅 나왔어.' 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뻔뻔함따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냥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였다.
"고개 돌리고 나 봐."
무릎을 낮춰 내 고개를 살며시 잡아 눈을 맞추며, 아까와는 다른 따뜻하지만, 슬픈 눈을 맞추며 말하는 태환이.
"너 권태기라는 거 알아. 그래서 연락 뜸했던 것도 알고 니가 나한테 쌀쌀맞게 굴었던 것도 다 알아.
그래서 나도 최대한 너 건드리지 않을려고 문자도 줄였고, 니가 너무 안 보일때만, 걱정돼서 안부만 물었어."
"태환아, 미안해."
"니가 권태기라도 나는 괜찮았어. 니가 권태기라는 이유로 떠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니가 좋으니까. 니가 날 지겨워한다고 해도 나는 니가 좋아서 죽겠으니까.
한달이고 일년이고 니가 기다려달라면 나는 기다려 줄 자신 있었어. 니가 다시 돌아오면 따뜻하게 웃어줄 마음도, 다시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려고 내내 기다렸어."
입으론 웃으며 말하지만 눈은 전혀 웃지않고 있는 태환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말 내가 돌았었구나 싶었다. 어떻게 이런 애를 두고 이딴 데 나와서 다른 남자 만날 생각을 했지.
할수만 있다면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내가 권태기를 느끼기 전으로. 그런 미운 감정을 느끼기 전으로 말이다.
"근데.. 너 여기 있는 거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 지 알아? 너 여기서 다른 남자랑 둘이 있는 거 보면서 내가 무슨 감정을 느꼈는 지 알아?"
"미안해, 미안해. 진짜."
"내가 얼마나 쟤한테 못해줬으면 저렇게 다른 남자까지 만날까 싶었다. 니가 아무리 권태기를 느껴도 다른 남자 만날꺼란 생각은 전혀 못했었거든.
그래서 내가 얼마나 재미없고 지루했으면 다른 남자랑 저렇게 맑게 웃으면서 얘길 하고 있을까 싶더라."
눈물이 났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아니야, 태환아. 난 지금 내 옆에 있는 남자보다 내 앞에 있는 남자랑 있을 때가 더 설렜고 즐겁고 기뻤어.
내가 제일 행복했던 적도 너랑 있을 때였고 정말 죽을 때까지 못잊을 날도 너랑 있을 때야.
말하고 싶은데.. 니 말 다 틀렸다고 말하곡 싶은데 차마 입이 열리질 않아. 내가 너무 못되고 나빠서 벌 받았나봐.
"지금 이 남자랑 조금만 더 있어도 좋아. 니가 다시 나한테 돌아올 마음 생길때까지 조금만 더..
근데 제발 나 버리고 가지는 마라. 그러면 진짜 아플 것 같애, 나. 지금 이 순간보다 백만배 더 아플 것 같애. 그러니까.. 오래 있어도 되니까 다시 돌아와주기만 해라."
그 말과 동시에 낮췄던 무릎을 펴고 뒤돌아서가는 태환이.
잡고싶다. 잡고 싶은데 내가 정말 저 남자를 잡아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따위가 저렇게 멋진 남자를 잡아도 되는 걸까. 한없이 바보같은 내가.
하지만 지금 안 잡으면 너무 후회될 것 같았다. 백년, 아니 백만년동안 후회할 것 같았다.
박태환, 너는 백만배 아플꺼라고 했지, 나는 백만년동안 아플 것 같다. 너 놓치면.
소개팅남에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서둘러 태환이를 따라서 나갔다.
제발 멀리 가지만 마라.
카페에서 나오자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뒷모습에 재빨리 뛰어가 뒤에서 안았다.
미안해란 말을 하기도 전에, 태환이에게 날 용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전에 내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안았을 뿐이였다.
그러자 내 팔을 푸르더니 뒤를 돌아보며 내 턱을 잡고 눈을 맞추는 박태환.
"키스해도 돼?"
너랑은 천번이라도 좋아.
그리고 곧 다가온 따뜻한 입술이 내 입술에 맞춰지는 순간, 나는 누구보다도 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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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언니, 시간 있어? 우리랑 놀래?"
나는 밤의 거리가 좋다. 이 유흥가의 냄새가 너무나도 좋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술,나이트 이런 종류의 것들은 질색하는 구자철 때문에 내 넘치는 끼를 숨겨야만 했었다.
답답해 죽는 줄 알았잖아. 진짜.
하지만 지금은 자유의 몸. 오늘 2년간의 연애를 끝냈다.
이런 날 친구들과 걸쭉하게 한 잔 하고 취한 채 돌아다니는 거리는 정말 복잡하고 정신없었다.
"못생긴 게 어딜~! 저리로 가줄래?"
어디서 씹다버린 껌 같은 게 와가지고. 자철이는 외모랑 몸매 하나는 진짜 끝내줬었는데.
아니지. 이제 끝난 애가지고 왈가왈부 해봤자 뭘 하겠어. 이젠 지워야 하는데.
만남을 끝낸 건 나다. 미련 가져봤자 웃기게 되는 것도 나고.
근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참나, 언니도 이쁜 건 아니거든?"
"자꾸 언니,언니 하지마. 징그러워. 아저씨야. 깔깔깔"
그냥 무시하고 가자는 친구들을 말린 채 나는 껌아저씨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깔깔깔 웃어댔다.
나는 지금 취했고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야, 아저씨.
건드려봤자 아저씨만 손해라구요.
"아니, 이 언니가 자꾸 내 성질을 긁네, 어?"
화가 난건지 아까보다 붉어진 얼굴과 찡그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저씨.
그렇게 째려보면 어쩔건데? 얼굴도 내가 더 붉고 표정도 내가 더 잘 찡그릴 수 있거든요?
"그래, 내가 아저씨 성질 긁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눌러붙은 누룽지 같은게.."
"야야, 하지마. 얘가 왜이래. 그냥 가자, 어?"
"누룽지? 야, 너 이리와. 기지배야. 좋게좋게 하니까 아주 날 만만하게 보네, 엉?"
그리고 내 머리채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는 아저씨가 보이고 그 모습에 눈을 찡그리고 고개를 숙였는데,
내 머리에선 아무 감촉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뭐야. 내가 착각했나?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자... 자철이, 구자철이 보인다.
한손으론 머리채를 잡으려던 아저씨의 손목을 잡고 다른 한손으론 아저씨의 멱살을 잡고 있다.
"으윽.. 넌 뭐야?"
"아저씨. 좋게 말로 할 때 그냥 가는 게 좋을거야."
"이거 안 놔?! 넌 뭐냐고!!"
버둥버둥 대는 아저씨를 확 밀치며 말하는 구자철.
"나? 저 여자 전남자친구인데."
"뭐? 전남친? 그럼 그냥 조용히 지나가. 이 새X야. 남의 일에 방해하지 말고."
그러자 어이없는 듯한 말투로 외치는 아저씨에게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지금부턴 다시 남자친구라서 그러질 못하겠다."
그 말과 동시에 아저씨에게 주먹질을 해댄다. 친구들은 내 팔을 잡고 말리라며 소리치는 데 멍해져 버린 내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곧 이어, 아저씨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그제야 정신차린 내가 자철이의 팔을 붙잡고 그만두라고 말려보지만 한 번 발동걸린 저 주먹질은 멈출 생각을 않는다.
"그만둬, 구자철!"
"개XX야! 니까짓게 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려고 그래!"
"하지마, 그만해!"
어떻게 말릴 수가 없어 망설이다 결국은 아저씨와 자철이의 사이를 막고 자철이를 안아버렸다.
"그만해.. 제발.."
하아,하아 하는 숨소리와 함께 심장이 크게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 분이 지났을까 조금 진정된 듯 해서 안았던 손을 풀고 몸을 떼려고 하자 다시 나를 꽉 안는다.
"떨어지지마."
"..."
"부탁이야. 나한테서 멀어지지도 말고 떨어지지도 말고 어디 가지도 말고 내 옆에 있어주라. 앞으로 니가 하라는 대로 다할게.
니가 싫어하는 담배도 안필게. 너 나이트 가고 싶을 때 말해, 바로 보내줄게. 술도 마셔도 돼, 내가 데리러 갈게.
일주일에 한번씩 니가 좋아하는 이벤트도 열어주고 사랑한단 말도 하루에 세번씩 할게. 밤에는 잘자라고 꼬박꼬박 전화하고 아침엔 잘잤냐는 문자도 보낼게.
니가 무릎 꿇으라면 꿇을게. 그러니까.. 제발 가지마라. 나 무릎 꿇을까? 그럼 다시 돌아와줄래?"
자철이의 말에 어떻게 할 줄 몰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안겨만 있었다.
그러더니 나에게서 멀어지더니 무릎을 꿇는 구자철.
"왜 그래! 일어나!"
"나한테 다시 돌아오면 일어날께, 제발 다시 돌아와주라."
다 큰 남자 주제에, 곧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이 말하는 자철이를 보고 나는 그에게 다가가 꽉 안아주며 말했다.
"나는 오늘 사랑을 하나 끝냈어. 그리고 지금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어. 너와 함께 말이야."
<작가의 말>
저번 편은 정말 장난 반으로 썼던 거구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진지돋게 써봤어용
근데 역시 두 분만했네요..
너무 힘들어요 쓰기..
그래도 한분당 분량이 꽤 길지 않나요?
아니라구요?
그럼 전 소금처럼 짜질게요
찌쥘찌쥘
암호닉
똥코렛님 감사해여!!!!!!!!!!! 사랑해여!!!!!!!!!!
미녕님 감사해영>_<!!!!!!!!!!!! 뿌잉뿌잉
그리고 절 신알신 해준 독자님 사랑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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