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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온 집은 지금보단 조금 더 교외로 떨어진 한적한 개인 주택이었다. 다락이 달린 이층집. 

 

 

 

 

크리스는 세상 일에 반쯤 손을 놓은 나에게 집을 꾸며 보길 권유했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맞장구 쳐 준 의사의 말에 집의 전부를 내 손으로 꾸몄다. 

 

 

 

크리스의 말대로, 마당이 넓은 온화한 흰색과 베이지 색의 이층집은 아름다웠다. 어딘가 따듯한 느낌이 드는 집의 아침이 시작 되었다. 

 

 

나는 거의 매일 심리 치료를 받았고, 날은 추워졌다가 다시 따뜻해 지는 중이었다. 내 손으로 벽지부터 가구까지 하나하나 꾸민 집이 완성 되어 갔다. 

 

 

봄이 오며 겨우내 움츠렸던 잔디가 푸르게 마당을 수놓았고, 심어둔 나무는 새 순을 틔웠다. 넉넉한 크기의 거실은 통유리를 거친 햇살이 함뿍 담겼다. 쇼파에 대한 집착을 버린 크리스 덕에 원목 바닥에 어울리는 가죽 소파가 순면 커버를 입고 놓였다. 

 

 

 

뒷뜰엔 잘 갈아놓은 텃밭이 있었고, 주방 앞에는 창틀을 넓게 놓았다. 흰색과 옅은 녹색으로 꾸민 주방은 내 손이 닿아 예쁜 색의 식기로 채워졌다. 창틀엔 가득히 허브 화분을 두기로 했다. 일층 욕실은 검은색과 금색을 포인트로 둔 세련된 공간으로 만들었다.  

 

 

거실에 달린 응접실은 용도를 바꾸어 서재로 꾸몄다. 커다란 책장을 꽉차게 놓고 짙은색의 책상과 어울리게 짙은 녹색과 갈색으로 따뜻하고 아늑하게 만들다. 조명도 은은하게 여기저기 배치해 어디서든 책을 보고 일을 하게 만들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두개의 방과 하나의 욕실이 있었다. 하나는 아이의 방으로 두고, 큰 방을 침실로 두었다. 

 

 

 

파스텔 톤으로 온통 채운 침실은 동쪽을 향해 창을 냈다. 킹사이즈의 침대엔 흰 침대보를 씌웠고 연보라색의 침구를 덮었다. 바닥엔 러그를 넓게 깔고 조명은 스탠드와 방 벽을 두른 꼬마 전구로 대신해 천장에 등을 따로 달지 않았다. 

 

 

 

집은 완성되었고, 일을 하면서 수도 없이 드나 들었지만 그 곳에서 살 용기는 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나의 집이 아닌 남의 집을 꾸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월이 찾아왔다. 민석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머문지도 어느새 몇개월. 크리스와 별거 한지도 그 정도 되었다. 예전 집의 계약기간이 마감 되어 갔다. 

 

 

크리스는 짐을 다 옮겼다고 연락했다. 내 짐도 그 곳에 대부분이 옮겨졌다. 이제 정말 이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무리만 남았다. 깨끗하게 청소만 하면, 이제 끝이였다. 그 마무리 청소를 두고 나는 또 한참을 머뭇거렸다. 

 

 

사실, 맘속으로는 그를 용서 할 수 있었다. 크리스 역시 피해자였고, 나만큼 상처 입었으니. 그렇지만 난 여전히 그에게 말을 잘 걸지 못했고,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고, 예전 집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마무리 청소를 자신이 하겠다고 연락한 크리스의 목소리는 밝았다. 어깨는 잘 치료 되었고, 그는 꼭 신혼 초로 돌아 간 것 같았다. 나만 이 곳에 남은 느낌. 집에서 푹 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끊겨진 핸드폰을 한참 내려다 보았다. 

 

 

 

쉬면서도 맘이 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하던 일 내가 마무리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하며 결국엔 오피스텔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 문은 청소를 위해서인지 열려 있었다. 그 넓은 곳을 혼자 한다니 오래 걸릴 법도 했다. 천천히 신발을 벗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 서자 깨끗해진 거실이 나를 맞았다. 

 

 

일층에는 크리스가 보이지 않았다. 이층 복도에도. 침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그 곳에 그가 잠들어 있었다. 

 

 

한 손엔 더러워진 걸레를 꼭 쥐고, 침대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누운 채. 바닥에는 빗자루와 먼지가 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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