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떠서 창문을 열어보니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으며 내가 일어난걸 반기기라도 하는듯이 쨍쨍이 하늘에 떠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설레임에 슬쩍 웃음을 짓고 핸드폰을 열어 날짜를 확인해 보았더니 이미 알람이 울린 상태로 알림이 떠있었다. '11월 12일' 아 오늘이구나. 너를 떠나보낸 뒤 그일을 잊으려고 일에만 몰두하며 힘들게 살아온지 벌써 3년이나 지나있었다. 새삼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반갑고도 낯설었다. 너없이 지낸 시간이 벌써 3년이나 지났네.너는 거기서 잘 지낼까. 창문밖을 바라보고있는데 조금이라고 하기에는 추운 이제는 제법 겨울이라고 부를 정도가 되는 바람이 불어왔다. 으슬으슬한 느낌에 얼른 창문을 닫고는 씻으러 화장실에 내려갔다.
잊는다해도 잊는게 아니었는 너를, 오늘 보러가기 위해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닦고 오랜만에 깔끔한 정장을 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있었다.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이렇게 멋있었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입가에는 웃음을 짓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를 끌고 나온뒤 너에게 향하다가 꽃을 사가야겠다는 생각에 꽃집에 들렀다. 장미같이 화려한 꽃보다는 수수한 라일락을 좋아하던 너가 생각나서 하얀 라일락을 고르고 예쁘게 포장하여 꽃집에서 나온 뒤 다시 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너가 있는 곳과는 좀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아까 산 라일락을 들고 너를 생각하면서 너가 있는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많이 추워진 날씨에 너도 잘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는김에 목도리도 줘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며 나올때 두른 목도리를 한번 꽉 쥐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은 사람한명 없이 매우 조용했다. 평일이라 그런가 싶다 생각하면서 너의 사진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는 너의 사진을 보다가 슬며시 웃어보였다. 좋아보인다. 지난 시간동안은 너를 볼 마음이 들지 못해서, 어쩌면 보내주지 못하겠다는 마음으로 너가 하늘로 간 후 한번빼고는 들리지 않았는지는 모르는 이곳에 와보니 나만 너와 함께 했었던 과거의 시간에 발이 묶여있었던가 싶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많이 오랜만에 들렸는데도 너의 자리를 까먹지 않은것으로 대신해 너에게 사과를 했다.
너가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을 때는 보지못했던 너의 사진을 이제는 마음놓고 볼수있게 되었다. 이제는 너의 사진을 보며 울음대신 웃음 지을수 있는 나를 보며 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많이 불편했을까.
지난 3년간 동안 나의 행동이 떠오르면서 괜히 너에게 무거운 마음만 들게 해줬던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냐 오늘은 미안한 마음뿐이네. 막아놓은 칸에 손을 대어 살짝 쓰다듬다가 사람을 불러 열어 달라고 하였다. 목도리를 벗어 조심스럽게 너의 유골이 담겨져있는 통주위에 둘러주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아까 샀던 라일락 2송이를 사진앞에 놓아두었다. 하나는 나고 하나는 너야. 너의 사진을 보며 혼잣말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유리창을 다시 닫아 두었다.
이제 정말 너를 놓아주어야 할 시간이 왔다. 너에게 미련을 떼지못해 했던 지난날의 일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너와 마주섰다. 백현아, 미안해 내 말에 너는 웃음을 짓고 있는것 같았다. 마치 그 웃음이 괜찮아, 라고 말해주듯 그렇게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제 정말 놓아줘야 되나봐. 붙잡고 있어서 미안했어. 지난 날 전하지 못한 말들을 드디어 너에게 전했다. 많이 좋아했어 백현아. 마지막 말을 하고나니 너의 모습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묘하게 날 감싸드는 느낌에 나도 미소를 지었다. 너도 나에게 좋아했다고 말해주는듯 싶어서 웃음이 나왔다.
웃고있는 너의 사진을 뒤로한채 나도 그곳에서 나왔다. 이제 앞으로 자주들릴게. 그러니까 너도 거기서 행복하게 웃고있어줘. 잠시 멈추고 다시 뒤를돌아 너가 있는곳을 바라보다가 나도 다시 차가 있는곳으로 갔다. 그곳은 마치 백현이가 내게 잘가라고 배웅이라고 해주는듯 바람이 살랑거리며 불고있었다.
11월 12일 화요일
우리는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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